할아버지, 바다가 넓어요
고미 타로 글 그림, 남도현 옮김 / 달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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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그림책 2022.2.25.

그림책시렁 915


《할아버지, 바다가 넓어요》

 고미 타로

 편집부 옮김

 달리

 2003.8.16.



  눈을 감으니 볼 길이 없습니다. 고개를 돌리니 볼 수 없어요. 귀를 닫으니 알 길이 없습니다. 들으려 않으니 알 턱이 없습니다. 모든 길은 우리 눈앞에 있으니, 스스로 눈을 뜨거나 귀를 열면 몽땅 알아차립니다. 모든 삶은 우리가 손수 지으니, 저마다 하루를 반가이 맞이하면서 기쁘게 돌보면 언제나 사랑이라는 보금자리를 누립니다. 《할아버지, 바다가 넓어요》는 아이하고 할아버지가 별사람(우주인)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스스럼없이 보고 놀고 어울리면서 온몸으로 느끼고 배워서 알아요. 할아버지(어른)은 아이가 하는 말을 시큰둥히 여기거나 얕게 보면서 딴청을 합니다. 오늘날 숱한 어른은 이런 모습이에요. 아이한테서 도무지 배우려 하지 않거든요. 길잡이(교사)는 왜 어른이어야 할까요? 길잡이란 아이여야 맞고, 어른은 아이 곁에서 심부름꾼이 되어 사랑하고 살림하고 삶을 배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눈에 들보”란 말을 쓰는 까닭이 있습니다. 코앞에 있어도 눈을 들보로 가로막았으니 무엇을 느낄까요. 머리에 담은 부스러기로 온누리를 바라보려 한다면, 늘 부스러기만 볼 뿐입니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열어야 사람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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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이 떠나요 딱따구리 그림책 32
베티나 오브레히트 지음, 율리 푈크 그림, 이보현 옮김 / 다산기획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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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2.25.

그림책시렁 914


《지금, 시간이 떠나요》

 베티나 오브레히트 글

 율리 푈크 그림

 이보현 옮김

 다산기획

 2022.1.30.



  나흘쯤 앞서 잇몸이 조금 붓는가 싶더니 어느새 몸살이 돌면서 목소리가 안 나오고 호되게 앓았습니다. 이불을 덮고도 떨다가, 땀을 후줄근히 쏟다가, 허리가 결려 일어나고 앉다가, 별바라기하고 바람바라기를 하다가, 큰아이가 그린 딱새 그림을 보다가 생각합니다. 몸을 너무 쓴 탓에 앓는다고도 하지만, 한결 튼튼히 살아가려고 실컷 앓지 싶어요. 나비·풀벌레는 허물벗기를 하며 새몸으로 간다면, 사람은 앓으면서 눈부신 몸으로 깨어나지 싶습니다. 앓는 일은 안 나쁩니다. ‘알·알다(알맹이·씨앗)’하고 ‘앓다’는 말밑이 같습니다. 옛틀이나 껍데기를 스스로 벗어야 태어나듯 알아차리니, 신나게 앓으면 신바람으로 살아가는 길로 갑니다. 《지금, 시간이 떠나요》를 펴면 아이가 집 안팎에서 마주하는 ‘바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한동안 허둥지둥합니다. 어른이나 언니는 왜 이리 바빠야 하고, ‘하루죽이기’를 왜 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왜 더 빨라야 하고 더 벌어야 할까요? 오늘은 언제나 오늘 하루뿐입니다. 똑같은 날은 없고, 똑같은 일이 없으며, 똑같은 길조차 없어요. 오늘, 여기에서, 하루를, 스스로 눈뜨며 바라본다면 누구나 햇살노래입니다.


ㅅㄴㄹ

#DannGeheIchJetzt #BettinaObrecht #JulieVo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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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2.24.

숨은책 638


《어머니의 노래》

 이와이 요시코 글

 길문숙 옮김

 세상속으로

 1999.7.2.



  일본 오사카에는 한겨레가 많이 삽니다. 제주를 떠나 일본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 한겨레가 무척 많습니다. 《어머니의 노래》는 일본 오사카에서 밤배움터(야간학교) 길잡이로 일하는 이와이 요시코 님이, 이러한 삶이던 현시옥 님한테 글을 가르치면서 들은 이야기에 현시옥 님이 손수 글을 쓰도록 이끌어 갈무리한 책입니다. 일본 우두머리하고 숱한 벼슬아치·글바치는 싸움판에 온힘을 쏟았을 뿐, 수수한 사람들 삶은 거들떠보지 않았다지요. 어버이를 잃은 아이나 따돌림받는 낮은자리 사람이 1960년 무렵에 일본에서만 120만이 넘었다고 해요. 으뜸길(헌법)에는 누구나 배울 수 있다고 적되, 막상 나라에서 등돌린 사람일 텐데, 다카노 마사오 님도 이 가운데 하나였고, 마흔 몇 살에 처음으로 자리에 앉아 붓을 쥐어 글씨를 쓰면서 눈물을 흘렸고, 이녁 같은 사람이 배우는 길을 열라고 일본한테 따지다가 먼저 오사카부터 바꾸자고 나서서 고을살림(지자체 예산)으로 밤배움터를 열도록 했고, 그즈음부터 일본한겨레(재일조선인)도 하나둘 밤배움터에 나올 수 있었답니다. 우리는 자취책(역사책)에 무슨 이야기를 담는가요? 발자국이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자식들이나 손자들의 도시락은 많이 만들었지만 자기 자신이 소풍 가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80쪽)


ㅅㄴㄹ


#オモニの歌 #岩井好子 #高野雅夫 #タカノマサ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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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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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2.24.

읽었습니다 110



  평양 고무공장에서 일하던 강주룡 님은 낮은 일삯에 고단한 굴레를 뜯어고치기를 바라면서 온몸을 던져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목청껏 외친 사람은 강주룡 님만이 아닙니다만, 나라(정부)도 글바치(지식인)도 피끓는 목소리에 귀를 안 기울인 지난날입니다. 오늘날은 다를까요? 《체공녀 강주룡》은 몇 조각 없는 자취를 헤아려 엮은 ‘소설’입니다. 강주룡 님이 어떠한 삶을 보내었는지 찾기가 어려우니 ‘평전’이 아닌 ‘소설’로 쓸 만할 수 있습니다만, 그야말로 ‘소설’이네 싶어요. 나중에 누가 ‘영화’로 찍어 주기를 바라며 쓴 소설은 나쁘지는 않되, 연속극 같은 줄거리에 ‘투사’라는 이름을 내세우느라 바쁩니다. 그저 ‘사람’이요, ‘순이’요, ‘일꾼’이요, ‘살림꾼’이라는 눈썰미로 수수한 살림결을 그리고서 지난날 평양 한켠 고즈넉한 마을살이를 담아내었다면 사뭇 달랐겠지요. ‘위인’이 되려고 을밀대에 올라간 몸짓이 아닌, 사람들이 눈 좀 뜨라고 외쳤잖아요.


《체공녀 강주룡》(박서련 글, 한겨레출판, 2018.7.18.)


ㅅㄴㄹ


매우 아쉬운 책.

그저 소설이다.

소설로 소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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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학교와 더벅머리 옥수수 웅진 세계그림책 188
나카야 미와 지음, 강방화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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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2.24.

읽었습니다 111



  나카야 미와 님 그림책을 오래도록 읽었습니다. 아이들이 마르고 닳도록 읽은 ‘강낭콩’이나 ‘쿠베’나 ‘깡통유령’이나 ‘크레파스’ 꾸러미는 너덜너덜해서 새로 장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도토리마을’부터는 어쩐지 틀에 갇히는구나 싶고 ‘채소학교’는 아이를 길들이는 눈이 잔뜩 배었다고 느낍니다. 《채소 학교와 더벅머리 옥수수》는 다른 ‘채소학교’처럼 귀여운 남새를 그리되, 사람한테 맛있게 먹히려고 잘생긴 몸으로 자라야 한다는 얼거리로 나아갑니다. 이마에 ‘합격’이란 동그라미를 척 붙이면서 ‘먹히려 떠나는’데, 쳇바퀴인 서울살이(도시생활)를 고스란히 옮긴 듯합니다.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르게 꿈을 키워서 다 다르게 즐거이 살아가면 됩니다. 나라(정부·사회)가 시키는 대로 ‘합격품’이 되어야 하지 않아요. 마을이라는 곳은 다 다른 사람이 서로 살가이 어깨동무하는 터전입니다. 모두 똑같은 밥·옷·집을 누려야 하지 않습니다.


《채소 학교와 더벅머리 옥수수》(나카야 미와 글·그림/강방화 옮김, 웅진주니어, 2019.3.2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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