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8.


《연이와 버들 도령》

 백희나 글·그림, 책읽는곰, 2022.1.7.



제주에서 이웃님이 빨강내음(레드향)을 보내주었다. 김포 〈책방 노랑〉 지기님이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셨는데 보내주었다. 나도 이웃한테 이모저모 슬며시 보내기 일쑤인데, 막상 받을 적에는 “받아도 되나?” 하고 생각하다가 “즐겁게 받고서, 즐겁게 주는, 사랑이 오가는 살림으로 가면 아름답겠지!” 하고 생각을 고친다. 우체국을 다녀온다. 하룻새 부산을 다녀오니 고단해서 일찌감치 푹 쓰러져서 잠든다. 찌뿌둥한 기운이 가시고서 《연이와 버들 도령》을 되새긴다. 어릴 적에는 이원수 님이 갈무리한 옛이야기를 들었고, ‘새어머니 아닌 낳은어머니여도 집안일에 심부름을 어느 집이나 아이들한테 잔뜩 시키던’ 지난날이었기에 ‘불쌍한 연이’가 아닌 ‘그냥 모든 어린이’ 모습이라고 느꼈고, ‘하늘어른 심부름으로 연이를 살피도록 찾아온 버들 도령’인 터라, ‘고되거나 아픈 일’을 어떤 마음으로 맞아들이고 다스리는가를, 그러니까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한테나 착하고 참한 살림빛으로 살아가느냐를 넌지시 일깨우는 줄거리로 여겼다. 백희나 님은 옛이야기 줄거리·이야기·속뜻을 몽땅 뒤엎었다. ‘학대·권선징악·선악구분·싸움’으로 바꿨다. 그냥 한숨이 나온다. 옛이야기를 ‘입맛’으로 뒤틀면 사랑빛이 사라진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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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7.


《카뮈를 추억하며》

 장 그르니에 글/이규현 옮김, 민음사, 1997.8.30.첫/2020.10.23.고침



아침에 바닷가로 다시 나온다. 밤에는 불빛에 막혀 바다빛이 가렸다면, 낮에는 잿빛집이 모래밭을 둘러싸서 바다빛이 죽는다. 적어도 바닷가부터 100미터 사이에는 어떤 잿빛집도 못 올리게 해야지 싶다. 바닷사람으로 수수히 살아가며 짓는 나무집이라면 얼마든지 지을 만하되, 스무칸이나 마흔칸씩 껑충 띄우는 잿빛더미를 바닷가에 때려박으면 바다가 죽어버린다. 아침에 〈고서점〉에 들르고, 보수동으로 건너가서 〈낭독서점 시집〉 앞에 섰으나 아직 여는 때가 아니다. 〈파도책방〉을 찾아간다. 작은아이는 이곳에 마실하던 어린 날을 떠올릴 수 있을까? 〈백경〉까지 들를까 하다가 고흥으로 돌아간다. 바깥마실을 반기는 작은아이인데 하룻새 열 시간 넘게 버스로 움직이는 길은 속이 쓰리고 고단하구나 싶다. 등을 살살 토닥이고 쓰다듬으면서 마음노래를 들려주었다. 《카뮈를 추억하며》를 되읽었다. 스무 살 첫머리에 읽을 적에는 시큰둥했고, 쉰 살을 앞두며 되읽자니 ‘글동무·마음동무’라는 얼거리를 얼핏 느낀다. 동무는 나이를 안 가린다. 동무는 겉모습을 안 따진다. 동무는 말씨나 몸짓을 안 쳐다본다. 동무는 오직 마음빛을 바라보면서 포근하게 기대거나 받쳐주면서 함께 노래하고 놀며 즐거이 오늘을 누리는 사이일 테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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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6.


《아름다움 수집 일기》

 이화정 글, 책구름, 2021.6.17.



작은아이하고 부산으로 간다. 우리 짐을 꾸리고 집안일을 건사하고서 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읽을 책은 안 챙긴다. 노래꽃을 쓰고, 아이하고 나눌 글을 쓰고, 마음으로 스미는 풀꽃나무 이야기를 옮긴다. 고흥에서 부산으로 가는 다섯 시간 남짓 이모저모 글빛을 밝힌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작은아이는 “시끄럽네요.” 하고 첫마디를 읊는다. 우리가 주고받으려는 말은 부릉소리에 먹힌다. 전철을 타니 시골에서 마을알림으로 퍼지는 소리는 저리 가라 할 만큼 쩌렁쩌렁하다. 〈책과 아이들〉에 닿고서야 이곳 마당에 찾아드는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지만, 부릉소리가 하늘에 맴돈다. 〈동주책방〉하고 〈비온후〉에 들르면서 마을책집이 얼마나 큰고장을 살리는 쉼터인가 하고 새롭게 돌아본다. 나는 찻집(카페)을 안 간다. 새나 풀벌레나 바람이 아닌 소리가 가득하거든. 사람이 만드는 숱한 소리는 차분하거나 참하기보다는 길들이는 가락이기 일쑤이다. 저녁에 광안 바닷가를 보면서 물결빛 아닌 불빛에 눈이 아팠다. 《아름다움 수집 일기》는 글님이 누리고서 나누려는 고운 글결을 다루는데, ‘나쁜글’을 옮기지는 않았다고 느끼지만 ‘숲글’을 헤아리지는 않았다고 느낀다. 숲글·바람글·들꽃글·바다글·풀벌레글이 아름다울 텐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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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2.15.


《겨울 할머니》

 필리스 루트 글·베스 크롬스 그림/강연숙 옮김, 느림보, 2003.11.28.



나는 김치를 못 먹는데 우리 집 세 사람은 다 먹는다. 작은아이는 숲노래 씨를 닮아 김치를 못 먹나 하고 오래 지켜보았으나 조금씩 김치맛을 받아들이는 길로 나아간다. 곰곰이 보면 숲노래 씨는 어릴 적에 얻어터지고 시달리면서 몸을 괴롭히느라 몸에서 김치를 거세게 내치지 싶고, 작은아이는 “네 몸에 맞는 대로 하고, 네 마음이 가는 결대로 하면 된다”는 흐름으로 가면서 넉넉히 받아들이는구나 싶다. 먹지도 못 하는 깍두기를 할까 말까 며칠 망설이다가 두 아이한테 맡긴다. 둘은 신나게 썰고 간을 해서 절인다. 나는 곁에서 떡볶이를 해놓는다. 겨울이 저물려는 이즈음인데 센바람이 새삼스레 모두 꽁꽁 얼린다. 그래, 이제 겨울이 며칠 안 남았네. 겨울맛을 다시 보려면 아홉 달 뒤일 테니 막바지가 매섭구나. 《겨울 할머니》를 새삼스레 되읽었다. 큰아이는 “예전에 본 생각이 나.” 하고 말한다. 그림님이 내놓은 그림책이 여럿 더 있는 줄 뒤늦게 알아채고서 하나씩 장만해 보는데, 다른 그림책 가운데에는 살짝 아쉬운 빛을 느끼기도 한다. 글·그림이 모두 휼륭하기는 만만하지 않구나. 그림책에는 글이 없기도 하고 짤막하기도 하지만, 이 단출한 글줄을 어떻게 여미느냐에 따라 그림결이 너울치는 줄 새삼스레 깨닫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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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할머니의 비밀 - 초등학교 저학년 동화 동화는 내 친구 55
타카도노 호코 글, 지바 지카코 그림, 양미화 옮김 / 논장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어린이책 2022.2.28.

맑은책시렁 263


《꼬마 할머니의 비밀》

 다카도노 호코 글

 지바 지카코 그림

 양미화 옮김

 논장

 2008.4.15.



  《꼬마 할머니의 비밀》(다카도노 호코·지바 지카코/양미화 옮김, 논장, 2008)은 두 할머니가 어린이란 몸으로 돌아가서 실컷 뛰노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온갖 옷을 꽃솜씨로 지을 줄 아는 ‘꼬마 할머니’는 어느 날 ‘나이를 벗기는 옷’을 지어냈다고 해요. ‘맨눈으로는 못 보는 옷’을 한 겹씩 입을 적마다 나이를 한 살씩 벗는다지요.


  꼬마 할머니는 왜 나이를 벗기는 옷을 생각해서 지어냈을까요? 숱한 사람들은 왜 젊어 보이려고 용을 쓸까요? 꼬마 할머니는 예닐곱 살이나 여덟아홉 살쯤 되는 아이로 돌아가서 거리낌없이 뛰고 달리고 춤추고 노래하고 떠들면서 하루를 신바람으로 놀고 싶어서 나이를 벗기려고 합니다.


  엉터리 같거나 억지스럽거나 바보스러이 꿈을 생각하려 했다면, 꼬마 할머니는 나이를 벗기는 옷을 못 지었으리라 느껴요. 즐겁거나 재미나거나 새롭게 하루를 그리는 마음이기에, 꼬마 할머니는 신바람놀이를 꾀하면서 옷을 지을 뿐 아니라, 멋진 놀이동무를 사귀어요.


  온누리 어른들이 좀 놀기를 바랍니다. ‘노닥거리기’가 ‘술짓’이 아닌, ‘돈을 펑펑 써대는 바보짓’이 아닌, 아이다운 마음이자 눈빛으로 온누리를 푸르게 물들이는 즐겁고 상냥하며 하늘빛으로 물드는 아름놀이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껑충이 어른’이 아닌 ‘꼬마 어른’으로 살아간다면, 이 별은 푸른별이란 이름으로 나아가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내 눈은 틀림없다니까. 효코르 씨를 처음 봤을 때, 매우 소심해 보였지요. 하지만 뭔가 결심하면 휘파람도 불고 줄사다리도 타고 창틀도 넘고, 멋지게 해내는 사람일 거라고 점찍었답니다.” (20쪽)


“효코르 씨, 혀 짤린 참새에 나오는 할아버지 같은 흉내는 그만둬요. 커다란 고리짝이랑 작은 고리짝이 있다면 역시 우리 같은 할머니는 커다란 고리짝을 골라야 해요. 한 번 더 아이가 되어서 마음대로 놀 수 있는데, 물구나무서기 하나 하지 못하는 중년 아줌마가 되는 걸로 좋다니, 바라는 게 그렇게 작아서야 원, 뭐가 제대로 되겠어요?” (27쪽)


“사실 해야 할 것들이 이것저것 너무 많아. 그런데 놀고 싶어서 그만두었어.” (104쪽)


건물 뒤편에 아무렇게나 내버려둔 넓디넓은 들판 같은 빈터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곳이었습니다. 마구 뛰어다니고 꽃을 따고 풀을 뜯으면서, 아이들은 이 들판에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놀았습니다.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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