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3.8.

오늘말. 바닥꽃


윽박지르는 이들은 으레 돈·힘·이름을 내세워 사람을 위아래로 가르려 합니다. 이들은 스스로 윗자리에 서려 하면서 둘레 사람들을 밑바닥에 깔아뭉개려 해요. 우두머리나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란 이름을 거머쥐는 이도 매한가지입니다. 이들은 입으로만 심부름꾼이나 머슴 노릇을 하겠다고 외면서, 정작 사람들을 더럼이나 못난이로 여깁니다. 몇 해마다 찾아오는 뽑기날(선거일)을 지나가면 으레 나몰라 하면서 콧방귀랍니다. 바닥이란 자리가 나쁠 일이 없습니다. 바닥이 든든해야 기둥을 세우고 집을 짓거든요. 바탕이 있어야 풀꽃나무가 자라고 살림을 펴요. 우리는 서로 들꽃으로서 들풀바람을 일으켜 머저리 같은 우두머리나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를 회오리바람에 싣고서 날려 버릴 수 있습니다. 돈쟁이는 싹쓸바람으로 치워야지요. 힘쟁이는 너울바람으로 털어야지요. 이름쟁이는 소용돌이로 떨궈야지요. 우리는 서로 낮은이도 높은이도 아니지만, 풀꽃이면서 바닥꽃입니다. 앉은꽃이고 풀사람입니다. 힘쟁이가 센바람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언제나 조그마한 풀포기가 어깨동무하면서 휘몰아치기에 온누리를 너울너울 비질하면서 깔끔하게 추스릅니다.


ㅅㄴㄹ


낮다·낮은이·밑바닥·바닥·밑사람·바닥사람·밑바닥사람·밑일꾼·밑바닥 일꾼·바닥일꾼·더럼이·더럽다·못난이·들꽃·들풀·풀·풀꽃·풀빛·길꽃·앉은꽃·앉은풀·들사람·풀사람 ← 불가촉, 불가촉천민, 천민(賤民)


센바람·노대바람·높바람·돌개바람·된바람·큰바람·싹쓸바람·흔들바람·너울바람·소용돌이·회오리바람·몰아치다·휘몰아치다·빠르다·사납다·드세다·거세다·너울거리다 ← 질풍, 질풍노도, 돌풍, 태풍, 강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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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2.3.8.

오늘말. 해적이


나무 밑에 서면 나무한테서 배웁니다. 바람 곁에 서면 바람을 보고 배워요. 바다에 뛰어들면 물결을 고스란히 따르면서 하나씩 익히고, 구름이 드리우는 그늘을 누리면서 하나씩 알아차립니다. 우리가 딛는 발걸음은 늘 새롭습니다. 스스로 돌아본다면 어느 하루도 똑같은 발길이 아닌 줄 알 만해요. 똑같은 날갯짓인 새나 나비가 없고, 똑같이 움직이는 개미나 벌이 없습니다. 아무리 똑같이 해보려 해도 늘 다르게 새기는 발자국이요 길이면서 자취입니다. 하루를 살기에 하루적이를 남깁니다. 철을 살기에 철적이를 남겨요. 해를 살며 해적이를 남기고, 다달이 달적이를 남깁니다. 우리가 살아온 날은 삶자취로 드리워 아이가 물려받습니다. 저마다 짓는 살림은 살림자국으로 퍼지며 어린이가 지켜봐요. 지나간 날에 마음을 기울이듯 오늘 다지는 발짝을 생각합니다. 오랜빛을 더듬어 오늘에 살리듯, 오늘 다스리는 밑동을 먼 앞날 홀가분히 누리도록 가꿉니다. 옛날부터 오늘까지 흐르는 햇빛이며 빗줄기에 바람은 새록새록 뿌리를 든든히 보듬고 잎사귀를 푸르게 북돋웁니다. 자, 이 하루를 노래해요. 이 삶을 얘기하고, 우리 사는길을 기쁘게 빛내요.


ㅅㄴㄹ


밑·곁·밑길·밑자리·배우다·익히다·따르다·보고 배우다·따라배우다·배움이·배움님·곁배움·그늘·그늘받이·어린이·아이 ← 문하(門下), 문하생


발걸음·발길·발바닥·발자국·발자취·발짝·길·걸어온길·걸음·뿌리·돌·돐·여태·오늘까지·이때껏·이제껏·예·예전·옛날·옛길·옛빛·옛자취·오래되다·오래빛·오랜빛·지난날·지나간 날·밑·밑동·밑바탕·밑절미·밑틀·밑판·밑뿌리·밑싹·밑자락·바탕·바탕길·자국·자취·자취글·해적이·나날·날·삶·살림글·살림자국·살림자취·살림얘기·삶글·삶자국·삶자취·삶얘기·삶길·사는길·살아온 길 ← 역사(歷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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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2.3.8.

오늘말. 도르다


앞에 서서 먼저 두루 보고서 이끌 수 있습니다. 뒤에 서서 둘레를 헤아리고서 다독일 수 있습니다. 가운데 서서 앞뒤를 살피고서 고루 어루만질 수 있습니다. 어느 자리에 서건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즐겁게 나아가는 길입니다. 앞에서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나아간다면, 틈틈이 자리를 바꾸면서 서로 빛나는 살림을 짓습니다. 힘있는 쪽이 더 힘을 씁니다. 여린 쪽은 더 기댑니다. 놀랍도록 훌륭한 솜씨를 내지 않아도 넉넉합니다. 더 좋거나 그림같기에 멋이 나지 않아요. 서로 돌볼 줄 아는 슬기가 있기에 반가워요. 손회목이 떨어져도, 도움말을 하지 못해도, 열쇠를 풀지 못해도, 우리는 오며가며 반갑게 도르리를 합니다. 돈이 많아야 도리기를 하지 않아요. 모든 잔치는 늘 마음으로 엽니다. 나눌 줄 알기에 도를 줄 알고, 사랑하는 마음이기에 생각이 밝아 서로 끌어올리는 빛으로 퍼져요. 발가락도 으뜸이고 머리카락도 으뜸입니다. 손가락도 꼭두요 배꼽도 꼭두입니다. 동그랗게 굴러가는 공을 봐요. 어디가 머리이고 어디가 꼬리일까요? 삶을 바라본다면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똑같이 한복판이자 가장 빛나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하루가 곱습니다.


ㅅㄴㄹ


주고받기·주거니받거니·나누기·도르다·도르리·도리기·바꾸다·맞바꾸다·오가다·오고가다·오며가며 ← 물물교환


꾀·꿍꿍이·도움말·열쇠·꼬투리·풀잇길·길·곬·손회목·팔회목·솜씨·실마리·재주·그럴듯하다·꾸미다·그림같다·좋다·멋·삶·생각·셈·슬기·뛰어나다·빼어나다·잘하다·훌륭하다·밝다·빛나다·여우같다·놀랍다 ← 묘수, 묘책, 묘계, 묘략


이끌다·끌다·끌어가다·끌어올리다·끌고 가다·앞·앞서가다·앞서다·앞장서다·힘·힘있다·꼭두·으뜸·쪽 ← 주도(主導), 주도적, 주도권, 주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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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노래

곁말 36 수다꽃



  사내는 수다를 떨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사내가 말이 많으면 “계집애가 된다”고, 사내는 점잖게 말없이 있어야 한다더군요. 길게 말하지 않았는데 할아버지나 둘레 어른은 헛기침을 하면서 그만 입을 다물라고 나무랐습니다. “계집애처럼 수다나 떨고!” 하면서 굵고 짧게 호통이 떨어집니다. 잔소리로만 들린 이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노라니 ‘수다는 좋지 않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또아리를 튼 듯해요. 그러나 ‘말없이 묵직하게 있어야 한다’는 말이 몸에 배고 나니 막상 ‘말을 해야 할 자리’에서 말이 안 나와요. 스무 살이 넘어서야 ‘말할 자리에서 말을 하는 길’을 처음부터 짚으면서 혼잣말을 끝없이 읊었습니다. 새벽에 새뜸(신문)을 나를 적에 주절주절 온갖 말을 뱉고,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어요. 밤에 잠자리에 들 적마다 마음속으로 여러 이야기를 그리면서 벙긋벙긋했습니다. 총칼로 서슬퍼렇게 억누르던 나라는 우리 입을 여러모로 틀어막아 길들이려 했습니다. 사내야말로 수다를 떨며 가시내랑 마음을 나눠야 생각을 틔우고 슬기롭고 착하게 어깨동무로 나아갈 수 있다고 느꼈어요. 수다로 꽃을 피워야 이야기도 꽃이 피고, 말도 글도 꽃이 피겠지요. 온누리는 들꽃수다가 북적여야 아름다워요.


수다꽃 (수다 + 꽃) : 서로 마음을 열어 즐겁게 나누면서 널리 피어나는 말. 서로 마음을 열어 즐겁게 널리 말을 나누는 자리. ≒ 수다꽃판·수다잔치·수다꽃잔치 (← 강의·강연·토크쇼·북토크)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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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713 : 좋은 동시를 읽었으면 좋겠어요



동시(童詩) : [문학] 1. 주로 어린이를 독자로 예상하고 어린이의 정서를 읊은 시 2. 어린이가 지은 시



일본에서 지은 한자말 ‘동시(童詩)’를 우리는 아직 그대로 쓰지만, 이제는 생각을 가다듬어 우리 나름대로 새말을 지을 때이지 싶습니다. 이오덕 님은 ‘어린이시’로 고쳐쓰자고 얘기했고, ‘어린이노래’나 ‘어린노래’로 더 고쳐쓸 만합니다. 수수하게 ‘노래’라고만 하거나 ‘노래꽃’처럼 새말을 지어도 어울려요. 보기글은 앞으로 어떻게 하기를 바란다고 밝히면서 “읽었으면 좋겠어요”처럼 ‘-었-’을 넣기에 틀린 글월입니다. “좋은 동시를 …… 좋겠어요”처럼 앞뒤로 ‘좋다’를 잇달아 넣어 겹말이기도 합니다. “좋은 동시를 많이 읽었으면”도 엉성합니다. 이 글은 좋거나 저 글은 나쁘다고 섣불리 가를 만하지 않습니다. ‘고루’ 읽거나 ‘두루’ 읽기를 바란다고 적어야 알맞고, “좋은 동시”에서 ‘좋은’은 ‘즐겁게’로 손보아야지 싶습니다. 여러 가지 노래꽃이나 어린노래를 즐겨읽기에 스스로 눈썰미를 틔우면서 생각이 자랄 테지요. ㅅㄴㄹ



좋은 동시를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 노래꽃을 즐겁게 두루 읽기를 바라요

→ 어린노래를 고루 즐겨읽기를 바라요

《동시에 고리 걸기》(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서울남부 쌀떡밀떡, 삶말, 2022) 340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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