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77 고치기보다



  얼핏 보면 제가 숱한 글을 ‘고치는’ 듯합니다. 그러나 저는 ‘글고치기’를 안 합니다. “글에 생각을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살피기”를 합니다. 아무 낱말이나 그냥 안 쓰고, 벼슬꾼(권력자)·나라(정부)·붓바치(지식인)가 눈속임으로 퍼뜨리는 말씨를 섣불리 따르지 않고서, 우리가 저마다 삶자리에서 스스로 즐거우며 슬기롭게 살리거나 북돋우거나 지어서 생각을 가꾸는 징검돌이 될 말씨를 돌아보려 합니다. ‘바깥말(외국어/외래어)’을 우리말로 고치는 일은 만만하지 않아요. 그야말로 꾸준히 오래 익혀야 할 만합니다. 이런 말배우기와 글쓰기는 스스로 생각을 모조리 뜯어고쳐서 숲빛이 되고 싶을 적에 하고, 어린이다운 눈빛으로 온누리를 사랑하려 할 적에 하지요. 수수한 이웃님이 하실 만한 말배우기와 글쓰기라면, “얄궂은 바깥말을 우리말로 고치기”보다, “스스로 살림자리에서 즐겁게 새말을 지어서 쓰기”라고 할 만해요. “쉬운 우리말로 고치기”보다는 “스스로 가꾸는 삶에서 피어나는 말로 생각을 새로 짓기”가 더없이 즐겁고 빛난다고 느껴요. 우리는 모두 하늘빛이니 하늘을 노래하면 됩니다. 우리는 모두 꽃내음이니 꽃을 이야기하면 돼요. 우리는 모두 다 다른 사랑이니, 사랑스레 말하고 글쓰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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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93 같으며 다른



  갈수록 예전에 산 책을 다시 사곤 합니다. 예전에 산 책은 예전에 읽은 책이니, 집에 건사한 책을 다시 들추어 읽어도 됩니다만, 굳이 같은 책을 새로 삽니다. 예전에는 주머니가 몹시 홀쪽했기에 새책을 살 밑돈이 너무 적어 헌책집을 돌면서 가장 허름한 책을 가장 값싸게 사는 길로 책읽기를 했습니다. 가난하면 책숲(도서관)에 가서 읽으면 된다고 하는 분이 많으나, 한벌읽기 아닌 열벌읽기나 거듭읽기를 하려면 책숲을 오가는 틈마저 아깝습니다. 책숲에 없는 책도 많아요. 나달나달하지만 알맹이는 얼마든지 읽을 만한 넝마라 할 책을 값싸게 사읽으면서 ‘책은 껍데기 아닌 속살을 읽는다’고 되뇌었어요. 추위에 손이 얼고 더위에 땀이 쏟아져도 ‘책은 날씨 아닌 마음으로 읽는다’고 되새겼고요. 예전에 장만해 읽은 책을 요새는 깨끗한 판으로 되사곤 하는데, 껍데기만 다르고 알맹이가 같은 두 책이라기보다 ‘마주하는 이야기가 새로운’ 둘이라고 느낍니다. ‘종이에 찍힌 글씨’를 넘어, 오늘 새롭게 보면서 가꿀 숨빛을 이 책에서 새삼스레 받아들이는구나 싶어요. 지난날에는 지난날대로 ‘종이에 찍힌 글씨에 서린 숨결과 이야기’를 만났고, 오늘은 오늘대로 새록새록 ‘숨결과 이야기’를 누리려고 ‘같으면서 다른’ 책을 쥡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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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라고요, 곰! 책가방 속 그림책
프랭크 태슐린 지음, 위정현 옮김 / 계수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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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3.15.

그림책시렁 925


《곰이라고요, 곰!》

 프랭크 태슐린

 위정현 옮김

 계수나무

 2007.4.1.



  1946년에 처음 나온 “The Bear That Wasn't”는 1982년에 《나는 곰이란 말이에요》(한벗 펴냄)란 이름을 달고 처음 우리말로 나옵니다. 미국사람 프랭크 태슐린 님은 지긋지긋한 싸움판이 끝나고서 어린이하고 어른한테 새빛을 들려주려는 뜻으로 이 그림책을 꾸렸을 텐데, 1982년에는 ‘숲·서울·이웃·사람’을 맞물려서 슬기롭게 헤아리는 푸른 눈썰미가 아직 얕은 우리나라였다고 느낍니다. 2007년에 이르러 《곰이라고요, 곰!》이란 이름을 새로 받아서 나오고, 2021년에는 한결 곱게 겉그림을 입고서 다시 나옵니다. 숲에서 겨울잠을 느긋하게 누리고서 봄을 맞이한 곰은 그만 숲이 몽땅 무너지고 서울(도시)로 바뀐데다가 뚝딱터(공장)에 갇혀야 합니다. 사람들은 ‘곰’이라면 멋재주(서커스)를 부리는 곳에 있어야 한다고 여겨요. 곰은 스스로 곰이 맞는데 사람들이 “넌 곰이 아니야! 게으름뱅이야!” 하고 쏘아붙이는 말에 “참말로 난 곰 아닌 게으름뱅이인가?” 하고 넋이 나갑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톱니바퀴로 일하고, 부릉부릉 타고다니고, 좁다랗고 겹겹으로 쌓은 잿빛집에 갇히는 사람들은 참말로 ‘사람’이 맞을까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 어떤 숨결인 줄 잊거나 잃은 채 헤매는 쳇바퀴로 떠도는 슬프며 가엾은 빛은 아닐까요?


ㅅㄴㄹ

#TheBearThatWasnt #FrankTash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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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3.15.

숨은책 643


《두만강 물고기》

 김리태 글

 농업출판사

 1990.11.30.



  책집으로 찾아가서 책을 사는 분이 있고, 집에서 셈틀이나 손전화로 책을 시키는 분이 있습니다. 마을책집이 꾸준히 늘고, 누리책집이 확 늘었는데, 우리나라 누리책집은 헌책집이 일찌감치 첫발을 떼었습니다. 서울 〈신고서점〉이 1997년에 ‘누리헌책집’을 열 즈음 “누가 책을 인터넷으로 사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사지?” 하는 핀잔이 꽤 많았는데, 이제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책을 사니 새롭다!” 하고 놀라는 분이 많습니다. 한창 누리헌책집이 늘던 2000년대 첫머리에 중국 연변에서 〈아라리안〉이 열었어요. 이곳은 연변책하고 북녘책을 팔았지요. 그야말로 남북녘이 어깨동무하는 길로 달라지려나 하고 반가웠습니다. 다만 이곳은 책집살림을 오래 잇지 못하고 닫았습니다. 책값이 엄두가 안 나서 사지 못하더라도 북녘책 겉그림을 구경할 수 있기에 날마다 드나들던 일이 새삼스럽습니다. 《두만강 물고기》는 북녘에서 헤엄이를 살피는 분이 엮어내고서 중국에 있는 벗한테 건네었습니다. “中國科學院 動物硏究所 張玉珍 同志 1991.9.9.”이란 손자국이 깃들어요. 남녘도 연변도 책숲(도서관)에서 버리는 책은 늘 나옵니다. 헌책집이 있어 버림치를 건사해서 새길을 이으니 책빛은 고이 흐를 수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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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3.15.

숨은책 642


《나는 곰이란 말이에요》

 프랭크 타슐린 글·그림

 김대웅 옮김

 한벗

 1982.12.5.



  요즈음은 어린이책이나 그림책만 펴내는 곳이 늘었습니다만, 2000년으로 접어들 무렵까지 어린이책이나 그림책만 펴내는 곳은 드물었어요. 푸른책만 내는 곳은 더욱 드물고요. 이제 어린이·푸름이한테 아름다이 읽힐 책을 펴낸다고도 할 테고, 어른책은 장사가 안 되어 어린이책·푸른책으로 넘어왔다고도 할 만합니다. 1980년에 피비린내가 훑으며 온나라가 얼어붙은 무렵, 나라지기는 프로야구·프로축구·프로씨름을 내세우며 책마을을 조금 풀어주었습니다. 이때 이웃나라 삶책(인문책)을 옮긴 곳이 아주 많아요. 이즈음 어린이책에 눈길을 둔 곳은 매우 적은데, 이 가운데 ‘한벗’이 있고, ‘쉘 실버스타인’ 책을 우리말로 쉽게 옮겼으며 《나는 곰이란 말이에요》를 내놓았습니다. 1946년에 처음 나온 이 그림책은, 그즈음 확확 무너지는 숲과 무시무시하게 늘어나는 서울(도시)을 맞대었어요. 우리 이웃이 누구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넌지시 물으며, 우리는 오늘 어디에서 어떤 숨빛인가를 조용히 들려줍니다. 1982년에는 알아보는 사람이 적었고 2007년에 새로 알아본 사람이 있어 《곰이라고요, 곰!》(계수나무 펴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ㅅㄴㄹ

#TheBearThatWasnt #FrankTash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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