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


《하늘에서 돌이 쿵!》

 존 클라센 글·그림/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 2021.9.5.



맑게 트인 하늘을 본다. 찌푸렸던 어제는 빨래를 안 했으니 오늘 신나게 빨래를 한다. 큰아이하고 서울·인천·일산·서울을 빙그레 돌고서 고흥에 돌아오고서 하루 잘 쉬었으니, 빨래도 하고, 뒤꼍에서 어린 후박나무 둘을 옮겨심는다. 사람이 씨앗을 심어도 잘 자랄 테지만, 새가 열매를 먹고서 눈 똥으로 묻은 씨앗일 적에 참으로 잘 자란다. 새는 어쩜 이렇게 나무심기를 잘 할까? 사람은 새한테서 숲살림을 배우고, 노래하기를 배우고, 집짓기를 배우고, 짝짓기를 배우고, 하루를 누리는 즐거운 길을 배울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하늘에서 돌이 쿵!》을 작은아이가 좋아한다. 여러모로 돌아볼 대목이 있고, 빗대는 생각이나 이야기가 너르다. 돌이 쿵 떨어지기에 쳐다보거나 느끼는 사람이 있고, 돌이 떨어지거나 말거나 아랑곳않는 사람이 있다. 돌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고, 돌을 치우려는 사람이 있다. 돌이 무엇을 하든 스스로 하루를 아름답고 사랑스레 그리면서 둘레를 가꾸는 사람이 있고, 그냥그냥 쳇바퀴에 갇히거나 톱니바퀴가 되어 헤매는 사람이 있다. 옮긴 자리에서 어린 후박나무가 튼튼히 마음껏 뿌리를 내리기를 빈다. 살살 북돋우고 토닥인다. 옮겨심었기에 더 자주 들여다보면서 쓰다듬어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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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1.


《갈등 해결 수업》

 정주진 글, 철수와영희, 2021.10.29.



밤에 비가 가볍게 뿌렸다. 가문 땅을 적시지는 못하지만, 겉흙은 촉촉해 보인다. 이마저 낮이 되니 다 마른다. 죽음거름을 잔뜩 뿌리고 비닐을 씌우는 이웃집 밭은 ‘흙빛’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만큼 허여멀겋다. 우리 집 뒤꼍이나 옆마당 흙은 까무잡잡하다. 비가 안 오고 가물어도 까무잡잡한 우리 집 흙하고, 비가 와도 이내 허여멀겋게 드러나는 이웃집 밭흙은 확 다르다. 숲에 거름을 주는 사람은 없다. 가랑잎이며 숲짐승 똥오줌이며 풀벌레 주검이 모두 거름이다. 숲흙은 오래 가물어도 까무잡잡하다. 우리가 이 얼거리를 앞으로도 안 읽고 ‘죽음거름(화학비료)·죽음물(농약)·비닐·틀(농기계)’에 얽매인 길로 간다면 ‘농업’은 하겠으나 ‘흙살림’하고는 동떨어질밖에 없다. 《갈등 해결 수업》은 줄거리가 알차다. 이런 이야기를 배움터에서 펴고 듣고 배울 수 있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그런데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본다. ‘꼬인 실타래 풀기(갈등 해결)’를 하는 일은 ‘안 나쁘지’만, 정작 우리가 제대로 마음을 기울일 대목은 ‘스스로 슬기롭게 사랑하는 살림을 가꾸고 지으면서 나누는 삶’이리라 본다. 다투니까 다툼을 풀기도 해야겠는데, 처음부터 사랑이 없는 마음밭에서는 다툼만 불거지지 않을까? 사랑부터 나눠야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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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곁노래/숲노래 말빛 2022.3.16.

곁말 37 한물결



  일본 도쿄 간다에는 책골목이 있습니다. 이 책골목 한복판에서 한글책을 일본사람한테 잇는 책집 〈책거리〉가 있고, 이 책집을 꾸리는 분은 한겨레 글꽃을 일본글로 옮겨서 펴냅니다. 일본글로 옮긴 책을 읽어도 될 텐데, ‘그 나라 글빛뿐 아니라 삶빛을 제대로 알자면 그 나라 말글로 읽어야 한다’고 여기면서 한글을 익혀 한글책으로 새삼스레 읽는 분이 많답니다. ‘韓流’로 적는 ‘한류’는 으레 연속극과 몇몇 꽃님(연예인) 얼굴로 헤아리기 일쑤이지만, 서로 마음으로 사귀고 속뜻으로 만나려는 사람들은 조용히 물결을 일으키면서 두 나라를 이어왔다고 느낍니다. ‘한글’에서 ‘한’은 한자가 아닙니다. ‘韓國’처럼 한자로 옮기지만, 정작 우리나라 이름에서 ‘한’은 오롯이 우리말입니다.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물줄기는 ‘한가람’일 뿐입니다. ‘한·하’는 ‘하늘·하나·하다(많다·움직임·짓다)’로 말뿌리를 잇습니다. 우리는 ‘한겨레·한나라·한누리·한뉘’이고, 옛날부터 ‘배달(박달·밝은달·밝은땅)’이란 이름을 썼어요. 이웃나라에서 우리나라 이야기꽃을 반기면서 누리려 한다면 ‘한물결·한너울’이 일어나고 ‘한바람·한바다’를 이룬다고 느껴요. 가만히 깊어가고, 찬찬히 넓히면서, 서로 한마음입니다.


한물결·한바람·한바다·한너울 (한 + 물결·바람·바다·너울) : 한겨레 사람들이 지은 이야기를 이웃나라에서 매우 반기면서 사랑하는 흐름·모습·일. 한겨레 사람들이 지은 이야기가 이웃나라에서 크게 물결치고, 큰바람으로 휩쓸고, 너른바다처럼 덮고, 너울처럼 휘몰아치는 흐름·모습·일을 가리킨다. (← 한류韓流)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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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77 고치기보다



  얼핏 보면 제가 숱한 글을 ‘고치는’ 듯합니다. 그러나 저는 ‘글고치기’를 안 합니다. “글에 생각을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고 살피기”를 합니다. 아무 낱말이나 그냥 안 쓰고, 벼슬꾼(권력자)·나라(정부)·붓바치(지식인)가 눈속임으로 퍼뜨리는 말씨를 섣불리 따르지 않고서, 우리가 저마다 삶자리에서 스스로 즐거우며 슬기롭게 살리거나 북돋우거나 지어서 생각을 가꾸는 징검돌이 될 말씨를 돌아보려 합니다. ‘바깥말(외국어/외래어)’을 우리말로 고치는 일은 만만하지 않아요. 그야말로 꾸준히 오래 익혀야 할 만합니다. 이런 말배우기와 글쓰기는 스스로 생각을 모조리 뜯어고쳐서 숲빛이 되고 싶을 적에 하고, 어린이다운 눈빛으로 온누리를 사랑하려 할 적에 하지요. 수수한 이웃님이 하실 만한 말배우기와 글쓰기라면, “얄궂은 바깥말을 우리말로 고치기”보다, “스스로 살림자리에서 즐겁게 새말을 지어서 쓰기”라고 할 만해요. “쉬운 우리말로 고치기”보다는 “스스로 가꾸는 삶에서 피어나는 말로 생각을 새로 짓기”가 더없이 즐겁고 빛난다고 느껴요. 우리는 모두 하늘빛이니 하늘을 노래하면 됩니다. 우리는 모두 꽃내음이니 꽃을 이야기하면 돼요. 우리는 모두 다 다른 사랑이니, 사랑스레 말하고 글쓰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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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93 같으며 다른



  갈수록 예전에 산 책을 다시 사곤 합니다. 예전에 산 책은 예전에 읽은 책이니, 집에 건사한 책을 다시 들추어 읽어도 됩니다만, 굳이 같은 책을 새로 삽니다. 예전에는 주머니가 몹시 홀쪽했기에 새책을 살 밑돈이 너무 적어 헌책집을 돌면서 가장 허름한 책을 가장 값싸게 사는 길로 책읽기를 했습니다. 가난하면 책숲(도서관)에 가서 읽으면 된다고 하는 분이 많으나, 한벌읽기 아닌 열벌읽기나 거듭읽기를 하려면 책숲을 오가는 틈마저 아깝습니다. 책숲에 없는 책도 많아요. 나달나달하지만 알맹이는 얼마든지 읽을 만한 넝마라 할 책을 값싸게 사읽으면서 ‘책은 껍데기 아닌 속살을 읽는다’고 되뇌었어요. 추위에 손이 얼고 더위에 땀이 쏟아져도 ‘책은 날씨 아닌 마음으로 읽는다’고 되새겼고요. 예전에 장만해 읽은 책을 요새는 깨끗한 판으로 되사곤 하는데, 껍데기만 다르고 알맹이가 같은 두 책이라기보다 ‘마주하는 이야기가 새로운’ 둘이라고 느낍니다. ‘종이에 찍힌 글씨’를 넘어, 오늘 새롭게 보면서 가꿀 숨빛을 이 책에서 새삼스레 받아들이는구나 싶어요. 지난날에는 지난날대로 ‘종이에 찍힌 글씨에 서린 숨결과 이야기’를 만났고, 오늘은 오늘대로 새록새록 ‘숨결과 이야기’를 누리려고 ‘같으면서 다른’ 책을 쥡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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