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곡 범우문고 108
홍난파 / 범우사 / 1993년 3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2022.3.24.

읽었습니다 82



  가락틀(악기) 하나에 온마음을 바친 진창현 님이 있습니다. 이분 이야기를 다룬 책이며 만화에 영화까지 찾아서 보는데 “울밑 봉숭아” 노래가 으레 감돌아요. 우리나라에 홍난파라는 분이 있었다고 새삼스레 떠올리다가 이분 글을 단출히 갈무리한 《월광곡》이 있기에 장만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제가 1930년이나 1950년 무렵에 태어나서 살던 사람이라면 《월광곡》을 재미나게 읽었으려나 하고 어림해 보는데, 얼추 1970년 무렵에까지 읽힐 글이었을는지 모르나 2020년을 넘어선 즈음에는 더 읽히기 어렵겠네 싶어요. 노래는 어떻게 우리 마음을 적실까요? 노래는 누가 어떻게 짓는 가락꽃일까요? 사람이 머리로 짓거나 엮는 가락꽃이 있을 테지만, 온누리를 감싸는 온갖 가락꽃을 헤아리면, 빗물이 바람이 햇살이 바다가 냇물이 풀꽃이 나무가 나비가 벌이 새가 개구리가 풀벌레가 문득문득 고즈넉하면서 우렁차게 베풀곤 합니다. 아이가 숲에서 배우는 가락꽃일 적에 오래오래 가는구나 싶어요.


《월광곡》(홍난파 글, 범우사, 1993.3.3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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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유령, 용기가 필요해!
나카야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숲노래 그림책 2022.3.24.

읽었습니다 117



  숱한 사람들은 ‘용기’ 같은 한자말은 아무렇지 않게 쓰지만, 저는 이 낱말을 혀에 얹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린 혀짤배기는 ‘용기’ 같은 낱말도 혀를 굴려 소리를 내기 까다로웠습니다. “어쩜 너는 이런 말도 소리를 못 내니? 다시 소리를 내 봐?” 하고 물으면 얼굴만 붉힙니다. 안 되거나 못 하는 사람을 닦달하면 안 되거나 못 하는 사람은 더 고단합니다. 《깡통유령, 용기가 필요해!》는 아이한테도 부드러이 길동무일 텐데, 수줍거나 쑥스러우며 스스로 감추며 살아온 어른한테도 상냥한 길벗이지 싶습니다. 한자말이라서 ‘용기’를 안 쓸 생각은 없어요. ‘씩씩하다’나 ‘야무지다’나 ‘단단하다’처럼 쉽게 소리를 낼 만한 낱말이 상냥한 우리말이더군요. 소리내기 벅찬 ‘필요’ 같은 한자말도 치우고서 “용기가 필요해”라면 “씩씩하고 싶어”나 “야무지고 싶어”나 “단단하게 살래”처럼 고쳐서 말하며 살아왔습니다. 어른이라면 아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지켜보기를 바랍니다.


《깡통유령, 용기가 필요해!》(나카야 미와 글·그림/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2006.2.1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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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2.3.23.

나는 말꽃이다 79 새말



  말꽃지음이라는 길을 걷기로 한 스무 살 무렵에도, 그 뒤 곱빼기로 삶길을 걸은 마흔 살 무렵에도, 차근차근 예순 살로 나아가는 한복판에도, 으레 “굳이 까닭을 찾자면 모두 사랑입니다.” 같은 말을 합니다. “왜 쓰느냐?”나 “왜 읽느냐?”나 “왜 짓느냐?”나 “왜 사느냐?”나 “왜 시골이나 숲이냐?”처럼 묻는 모든 말에 “모두 사랑이거든요.” 하고 대꾸합니다. “어떻게 다 손수 하려고 드느냐?”고 묻는 말에는 “손발로 스스로 하고 보면, 스스로 삶을 깨우쳐, 사랑을 펼 수 있어요.” 하고 보탭니다. 이러고서 “책은 안 읽어도 즐거워요. 책을 온몸으로 온삶에서 길어올리면 누구나 스스로 새말(사투리)을 짓거든요.” 하고 속삭입니다. 우리는 책이나 말꽃(사전)으로 말을 배우지 않습니다. 언제나 스스로 짓는 온삶으로 말을 배우면서 저마다 쓸 새말을 손수 짓게 마련입니다. 새말은 멋스러이 짓지 않습니다. 옛말은 멋스러이 흘러오지 않았습니다. 새말은 새롭게 가꾸려는 온삶이 깃드는 말이요, 옛말은 예부터 슬기로이 흘러온 온삶이 서리는 말입니다. 아이가 어버이 곁에서 듣는 말은 늘 ‘새말’입니다. ‘새하루’이자 ‘새삶’이자 ‘새사랑’이거든요. 그래서 ‘사투리 = 새말 = 삶말 = 사랑’이라고 갈무리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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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2022.3.23.

오늘말. 진흙싸움


어린이를 지나 푸름이로 접어들기 앞서부터 새뜸(신문)은 늘 보았어요. 아버지 심부름으로 새뜸을 사다가 나르기도 했고, 이웃집 아주머니가 곁일로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를 하시면서 우리 어머니도 이 일을 같이 하시느라 저도 얼결에 어린이일 적부터 새뜸을 나르면서 새벽하고 낮마다 새뜸에 실린 글을 읽었어요. 예전에 새뜸은 온통 한자밭이었어요. 한자를 모르면 못 읽으니 이웃집 아주머니는 새뜸나름이로 일하면서도 뭔 소리가 담긴 줄 하나도 모르셨지요. 오늘날 새뜸은 거의 한글로 적으나 ‘어렵고 낡은 일본 한자말에 영어’가 가득해 아예 못 읽는 사람이 많아요. 한자말을 안 써야 할 까닭은 없으나, 이웃이나 어린이가 못 읽을 한자말이라면 떨칠 노릇이지 싶어요. 사람 사이에 금을 긋는 딱딱한 말씨는 쳐내고, 울타리를 세우는 말결은 씻으면서, 사랑으로 어깨동무할 말을 살려야 부끄러운 허물을 벗겠지요. 나라가 추레하다면 우리말부터 먼지덩이요, 글이며 책이 매캐하고 더럽다는 뜻이에요. 진흙싸움 아닌 진흙놀이로 거듭나고, 먼지더미 아닌 빛잔치로 가야지 싶어요. 먼지를 치우고 사랑을 펴면서 더럼판을 쓸어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없애다·지우다·치우다·털다·걷다·씻다·내려놓다·박살·떨치다·떨구다·쓸다·자르다·잘라내다·치다·쳐내다·잠재우다·재우다·빻다·뭉개다·짓뭉개다·에끼다·끝내다·끝장내다·나가떨어지다·떨려나가다 ← 소거(消去)


먼지·먼지띠·먼지더미·먼지덩이·먼지덩어리·먼지안개·먼지구름·안개먼지·티끌·뿌옇다·매캐하다 ← 스모그(smog), 연무(煙霧), 미세먼지(微細-)


진흙싸움·질흙싸움·더럽다·지저분하다·추레하다·물어뜯다·할퀴다·더럼판·지저분판·마구잡이·마구하다·막하다·꼴사납다·볼썽사납다·부끄럽다·창피하다 ← 이전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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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그르다



넌 말하지

내가 그르고 글러먹고

또 내가 틀리고 틀려먹고

다시 내가 어긋났다고


난 대꾸하지

너도 맞고 나도 맞고

너도 옳고 나도 옳고

우린 바라보는 길이 다를 뿐


네가 틀릴 수 있고

나도 그르칠 수 있어

그렇지만

너도 나도 사랑인 사람이야


왼날개만으로 못 날고

오른발만으로 못 달려

두 날개로 홀가분히 날고

두 발로 신나게 춤추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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