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98 책집지기



  ‘배운’ 사람은 읽지 않습니다. ‘배운’ 사람이 아닌, ‘배우려는’ 사람이 읽습니다. ‘배우려는’ 사람이 쓰고, ‘배우려는’ 사람이 책집지기라는 살림을 펴며, ‘배우려는’ 사람이 책수다를 나누면서 도란도란 생각날개를 폅니다. ‘배운’ 사람은 가르치려 합니다. ‘배우려는’ 사람은 하나씩 바라보면서 마음에 심을 생각을 즐겁게 맞아들입니다. ‘배운’ 사람은 이미 몸이며 마음에 틀을 굳게 올린 터라, 새길(생각)을 좀처럼 안 맞아들일 뿐 아니라, 내치거나 손사래치기까지 합니다. 배웠고 알았다지만 새삼스레 배우려는 마음을 일으키기에 책읽기에 책쓰기를 하고, 책집이나 책숲을 열겠노라 꿈을 지핍니다. 배웠고 알았으니 ‘끝났다’고 여기기에 책을 겉치레로 보고 글을 겉꾸밈으로 쓰려고 합니다. “배운 사람은 나쁘다”고 할 수 없어요. “배운 사람은 쉽게 고이네” 싶습니다. “배우려는 사람은 흐르는 물줄기 같다”고 할 만하며, 즐겁게 노래하듯 흐르는 냇물·빗물 같으니, 스스로 생각이 샘솟아 어깨를 활짝 펴며 걷거나 달려요. 마을에 조촐히 책집을 여는 이웃·동무란 눈·생각·마음을 틔워서 사랑을 짓는 길을 가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저는 책집지기 곁으로 마실을 하며 눈망울을 별빛처럼 틔우고 싶습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말빛/숲노래 곁말 2022.3.24.

곁말 40 우리말꽃



  ‘우리’를 소리내기 참 힘들었습니다. 혀짤배기에 말더듬이인 몸을 어떻게 다스리거나 돌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어른이나 동무도 없는 터라, 말을 않거나 짧게 끊기 일쑤였습니다. 소리내기 힘든 말은 안 하려 했습니다. 열여덟 살로 접어들 즈음 우리 아버지는 새집으로 옮겼고, 여태 어울리던 동무랑 이웃하고 모두 먼 낯선 데에서 푸른배움터를 다녀야 했는데, 논밭하고 동산을 밀어내어 잿빛집(아파트)만 한창 올려세우려는 그곳은 스산하고 길에 사람이 없다시피 했어요. 이때부터 혼자 한나절씩 걸으며 목청껏 소리내기를 했어요. 꼬이거나 씹히는 말소리를 천천히 외치며 또박또박 말하려 했어요. 스무 살부터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며 새벽에 큰소리로 노래하며 말소리를 가다듬었어요. 양구 멧골에서 싸울아비(군인)로 이태 남짓 지내며 혼자 멧길을 한나절을 오르내리는 나름이(전령)를 하는 길에는 숲길을 가르며 큰소리로 말결을 추슬렀어요. 서른세 살에 큰아이를 낳고서 자장노래를 날마다 끝없이 불러 주었는데, 아직 모든 소리를 따박따박 내지는 못 하나 조금은 들어줄 만하게 다듬었으려나 싶습니다. 말을 더듬어 놀림받았기에 ‘우리말꽃’을 짓는 길을 걸었나 싶습니다. 꽃노래로 나눌 말을 누구나 품기를 바라면서.


우리말꽃 (우리 + 말 + 꽃) : 우리가 쓰는 말을 차곡차곡 모아서 엮은 꾸러미. 우리나라 사람이 쓰는 말을 하나하나 돌보고 가꾸고 북돋아서 나누려는 마음으로 뜻풀이·보기글·쓰임새·결·밑뿌리를 고루 짚으면서 엮은 꾸러미. 우리가 예부터 물려주고 물려받으면서 쓴 말을 발자취와 흐름과 숨결을 고루 헤아리면서 엮은 꾸러미. 우리가 스스로 삶을 짓고 서로 사랑하면서 함께 나누고 하루하루 즐겁게 일군 말을 누구나 쉽고 즐겁고 슬기롭고 아름답고 사랑스레 쓰도록 돌아보거나 익히도록 이끄는 꾸러미. 우리 스스로 생각해서 쓰는 말을 알뜰히 담아서 엮은 꾸러미. 우리 나름대로 삶을 가꾸고 지으면서 나란히 가꾸고 지어서 쓰는 말을 알아보고 익히도록 엮은 꾸러미. (← 국어사전)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40
이유미 지음 / 철수와영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청소년책 2022.3.24.

푸른책시렁 161


《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

 이유미

 철수와영희

 2021.11.22.



  《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1)는 푸름이한테 풀밥이 어떻게 얼마나 이바지하는가 하고 들려줍니다. 이 책을 쓰신 분을 비롯해 숱한 풀밥벗은 ‘비건·프루테리언·락토 베지테리언·오보 베지테리언·페스코 베지테리언·폴로 베지테리언·플렉시테리언’ 같은 바깥말을 그대로 쓰는데, 대단히 어렵습니다. 외우기도 알아보기도 어려워요. 어린이도 쉽게 알아보도록, 또 사람마다 다른 몸에 맞게 풀밥을 헤아리도록 우리말로 새로 엮기를 바랍니다.


과일밥·과일살이·과일살림 ← 프루테리언

온풀밥·온풀살이·온풀살림 ← 비건

젖풀밥 ← 락토 베지테리언

달걀풀밥 ← 오보 베지테리언

젖달걀풀밥 ←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물빛풀밥 ← 페스코 베지테리언

조금풀밥 ← 폴로 베지테리언

두루풀밥 ← 플렉시테리언

풀밥·풀살이·풀살림·풀밥살이·풀밥살림 ← 베지테리언


  글님이 얘기하듯 ‘산 돼지’를 볼 틈이 없을 적에는 돼지가 어떤 숨빛인지를 모르게 마련입니다. 사람한테 시달리는 나무가 아닌 숲에서 씨앗 한 톨부터 싹터서 우람히 자라난 나무를 늘 곁에 두지 않는다면 나무가 어떤 숨결인지를 몰라요. 풀밥을 먹더라도 풀포기가 어디에서 어떻게 씨앗부터 자라서 우리 밥자리로 오는가를 살피지 않으면 풀빛이 어떻게 이바지하는가도 모르겠지요.


  요사이는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을 내걸면서 햇볕도 빗물도 흙도 없이 ‘잿빛(시멘트) 바닥 + 꼭짓물(수돗물) + 전기로 밝힌 불빛 + 들바람 아닌 공기청정기로 흐르는 바람’에다가 죽음거름(화학비료)을 쓰는 푸성귀가 넘칩니다. 해바람비하고 동떨어진 채 살집을 키우는 고기짐승처럼, 해바람비를 모르는 채 포동포동 키우는 ‘먹이풀’을 가게에 놓는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는 오늘 풀밥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풀’이 무엇지부터 모르는 서울살림이지는 않을까요? 흙하고 땅이 어떻게 다른지, 빗물하고 냇물하고 바닷물이 어떻게 다른지, 햇빛하고 햇볕하고 햇살이 어떻게 다른지, 낮빛하고 밤빛이 어떻게 다른지 까맣게 모르는 채 풀밥차림을 바라보지는 않나요?


  슬기롭게 사랑으로 가자면 맨발로 걷고 맨손으로 일하는 터전을 누릴 노릇입니다. 바람을 마시고, 햇볕을 쬐며, 빗물놀이를 하는 곳에서라야 참사랑이 아름다이 피어난다고 느낍니다. 글님은 “자연의 이치극 고스란히 느끼며 사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쓰면서, 누구나 시골에서 살기는 어렵다고 잘라말합니다. 그러나 참으로 이와 같다고는 여길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은 저부터 시골에서 살아가는 시골내기요, 우리 집 아이들은 시골아이입니다. 아무리 오늘날 우리나라 시골사람이 1퍼센트가 될랑 말랑 하더라도 틀림없이 시골사람은 1/100은 있습니다. 또한 ‘돈이 넉넉해서 시골로 가는 사람’이 아니라 ‘돈이 없어도 삶길을 찾아 서울을 버리고 시골을 품는 사람’은 꾸준히 늘어납니다.


  풀만 차리기에 풀밥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스스로 풀넋으로 바라보고 풀살림을 사랑하며 풀집을 누리는 오늘을 짓기에 비로소 풀밥이리라 생각합니다. 풀은 사람한테 ‘먹을거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먹을거리로만 풀을 바라보는 틀을 버리고서, 사람하고 똑같은 숨빛인 풀빛물결을 맞아들이는 어진 이웃을 기다립니다.


ㅅㄴㄹ


우리는 살아 있는 돼지를 볼 기회가 거의 없으므로 이들이 생명으로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45쪽)


아파트를 짓고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지구의 광물 덕분이고, 모든 신선한 채소와 과일 또한 땅과 햇빛, 비가 내려야 가능한 일입니다. (59쪽)


인간의 본성은 사랑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를 존재하게 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할 줄 아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123쪽)


자연의 이치를 고스란히 느끼며 이렇게 사는 것이 이상적이긴 하지마,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지요. (1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원한 이별
카이 뤼프트너 지음, 카트야 게르만 그림 / 봄나무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2.3.24.

그림책시렁 926


《영원한 이별》

 카이 뤼프트너 글

 카트아 게르만 그림

 유혜자 옮김

 봄나무

 2014.3.25.



  겨울에는 때때로 포근하게 바람이 불거나 햇볕이 내리쬐면서 꽁꽁 얼어붙은 땅을 사르르 어루만집니다. 봄에는 곧잘 차갑게 바람이 불거나 햇볕이 숨으면서 꽃송이가 웅크리고 잎이 파르르 떨어요. 새봄에 새꽃이 흐드러진 어느 날 갑작스레 찬비가 쏟아졌습니다. 꽃마다 내려앉아 춤추던 꿀벌 몇이 그만 찬바람하고 찬비에 얼어죽었습니다. 삶이란, 사랑으로 마주하면서 시나브로 태어납니다. 죽음이란, 이 몸을 내려놓고서 문득 새로 떠나가는 길입니다. 《영원한 이별》은 어느 날 문득 어버이 하나를 잃은 아이가 하루아침에 확 바뀐 삶을 어떻게 맞아들여야 하나 싶어 헤매면서도 헤매는 마음을 털어놓지 못 하는 걸음걸이를 그립니다. 삶이라면, 늘 새롭게 만나는 오늘입니다. 죽음이라면, 더는 만나지 않는 어제입니다. 이곳에 삶만 있고 죽음은 없기를 바랄 수 있을 텐데, 몸뚱이를 끝까지 붙잡아야 삶이 되지는 않습니다. 마음이 없이 얼굴만 쳐다본들 삶이나 사랑이 아니거든요. 마음이 있이 함께할 적에 삶이듯, 마음으로 하나라면 몸을 내려놓고서 떠난 분은 언제까지나 우리하고 함께 속삭이고 노래하고 춤추고 노는 줄 천천히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FurImmer #KaiLuftner #KatjaGehman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이 온다 비룡소의 그림동화 297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2022.3.24.

그림책시렁 932


《여름이 온다》

 이수지

 비룡소

 2021.7.27.



  인천·서울처럼 큰고장에서 살아갈 적에는 골목집에 깃들며 늘 숲을 그렸습니다. 물뿜개를 돌려서 퍼뜨리는 물놀이가 아닌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놀이를 그렸어요. 나무는 가만히 보거나 그늘을 누려도 좋을 테지만, 가지를 잡고서 척척 타고 올라야 그야말로 즐거우면서 나무빛을 알아가는 길이라고 느껴요. 바다에는 ‘물고기’ 아닌 ‘헤엄이’가 우리 이웃으로 물살을 가르면서 물노래를 들려주는구나 싶어요. 《여름이 온다》를 선보인 이수지 님은 2022년 3월에 ‘안데르센’ 보람을 받습니다. 우리나라 그림책이 나날이 나라밖에서 빛을 받으니 대단하구나 싶으면서, 오늘날 아이들한테 우리 어른은 어떤 ‘가락·노래’에 ‘그림·꽃’을 ‘숲·사랑’으로 들려주는 ‘살림·삶’인가 하고 돌아봅니다. 저는 ‘물총도 똑같이 총’이라고 느껴서 물총을 쓸 생각이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저는 꼭짓물(수돗물) 아닌 빗물을 맨몸으로 맞이하면서 빗방울노래를 부릅니다. 언제나 아이들하고 빗물·골짝물·바닷물·샘물이랑 동무하면서 같이 빨래하고 밥을 지으며 수다를 떨어요. 다들 서울(도시)에서 산다지만, 숲 없이 버틸 삶터는 없어요. 노래는 ‘가락숲’입니다.


* 덧말 : 첫머리에 적은 ‘엄마께’는 ‘틀린말’이다. 한집을 이루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언니나 누나나 오빠한테는 ‘-한테’를 붙일 뿐, ‘-께’를 안 붙인다.


내가 어릴 적, 항상 음악을 켜 두신 엄마께

→ 내가 어릴 적, 늘 노래를 켜 두신 엄마한테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