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심장 -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마르 베네가스 지음, 하셀 카이아노 그림, 정원정.박서영(무루) 옮김 / 오후의소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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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3.26.

그림책시렁 937


《새의 심장》

 마르 베네가스 글

 하셀 카이아노 그림

 정원정·박서영 옮김

 오후의소묘

 2021.8.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한 줌조차 안 되는 나날인데, 숲이나 들이나 바다나 멧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훨씬 드뭅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으레 어린이집에 맡길 생각을 하기 일쑤요, 이다음에는 어린배움터를 거쳐 푸른배움터를 지나 열린배움터로 가야 한다고 여깁니다. 사랑으로 낳은 아이를 사랑으로 지은 보금자리가 아닌, 치고받으며 겨루는 바깥싸움터(사회)로 내보내려고 합니다. ‘새가슴’을 들려주는 《새의 심장》입니다. 흔히 ‘새가슴’은 복장뼈가 불거진 모습을 가리키는데, 무서워하거나 걱정하는 여린 사람을 빗대는 자리에 곧잘 써요. 더 헤아린다면, ‘새가슴’이란 새처럼 하늘을 날며 바람처럼 노래하는 숨결을 가리키는 자리에 쓸 만합니다. 새를 빗댈 적에 쉽게 놀라서 달아나는 모습으로만 바라볼 수 없어요. 언제나 노래하고 바람을 가벼이 타면서 온누리를 맑게 어루만지는 숨빛으로 바라볼 만합니다.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하나같이 새나 풀벌레나 개구리한테서 배우고, 비나 바람이나 냇물이나 바다한테서 배웁니다. 우리는 새가슴으로서, 새마음으로서, 새눈으로서, 새빛으로서, 새사랑으로서, 스스로 노래하는 고운님으로 날아오를 만해요. ‘시’를 안 써도 됩니다. ‘노래’를 부르고 쓰고 나누면 넉넉합니다.


ㅅㄴㄹ

#MarBenegas #RachelCaiano


어린이한테 읽힐 책이라면

“새의 심장”이 아닌

적어도 “새 마음”쯤으로는

이름을 붙여야

어울릴 테고

줄거리를 헤아린다면

“새 노래”라 할 적에

더없이 어울리겠구나 싶다.

살짝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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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3.24. 벌까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바깥일을 볼 적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쉬잖고 움직입니다. 길손집에 깃들어 비로소 물을 마음껏 마시면 온몸이 녹듯이 흐무러지고, 이내 꿈나라로 나아가요. 시골집에서는 한나절 일하고 숨돌리고, 또 한나절 일하고 숨돌리고, 다시 한나절 일하고 숨돌리지만, 바깥에서는 내내 일하다가 마지막에 쉽니다.


  곰곰이 보면 모든 서울살이는 새벽바람으로 집을 나서서, 별이 돋는 저녁이나 밤에 겨우 돌아오는 얼개예요. 서울에서 살아가는 이웃님은 지칠밖에 없고, 둘레를 쳐다볼 겨를이 없고, 풀꽃나무한테 마음을 기울일 짬이 없고, 밤에 별빛을 그릴 생각이 없을밖에 없어요.


  틀림없이 서울은 일자리가 많고, 서울살이를 하며 글을 쓰거나 책을 내면 벌이가 쏠쏠합니다. 다른 일도 매한가지예요. 그러나 서울살이를 하며 글을 쓴다면 풀내음도 꽃내음도 나무내음이 없더군요. 서울이웃이 쓰는 글에는 풀노래도 꽃노래도 나무노래도 찾아보기 어려워요.


  우체국에 부칠 글하고 책을 꾸려서 작은아이하고 다녀오니 기운이 쪽 빠지지만, 저녁까지 차려내고서 드러누워요. 새벽에 비로소 잠을 깨어 마음을 추스르고, 우리 집 둘레로 찾아들며 노래하는 멧새를 그리면서 일손을 가다듬습니다. 바야흐로 ‘넉줄꽃’을 추스릅니다.


  넉줄꽃이란 ‘사행시’입니다. ‘삼행시·사행시’처럼 그냥 써도 되지만, 아이들하고 삶을 노래하고 싶기에 ‘석줄꽃·넉줄꽃’을 써요. 몇 해 동안 쓴 넉줄꽃을 갈무리합니다. 이웃님이 제 책을 장만하실 적에 적어 주는 글인데, 다 다른 이웃님한테 다 다르게 적어 주었어요. 참 신나게도 썼구나 하고 돌아보면서 추스르는데, 글꾸러미에 옮겨적은 넉줄꽃은 이웃님한테뿐 아니라 저한테도 새록새록 꽃빛으로 환하구나 싶어요.


사랑으로 연 마음

마음으로 연 하루

하루로 연 기쁜 노래

노래로 연 고운 꽃밭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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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3.25.

숨은책 645


《鄕土仁川의 案內》

 유희강 엮음

 광명사

 1959.12.20.



  1995∼2004년을 서울에서 살았는데, 다른 고장 이웃님이 찾아와서 “서울 구경 좀 시켜 줘” 하면 으레 서울 골목길을 걸어서 헌책집으로 이끌었습니다. “뭐야? 이곳이 서울에서 가장 멋진 곳이야?” “네, 서울에서 숨은 빛(보석)이 이 작은 헌책집입니다. 서울 속내를 환히 읽어낼 수 있어요.” 인천으로 삶터를 옮긴 2007∼2010년에도 똑같이 인천 골목길을 한나절 걷고서 헌책집으로 이끌었지요. “송도나 인천대교 같은 데는 안 가?” “그럼요. 껍데기 아닌 알맹이를 보고 느껴야 이 고장을 일구는 사람들 숨결을 만나거든요.” 고흥으로 옮긴 2011년부터는 우리 마을 어귀 ‘빨래터’부터 보여주었으나 마을빨래터는 2022년에 망가졌습니다. 《鄕土仁川의 案內》를 서울 어느 헌책집에서 목돈을 들여 장만했습니다. ‘인천 인현동 9번지’에서 펴내었고 “古跡·名勝·天然紀念物 附 傳說”을 붙인 얇은 책에는 ‘인천공설운동장’ 모습을 석 칸으로 찍어서 붙여요. 숭의1동·도원동 옛 골목집을 한눈으로 바라보며, 이 낮고 작은 살림집이야말로 아름빛이라고 느낍니다.


더욱이 이것이 博物館事業에 從事하는 동안에 거두어진 微細한 一部의 收錄이라 하겠으니 仁川博物館 創設로 부터 十年間 慘擔經營해온 前館長 李慶成氏의 調査 舊稿大部分을 이小冊字에 담기게됨을 다시금 滿足하며 謝意를 表한다. (엮은이/79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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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3.25.

숨은책 646


《개나리도 꽃, 사쿠라도 꽃》

 사기사와 메구무 글

 최원호 옮김

 자유포럼

 1998.1.20.



  요즘이라면 겉에 “일본 인기 여류작가의 서울살이 180일” 같은 이름을 섣불리 안 붙일 테지만, 1998년에는 이런 이름을 박는 곳이 흔했고, 저는 그무렵 이런 한 줄이 못마땅해서 밀쳤습니다. 이러던 2004년 4월 11일, 사기사와 메구무 님은 “일본사람·조선사람으로 가르고, 순이돌이로 가르는 굴레가 사라지기를 바란다”는 글을 짤막하게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갑자기 멍해서 예전에 밀쳐둔 《개나리도 꽃, 사쿠라도 꽃》을 장만하려고 했더니 진작 판이 끊어졌습니다. 2004년 12월에 헌책집에서 겨우 한 벌 찾아내어 읽었습니다. ‘¼ 한겨레 핏줄’이 흐르는 줄 문득 알아차리고서 한말글을 익히려고 서울 연세어학당을 여섯 달 동안 다니는 동안 두 나라가 얼마나 차갑고 메마른가를 새록새록 느꼈다는 줄거리가 흐릅니다. 일본에서 나온 “ケナリも花 サクラも花”는 옅파란 바탕에 두 가지 꽃이 나란하고 군말을 안 넣습니다. 글님은 그저 ‘글님’일 뿐이고, 사는곳은 사는곳일 뿐이거든요. 모든 꽃은 참말로 꽃이요, 모든 풀은 그저 풀이며, 모든 나무는 늘 나무입니다. 그러나 차갑거나 메마른 두 나라는 ‘안 배우려는’ 사람들입니다. ‘배우려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에서든 따뜻하고 곱고 포근해요. 부디 하늘빛으로 쉬시기를.


ㅅㄴㄹ


#ケナリも花サクラも花 #鷺沢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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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80 이제부터



  여태 안 했다면 이제부터 하면 됩니다. 여태 잘못을 저질렀으면 이제부터 잘못을 씻으면 됩니다. 여태 멍청했으니 오늘부터 슬기롭겠습니다. 여태 바보스러웠으니 오늘부터 참하겠습니다. 여태 마구잡이였다면 바야흐로 곱게 거듭나면 돼요. 여태 엉망이었으면 비로소 가지런히 매만지겠어요. “사람은 고쳐쓸 수 없다”고들 으레 말하더군요. 이 말은 살을 좀 붙여 “마음을 안 고치는 사람은 고쳐쓸 수 없다”라 해야지 싶고 “마음을 고치는 사람은 고쳐쓸 수 있다”란 말을 나란히 놓아 봅니다. 엉터리인 사람은 마음을 안 고치기에 손짓도 눈빛도 몸짓도 안 고칩니다. 엉성하더라도 착하면서 아름답고 상냥하게 나아가는 사람은 마음부터 고치기에 아직 엉성하다지만 차근차근 새길을 걸어갑니다. 이제부터 한결 신나게 잇고 지으면서 꿈과 사랑을 춤노래로 즐기면 됩니다. 늘 한 가지 길이 있어요. 오늘부터 하거나 이제부터 걸으면 돼요. 지난 걸음은 잊지 말되 말끔히 털고서 즐거이 오늘부터 하고, 이제부터 걸어갈 하루씨앗을 그려요. 하루를 아름다이 노래하려는 마음을 모아 이야기를 짓는다고 생각해요. 새롭게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을 푸르게 누리는 나날이기를 바라기에 달라지거나 바뀌거나 거듭나서 시나브로 피어난다고 느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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