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4.6.

오늘말. 마음꽃


곁님이 무엇을 바라면 언제나 곧장 찾아보려 하는데, 좀처럼 길을 못 찾아서 여러 해가 지나도록 풀지 못하는 일이 있으나, 아주 쉽게 일찍 풀어내는 일이 있습니다. 곁님은 꿈을 그리고서 기다리고, 저도 나란히 꿈꾸고서 생각에 잠겨요. 무엇을 꼭 해내겠다고 노리거나 손꼽기보다는, 마음자리에 꽃처럼 심은 뜻을 고이 피우는 날까지 두근거리면서 바라보려 합니다. 우리 마음은 수수하게 ‘마음’이기도 하고, 마음씨나 마음결이기도 하고, 마음밭이나 마음꽃이기도 해요. 마음바다나 마음숲이나 마음들이라고 해도 어울립니다. 마음구름이나 마음비나 마음잎이라 해도 어울려요. 걱정은 나란히 안아도 걱정입니다. 사랑은 함께 맡으면 사랑이에요. 두렵다는 생각을 같이 끌어안으면 같이 두려워요. 그렇다면 끙끙거리는 속빛으로 헤매는 길을 같이 나아가기보다는, 꽤 벅차거나 참 힘겹다 하더라도 느긋이 헤아리면서 손잡고 나아가는 길을 지켜볼 적에 즐거울 만하지 싶어요. 나란히 안을 짐이기보다는, 나란히 노래할 오늘을 보려는 마음으로 간달까요. 즐겁게 빛나는 넋으로 이 삶을 상냥히 가꾸면서 하루하루 기쁘게 누리면서 걸어간다고 하겠어요.


ㅅㄴㄹ


바라다·기다리다·바라보다·보다·그리다·생각하다·노리다·손꼽다·두근거리다·설레다·엎드리다·꿈·꿈꾸다·뜻·궁금하다·절·키·눈높이 ← 기대(期待), 기대심리, 기대치


마음·넋·마음길·마음밭·마음꽃·속·속내·속빛·마음속·가슴속·뒤·뒤쪽·뒷마음·뒷넋·뒷얼·셈·생각·꿈·삶·삶결·삶빛 ← 심리(心理), 심리적


같이맡다·같이안다·같이 떠안다·같이 끌어안다·같이 짊어지다, 나란맡이, 나란맡기·나란안이·나란안기·나란짐·함께맡다·함께맡기·함께맡이·함께 떠안다·함께 끌어안다·함께 짊어지다 ← 연대보증, 연대책임, 동시책임, 공동책임, 공동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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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돌고돌아 (2022.2.17.)

― 부산 〈낭독서점 시집〉



  푸른돌이로 책집마실 첫발을 디딘 1992년 8월 28일부터 언제나 혼자서 다니며 ‘언제가 될 지 모르나 우리나라 모든 책집을 다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는커녕 짝꿍도 없이 책집마실을 다니면 책집지기님은 “젊은 사람이 책하고만 사귀고 사람하고는 안 사귀면 언제 짝을 만나 아이를 낳나?” 하고 핀잔했습니다.


  싸움터(군대)에서 살아남아 삶터(사회)로 돌아온 뒤인 1998년에는 ‘책집마실을 즐기고 싶은데 어디에 있는지 잘 몰라서 못 다니는 이웃님이 틀림없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며 ‘책집마실을 함께하면서 두 시간은 말없이 책읽기만 하고서, 뒤풀이 자리로 옮겨 막차 끊길 때까지 책수다를 떠는 모임’을 열었어요. 이때에 ‘서울 헌책집 꾸러미(목록)’를 짜면서 ‘책집 길그림’을 손으로 그려서 뿌렸고, 2006년에는 ‘온나라(전국) 헌책집 꾸러미’를 마무리해서 《헌책방에서 보낸 1년》에 실었습니다.


  서울을 비롯해 온나라 책집을 샅샅이 살펴서 꾸러미를 엮은 뒤, 한 해 동안 오로지 자전거로만 달리면서 책집마실을 했어요. 비바람이 몰아치든 눈보라에 얼어붙든 회오리바람에 사슬(체인)이 끊어져 질질 끌어야 하든 ‘충주부터 서울까지 자전거로 책집마실’을 이레마다 다니며 바람빛을 듬뿍 머금었습니다.


  우리 아이더러 숲노래 씨가 걸은 길을 디뎌 보라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왜 그렇게 살았어요?” 하고 누가 묻는다면 “삶이 뭔지 알고 싶어서요.” 하고 대꾸합니다.


  두 아이를 맞이하고서 틈틈이 함께 책집마실을 다닙니다. 두 아이는 어머니하고도 아버지하고 달라 스스로 품는 꿈이 새롭게 있어요. 아이들이 열 살을 훌쩍 넘은 뒤에도 곧잘 함께 책집마실을 다니면 더없이 든든하면서 새삼스레 홀가분합니다. 어제 부산으로 와서 바닷가에서 묵고, 오늘은 보수동으로 옵니다. “산들보라 씨 아기였을 적에 이 골목에서 기어다니며 놀았어.” “에? 생각 안 나는데?”


  노래(시)를 읊고 나누는 책집인 〈낭독서점 시집〉을 이민아 님이 진작 열었다는데 뒤늦게 알았습니다. 진작 알았으면 보수동을 오가는 길에 진작 들렀을 텐데, 이제 알았으니 이제부터 들르면 되리라 생각하고 책집 앞에 서는데, 마침 오늘은 책집지기님이 바깥일이 늦게 끝나서 닫혔습니다.


  올해에 또 부산마실을 할 날이 있겠지요. ‘노래책집(시집책집)’한테 건네려고 새벽에 쓴 노래꽃(동시)을 책집 앞에 슬그머니 놓습니다. 이다음에 이곳에서 새로 만날 책을 그리며 이제 고흥으로 돌아갈 버스를 타러 사상으로 넘어갑니다.


《책숲마실》(숲노래·최종규·사름벼리, 스토리닷,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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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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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그늘빛 (2022.2.28.)

― 서울 〈문화공간 길담〉



  곁님은 아이를 아이답게 돌보면서 ‘이 땅에서 살아갈 한 사람’으로 자라도록 우리가 어버이 노릇을 하자면 ‘큰고장(도시)에서는 안 되고, 숲으로 가야 한다’고 끝없이 얘기했습니다. ‘아이도 아이인데 곁님부터 스스로 큰고장에서는 숨막혀 죽겠다’고 날마다 얘기했어요. 더는 큰고장에서 안 되겠다고 여겨 시골로 삶터를 새로 찾아야겠다고 여기던 2010년 무렵, 저희 주머니에는 ‘빚 천만 원’ 남짓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인천 배다리에서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꾸리느라 다달이 치르는 집삯(임대료)이 빚으로 잔뜩 밀렸어요.


  그러나 밑돈이 아닌 빚을 가득 안고서 새터를 어떻게 알아보나 하고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고요히 새꿈을 그렸어요. 인천시장이 막삽질로 인천 배다리를 싹쓸이하려는 일을 맨몸으로 함께 맞선 지 네 해쯤 이르자 살림돈조차 고스란히 빚으로 쌓였는데, 2008년에 태어난 큰아이를 안고 업으면서 인천 골골샅샅 골목마실을 함께 다니며 우리 마을하고 이웃 마을 삶빛을 찰칵찰칵 담고 글로 옮겼습니다.


  인천에서는 달삯이 모여 어느새 빚 천만 원이 넘었다면, 시골에서는 빈집을 천만 원으로 장만했습니다. 저희가 걸어가는 길을 벗바리(후원자)로 지켜보던 이웃님이 덜컥 ‘시골 집값’을 뒷배(후원금)로 내주셨어요. 이즈음 《골목빛, 골목마을에 피어난 꽃》이라는 사진책 하나를 남겼습니다. 받은 사랑을 주는 사랑으로 엮는 길로 풀고 싶어서, 발바닥으로 지은 이야기를 내놓자고 생각했어요.


  서울 누하동·통인동·체부동·옥인동 골목을 큰아이랑 헤맸습니다. 이즈음에 있다는 마을책집 한 곳을 찾다가 도무지 못 만났는데, 가만 보니 닫아서 사라진 듯하더군요. 겨울 끝자락에 땀을 뻘뻘 흘리며 걷다가 바깥채(정자)가 보여 등짐하고 책짐을 내려놓고서 쉬다가 코앞에 〈문화공간 길담〉이 있는 줄 알아챕니다. 예전부터 〈길담〉으로 마실을 하고 싶었는데 날이랑 때가 안 맞더니 마침 서울골목을 한참 헤매다가 문득 만납니다. 봄햇살로 넘어서는 따스한 기운을 느끼면서 이 책을 읽고 저 책을 살피는 사이에 땀이 마릅니다. 우리말로 ‘쉼터’이자 ‘살림터’를 ‘문화공간’이라는 한자말로 나타내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을 이루는 골목집은 햇볕을 고루 나눕니다. 골목집은 혼자 햇볕을 차지하려 들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쭉쭉 뻗는 잿빛집은 혼자 해를 차지하면서 둘레에 그늘만 남겨요. 골목집 그늘은 아이들이 소꿉을 놀다가 쉬는 자리였습니다. 아침에 그늘이라면 낮에는 볕바르기에 골목밭을 일구는 터이기도 해요. 책 한 자락은 겨울에 햇빛이라면 여름에 그늘빛을 들려줍니다.


《사랑의 역사》(줄리아 크리스테바 글/김영 옮김, 민음사, 1995.1.30.)

《조선과 일본에 살다》(김시종 글/윤여일 옮김, 돌베개, 2016.4.3.)

《戰爭にチャンスを與えよ》(エドワ-ド-ルトワック 글/奧山眞司 옮김, 文藝春秋, 2017.4.20.)

《IRENAND a Panoramic Vision》(David Lyons, Chartwell Books, 200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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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6.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글/김명남 옮김, 창비, 2016.1.20.



난 우리 딸아이한테 ‘웅크리라’고 말하거나 가르친 적이 아예 없고, 우리 아들아이한테도 ‘웅크리라’고 말하거나 가르친 적이 아예 없다. ‘모두(대중)’한테 뭉뚱그려서 말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푸른별은 밑바닥부터 천천히 거듭난다. 들풀이 피어나고 나무가 자라고 숲이 되듯, 아주 천천히 피어난다. 이른바 ‘진보·좌파’라 일컫거나 내세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페미니스트’인지 생각해 보자. 순이가 손에 물을 안 묻히면 페미니스트인가? 집안일을 스스로 안 하고 ‘남(남자 노동자)’한테 맡기면 페미니스트인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나쁜책이 아니라고 느끼되, 아름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주의자’도 ‘니스트’도 될 까닭이 없다. ‘주의주장·이즘’이 아니라 ‘삶을 스스로 슬기롭게 생각하며 숲을 품는 사랑으로 오늘을 지으며 어깨동무’할 노릇이라고 본다. 우리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참사람’이 되어야 할 뿐 아닐까? ‘사랑’으로 살 노릇이고 ‘참사랑’으로 살아야 할 뿐 아닌가? ‘살림’을 할 일이요 ‘참살림’을 해야 할 뿐일 텐데? 돌이만 우글거려도 다 죽지만, 순이만 우글거려도 다 죽는다. 참빛으로 참사랑을 나누는 참살림을 바라보아야 다같이 노래하리라.


#WeShouldAllBeFeminists #ChimamandaNgoziAdic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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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3.25.


《깡통유령, 용기가 필요해!》

 나카야 미와 글·그림/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2006.2.17.



어제는 먼지띠라면 오늘은 구름이다. 구름을 보고서 마음을 놓는다. “이 무시무시한 먼지띠를 씻어 주려고 모이는구나? 반가워. 그런데 하루만 미루고서 비를 뿌리면 어떻겠니?” 구름한테 속삭인다. 구름은 내 말을 들었을까? 다른 고장에서는 비가 세차게 내린다는데 우리 마을이며 고흥에서는 빗방울이 듣지 않았지 싶다. 바람은 억수로 분다. 먹구름이 엄청 빠르게 흐른다. 앵두꽃 하나둘 피어나고 매화나무는 흰꽃비를 쏟아낸다. 뒤꼍이 아닌 마당에 서도 흰꽃비냄새가 훅 퍼진다. 《깡통유령, 용기가 필요해!》를 오랜만에 되읽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무척 어릴 적에는 하루에도 몇 벌씩 읽어 주었는데, 열다섯 열두 살에 이른 요즈음은 “아, 그 책?” 하고는 굳이 더 들여다볼 생각을 않는다. 그래, 쑥쑥 자라셨구나. 너희 숲노래 씨는 예나 이제나 그림책을 읽다가 눈물을 적시는데 말야. 우체국을 다녀온다. 등허리를 토닥이고서 저녁을 차린다. 달그락 뚝딱 그릇을 비우는 아이들한테 설거지를 맡기고 드러눕는다. 깨진 무릎이 쓰라리니 조금만 몸을 써도 온몸이 찌뿌둥하다. 무릎을 꿇고앉아서 등허리를 꼿꼿이 펴기를 즐기는 나날이었는데, 무릎이 깨져 무릎꿇기를 못 하니 이렇게 고단한 줄이야. 무릎을 살살 토닥이고 달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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