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소리 21
라가와 마리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2022.4.18.

책으로 삶읽기 738


《순백의 소리 21》

 라가와 마리모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2.1.25.



“오빠야는 어릴 적 마음 그대로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처음으로 칭찬받았을 때 기쁘잖나?” (67쪽)


“춘효는 누구를 주고 말고 하는 기 아이라. 켤 수 있다 싶거든 켜면 되제.” “그럼, 나도 켤 수 있나?” “방금 말 안 했나. 켤 수 있거든 켜라.” “할배가 봐줬으면 했는데.” (136쪽)


“두말하면 입아프제. 그건, 거지 깽깽이의 거지 같은 인생을 담은 곡이다.” (163쪽)



《순백의 소리 21》(라가와 마리모/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2)를 읽는다. 이제 얼핏 고비를 넘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나아가는 길목이로구나 싶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스스로 노래를 찾아서 삶을 이었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스스로 노래를 읽으며 삶을 지었고, 두 아들은 두 아들대로 스스로 노래를 그리며 삶을 헤맨다. 네 사람은 네 가지 삶이니, 넷이 들려주는 노래는 네 갈래이다. 한집안이라 해도 네 사람은 네 빛이다. 이웃이나 동무는 또 이웃이나 동무대로 스스로 살아가는 눈길에 따라 저마다 새롭게 흐르는 노래빛이다. 가락을 똑같이 켜기에 ‘물려받는다’고 하지 않는다. 마음을 새롭게 찾아서 여미기에 ‘물려받는다’고 한다. 똑같이 맞추는, 이른바 ‘판박이’는 물려받는 길이 아니라 없애는(박제) 굴레이다. 너랑 내가 어떻게 같을까? 나랑 네가 어떻게 똑같이 노래할까? 우리는 우리 삶을 스스로 사랑하며 노래하기에, 누가 낫지도 나쁘지도 않은 길을 가고, 서로 새롭게 배우면서 웃음으로 만난다.


ㅅㄴㄹ


#ましろのおと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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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5.


《엄마야 누나야》

 강정규 글·김종민 그림, 키위북스, 2021.10.1.



작은아이랑 일산마실을 한다. 넷이 함께 일산마실을 하려다가 두 사람은 고흥 보금자리를 지키기로 한다.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선다. 세 시부터 깨어 꼼지락뒤치락을 하던 작은아이는 드디어 서울에 닿아 내릴 즈음에 까무룩 잠든다. 진작 몸을 쉬어 주지 그랬니. 전철을 갈아타고 백석나루에서 내려 길손집부터 간다. 머스마인 작은아이를 길손집 일꾼이 ‘가시내’로 본 듯하다. 아주 어처구니없다. 이봐, 아버지하고 아들이거든? 장난이래도 함부로 나불거리지 말라고 쏘아붙이려다 말았는데, 쏘아붙여야 맞았겠다고 느낀다. 그림책 《하루거리》를 선보인 김휘훈 님을 만난다. 어린이책·그림책을 꾸준히 펴내는 곳에 셋이 함께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고, 또 우리 이야기를 편다. 도시락을 사서 길손집으로 들어온다. 저녁에 《엄마야 누나야》를 찬찬히 읽는다. 몇 해 앞서 이웃님한테서 ‘갈대빗자루’ 이야기를 들었다. “존 놈을 베려면 깊은 데로 가야 하거든. 그래서 좀 아슬해.” “갈대빗자루 매기 좀 가르쳐 주셔요.” “옛날 일이라, 이제 생각이 안 나는데. 그땐 시켜서 하느라고 다 잊었어.” 우리는 옛어른한테서 어떤 빛을 살펴서 이어받을 만할까? 오늘 우리는 무엇을 잊고 잃으며 어디로 달력는 하루일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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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6.


《계간 동시먹는 달팽이 17호》

 이묘신·황수대 엮음, 동시먹는달팽이, 2022.3.15.



느긋이 연 새벽이다. 일산에서 아이들 할머니·할아버지·이모·이모부 아무한테도 말없이 움직인다. 전철로 대화역으로 가고서 33번 버스를 타고 김포로 건너간다. 김포 마을책집을 세 곳쯤 들르고서 전주로 가자고 생각했으나 〈책방 노랑〉만 아침에 일찍 여시는 듯하네. 〈노랑〉에서 느긋이 머물다가 전철을 타고 갈아타고 또 갈아타서 강남고속버스나루로. 이제 전주로 가는데 빠른길(고속도로)에서 부릉이끼리 부딪혔는지 한참 밀린다. 전주버스나루에 내리자마자 택시로 달려 〈물결서사〉에 닿으니 17시 41분. 19분을 누리고서 길손집으로 간다. 작은아이한테 묻는다. “저녁은 뭘 드시겠어요?” “음, 피자?” 길그림을 보고서 걸어갔는데 없다. 두리번거리니 다른 피자집이 후미진 골목 안쪽에 있는 듯하다. 후미진 골목에는 젊은이 둘이 담배를 꼬나문다. 작은아이는 흠칫해 하지만, 난 아랑곳않고 이들 사이로 걸어간다. 골목안 피자집은 뜻밖에 매우 넓고 시원하다. 《계간 동시먹는 달팽이 17호》를 읽었다. 이곳에 숲노래 노래꽃을 보내자고 생각한다. 노래도 꽃도 사라지면서 겉노래하고 겉꽃(조화)이 너울대는 오늘날이라고 느낀다. 흙을 잊은 곳에서는 나무가 잊히고, 풀꽃을 잃은 곳에서는 사랑을 잃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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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4.


《시인 할머니의 거짓 않는 자연》

 황보출 글·그림, 푸른어머니학교, 2020.9.



셋이서 바깥마루에 앉아서 〈책숲 12〉을 글자루에 담는다. 두 사람 손길을 받아서 일하니 무척 수월하게 마친다. 책숲 이웃님한테 노래꽃(동시)을 미처 다 드리지 못했는데, 오늘 한 분 한 분 챙겨서 띄우려고 한다. 꾸러미가 묵직하다. 등짐을 짊어지고 자전거로 씽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간다. 마을들은 노란물결이다. 땀을 한 줄기 빼고서 집으로 돌아온 뒤, 오늘도 모과꽃을 훑는다. 땀내음은 꽃내음으로 씻어야지. 봄볕을 쬐며 모과나무 곁에 서면 꽃그늘을 받으면서 즐겁다. 《시인 할머니의 거짓 않는 자연》을 읽었다. 아이들도 재미나게 읽어 주었다.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크지도 작지도 않게, 단출하면서 곱게 나왔다. 다만 “시인 할머니”보다는 “노래 할머니”라 하면 어울리리라 본다. 할머니는 ‘시라는 문학’이 아니라 ‘노래라는 사랑’을 들려주려 하니까. 이렇게 “노래 할머니”가 곳곳에서 새롭게 빛난다. “노래 할아버지”도 틀림없이 있을 텐데, 어디 계시려나? 삶이며 숲이며 사랑으로 돌보며 수수하게 살아온 할아버지도 투박하게 글빛을 가꾸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빈다. 오늘 우리가 지으면서 물려줄 살림빛이란 바로 노래이다. 시끌벅적 보임틀(텔레비전)에 흐르는 꾸밈짓이 아닌, 삶노래 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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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4.3.


《개정판 우리말의 상상력》

 정호완 글, 지문당, 2014.1.10.



작은아이가 부른다. 마당을 내다본다. 비둘기가 동백나무 곁에 내려앉았다. 동백꽃을 톡톡 쪼다가 마당으로 내려서고, 쪼르르 걷다가 나무 곁으로 올라가고, 다시 내려와서 가볍게 걷는다. 작은아이는 슬슬 비둘기한테 다가가고, 비둘기는 눈치를 채고 천천히 비켜선다. 모과꽃송이를 훑으면 손에 배는 모과꽃내음이 짙다. 꽃송이 하나를 아이한테 건네고, 나도 가만히 혀에 얹고서 꽃내음이며 꽃꿀을 헤아린다. 낮에 읍내마실을 하는데, 읍내 한복판에 우뚝 선 높다란 잿빛집이 드리우는 시커먼 그늘이 서늘하다. 논밭을 까뒤집고서 잿빛집을 밀어붙인 벼슬아치(군수·공무원)는 이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리라. 이 고장을 사랑한다면 잿더미가 아닌 푸른숲을 바라볼 테지. 냇가 풀숲에서 자는 깜고양이를 본다. 넌 아늑히 지낼 곳을 아는구나. 《개정판 우리말의 상상력》을 읽었다. 처음 나온 판하고 사뭇 다르겠지. 그동안 새로 읽어낸 말결을 담으려 하셨을 테고. 여러모로 돌아볼 이야기를 다루는구나 싶으면서도 “우리말 생각”이나 “우리말을 생각하다”처럼 붙이지 못 한 책이름이 아쉽다. 우리말 ‘생각’이 어떻게 태어났는가를 글님 스스로 읽었다면 책이름을 이내 바꾸었겠지. 새롭게 밝혀서 가는 길을 품는 ‘생각’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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