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벌써



벌써 꽃이 지네

“섭섭하다.”

이제 꽃이 지면

“천천히 열매가 익어.”


벌써 집에 가네

“아쉽다.”

이제 집에 가서

“씻고 먹고 또 놀자.”


벌써 끝이 나네

“허전하다.”

이제 끝을 맺고

“새 이야기를 펴거든.”


벌써 별이 돋아

“눈부시구나.”

이제 밤으로 가며

“반짝반짝 꿈길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골목꽃 (2022.4.6.)

― 전주 〈물결서사〉



  인천 골목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만, 굳이 이 모습을 찰칵 담아야겠다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림으로 안 옮겨도 마음하고 몸에 오롯이 새겼거든요. 빛꽃(사진)이란 무엇인가 하고 배운 1998년에 비로소 마을책집을 담자고 생각했어요. 글이란 언제나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 이곳을 스스로 담을 적에 빛나기에, 저로서는 책하고 우리말하고 책집 이야기를 글로 담을 만했고, 빛꽃도 이와 같더군요.


  2007년 4월부터 인천 골목마을을 찰칵찰칵 담아요. 골목구경을 오는 잿빛사람(아파트 주민)은 골목빛을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구나 싶었어요. 새벽 아침 낮 저녁 밤에 따라 흐르는 빛살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흐르는 빛줄기를, 마을마다 새삼스레 어우러지는 빛결을 보려면 구경꾼 아닌 마을지기일 노릇입니다. 그런데 마을지기나 마을사람은 굳이 이녁 보금자리를 찰칵찰칵할 마음이 없어 보이더군요. 이미 마음하고 몸에 새긴 빛을 애써 다시 담을 까닭이 없다고 여기셔요.


  골목사람으로 태어나 서울내기로 한동안 살아 보았으나 다시 골목사람이 되었고, 2007∼2010년 즈음에 ‘골목빛’을 비롯해 ‘골목꽃·골목풀·골목나무’에 ‘골목고양이·골목개·골목새’에 ‘골목밭·골목숲·골목노래’에 ‘골목집·골목사람·골목벗·골목마실’ 같은 낱말을 끝없이 지었어요. 2010년에 《골목빛》이란 사진책을 내놓고서 이듬해에 인천을 훌쩍 떠나 전남 고흥 시골로 옮겼습니다. 이제는 시골사람이 되어 시골빛을 이따금 담고, 스스로 푸르게 숲으로 나아가는 오늘을 담으려고 합니다.


  아침에 일산에서 김포로 건너간 뒤 서울을 거쳐 전주까지 달립니다.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탔고, 골목을 가볍게 걸어 〈물결서사〉에 닿습니다. 달책 《전라도닷컴》에 나온 글을 읽은 지 여러 해인데 드디어 앞에 섭니다. 책집은 큰길에서 가까우나 골목안이라 호젓합니다. 가까운 곳에 잿빛집이 높지만 골목담에 나란히 선 꽃그릇에는 골목꽃이 올망졸망 올라옵니다.


  적잖은 책은 서울노래에 잿빛을 담습니다. 아니, 웬만한 책은 서울사람(도시인)한테 맞추어 태어납니다. 시골노래에 풀빛을 담은 책은 드물어요. 숲사람을 살피거나 들사람을 헤아리거나 바다사람을 그리는 책은 매우 적어요. ‘서울은 목소리’라면 ‘숲은 노래’입니다. ‘서울은 옷차림’이라면 ‘숲은 마음길’입니다.


  다 다른 집이 어깨동무를 하며 해를 나누는 골목처럼, 책도 다 다른 숨빛으로 어우러지는 다 다른 풀꽃나무이기를 바라요. 똑같은 잿빛덩이가 다닥다닥 붙으며 빼곡한 서울을 닮은 책이 아닌, 서로 새롭게 만나고 이야기하는 책으로 가려 합니다.


ㅅㄴㄹ


《할머니의 팡도르》(안나마리아 고치 글·비올레타 로페즈 그림/정원정·박서영 옮김, 오후의소묘, 2019.12.2.)

《점·선·면》(구마 겐고/송태욱 옮김, 안그라픽스, 2021.7.29.)

《감자 아이》(조영지 글·그림, 키위북스, 2022.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2022.4.19.

숨은책 594


《미 군정기의 한글 운동사》

 이응호 엮음

 성청사

 1974.1.4.



  오늘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우리말을 하고 우리글을 씁니다만, 그리 멀잖은 지난날까지 우리글을 마음껏 못 썼습니다. 더구나 2000년을 맞이할 즈음까지 ‘한자를 안 섞으면 글이 아니다!’ 하고 외치는 글어른(원로작가)이 수두룩했어요. 총칼로 억누른 일본이 물러갔어도 ‘우리말 우리글’로 책을 내거나 새뜸(신문)을 엮거나 배움책(교과서)을 엮을 생각을 터럭만큼도 안 한 글바치(지식인·문인·기자)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들은 무척 오래도록 새까맣게 한자를 드러내어 새뜸을 엮고 책을 썼지요. 열린배움터(대학교)에서 쓰는 글(논문)도 우리말·우리글로 쉽게 쓰면 안 받아주었는데, 이 흐름은 오늘날까지 그대로입니다. 《미 군정기의 한글 운동사》는 1945∼1948년 사이에 우리말을 도로 찾으려고 애쓴 사람들 땀방울하고 발자취를 갈무리하면서, 우리말을 굳이 도로 찾지 말고 ‘일본말·일본 한자말’을 마흔 해 가까이 써서 익숙하니까 그대로 쓰자고 외친 글바치 이야기까지 나란히 묶었습니다. 책이름은 “한글 운동사”이지만, “한글 투쟁사”라고 해야 옳구나 싶어요. 더구나 벼슬꾼(공무원)하고 길잡이(교사)도 으레 ‘그동안 익숙하게 쓴 일본말·일본 한자말을 왜 버리냐?’고 따졌다니, 스스로 수렁에 다시 갇힐 뻔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2022.4.19.

숨은책 661


《수도생활》

 남자수도회연합회·여자수도회연합회 엮음

 분도출판사

 1969.7.10.



  굳이 말하지 않고, 누가 물어도 잘 대꾸하지 않는데, 우리 곁님은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두고서 오랫동안 집밖에 안 나오면서 마음앓이를 깊이 했습니다. 곁님 어버이하고 곁님이 다니던 배움터 길잡이는 “그냥 대학교에 들어가면 좋겠는데!” 하면서 하소연만 했다지요. 마침종이(대학교 졸업장)가 대수인가요, 아이 삶길이 대수롭나요? 저도 푸른배움터를 그만두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꾸역꾸역 참았기에, 곁님이 아름길을 꿋꿋하게 갔다고 생각해요. 이런 곁님은 드디어 어버이 집을 뛰쳐나오기로 하고서 ‘수녀원’을 알아보았습니다. 수녀원에 들어가려니 그곳에서 ‘배우자의 기도’를 먼저 하라고 시켰다는데, 어느 날 저를 만났고, 얼결에 함께 살림을 짓기로 했습니다. 마치 ‘노랫소리(The Sound Of Music)’ 이야기랄까요. 《수도생활》은 수도원·수녀원을 알려주는 책인데, 읽다가 덮었습니다.


입회자격 : ① 합법적 부모에게서 탄생한 자 ② 유전성 질병이 없고 건강한 자 ③ 고등학교 이상 졸업한 자와 그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자 ④ 성격이 선량하고 유순한 자로서 품행이 단정하고 영세 입교한 지 3년 이상 경과한 자 ⑤ 연령은 만 18세부터 30세까지(단, 경우에 따라서는 예외도 있을 수 있다) (122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2022.4.19.

숨은책 662


《젊은 知性人들에게》

 유진오 글

 신암문화사

 1980.7.30.



  1906년에 태어나 1987년에 숨을 거둔 유진오라는 분은 1932년에 〈김강사와 T교수〉를 썼습니다. 뒷짓에 헛짓을 해대는 이를 부드러우면서 날카롭게 꾸짖는 줄거리입니다. 그러나 이녁은 스스로 쓴 글에 나오는 ‘김 강사’가 아닌 ‘T 교수’ 꼴을 보였어요. ‘조선문인보국회 발기인’에 ‘국민총력조선연맹 상무간사’에 ‘조선언론보국회 평의원’으로 드날렸어요. 일본바라기(친일부역)를 실컷 하고서는 스스로 뉘우치는 빛이 없이, 1948년에 우리나라 으뜸길(헌법)을 닦았습니다. 나중에는 ‘전두환 국정자문위원’까지 맡으며 온갖 힘자리(권력층)에 붙으며 끝까지 엉너리였습니다.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다니던 1991∼1993년에는 이런 민낯을 알려주거나 가르친 길잡이를 못 만났습니다. 나중에 혼자 이 책 저 책 찾아서 읽으며 하나하나 알아냈습니다. 힘맛은 그렇게 달콤했을까요? 돈맛이나 이름맛도 더없이 달달했을까요? 젊은날부터 힘켠에 서면서 낮은이를 억누르는 붓끝을 휘두른 분이 1980년 5월 광주가 지난 지 얼마 안 되어 《젊은 知性人들에게》를 선보입니다. 아름답지도 착하지도 깨끗하지도 빛나지도 않은 길을 걸은 늙은이가 젊은이한테 무슨 귀띔을 하려는 뜻이었을까요. 힘(권력)은 머잖아 사그라들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