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 한국일보에

편성준 씨가

“'~씨'라는 호칭이 그렇게 나쁩니까?”란 이름으로

글을 실었다고 한다.


이 글을 곰곰이 읽어 보았다.

편성준 씨뿐 아니라

글을 쓰는 숱한 사람들이

우리말 ‘씨·님’ 쓰임새를

잘 모르겠구나 싶더라.


‘님’이란 말씨는 나쁘지 않다.

‘님’은 나쁘고 

‘씨’는 좋을 수 있을까?


두 낱말은 쓰는 자리가 다를 뿐이다.

‘씨’는 또래·동무·손아랫사람한테 쓴다.

‘님’은 누구한테나 쓴다.


누구한테나 쓰는 말인 ‘님’이니

‘불특정다수’가 모이는 자리에서는

마땅히 ‘님’을 써야 어울리고

그 자리가 부드럽다.

.

.

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7.17.

말 좀 생각합시다 73 씨 님



  우리말 ‘씨’는 ‘씨앗·씨알·씨톨’하고 얽힙니다. 우리말 ‘님’은 ‘놈·남·나·임’하고 얽혀요. “아무개 씨”나 “누구 씨”처럼 쓰는 ‘씨’는 동무나 또래나 손아래인 사람을 높이려고 붙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님’은 누구한테나 서로 높이려고 붙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예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기한테 ‘아기씨’라고 깍듯이 여겼습니다. ‘아가씨’나 ‘색시’ 같은 우리말에 이 ‘씨’를 붙인 버릇이 남았습니다. 어른인 사람이 어질게 손아랫사람을 곱게 여기고 돌보고 살피려는 마음으로 붙인 말이 ‘씨’입니다. 이 ‘씨’는 ‘마음씨·말씨’에 ‘글씨·솜씨·맵시’ 같은 자리로도 퍼졌어요. 이름씨(명사)·그림씨(형용사)·움직씨(동사)·느낌씨(감타사)·토씨(조사)·어찌씨(부사)처럼, 말결을 살피는 자리에도 씁니다.


  누구나 서로 높이는 자리에 쓰는 ‘님’인데, 예부터 어른들은 마땅히 아기한테도 ‘아기님’이라 불렀어요. 곱상하게 여기는 마음을 담지요. 아이들은 ‘해님·꽃님·별님·흙님·돌님·새님·벌레님·바다님’처럼 둘레 모든 숨붙이한테 스스럼없이 ‘님’을 붙였고, 어른들은 ‘하늘님(하느님)·비님·바람님’이라 했고 ‘물님·불님·숲님’처럼 숲을 고이 섬기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이러다가 우두머리가 나타나 나라를 세우면서 그만 ‘임금님’처럼 ‘님’을 쓰도록 억누르는 틀이 퍼졌어요. 2000년에 이르도록 ‘님’은 섣불리 쓸 수 없되 아이들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퍽 홀가분히 쓰던 말씨였습니다. 그리고 1994년 무렵 차츰 퍼진 누리판(피시통신)에서 너나없이 글로 만나고 사귀며 ‘나이를 안 가리고 어울릴 적에’ 서로 부를 마땅한 말씨를 놓고 한참 실랑이가 있었으며, ‘님’으로 쓰는 길이 낫겠다는 목소리가 높았어요. 어느 분은 ‘네티즌’을 ‘누리꾼’으로 고치면 좋겠다고 했는데, 저는 ‘누리님’이 낫다고 여겼습니다.


  ‘나’하고 ‘너’는 ㅏ랑 ㅓ만 다릅니다. ‘남’하고 ‘나’도 매한가지요, ‘님’하고 ‘놈’도 다 한 끗이 벌어질 뿐입니다. 보는 자리에 따라 달리 가리키는 이름인 ‘나·너·남’이자 ‘님·놈’인 터라, 나이·이름값·힘·돈을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동무하듯 스스럼없이 높이는 ‘님’이요, 낮추는 ‘놈’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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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기억 記憶


 기억에 오래 남다 → 머리에 오래 남다 / 마음에 오래 남다

 기억을 불러일으키다 → 옛 생각을 불러일으키다 / 옛 생각을 불러일으키다

 예전의 기억이 희미하다 → 예전 생각이 흐릿하다

 기억이 없으신 모양이군요 → 생각이 안 나는 듯하군요

 머릿속에 기억되는 이름 →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

 컴퓨터에 기억된 프로그램 → 셈틀에 담은 풀그림

 오래 기억될 것이다 → 오래 간직될 것이다 / 오래 남을 것이다

 조금 흐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 조금 흐렸다고 떠오른다

 나를 기억하겠니 → 나를 떠올리겠니 / 나를 생각해 내겠니

 별걸 다 기억한다 → 온갖 걸 다 떠올린다 / 온갖 걸 다 되새긴다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 꼼꼼히 되새겼다 / 찬찬히 떠올렸다

 아직도 그를 기억하고 있다 → 아직도 그를 떠올린다 / 아직도 그를 생각한다


  ‘기억(記憶)’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을 뜻한다고 합니다. ‘떠올리다·곱새기다·곱씹다·새기다·아로새기다’나 ‘그리다·돌아보다’나 ‘생각·넋·옛넋·옛날넋·옛생각’으로 손질합니다. ‘머리’나 ‘알다·낯익다·익다·익숙하다’나 ‘남기다·남다·담다·간직하다·건사하다’로 손볼 만하고, ‘일·있다·이야기’나 ‘더듬거리다·짚다·톺다’나 ‘머금다·살아나다·되살리다·살리다’로 손봅니다. ‘되살피다·되살아나다·되씹다·되새기다·되짚다’나 ‘들어가다·들어오다’나 ‘나날·날·삶’으로 손보아도 되어요. ㅅㄴㄹ



까마귀에 대하여 기억력이 없다고 인정하게 된 것은 무슨 연고인지 모르겠고

→ 까마귀가 머리가 나쁘다고 여기는 까닭을 모르겠고

→ 까마귀가 왜 머리가 안 좋다고 여기는지 모르겠고

→ 까마귀가 뭣 때문에 머리가 나쁘다고 보는지 모르겠고

《한용운 산문선집》(한용운/정해렴 옮김, 현대실학사, 1991) 329쪽


네가 오랫동안 기억할 만한

→ 네가 오랫동안 되새길 만한

→ 네가 오랫동안 새길 만한

→ 네가 오랫동안 돌아볼 만한

→ 네가 오랫동안 곱씹을 만한

→ 네가 오랫동안 생각할 만한

《아빠가 우주를 보여준 날》(울프 스타르크·에바 에릭슨/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2) 22쪽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고 했다

→ 머리에 남는 것이 없다고 했다

→ 생각나는 것이 없다고 했다

→ 떠오르는 것이 없다고 했다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살림, 2005) 5쪽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 우리는 아직도 잊지 않는다

→ 우리는 아직도 떠올린다

→ 우리는 아직도 생각이 난다

《잃어버린 여행가방》(박완서, 실천문학사, 2005) 134쪽


그렇게 닦은 기억도 없어

→ 그렇게 닦은 생각도 없어

→ 그렇게 닦은 생각도 안 나

→ 그렇게 닦지 않았다고 떠올라

→ 그렇게 닦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 그렇게 닦았다는 생각이 없어

→ 그렇게 닦은 적이 없어

→ 그렇게 닦은 일은 떠오르지 않아

《피아노의 숲 14》(이시키 마코토/박선영 옮김, 삼양출판사, 2007) 196쪽


어디에 숨겼는지 모두 기억하기 때문이에요

→ 어디에 숨겼는지 모두 떠올리기 때문이에요

→ 어디에 숨겼는지 모두 알기 때문이에요

→ 어디에 숨겼는지 모두 알아내기 때문이에요

《잃어버린 단어를 찾아 주는 꼬마 마법사》(다니엘 시마르·쥬느비에브 꼬떼/안지은 옮김, 세상모든책, 2009) 22쪽


아무도 그 나무가 지금보다 젊은 나무였을 때를 기억하지 못했다

→ 아무도 그 나무가 요새보다 젊은 나무였을 때를 떠올리지 못했다

→ 아무도 그 나무가 요새보다 젊은 나무였을 때를 되새기지 못했다

→ 아무도 그 나무가 요새보다 젊은 나무였을 때를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이웃 이야기》(필리파 피어스/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11) 49쪽


이 로맨틱한 기억도 센티멘털한 기억이 되어 버리고 만다

→ 이 달콤한 일도 눈물젖은 일이 되어 버리고 만다

→ 이 달달한 일도 애틋한 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만다

→ 이 즐겁던 일도 슬퍼지고 만다

→ 이 사랑스런 일도 아파 버리고 만다

《도스또예프스끼 평전》(E.H.카/권영빈·김병익 옮김, 열린책들, 2011) 27쪽


나도 기억 잘 안 나

→ 나도 생각 잘 안 나

→ 나도 잘 안 떠올라

《트윈 스피카 3》(야기누마 고/김동욱 옮김, 세미콜론, 2013) 17쪽


독일점령군들을 과거지사이자 한순간의 기억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에게

→ 독일 싸울아비를 옛일이자 한때 스친 일로 돌리려는 사람들한테

→ 쳐들어온 독일을 지난일이자 살짝 스친 듯이 여기는 사람들한테

《농부로 사는 즐거움》(폴 베델/김영신 옮김, 갈라파고스, 2014) 143쪽


정말 중요한 것은 써놓지 않아도 기억할 것이고

→ 참말 큰일은 써놓지 않아도 떠올릴 테고

→ 참말 대수로우면 써놓지 않아도 되새길 테고

→ 참말 뜻있으면 써놓지 않아도 마음이 새길 테고

→ 참말 뜻깊으면 써놓지 않아도 생각해 낼 테고

《10대와 통하는 옛이야기》(정숙영·조선영, 철수와영희, 2015) 4쪽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와 나눈 대화가 아직 생생히 기억난다

→ 푸른배움터 2학년 때 벗과 나눈 말이 아직 생생히 생각난다

→ 푸른배움터 2학년 때 동무와 한 얘기가 아직 생생히 떠오른다

《우주 산책》(이정규, 이데아, 2015) 5쪽


할머니의 신통방통한 기억력을 두고 삼촌들은 틀림없이 할머니만의 글자가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 할머니는 잘 떠올리셔서 아재들은 틀림없이 할머니만 쓰는 글씨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 할머니는 꼬박꼬박 떠올리셔서 아재들은 틀림없이 할머니만 쓰는 글이 있으리라 보았다

→ 할머니는 머리가 좋아 아재들은 틀림없이 할머니만 쓰는 글이 있겠거니 여겼다

《생활이라는 생각》(이현승, 창비, 2015) 134쪽


갔던 일을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 갔던 일을 띄엄띄엄 떠올린다

→ 갔던 일을 조금조금 곱씹는다

→ 갔던 일을 얼핏설핏 되새긴다

《어른 초등학생》(마스다 미리/박정임 옮김, 이봄, 2016) 96쪽


기억의 끈에 꿰여 있는 단추들은 로라의 가족사를 상징하는 메타포입니다

→ 떠올린 끈에 꿰인 단추는 로라네 이야기를 빗댑니다

→ 옛생각 끈에 꿰인 단추는 로라네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 옛생각을 끈에 꿴 단추는 로라네 이야기를 드러냅니다

→ 옛생각을 끈에 꿴 단추는 로라네 이야기를 나타냅니다

《그림책 톡톡 내 마음에 톡톡》(정봉남, 써네스트, 2017) 340쪽


야옹야옹 울고 있던 것만은 기억이 난다

→ 야옹야옹 울던 일만은 생각이 난다

→ 야옹야옹 울던 일만은 떠오른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다케다 미호·사이토 다카시/정주혜 옮김, 담푸스, 2018) 4쪽


나에 대해 기억해 줄까

→ 나를 떠올려 줄까

→ 나를 생각해 줄까

《내 남편은 아스퍼거 2》(노나미 츠나/김우주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18) 64쪽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 아직도 생생히 떠오릅니다

→ 아직도 생생합니다

《좁아서 두근두근》(요시타케 신스케/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8) 87쪽


카로는 사자의 말을 언제나 기억했답니다

→ 카로는 사자 말을 언제나 떠올렸답니다

→ 카로는 사자가 한 말을 늘 생각했답니다

《눈구름 사자》(짐 헬모어·리처드 존스/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8) 31쪽


내 엄마의 기억을 봤단다

→ 우리 엄마 생각을 봤단다

→ 울 엄마 옛넋을 봤단다

《세상의 소리 2》(이시이 아스카/김현주 옮김, 소미미디어, 2019) 32쪽


다같이 긴자에서 봤던 가극 기억하세요?

→ 다같이 긴자에서 본 춤노래 생각나세요?

→ 다같이 긴자에서 본 판놀이 있잖아요?

《친구》(타카노 후미코/정은서 옮김, goat, 2019) 17쪽


그녀는 아직 그 케이크의 맛을 기억하고 있을까

→ 그이는 아직 그 달콤이 맛을 떠올릴까

→ 그 사람은 아직 그 달달이 맛을 알까

《당신의 사전》(김버금 글, 수오서재, 2019) 214쪽


기억 영역을 포맷하기 때문에

→ 머리를 지우기 때문에

→ 머릿속을 치우기 때문에

《고물 로봇 퐁코 1》(야테라 케이타/나민형 옮김, 소미미디어, 2020) 105쪽


외할머니가 워낙 요리를 못했으니, 그녀가 해준 음식에 대한 기억을 곱씹게 될 거라곤 미처 생각 못 했다

→ 외할머니가 워낙 밥을 못했으니, 외할머니 밥차림을 곱씹을 줄 미처 생각 못 했다

《스님과의 브런치》(반지현, 나무옆의자, 2020) 126쪽


기억해야 할 중요한 요점이 세 가지 있다

→ 세 가지를 꼭 떠올려야 한다

→ 세 가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

→ 세 가지를 꼭꼭 알아둬야 한다

《치유, 최고의 힐러는 내 안에 있다》(켈리 누넌 고어스/황근하 옮김, 샨티, 2020) 73쪽


조그만 배려가 담긴 마음의 표현들이 사실은 사랑인 것을 기억하게 해주소서

→ 조그맣게 마음을 쓴 말이 참말로 사랑인 줄 떠올리라고 해주소서

→ 가볍게 마음을 쓴 몸짓이 참으로 사랑인 줄 알라고 해주소서

《친구에게》(이해인·이규태, 샘터, 2020) 66쪽


내 기억 속의 조태일은 우람한 체격에 두주불사의 건강한 몸이었다

→ 내가 떠올리는 조태일은 우람한 덩치에 말술인 튼튼한 몸이었다

→ 내가 아는 조태일은 우람하고 술꾼인 튼튼한 몸이었다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염무웅, 창비, 2021) 21쪽


작가가 하는 일은 기억하는 것이다. 이 세상을 기억한다는 것은 창조한다는 것이다

→ 글님은 되새긴다. 이 땅을 되새기기란 새로짓기이다

→ 글바치는 돌아본다. 이 터를 돌아보면서 새로짓는다

《보이지 않는 잉크》(토니 모리슨/이다희 옮김, 바다출판사, 2021) 96쪽


손가락이 답답했던 것은 기억난다

→ 손가락이 답답했다는 생각은 난다

→ 손가락이 답답했다

《옥춘당》(고정순, 길벗어린이, 2022) 46쪽


할머니는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곳의 시간에는 관심 없는 사람 같았다

→ 할머니는 고운 옛날을 간직하려고 이곳은 안 쳐다보는 사람 같았다

→ 할머니는 애틋한 나날을 간직하고자 이곳은 잊은 사람 같았다

《옥춘당》(고정순, 길벗어린이, 2022)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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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7.17.

오늘말. 별똥


전남 고흥 도화면 작은마을 길이름(도로명주소)이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벼슬집(군청·면사무소)은 아무 말도 없습니다. 곰곰이 생각하자면 예부터 ‘감투’란 이름으로 그들 일꾼을 가리킬 만합니다. 머리에 뭘 썼기에 우쭐거리거든요. 작은 시골마을 길이름은 ‘객사거리길’이었는데 ‘동백길’로 바뀌어요. 조선 무렵에 길손채나 손님채 노릇을 하던 곳이 있었기에 ‘객사거리길’이라 붙였다는데, 뜻으로 보면 나쁠 일은 없되, 한자에 얽매인 이름이란 대목을 짚을 노릇입니다. 길에서 죽으면 길죽음이요, 쓸쓸한 죽임입니다. 이때에 ‘동티’로 가리키기도 하고 ‘벼락죽음’이나 ‘개죽음’이라고도 해요. 사람들이 나들이를 하며 누리는 데는 ‘나들칸’이면서 ‘잠터’입니다. 나그네가 머무는 집이기도 합니다. 한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한자로 말을 지을 테니 하늘을 ‘하늘’이라 말하지 못하고, 기다리거나 지켜볼 적에 ‘기다리다·지켜보다’라 말하지 않더군요. 비처럼 떨어지는 별은 별비이자 별똥비입니다. 어쩌면 별똥도 나들이를 마치고 이곳에 깃들어 쉬려는 길일 만합니다. 한밤에 글 한 줄을 쓰다가, 글자락을 여미다가 밤빛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바람·하늘 ← 대기(大氣)


기다리다·있다·참다·머무르다·머물다·보다·바라보다·구경·지키다·지켜보다·지켜서다 ← 대기(待機)


별똥·별똥별·떠돌이별·맴돌이별·별 ← 유성(流星)


밑글·바탕글·바닥글·글·글월·글자락 ← 지문(地文)


개죽음·길죽음·길에서 죽다·슬픈죽음·슬프게 죽다·쓸쓸죽음·쓸쓸히 죽다·동티·벼락죽음 ← 객사(客死)


길손집·길손채·나그네집·나들칸·나들채·마실집·마실채·손님집·손님채·자는곳·잠집·잠터·잘곳·잘자리·잘집·잘터 ← 객사(客舍)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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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7.17.

오늘말. 한글배움


제가 글을 쓰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 집 아이들은 거의 열 살 무렵에 글을 배웠으리라 생각합니다. 날마다 말글을 살피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엮는 일을 하노라니 아이들은 저절로 매우 일찍부터 글을 깨칩니다. 어버이가 바다에서 살며 늘 헤엄을 치면 아이들은 바다랑 사귑니다. 어버이가 숲을 누비며 나무랑 속삭이면 아이들은 숲이랑 놀아요. 어버이 숨결은 아이들 숨빛으로 잇고, 어버이 몸짓은 아이들 차림새로 흐릅니다. 어버이가 구름하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개미랑 떠들고, 어버이가 나비랑 말을 섞으면 아이들은 잠자리한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누구나 스스로 선 곳에서 새말을 짓습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숲을 품고서 살았기에 모든 어버이가 저마다 다른 사투리로 숲말을 지었고, 오늘날에는 어디나 서울을 닮기에 서울말(표준말)만 배워서 따라합니다. 글읽기를 어릴 적에 못 익힌 할매할배가 늘그막에 한글을 처음 배울 적에 어떤 한글을 익힐까요? 서울말인가요, 시골말인가요? 글말인가요, 삶말인가요? 한글배움뜰에서 길잡이로 일하는 분들이 글씨를 넘어 살림길과 사랑꽃을 말씨앗에 얹어서 나눌 수 있으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한글배움·한글배우기·한글배움터·한글배움뜰·한글배움마당·글읽기·읽기 ← 문해교육, 문해수업, 문해강좌


마음·바탕·밑·밑바탕·뿌리·빛·넋·얼·숨결·숨·숨빛·매무새·몸짓·차림·차림새·멋·품새·품 ← 천품(天稟)


새말·새뜸·새얘기·새이야기·감·거리·밑·밑동·얘깃감·얘깃거리·이야깃감·이야깃거리·들려주다·듣다·말·말하다·얘기하다·이야기하다·떠들다·떠들썩하다·시끄럽다·시끌벅적 ← 뉴스, 소식(消息), 새소식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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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2022.7.17.

오늘말. 겨냥


길을 걸을 적에는 앞을 봅니다. 옆이나 뒤를 쳐다보다가는 넘어지거나 부딪히겠지요. 어느 곳으로 나아가든 가는길을 살핍니다. 남을 앞세우거나 내세우기보다는 스스로 씩씩하게 갑니다. 이름나거나 훌륭한 남이 앞에서 봐주면 한결 나을는지 모르나, 낯선 곳에 서더라도 스스로 길그림을 어림하면서 차근차근 걸어요. 눈치를 안 봅니다. 꿈그림을 봅니다. 두리번거릴 일이 없습니다. 제가 지으려는 할거리를 생각합니다. 어정쩡하게 딴청을 하다가는 과녁을 놓쳐요. 갈곳을 또렷이 헤아리면서 겨냥해야지요. 무엇을 꼭 이루겠다고 노리지 않아요. 한 걸음씩 디디려는 바람입니다. 꿈을 사뿐히 얹은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서 갑니다. 숨을 쉬건 밥을 먹건 잠이 들건 언제나 우리 스스로 해요. 작거나 크거나 괴롭거나 반가운 일도 스스로 맞이합니다. 삶길이란 새롭게 맞이하는 하루입니다. 멋스러운 삶이 아니어도 되어요. 뜻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면 넉넉합니다. 곁에 다짐말 한 마디를 놓고, 꿈그릇을 새삼스레 돌아보면서, 하루 일그림을 가다듬습니다. 홀로 들길을 거닐 적에는 신나게 소리치듯 노래를 부르고 춤을 즐겨요. 모든 앞길은 꽃길입니다.


ㅅㄴㄹ


과녁·겨냥·겨누다·노리다·군침·길·꿈·뜻·디딤꿈·바람·바라다·길그림·길짜임·꽃그림·꽃빛그림·푸른그림·밑그림·새그림·앞그림·일그림·꿈그림·꿈꽃·꿈바구니·꿈주머니·꿈그릇·생각·곁다짐·다짐·곬·뜻하다·키·내걸다·걸다·내세우다·앞세우다·내다보다·보다·바라보다·쳐다보다·밝히다·소리치다·외치다·먼눈·멀리보다·앞·앞길·앞날·앞삶·가는곳·가는길·갈곳·갈길·삶길·삶꽃·삶멋·삶뜻·하다·할거리·할일 ← 목표(目標)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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