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아스라하다


어린날은 도무지 안 떠올라서 까마득하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언제나 눈앞에서 마주하듯 떠올리는 오래빛으로 삼기도 합니다. 마음이 멀다면 감감할 테고, 마음이 흐른다면 먼모습이 아닌 오늘빛이라 할 만합니다. 누구나 오늘을 살기에 어제 하거나 겪거나 보거나 듣거나 느낀 일만 해도 아득히 여길 수 있어요. 아무래도 해묵은 자취가 많기에 달래거나 손질하고픈 옛일일 수 있지요. 낡거나 묵어 창피한 자국이라 여겨 이제는 고치려 하거나 잘라내고픈 옛길일 수 있고요. 옛모습에 갇히면 새모습을 가꾸지 못합니다. 밑자리는 든든하게 다스릴 노릇이되, 뻔한 틀을 오래오래 붙들기만 한다면 고린내에 스스로 가두고 말아요. 마음을 억누르거나 삶을 짓누르는 모든 굴레는 털기로 해요. 뼈를 깎듯 애써도 되고, 하루하루 가다듬는 매무새로 피어나도 됩니다. 지난일을 잊지는 말되 자꾸 다그치지 않도록 다듬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가는 사람입니다. 뒷길로 빠지거나 옆길로 새는 삶이 아닌, 어깨를 펴고서 하늘빛을 머금는 숨길입니다. 아스라히 피어나는 아지랑이가 구름이 되어 비를 뿌리면, 이 빗물에 온몸을 맡겨 보아요.


ㅅㄴㄹ


감감하다·까마득하다·아득하다·아스라하다·어제·예·예전·옛·옛날·옛적·옛빛·옛길·옛모습·옛일·옛자취·오래되다·오랜·오래빛·지나가다·지나다·지나오다·가다·흘러가다·지난·지난길·지난날·지난때·지난일·낡다·묵다·케케묵다·해묵다·갇히다·고리다·구리다·쿠리다·멀다·먼길·먼모습·밑길·밑자국·밑자리·뻔하다·빤하다·지키다 ← 과거, 과거지사, 과거사, 과거 행적, 과거 풍경


다스리다·다독이다·달래다·추스르다·손질하다·손보다·고치다·다듬다·가다듬다·억누르다·짓누르다·깎다·털다·자르다 ← 자기검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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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762 : 햇살을 받아 따뜻해진 돌 위



무늬가 한글이어도 우리말이라 하지는 않습니다. 겉으로 읽을 때뿐 아니라, 속으로 말결을 헤아릴 적에 우리말이어야 비로소 우리말이라고 합니다. 돌이 따뜻하려면 ‘햇살’ 아닌 ‘햇볕’을 받아야 합니다. 햇볕을 듬뿍 받은 돌은 ‘따뜻하’지요. 우리말스럽게 하자면 “햇볕을 받아 따뜻해진 돌”이 아닌 “햇볕을 받아 따뜻한 돌”입니다. 우리는 돌에 앉습니다. “돌 위”에는 앉을 수 없어요. “돌 위로 날아다닐” 수는 있겠지요. ㅅㄴㄹ



햇살을 받아 따뜻해진 돌 위에 앉았습니다

→ 햇볕을 받아 따뜻한 돌에 앉았습니다

《평화는 어디에서 오나요》(구드룬 파우제방/신홍민 옮김, 웅진닷컴, 1997)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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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 생각하는 숲 4
셸 실버스타인 지음,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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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7.30.

그림책시렁 998


《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

 쉘 실버스타인

 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2001.3.1.



  시골사람이 서울로 볼일 때문에 다녀오면 곧잘 며칠 앓아눕습니다. 뼛골까지 고단하거든요. 여느 큰고장(도시)을 다녀올 적하고 서울을 거칠 적은 사뭇 달라요. 여느 큰고장은 그 고장에서 고만고만하게 삶을 노래하는 빛이 흐르는 자리가 제법 있으나, 서울에서는 틈바구니가 없어요. 조금이라도 허투루 움직이다가는 밀리고 쫓기고 떨어지고 깎이고 뒹굴어야 하는 싸움판인 서울입니다. 느슨하거나 느긋하거나 느리다가는 죄다 떨려 나가는 서울이에요. 서울에는 느림이 없습니다. 서울사람은 느림·느슨·느긋을 비롯해 너그러움·넉넉·나눔하고 멀 수밖에 없는 삶입니다. 똑똑한 이들이 서울에 모일밖에 없어요. ‘똑똑하기에 살아남을 길을 스스로 찾아내’고 ‘똑똑하기에 슬쩍 남을 밟고 차지하는 길도 알’아요. 서울이나 ‘서울을 닮은 곳’에서 돈을 벌며 살면서 ‘평화·민주·자유·평등·자연’을 외친다면 거짓이나 겉치레나 허울이나 눈가림이기 쉽습니다. 《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는 이런 줄거리를 슬기로이 들려줍니다. ‘라프카디오’는 똑똑했기에 총을 만졌고, 서울로 갔고, 숲을 잊다가 제 빛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숨결인가요?


ㅅㄴㄹ


#UncleShelbysStoryofLafcadio #TheLionWhoShotBack #ShelSilverstein #Lafcadio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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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7.28. 안 바쁩니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나눈 생각 가운데 하나는 “바쁜 일이라면 처음부터 하지 말자.”입니다. 바쁘게 때맞춰 움직이려는 길은 언제나 고되고, 고되면 생각이 멎고, 생각이 멎으면 휘둘리기 좋더군요. 곁님은 “뛰거나 달리면서 때에 맞추지 말자”고 얘기합니다. 옳습니다. 그런데 숲노래 씨는 이따금 뛰거나 달립니다. 서두르려는 뜻이 아닌, 엄청난 등짐하고 책짐을 이고 지고 안은 채 뛰거나 달리면 재미있거든요.


  둘레에서는 “힘들지 않아요? 맨몸으로 달려도 힘든데, 어떻게?” 하고 묻습니다. 숲노래 씨는 빙그레 웃으며 “힘들다고 생각하면 숨쉬기조차 힘들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코머거리로 살며 숨을 거의 못 쉬는 나날이었는데, 숨만 쉴 수 있으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는 일이랍니다. 등에 어깨에 가슴에 품은 책짐이 아마 40킬로그램이 넘을는지 몰라요. 그런데 이 무게를 따지려 들면 ‘미친짓’이고, 스스로 하고프거나 가고픈 길을 그리면서 천천히 뛰고 달리다 보면 ‘소꿉놀이’랍니다. 저는 늘 소꿉놀이를 해요.”


  올해 2022년 들어서 포항 마을책집 〈달팽이책방〉에서 5월 한 달을, 인천 마을책집 〈딴뚬꽌뚬〉에서 7월 한 달(+ 8월 살짝)을, 제주 마을책집 〈노란우산〉에서 8월 한 달을, ‘노래그림잔치(동시로 펴는 시화전)’를 엽니다. 이제 여름인데 세 곳에서 다 다른 노래꽃(동시)으로 다 다르게 펴는 노래그림잔치란 기쁘면서 놀랍습니다.


  이다음 가을(9·10·11월)에도 노래그림잔치를 새로 열 마을책집이나 책숲(도서관)을 만난다면 즐거운 일입니다. 새로 쓴 노래꽃에 우리 집 어린씨랑 푸른씨가 틈틈이 그림을 담아 주는 노래꽃판이 스물∼서른 자락이 새로 모일 즈음 새삼스레 알아보자고 생각합니다.


  고흥 보금자리숲에서 풀꽃나무랑 해바람비를 마주하는 동안, 나라 곳곳 아름다운 이웃님을 만나서 얼굴을 바라보고 말을 섞는 사이에, 늘 새 글감이 깨어납니다. 앞으로 쓸 노래꽃(동시)이 여태 쓴 노래꽃보다 훨씬 많습니다. 후끈후끈한 늦여름 뙤약볕은 시골 들녘 푸른나락을 싱그러이 보듬어 줍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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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7.29.

아무튼, 내멋대로 20 손수건


내가 손수건을 처음 챙긴 때라면 여덟 살이다.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 들어갈 적에 왼가슴에 손수건을 옷핀으로 집어 놓아야 했다. 우리 어머니가 처음으로 내 왼가슴에 손수건을 집어 주던 일이 떠오른다. 한 해 내내 이렇게 하고서 다녔으며, 두걸음(2학년)으로 들어선 뒤에는 비로소 떼었다. 배움터에서 ‘언니’가 되었으니, ‘첫걸음(1학년) 동생’들이 왼가슴에 옷핀을 잘 집지 못하면 도와주고, 이 손수건으로 콧물도 닦아 주었다. 이러고서 너덧걸음(4∼5학년)에 이르도록 손수건은 챙기기도 하고 잊기도 했는데, 열한두 살 무렵이던 어느 날, 동무가 책을 읽는 매무새가 낯설고 재미있어 한참 들여다보았다. 땀을 많이 흘리고 살짝 토실한 동무인데, 처음 책꽂이에서 오른손으로 빼내고는 왼손에 미리 챙긴 손수건에 책을 받쳐서 살살 넘기더라. “우와, 책을 저렇게 읽는 사람이 다 있네!” 하고 속으로 생각했고, 더 지켜보았다. 자리에 앉으려고 움직일 적에는 ‘손수건으로 책을 받쳐서 쥔 채 가슴에 붙여서 천천히 걷’더라. 자리에 앉은 뒤에는 왼쪽에 손수건을 놓고는 틈틈이 손을 닦는, 그러니까 손땀을 닦는 듯싶었고, 오른손 두어 손가락으로 책등 위쪽을 살며시 건드려서 가만히 밑으로 훑듯 가볍게 넘긴다. 이 아이가 책을 넘길 적에는 소리가 안난다. 더구나 책을 눌러서 펼쳐놓지 않는다. 책 가운데가 좁 씹히듯 좁아도 그대로 둔 채 읽는다. 한참 쳐다보는 눈길을 느꼈는지 동무가 문득 고개를 들고는 “어? 왜? 너도 이 책 읽고 싶어? 재미있어. 그런데 나는 아직 다 읽으려면 좀 멀었는데 어떡하지?” 하고 말한다. “아니야. 난 그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아니고, 네가 손수건을 챙겨서 땀을 닦아 주고 읽는 모습이라든지, 책종이를 소리도 안 나게 살살 넘기는 모습을 지켜보느라 그랬어. 넌 늘 손수건을 챙겨서 읽니?” “내가 땀이 많이 나잖아. 게다가 손에도 땀이 많이 나니, 늘 손수건을 챙겨. 안 그러면 책에 내 땀하고 손때가 묻잖아.” “너보다 땀이 많이 나는 아이들도 그냥 읽던걸. 유난하게 구는 셈 아냐?” “유난하다고? 그렇지만 나 혼자 읽는 책이 아니잖아. 내가 산 내 책이더라도 집에서도 이렇게 읽어. 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오래오래 깨끗하게 읽고 싶거든.” “어, 그렇구나. 그런데 책을 안 펼쳐서 그렇게 모아서 읽으면 읽기에 안 좋지 않아?” “응? 책을 눌러서 펴면 책이 다치고 구겨지잖아. 게다가 튿어질 수 있어. 책을 오래오래 읽으려면 가운데가 좀 좁더라도 고개를 움직이면서 읽으면 돼. 고개는 움직이면 그만이지만, 책을 눌러서 펼치면 책은 그날로 망가져.” “대단하다. 넌 어디에서 이런 길을 배웠어? 누가 가르쳐 줬어?” “어, 집에서 어른들이 안 가르쳐 주나? 우리 집에서는 다 그러는데?” “엥, 누가 집에서 가르쳐 주니? 책을 던지는 어른들도 많고, 냄비 받침으로도 잘만 쓰잖아?” “책을 어떻게 냄비 받침으로 쓰니? 냄비 받침은 신문종이로 써야지.” “아무튼 고마워. 너한테서 책을 쥐는 길을 배웠네. 나도 앞으로는 손수건을 챙겨서 읽어야겠다.” “그래, 너도 그렇게 해봐. 다른 아이들이 그렇게 안 하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책을 아껴서 돌보면, 책은 오래오래 가고, 무엇보다도 책이 우리들을 좋아해 주는 줄 느낄 수 있어.” “에? 설마?” “네가 책을 아끼고 돌봐주면 책이 기뻐하면서 반짝반짝 빛난다니까.” “음, 거짓말 같은데.” “나중에 너도 느낄 날이 있을 테지.” “그럴까?” “그럼.” 내가 어린배움터를 다니던 1982∼1987년에는 배움책숲(학교도서관)이 없었고, 낡은 칸에 ‘학급문고’ 비슷하게 있었고, 다 낡아빠진 책투성이였는데, 이런 데에서도 동무는 하나하나 아끼고 돌봐주었다. 이날 뒤로 ‘책쥠새’를 곰곰이 생각했고, 낮거나 높은 데에 꽂힌 책을 비롯해 빽빽하게 꽂히거나 느슨하게 놓은 책시렁마다 책을 안 다치도록 살피는 길을 스스로 하나하나 챙기는 매무새를 익혀 나갔다. 책숲(도서관)하고 책집(새책집·헌책집) 어디에서나 늘 한손에는 손수건을 쥔 차림새로 책을 만지고 살핀다. 나 혼자 읽거나 보는 책이 아니니.


ㅅㄴㄹ


‘책숲마실을 할 적마다 늘 챙기는 손수건’ 이야기를 글로 갈무리해야겠다고 여겨서 썼는데, 이럭저럭 쓰고 보니, 이 글을 나중에 동화로 바꾸어야겠구나 싶다. 책과 책집과 책숲을 아우르는 이야기로 삼으면 어울리겠구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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