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에 대하여 - 홍세화 사회비평에세이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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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9.2.

읽었습니다 177



  홍세화 님이 쓴 《미안함에 대하여》를 읽으면, 홍세화 님이 쓴 글 때문에 ‘한겨레신문을 끊은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저는 한겨레신문을 2002년 무렵에 끊었습니다. 저는 1995년하고 1998∼99년에 한겨레신문 나름이(배달부)로 일했는데, 그때에도 이 새뜸(신문)을 끊는 분이 많았습니다. 예전에는 이 새뜸이 “첫마음을 잃었다”고 여겨 끊었다면, 요새는 “입맛에 안 맞는다”고 여기는 분이 많더군요. 참말로 바르고(정의) 앞서가며(진보) 올바른(공정) 새뜸이라면 ‘3ㅅ(3S : sex·sports·screen)’을 안 다룰 노릇이나, 셋 몽땅 다룰 뿐 아니라 ‘방송편송표·주식·부동산·투자·자동차·입시·연예’까지 건드리니,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는 진작부터 바르지도 앞서가지도 올바르지도 않아요. 그나마 홍세화 님은 창피한 민낯을 글로 조금 쓰지만, 이녁 글조차 너무 어렵고 붕뜹니다. 글에 ‘3ㅅ(사랑·숲·살림)’을 담아야 안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시골을 담아야지요.


ㅅㄴㄹ


《미안함에 대하여》(홍세화 글, 한겨레출판, 2020.8.2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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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8.31. 목소리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제주마실을 다녀오는 길에 두 가지가 사라집니다. 하나는 ‘교보북로그’입니다. 교보문고는 ‘교보북로그’를 닫는다고 불쑥 알리기만 할 뿐, 사람들한테 미리 묻거나 이야기를 듣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들 멋대로입니다.


둘은 ‘네이버책 본문검색’입니다. 네이버는 ‘책’을 그동안 그저 ‘책’ 갈래로 두었는데, 이제 ‘쇼핑’에 묶습니다. ‘네이버책’이 아닌 ‘네이버쇼핑’에 곁다리로 끼는 책이 된 셈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누리집을 열지 않을 적에는 덩치 큰 이들 입맛에 휘둘리기 좋습니다. 스스로 조촐히 누리집을 꾸리는 분이 무척 많았으나 이제 거의 시들었습니다. 머잖아 ‘네이버카페·네이버블로그’도 닫을 수 있으리라 여기는데, ‘다음까페’는 훨씬 일찍 닫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들은 늘 돈을 바라보는 터라, 돈에 휩쓸리는 사람들은 저절로 이리 덩실 저리 넘실 춤을 출밖에 없습니다. 한때 페이스북이 떴으나 지난날 프리챌처럼 곧 사라지겠다고 느껴요. 트위터도 싸이월드처럼 허울만 남을 만할 테고, 한창 뜨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비롯한 곳도 ‘돈이 되느냐’에 따라 쉽게 움직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누리집은 온갖 사람들 다 다른 목소리를 담아내는 길하고 동떨어집니다. 언제나 뒤에서 건드리는 검은손이 있고, 이들 검은손은 ‘가짜뉴스’를 걸러낸다는 이름을 앞세워 ‘검열’을 버젓이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눈감은 사람이라면 ‘민주주의’에 갇힙니다. ‘민주’란 한자말에서 ‘민(民)’이란 한자는 “눈이 찔려 앞을 볼 수 없는 종(노예)”을 가리킵니다. 한자 ‘민’은 함부로 쓸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스스로 종(노예)이라면 이런 말을 그냥 써도 될 테지만, 우리가 스스로 사람이라면 ‘민중·민초·인민·국민·시민·서민’ 같은 ‘민’을 넣은 모든 한자말이 힘꾼(권력자·지식인)이 사람들을 바보로 내몰려고 지어서 퍼뜨리는 이름인 줄 깨달을 노릇입니다.


저는 아직 네이버블로그·네이버카페·인스타그램·알라딘서재·예스24블로그 같은 데에 글을 남기지만, 이 모든 곳이 머잖아 다 사라질 수 있는 줄 느끼기에, 제가 가꾸는 글은 늘 제 품에 건사해 놓습니다. 나중에 짬을 제대로 내면 어떤 누리그물(포탈)에도 기대지 않고서 호젓하게 글마당을 꾸리려고 생각합니다.


다 다른 목소리가 다 다르게 어우러지도록 판을 깔지 않는 모든 글마당은 거짓잔치로 흐릅니다. 그대가 왼쪽이라면 오른쪽을 품을 노릇이요, 그대가 오른쪽이라면 왼쪽을 품을 노릇이며, 그대가 가운데라면 왼오른을 나란히 품을 노릇입니다. 사람은 왼발·오른발을 써서 걷습니다. 새는 왼날개·오른날개를 써서 납니다. 우리는 왼눈·오른눈을 나란히 뜨기에 제대로 보고, 왼귀·오른귀를 다 틔우기에 제대로 듣습니다. 한켠 목소리만 흐르는 곳은 이놈이건 저놈이건 모두 힘꾼이거나 힘꾼한테 빌붙는 허수아비나 꼭둑각시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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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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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책읽기 2022.9.2.

읽었습니다 178



  이제는 서울사람(도시생활자)도 숲(자연·생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날일 텐데, 이런 얼거리에 맞추어 낚아먹기를 하는 책이 꽤 쏟아집니다. 《소를 생각한다》도 낚아먹기에 이바지하는, 또는 낚아먹기로 장사하는 책으로 손꼽을 만합니다. 고기먹기(육식)를 하든 풀먹기(채식)를 하든, 책이름으로 수수하게 붙인 “소를 생각한다”는 눈길을 잡아끌 만하겠지요. 그러나 이 책은 “소를 생각하는 이야기”가 아닌, “커다란 소우리(대규모 목축업)”를 꾸리는 젊은 사내가 이녁 아버지하고 다투는 나날을 투덜투덜 풀어놓는 얼거리입니다. 삶글(수필)이라고만 한다면 나쁘지 않되, 삶글이라고 해도 이런 낚아먹기를 일삼는다면, 누구보다 ‘서울사람’을 바보로 여기는 셈이요, 시골사람은 더더욱 멍청이로 여기는 꼴이라고 느낍니다. 참말로 소를 생각한다면, 이런 낚아먹기가 아닌, 들숲에서 소가 누릴 삶과 사람이 지을 사랑을 살피는 책을 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소를 생각한다》(존 코널 글/노승영 옮김, 쌤앤파커스, 2019.12.26.)


#TheCowBook #JohnConn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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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육아 - 아이는 모자람 없이 배우고 부모는 잔소리 없이 키우는,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김선연 지음 / 봄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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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9.1.

인문책시렁 232


《시골 육아》

 김선연

 봄름

 2022.6.24.



  《시골 육아》(김선연, 봄름, 2022)를 읽었습니다. 서울에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하루는 ‘살림길’로 서기 어렵고 힘들며 지치기까지 하는 줄 느낀 어머니가 하루를 되새기면서 적바림한 이야기가 흐릅니다. 다만 ‘서울을 벗어나 상주에 깃들기’는 하되, 언제까지 시골에 머무를는지는 알 수 없겠구나 싶어요. 시골에 뿌리를 내리려는 삶길보다는 ‘서울을 떠나 시골에 자리를 얻기는 했으나, 이대로 살아도 되나?’ 하는 걱정이 짙어 보이거든요.


  시골에서 아이를 낳아 살아가는 하루를 고스란히 글이나 책으로 옮긴 이웃님이 이따금 있으나, 참말로 시골을 시골로 바라보거나 받아들이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풀벌레가 노래하는 곁에서 아기를 업거나 안으면서 자장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면, 멧새가 노래하는 곁에서 사뿐사뿐 걷거나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면, 제비가 춤추는 곁에서 기저귀를 빨아서 마당에 널지 않는다면, 참말로 시골살이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엮은 낱말책은 ‘시골’을 “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 주로 도시보다 인구수가 적고 인공적인 개발이 덜 돼 자연을 접하기가 쉬운 곳으로 풀이합니다. 얼토당토않은 뜻풀이입니다만, 낱말책에서 ‘시골’을 찾아볼 사람이 드물기도 할 테고, 엉터리 뜻풀이를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드문 듯합니다.


  시골은 서울하고 먼 데가 아닙니다. 시골은 “스스로 살림을 짓는 터전”입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는 터전은 “숲을 품으면서 싱그럽고 빛나는 터전”이에요. 국립국어원 벼슬아치(공무원)는 시골에 안 살고 서울에 삽니다. 서울서만 살면서 서울만 바라보는 눈길일 적에는 시골이 어떤 곳인지 모를 뿐 아니라, 시골이라는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풀이하지 못 합니다.


  요즈음은 한자말 ‘육아’를 널리 쓰지만, 예전에는 이런 한자말이 없이 ‘돌보다·보살피다·보다’라는 낱말을 수수하게 썼습니다. 아이를 보기에 ‘애보개’라 했어요. ‘보다’는 ‘봄’하고 말밑이 같습니다. 모든 풀꽃나무가 싹이 트면서 새롭게 피어나는 봄이라는 철처럼 ‘아이보기(아이돌보기)’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길을 나타냅니다.


  한자말 ‘육아’나 ‘양육·보육·훈육·교육’은 모두 ‘길들이다’로 뻗습니다. ‘육(育)’은 ‘기르다’를 뜻하는 한자인데, ‘기르다’란 우리말은 “자라도록 돕는다”는 뜻도 있지만 “길들여 틀에 가둔다”는 뜻도 있습니다. 어느 낱말이든 속뜻하고 말밑을 헤아리지 않고 그냥 쓸 적에는 ‘길들이고 길드는’ 쪽으로 굳어요.


  시골에서 살든 서울에서 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삶을 사랑으로 가꾸면서 언제나 즐겁게 살림하는 숨결이면 넉넉합니다. 꼭 시골이어야 하지 않고, 시골에서까지 서울살림 그대로 부릉이(자동차)나 보임틀(텔레비전)을 곁에 두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시골에서는 아이를 보듯 풀꽃나무하고 숲을 볼 노릇입니다. 시골에서는 아이하고 바람을 보고 해를 보며 별을 볼 노릇입니다.


  우리말 ‘돌보다’는 ‘돌아보다’를 줄인 낱말입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는 스스로 돌아볼 줄 아는 매무새이기에 서로 아늑하면서 아름답습니다. ‘육아’는 하지 맙시다. ‘양육·보육·훈육·교육’ 모두 집어치웁시다. 돌보고 돌아보면서 살림짓기라는 길을 수수하게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도시에서 나는 이유 없이 자주 싸우고 싶었고, 싸우고 있었다. 작은 일에 쉽게 분노했지만, 싸워 마땅한 부당한 일 앞에서는 싸울 힘이 나지 않았다. 참고 참는 사이 그 분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자주 향했다. (5쪽)


상주에서 나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이 들 때마다 오솔길을 걸었다. (6쪽)


“상주가 왜 좋아? 별것 없잖아.” “엄마는 뭘 모르시네요. 왜 별게 없어요. 거기가 얼마나 신나는 것투성이인데.” (58쪽)


아이들 역시 책으로만 보던 것들을 직접 겪으면서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레 자연의 순리를 체득했다. 추상적으로만 알았던 자연이 날마다 다른 습도와 온도와 풍경을 지닌다는 것을 …… (84쪽)


“엄마는 꿈이 뭐예요? 뭐가 되고 싶어요?” “어? 엄마는 이미 뭐가 되지 않았어? 너희들으 엄마가 되었고 선생님도 되었고.” “그것도 맞는데, 이제 뭐가 되고 싶냐고요.” “글쎄, 엄마는 뭐 하면서 살면 좋을까.” (17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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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8.31.

수다꽃, 내멋대로 23 서점순례 책꽃마실



  읽을 책을 사러 다닌 지는 오래되었다. 아주 어릴 적에는 어머니나 아버지 심부름으로 달책(잡지)이며, 언니가 바라는 만화책을 사다가 날랐는데, 스스로 살림돈을 푼푼이 모은 때부터는 내가 읽을 만화책을 사려고 여러 마을 여러 책집을 드나들었다. 예전에는 어린배움터(국민학교) 곁에 ‘글붓 책집(문방구 책방)’이 꼭 여럿 있었다. 한 곳이 책시렁을 넉넉하게 두지 않기에, 만화책이건 달책이건 이곳저곳 누벼야 비로소 손에 쥘 만했다. 인천에 있는 커다란 〈대한서림〉이나 〈동인서관〉 같은 데는 만화책을 잘 안 두었다. 어린이로서 만화책을 사러 책집마실을 멀리 자주 다녀야 했다. 1992년 8월 28일 늦은낮에 인천 배다리 책골목에 있는 〈아벨서점〉에서 ‘독일말 배움책(독일어 참고서)’을 두 자락 찾아내면서 “새책집이나 책숲(도서관)에는 없어도 헌책집에는 있는 책”을 처음으로 느꼈고, “새책집은 많이 파는 책을 놓(베스트셀러 장사)”고 “책숲은 소설책 빌림터(대여점)이거나 고린내 나는 책만 묵힌”다고 느꼈다. 1992년 9월부터 이레마다 사나흘씩 인천 배다리 책골목으로 ‘책읽기’를 하러 다녔다. 어느 책집이든 발을 들이면 그 집이 닫는 때까지 눌러앉아서 책을 읽다가 두어 자락을 사들고 나왔다. 푸른배움터를 다닐 적에는 ‘책집 나들이 이야기’를 몇 꼭지 안 썼다. 이때에는 배움수렁(입시지옥)에 허덕이면서 글을 여밀 틈을 못 냈다. 1994년 봄에 ‘나우누리·하이텔’에서 박상준 님이 쓴 ‘헌책방 순례’라는 글을 읽고서 “나도 내가 다닌 책집 이야기를 이렇게 쓰면 책집을 누구나 널리 알아보면서 다닐 만하겠구나” 하고 여겼다. 이해 1994년부터 “헌책방 나들이”라는 이름을 걸고서 책집 이야기를 썼다. 때로는 “헌책방 마실·책방마실” 같은 이름을 썼다. 그런데 내가 쓰는 글에 책집 단골 어르신들은 “자네가 쓰는 글이 좋기는 한데, 글이름을 ‘나들이·마실’이라 붙이니, 고상하지 않아. ‘서점순례’라 해야 하지 않나?” 하고 핀잔하거나 타박하셨다. 새뜸(신문·방송)에서 일한다는 분들은 ‘서점투어’란 이름을 자꾸 썼다. 이러다가 어느 분이 〈헌책방 나들이〉란 이름으로 헌책집을 열었다고 하더라. 한참 힘들었다. 나는 ‘헌책방 나들이’란 이름으로 ‘책집에 나들이를 가자’는 뜻을 알렸을 뿐, 스스로 책집을 안 차렸으니까. 2004년에 《모든 책은 헌책이다》라는 책을 썼더니, 나중에 또 어느 분이 〈모든 책은 헌책이다〉란 이름으로 책집을 열더라. 이때에도 애먼 손가락질을 받았다. 나는 책집마실을 다닌 이야기를 글하고 빛꽃(사진)으로 여미어 누구나 읽고서 스스로 책집으로 찾아가는 길을 알려주었을 뿐인걸. ‘헌책방 나들이’도 ‘모든 책은 헌책이다’도 더는 쓰고 싶지 않아 ‘책방마실’이란 이름을 새롭게 지어서 썼는데, 2016년이었나 전남 광주에서 광주 마을책집을 알리는 꾸러미를 내면서 ‘책방마실’이란 이름을 슬쩍 가져다가 쓰더라. 헛웃음이 났다. 나더러 내가 지은 이름을 특허로 올리라고 귀띔하는 분이 많지만, 이름을 특허로 낼 마음은 없다. 다시 이름을 헤아려 ‘책숲마실’이란 이름을 걸었더니 전남 순천 도서관협회에서 그곳 달책(잡지) 이름으로 ‘책숲마실’을 쓰고 싶다고 물어왔다. 이름을 써도 되겠느냐 물어온 사람은 처음이라 그분더러 쓰라고 했는데, 막상 순천 도서관협회는 달책 《책숲마실》을 두 자락만 내고 더 안 내더라. 이러구러 2013년에 ‘책빛마실’이란 이름을 지어 《책빛마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이란 책을 내놓고, 2014년에 ‘책빛숲’이란 이름을 지어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란 책을 내놓은 적 있다. 2020년에는 ‘책숲마실’을 도로 내가 쓰기로 하면서 《책숲마실》이란 이름으로 책을 내놓았다. 우리네 마을책집 이야기를 꾸준히 쓰기에, 이 이야기를 새로 여미어 내놓을 적에는 《책꽃마실, 마을책집 이야기》란 이름을 쓰려고 생각한다. 이름짓기란 어려울 일이 없고, 남이 지은 이름을 노리거나 가로챌 까닭이 없다. 삶을 짓고 생각을 짓듯 이름을 지으면 누구나 스스로 빛난다.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을 이름에 얹으면 이 나라 책마을이 찬찬히 피어나면서 다같이 즐거우리라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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