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9.22.

나는 말꽃이다 104 사투리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한자말 ‘육아(育兒)’를 “어린아이를 기름”으로 풀이합니다. ‘기르다’는 “2. 아이를 보살펴 키우다”로, ‘키우다’는 “2. 사람을 돌보아 몸과 마음을 자라게 하다”로, ‘돌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로, ‘보살피다’는 “1. 정성을 기울여 보호하며 돕다”로 풀이합니다. 끝없는 돌림·겹말풀이인데, 막상 아이한테 무엇을 어떻게 할 적에 ‘육아’이거나 ‘기르다·키우다·돌보다·보살피다’인지를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우리말꽃(국어사전) 뜻풀이는 왜 이다지 엉터리일까 하고 돌아보면, 말글지기(국어학자) 스스로 아이 곁에 있지 않은 탓이라고 느껴요.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함께 살림을 짓는 하루를 보내었다면 ‘육아’란 한자말이건 ‘기르다·키우다·돌보다·보살피다’란 우리말이건 알맞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레 풀이할 테지요. 사투리는 “스스로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지으며 살아가는 수수한 사람들 입에서 저절로 샘솟는 말”이라고 느낍니다. 먼 옛날부터 누구나 스스로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지으며 말도 이런 숨결로 지어서 썼듯, 오늘날에도 우리 나름대로 저마다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지으며 말 한 마디하고 글 한 줄을 여미는 새길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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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9.22. 빛깔말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남양주 마을책집을 다녀오면서 장만한 어느 그림책은 온통 ‘파랑’을 들려주는데, 책이름은 ‘푸른’으로 적더군요. ‘blue’를 ‘파란’ 아닌 ‘푸른’으로 옮긴 셈인데, 어른책뿐 아니라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이 이렇게 우리말을 잘못 쓰면 어린이는 빛깔말을 비롯해 우리말을 엉성하게 받아들이고 맙니다.


  풀빛이기에 ‘푸르다’입니다. 하늘빛처럼 파랗기에 ‘파랑’입니다. “푸른들에 파란하늘”인데, 잘 가리는 어른이 있으나 못 가리거나 안 가리는 어른이 꽤 많더군요. 안 되겠구나 싶어서 ‘빛깔말 말밑 이야기’를 새롭게 씁니다. 그동안 여러모로 생각한 바도 있고, 말밑찾기(어원연구)로 여러 빛깔말 뿌리를 캐내기도 했는데, 글을 다 여미고 보니 ‘빛깔말을 한자리에서 들려준 글’은 오늘에서야 처음 썼더군요.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오려면 곧 시골버스를 타야 합니다. 읍내를 다녀오고서 ‘푸르다·파랗다’하고 얽혀 어른들이 잘못 쓰는 말버릇을 넌지시 타이르는 글을 하나 더 쓰려고 합니다. 오늘 새벽에는 ‘한글·훈민정음’ 두 가지 이름을 아무렇게나 섞어서 쓰는 적잖은 어른(지식인·교수·학자)를 부드러이 나무라는 글을 새로 추슬렀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얕은 부스러기(지식)에 기대지 말고, 몇몇 책에 따르지 말아야지요. 삶을 보고 살림을 살피고 사랑을 그리면서 숲빛으로 여밀 노릇입니다. 정 종이책에 기대고 싶다면, 종이책을 100만 자락쯤은 읽기를 바라요.


  저는 열여덟 살부터 마흔일곱 살에 이르도록 100만 자락을 훌쩍 넘을 만큼 온갖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100만 자락이 넘는 책을 읽으며 무엇을 깨달았느냐 하면, ‘책을 더 읽거나 더 기댈수록 스스로 바보라는 우물에 갇힌다’입니다. 아이들하고 살림을 함께 짓고, 손수 집안일을 맡아서 노래하고, 부릉이(자동차)가 아닌 두 다리하고 자전거로 움직이지 않으면, 이 삶을 담아낸 말을 제대로 읽거나 느끼거나 알 수 없겠더군요. 그리고, 말글을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서울(도시)이 아닌 시골에서 조용히 보금자리를 일구면서 숲을 품어야 합니다. 우리말도 일본말도 중국말도 영어도 라틴말도 밑뿌리는 다 ‘숲’에서 왔습니다. 숲을 모르거나 등진다면 말하기도 글쓰기도 거짓이나 눈속임이나 겉치레나 허울좋은 껍데기로 그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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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날’이 아닌 ‘한글날’인 까닭

말꽃삶 1 한글·훈민정음·우리말



  어릴 적에는 그냥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을 하고, 둘레 어른이나 언니한테서 들은 말을 외워 놓았다가 말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틀리거나 엉뚱하거나 잘못된 말을 꽤 자주 읊으며 손가락질이나 놀림을 받았어요. “야, 그런 말이 어디 있니?”라든지 “내 말을 흉내내지 마!”라든지 “무슨 소리야? 다시 말해 봐.” 같은 말을 숱하게 들었습니다.


  어린이는 아직 ‘말(우리말)’하고 ‘글(한글)’을 또렷하게 가르지 못 합니다. 입으로 하니까 말이요, 손으로 적으니까 글이라고 알려준들, 적잖은 어린이가 ‘왼쪽·오른쪽’을 오래도록 헷갈려 하듯 ‘말(우리말)·글(한글)’도 헷갈려 하지요.


  어른 자리에 선 사람이라면, 아이가 ‘왼쪽·오른쪽’을 찬찬히 가릴 수 있을 때까지 상냥하고 부드러이 짚고 알려주고 보여줄 노릇입니다. ‘말·글’을 또렷하게 가르지 못하는 줄 상냥하고 부드러이 헤아리면서 느긋이 짚고 알려줄 줄 알아야 할 테고요.


  그런데 우리 배움터를 보면, 예나 이제나 배움터 구실보다는 배움수렁(입시지옥) 모습입니다. 배움수렁에서는 ‘왼쪽·오른쪽’이나 ‘말·글’이 헷갈리는, 또 ‘가르치다·가리키다’를 또렷이 갈라서 쓰지 못하는 어린이를 지켜보지 않아요. 셈겨룸(시험문제)을 한복판에 놓습니다.


  이러다 보니 어린이일 때뿐 아니라 푸름이일 때에도, 또 스무 살을 넘기고 마흔 살을 지나더라도 ‘우리말·한글’을 옳게 가르지 못 하는 어른이 꽤 많아요. 10월 9일 ‘한글날’은 한글을 기리는 날입니다. 우리말을 기리는 날이 아니에요.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쳐들어오면서 우리나라 숨통을 죄고 짓밟을 무렵, 그들(일본 제국주의)은 ‘우리말(조선말)’을 없애려 했습니다. 이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주시경 님이 ‘훈민정음’이라는 우리 옛글을 ‘한글’이란 이름으로 바꾸면서, “우리말을 우리글로 담는 얼거리”를 비로소 처음으로 제대로 새롭게 세웁니다.


  진작부터 우리말을 버리고서 일본말을 쓰는 조선사람이 수두룩했지만, 우리가 쓰는 말(우리말)을 담는 글(우리글)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누구나 쉽게 익히고 삶으로 품으면, 우리나라는 일본 제국주의한테 안 잡아먹히리라 여긴 주시경 님입니다.


  주시경 님이 ‘우리말 얼거리(국어문법)’를 비로소 세우면서 가다듬고 추슬러서 내놓을 적에는, 조선사람뿐 아니라 일본사람도 주시경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었고, 조선총독부조차 주시경 님이 들려주는 “우리말 이야기(강좌·강의)”를 귀담아들을 뿐, 함부로 막거나 쫓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들(조선총독부)은 오히려 조선사람 스스로 아직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손수 엮어낼 엄두를 못 낼 1920년에 《朝鮮語辭典》을 떡하니 내놓았습니다.


  깊이 본다면, 주시경 님은 ‘자주독립운동’이라는 큰뜻을 품고서 ‘훈민정음’을 ‘한글’로 바꾸어, 참말로 모든 한겨레가 말살림을 글살림으로 옮기면서 우리 넋과 얼을 지키는 데에 온마음하고 온힘을 바쳤습니다. 이런 엄청난 일을 꾀하고 벌일 적에 조선총독부가 왜 섣불리 주시경 님을 건드리지 못 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들 조선총독부는 조선을 사로잡고 억누르고 ‘한겨레넋(조선사람다운 넋)’을 없애려면, 저들 일본사람과 앞잡이(친일부역자)부터 우리말(조선말)을 제대로 알고서 배운 다음에, ‘글을 모르고 말만 아는 조선사람’을 휘어잡는 길을 펴야 했더군요.


  그러니까, 주시경 님은 일제강점기에 첫손으로 꼽을 만큼 검은이름(블랙리스트)에 들었으나, 오히려 ‘조선총독부로서도 배워야 할 사람’이었기에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고 하겠습니다. 조선총독부로서는 주시경 한 사람 목을 쳐서 없애기는 쉽지만, 이런 짓을 했다가는 ‘조선총독부로서도 조선말을 제대로 익혀서 앞잡이(친일부역자)를 부린다거나, 조선을 거머쥐는(식민 지배) 길’이 외려 어려울 만했습니다.


  주시경 님이 남긴 글을 살피면, 주시경 님 스스로도 이 대목을 잘 알았다고 느낍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한겨레옷만 입으려 했고, ‘가방’이 아닌 ‘보따리’만 챙겼어요. 주시경 님을 가리키는 덧이름 하나는 ‘주보따리’입니다. 둘레에서는 차림옷(양복)에 구두에 한껏 멋을 부릴 뿐 아니라, 한겨레스러운 모습을 버리지만, 주시경 님은 끝까지 ‘한겨레로서 한겨레다운 살림’을 지키고 돌보았습니다.


  저는 1982∼87년 사이에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니면서 이런 이야기를 배움터에서 듣고 익혔어요. 그무렵에는 세종대왕보다도 주시경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고, 우리가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크나큰 힘 가운데 하나는 ‘우리 말글’을 지킨 일이었고, 우리 말글은 바로 주시경 님이 ‘훈민정음’을 ‘한글’로 바꾼 때부터라고 가르쳐 주었어요.


  요즈막 어린배움터나 푸름배움터에서는 주시경 이야기를 거의 안 짚거나 안 가르친다고 느낍니다. 요새는 세종대왕 이야기만 넘칩니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한글’이 아닌 ‘훈민정음’을 엮었고, 훈민정음이란 ‘소리(소릿값·바른소리)’입니다. 훈민정음은 조선 무렵에 ‘조선팔도 글바치가 저마다 팔도 사투리로 중국말을 하기’ 때문에 ‘서울 및 임금터(궁궐)에서 이야기(의사소통)를 제대로 하려’면 ‘중국말을 읊는 소리(소릿값)부터 하나(통일)로 맞추어야 한다고 여기’면서 내놓았어요. ‘훈민정음 = 소리(발음기호)’입니다. 더구나 훈민정음은, 조선사람 누구나 한문을 똑같이 읽도록 맞춘 소릿값(발음기호)이지요.


  세종대왕이 편 훈민정음이란, 조선팔도 사람들이 마음껏 쓰던 ‘사투리’를 오직 ‘서울말’로만 맞추라고 하는 틀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선팔도 글바치(양반·사대부·지식인)는 세종대왕한테 맞서는 글(상소)을 끝없이 올렸는데,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은 한문을 바르게 읽는 소릿값’이라는 뜻을 알렸으며, ‘훈민정음 = 자주독립’이 아닌 ‘훈민정음 = 중국 사대주의’라는 대목을 깨달은 글바치는 더는 세종대왕한테 안 맞섰습니다.


  조선 무렵에 훈민정음이라는 소릿값이 태어나고서 나온 여러 책을 살피면 훈민정음은 ‘우리글’이 아니라 ‘한문을 읽는 소릿값(발음기호)’일 뿐인 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다만, 세종대왕은 중국 사대주의를 더 깊이 다지고, 봉건주의를 한결 단단히 세우려는 틀로 훈민정음을 엮었지만, 사람들은 이 ‘소릿값(발음기호)’을 쉽게 다루면서 ‘우리 마음을 우리글로 옮기는 실마리’로 삼았습니다. 아주 드문 몇몇 글바치는 훈민정음으로 책을 남겼거든요.


  그리고 낡은틀(남성 가부장 권력)이 드센 조선 500해에 걸쳐 몹시 억눌리고 밟힌 순이(여성)는 한문으로도 글을 남겼으나, 이 훈민정음으로도 글을 남겨 주었습니다. ‘암클’이란 소리를 들은 훈민정음이되, 오히려 ‘순이가 살려주고 돌봐주었기에 살아남은 우리 글씨인 훈민정음’이라고 하겠습니다. 돌이(남성)로서는 정철·김만중·홍대용 님도 훈민정음으로 글을 남겨 주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한글’은 주시경 님이 일제강점기에 새롭게 바꾸어 낸, 아니 처음으로 빛을 보도록 촛불을 켠 우리글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다”는 말을 하면 아주 틀립니다. 세종대왕은 중국 사대주의를 단단히 펴려는 뜻으로 ‘발음기호인 훈민정음을 엮었다’고 해야 올바릅니다. 주시경 님도 우리글을 새롭게 짓지는 않았어요. ‘발음기호였던 훈민정음’을 ‘누구나 말을 글로 옮기기 쉽도록 틀을 짜고 세우는 길을 처음으로 연’ 주시경 님입니다.


  한글날이란, 우리말을 우리글로 옮기는 첫발을 비로소 내딛은 새길을 기리는 하루입니다. 한글날은 ‘훈민정음을 기리는 날’이 아닙니다. 한글날은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을 우리 나름대로 ‘글로 옮기는 길’을 처음으로 세운 그날(일제강점기에 자주독립으로 깨어나려던 땀방울)을 기리는 잔치입니다.


  예전에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고만 말했으나, 요새는 갈수록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글이나 책이 쏟아집니다. 속내를 숨기면서 ‘우리말이 우리글로 피어난 길’을 사람들이 못 알아채도록 가로막는 슬픈 수렁이라고 느낍니다.


  세종대왕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세종대왕은 그저 ‘새로 선 나라’인 조선을 더욱 단단히 봉건사회로 다스리려는 뜻이었기에, ‘조선팔도 사투리로 읊던 중국말’을 ‘서울말로 중국말을 읊는 틀’로 고쳐서 가다듬으려고, ‘훈민정음’이란 소릿값(발음기호)을 세웠을 뿐입니다.


  조선 오백 해는 중국을 섬긴 나날입니다. 중국 사대주의이지요. 일제강점기는 일본을 우러른 나날입니다. 슬픈 제국주의입니다. 사대주의하고 제국주의가 서슬퍼렇던 때에는 어떤 사람도 마음껏 생각하지 못했고, 말도 글도 홀가분히 펴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한복판이지만, 목숨을 바쳐 우리글을 갈고닦은 사람이 있어요. 일본 제국주의가 물러난 뒤에도 오래도록 군사독재가 이었는데, 이동안에도 우리말하고 우리글을 가다듬은 사람이 있습니다.


  한글은 주시경 님이 일구었습니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엮었습니다. 우리말은 다 다른 우리나라 사람들이 저마다 제 삶자리·보금자리에서 스스로 살림을 짓고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면서 수수하게 지었습니다. ‘한글·훈민정음·우리말’ 세 가지를 이제부터 우리 스스로 찬찬히 바라보고 아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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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9.21.

수다꽃, 내멋대로 26 아이곁에서



  2008년 8월 16일, 큰아이가 태어난 날부터 ‘육아일기’를 썼다. 아이하고 곁님을 돌보는 어버이로 지내자면 셈틀맡에 앉을 틈이 없다고 여겨, 아주 작아 뒷주머니에 넣을 만한 꾸러미(수첩)를 잔뜩 장만했고, 언제 어디에서나 쪽틈을 내어 쪽글을 적어 놓고서, 비로소 셈틀맡에 앉아 글을 여밀 짬이 나면 바지런히 옮겼다. 다들 ‘육아·일기’라는 낱말을 쓰기에, 제아무리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더라도 유난을 떨고 싶지 않았다. 순이로 태어난 큰아이는 온날(백일)을 맞이하기까지 날마다 기저귀 쉰두 벌, 돌이로 태어난 작은아이는 온날을 맞이하기까지 날마다 기저귀 서른 벌을 내놓았다. 온날을 고비로 똥오줌기저귀 빨래는 차츰 줄어 큰아이는 쉰·마흔다섯·마흔·서른으로 꾸준히 줄다가 마침내 스물을 지나 열둘을 거쳐 대여섯하고 서넛 사이를 한참 오가다가 기저귀는 더 안 빨아도 되었다. 집안일이 ‘기저귀 빨래’만 있지 않으니 다른 일은 그대로인데, ‘아기 기저귀’를 그만 빨아도 될 무렵 ‘곁님 핏기저귀’ 빨랫감이 나왔고, 곧이어 작은아이 똥오줌기저귀로 이었다. 아이들은 늘 어버이 곁에서 쪼물락쪼물락하며 무엇이든 따라하고 싶다. 글을 쓰면 같이 글을 쓰려 하고, 그림을 그리면 같이 그림을 그리려 한다. 책을 읽으면 같이 책을 읽으려 하고, 노래를 부르면 같이 노래를 부르려 하고, 춤을 추면 같이 춤을 추려 한다. 부채질을 해주면 되레 부채질을 해주겠다고 부채를 뺏는다. 걸으면 같이 걸으려 하고, 자전거를 타면 같이 자전거를 타려 한다. 호미를 쥐어 흙을 쪼면 같이 호미를 쥐어 땅을 쪼아야 하고, 톱을 쥐어 나무를 켜면 으레 톱을 쥐어 같이 나무를 켜야 한다. 우리 집 아이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어버이 곁에서 붓도 쥐고 종이도 만지고 찰칵이(사진기)까지 다루었을 뿐 아니라, 부엌칼에 호미에 낫에 톱도 덩달아 다루었다. 내가 손수 집짓기를 한다면 아이들은 아마 집짓기를 함께하면서 배우겠지. 다시 말해서, 어버이는 아이들한테 온삶을 보여주고 물려준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모든 살림을 소꿉놀이로 따라하면서 새롭게 가꾸고 지어낸다. 어버이는 아무 짓이나 못 한다. 늘 아이가 지켜보고 쳐다보고 바라보니까. 아이가 늘 보기에 어버이는 ‘아이 곁에서 무엇을 해야 스스로 아름답고 즐거우며 사랑스러울까?’를 늘 생각하면서 찾아나서고 배우게 마련이다. ‘아이가 늘 어버이한테 스승’이다. ‘따라하려는 아이가 곁에 있기에 어버이는 어질고 참하며 착하게 살림하는 길을 늘 새롭게 배우면서 펼치되, 춤노래로 즐겁게 맞아들일 노릇’인 줄 알아차렸다. 이렇게 하나하나 알아차리는 동안 ‘육아’나 ‘육아일기’란 한자말은 안 어울린다고 깨달았다. 한자말이라서가 아니라 ‘아이키우기·아이기르기’는 터무니없다. 아이는 스스로 보고 느끼고 놀면서 스스로 배우고 자란다. 어버이란 자리는 “아이 돌아보기(돌보기)”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만 돌아보아서는(돌보아서는) 어른답지 못 하다. 우리가 어버이(또는 어른)라면, “아이 곁에서 사랑을 스스로 숲빛으로 지으며 살림을 노래할 줄 알아야”겠더라. 이 대목까지 아이한테서 배웠기에 이제는 ‘아이곁에서’란 말을 지어서 쓴다. 아이 곁에서 살며서 글을 쓰면 ‘아이곁글’이다. 누구라도 매한가지라고 여긴다. 우리한테는 ‘아이키우기·아이기르기(육아·훈육·양육·보육·교육)’가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한테는 ‘아이곁에서’가 어울리고, 이 살림을 글로 옮긴다면 ‘아이곁글’을 남길 뿐이라고 생각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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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인형의 행복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11
가브리엘 벵상 글.그림 / 보림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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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9.21.

그림책시렁 1052


《곰인형의 행복》

 가브리엘 벵상

 이정기 옮김

 보림

 1996.7.30.



  어질기에 할아버지라고 느낍니다. 슬기롭기에 할머니라고 느낍니다. 착하기에 아버지란 이름이 어울립니다. 참하기에 어머니란 이름이로구나 싶습니다. 때로는 슬기로운 할아버지에 어진 할머니가 있고, 참한 아버지에 착한 어머니가 있어요. 《곰인형의 행복》은 어느새 할아버지란 자리에 들어선 길에 아이들 곁에서 어떤 마음이요 눈빛일 적에 스스로 아름답고 함께 즐거운가 하는 즐거리를 들려줍니다. 버려진 곰인형을 주워서 깨끗이 씻기고 바느질로 기우는 할아버지는 어질지요. 이 할아버지 손길을 받아 새롭게 숨결을 얻어 활짝 웃는 곰인형은 기쁘고요. 우리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나며 사랑을 품을 만할까요? 우리는 어떤 어른으로 서면서 서로 어떤 눈빛으로 마주보는 짝을 맺고서 새롭게 어버이 자리로 나아갈 만할까요? 착한 아버지로 살자면, 바느질을 하면서 밥짓기·빨래하기를 노래하며 누릴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참한 어머니로 살자면, 뜨개질을 하면서 글쓰기·그림그리기로 삶을 가꾸어 아이하고 함께 놀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돈버는 일보다 집안일을 해야 빛나는 돌이입니다. 이름얻는 일보다 꿈그림을 빚어야 눈부신 순이입니다. 할아버지 손빛으로 깨어나는 곰인형은 소꿉놀이를 바라는 아이 곁으로 찾아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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