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1912 : 바쁘고 분주하다



바빴어. 분주했지

→ 바빴어. 바빴지

→ 바빴어. 일이 많았지

→ 바빴어


바쁘다 : 1. 일이 많거나 또는 서둘러서 해야 할 일로 인하여 딴 겨를이 없다 2. 몹시 급하다 3.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 딴 겨를이 없다 4. 어떤 행동이 끝나자마자 곧의 뜻을 나타낸다

분주(奔走): 몹시 바쁘게 뛰어다님



  한자말 ‘분주’는 우리말 ‘바쁘다’나 ‘뛰어다니다’를 가리킵니다. “바빴어. 분주했지”라 하면 겹말이에요. 바쁜 마음을 나타내려면 앞뒤 다 ‘바쁘다’를 넣을 만하고, 앞쪽만 쓸 수 있습니다. 뒤쪽은 “일이 많다”나 ‘부산하다’를 넣어도 어울려요. ㅅㄴㄹ



아버지는 바빴어. 당연히 분주했지

→ 아버지는 바빴어. 마땅히 바빴지

→ 아버지는 바빴어. 으레 부산했지

→ 아버지는 바빴어. 참 일이 많았지

《히틀러의 딸》(재키 프렌치/공경희 옮김, 북뱅크, 2008)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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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새랑 걷는 골목 (2022.8.7.)

― 수원 〈탐조책방〉



  어릴 적에는 “사람들 누구나 놀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새벽부터 밤까지 쉬잖고 일하고 살림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며 “어머니는 언제 쉬고 언제 놀아요?” 하고 여쭈면 “에그, 언제 쉬냐고? 죽을 때 쉬겠지! 언제 노냐고? 너나 놀 수 있을 때 잘 놀아라.” 하셨습니다. 스무 살에 열린배움터(대학교)를 그만둘 적에는 “사람들 누구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 책을 읽어야 해?” 하고 묻는 이웃들한테 “종이책만 읽으란 소리가 아니에요. 하늘책·바람책·숲책·풀꽃나무책, 그러니까 마음책·숨결책·사랑책을 읽으란 소리입니다.” 하고 대꾸했어요.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는 일을 끝내고 인천으로 돌아가서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연 2007년에는 “사람들 누구나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부릉이(자동차)를 몰면 수월하고 빠른데 왜 걸어?” 하고 묻는 분한테 “빨리 달리고 싶으면 빨리 죽으면 되겠네요? 왜 아직까지 빨리 안 죽으셔요? 천천히 걸어야 오래오래 삶을 사랑하는 눈길을 스스로 익힙니다.” 하고 대꾸했어요.


  인천을 다시 떠나 전남 고흥 시골에서 살아가며 “숲을 품고 아이를 사랑으로 낳고, 곁님을 마음으로 어깨동무하고, 누구나 노래를 쓸 노릇이다” 하고 생각합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노래를 쓰고 부르고 짓고 나누었어요. 글도 책도 모르는 모든 흙사람(시골사람·여름지기)은 손수 집밥옷이란 살림을 짓고, 말(사투리)도 손수 짓고, 아이도 손수 다 가르쳤어요. 이러면서 늘 노래를 불렀지요.


  모를 심어도 밭일을 해도 아기를 재워도 길쌈을 해도 베틀을 밟아도 노래입니다. 시집살이노래마저 있을 만큼, 늘 노래였어요. 오늘날 사람들은 노래가 없습니다. ‘대중가요·팝’은 있어도 스스로 노래를 안 짓더군요.


  수원 〈탐조책방〉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드디어 때가 맞아 ‘새사랑 마을책집’을 온몸으로 누립니다. 수원나루부터 골목집 사이를 천천히 거닐면서 들꽃빛을 물씬 느꼈습니다. 〈탐조책방〉으로 책마실을 가려는 분은 이 길을 걷기를 바라요.


  밝게 노래하는 책을 그득 품고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합니다. 알고 보면, 우두머리(대통령)란 자리는 ‘벼슬아치(공무원)’입니다. 벼슬아치를 갈아치운다고 나라가 바로서지 않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살림꾼인 줄 즐겁게 깨달으면서, 순이돌이가 어깨를 겯고 사랑으로 집살림을 돌볼 줄 알아야 나라가 바로섭니다.


  이제는 벼슬아치를 줄여야지 싶어요. 낛(세금)을 조금만 거둬야지 싶어요. 집안일·집살림을 모르는 사람은 벼슬아치를 시키지 말 노릇이에요. 손빨래를 할 줄 알고 아이를 사랑으로 돌본 사람만 벼슬자리를 받아서 일을 해야 아름나라입니다.


ㅅㄴㄹ


《야생조류 필드 가이드》(박종길, 자연과생태, 2022.3.31.)

《올빼미와 부엉이》(맷 슈얼/최은영 옮김, 클, 2019.4.22.)

《자연 수업》(페터 볼레벤/고기탁 옮김, 해리북스, 2020.10.3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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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강아지 뚝딱뚝딱 처음책
프랭크 애시 글.그림, 김서정 옮김 / 그림책공작소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2.10.21.

그림책시렁 1071


《꼴찌 강아지》

 프랭크 애시

 김서정 옮김

 마루벌

 2008.1.26.



  꼴찌나 꼬마가 어떤 숨빛인지 모르는 분이 많아요. 예전에는 누구나 알았으나, 갈수록 다들 몰라보더군요. ‘꼬’가 붙는, 또는 ‘꼬’를 넣는 숱한 낱말은 한동아리입니다. ‘꼴찌·꼬마’하고 ‘꼬리·꼬치·꼬챙이’하고 ‘꽂다·꽃’이 한뿌리예요. 맨 나중이라는 꼴찌처럼, 맨 나중에 맺는 꽃입니다. 맨 나중으로 칠 만큼 작아서 꼬마이듯, 맨 나중에 작고 여리게 피는 꽃입니다. 《꼴찌 강아지》는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꼴찌 강아지”란 “꼬마 강아지”입니다. 꼴찌이자 꼬마인 강아지란 “꽃 강아지”입니다. 이쯤 이야기하면 알 수 있을까요? 가장 수수하고 흔한 우리말에 가장 깊고 사랑스러운 뜻이 깃듭니다. 멋부리거나 자랑하거나 우쭐거리는 말에는 아무런 사랑도 꿈도 삶도 살림도 없게 마련이에요. 꽃인 강아지를 눈여겨보셔요. 그리고, 꼴찌도 첫째도 없는 줄 알아차리셔요. 모든 강아지는 다 달라서 아름답습니다. 모든 강아지는 서로 닮아야 하지 않아요. 모든 강아지는 다 다른 숨빛으로 다 다르게 뛰놀고 꿈꾸고 사랑하면서 자랄 적에 아름답습니다. 그러니까 배움수렁(입시지옥) 좀 집어치우고, 아이를 배움터(학교·학원)에서 건져냅시다.


ㅅㄴㄹ

#TheLasyPuppy #FrankAsch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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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코끼리 나무 - 2022 CBCA 올해의 그림책상 수상작
프레야 블랙우드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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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0.21.

그림책시렁 1079


《비밀의 숲 코끼리 나무》

 프레야 블랙우드

 창비

 2022.9.30.



  서울(도시)에는 숲이 없어요. ‘숲인 척하는’ 쉼터(공원)는 더러 있지요. 왜 서울(도시)에 숲이 없을까요? 서울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잔뜩 몰려서 돈·이름·힘을 거머쥐려고 싸우는 죽음판이 바로 서울이에요. 잿빛집(아파트) 값이 오르면 오른다고, 내리면 내린다고 떠들썩한 서울입니다. 부릉이(자동차)가 들꽃을 짓뭉개거나 잠자리를 치거나 거님길·골목길·빈터를 떡하니 차지해도 따지지 않는 서울이에요. 《The Boy and The Elelphant》를 한글판으로는 《비밀의 숲 코끼리 나무》로 옮겼더군요. 아이는 소꿉놀이를 즐길 빈터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나무를 만났고, 아이는 나무를 코끼리로 여기면서 푸르게 꿈꾸고 사랑을 그리는 나날을 보낸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 마음을 안 읽을 뿐 아니라 등져요. 잿빛을 늘려야 돈벌이가 되기 때문일까요? 아이는 배움터(학교)를 차곡차곡 디뎌서 돈을 잘 버는 톱니바퀴가 되어야 할까요? 아이는 시골에서든 서울에서든 언제나 소꿉놀이를 누리는 마음빛으로 마을도 집도 나라도 숲도 물들입니다. 아이 마음은 ‘숨은숲(비밀의 숲)’이 아닙니다. 아이 마음은 오롯이 ‘푸른숲’입니다. 글 없는 그림책일수록 그림님이 붙인 수수한 이름을 그대로 옮길 노릇입니다. 멋부리지 마십시오. 가르치려 들지 마십시오. 마음빛만 바라보십시오. “아이와 코끼리”입니다.


ㅅㄴㄹ

#TheBoyandTheElelphant #FreyaBlackwood


‘프레야 블랙우드’ 님 그림책을

하나하나 읽어 온 사람이라면

이 그림님이

언제나 책이름을 

참으로 수수하게 붙이는 줄 알리라.


제발 멋부리지 말자.

“비밀의 숲”이 뭔가?

“비밀의 화원”이라는 일본말 흉내인가?


멋부리지 않고, 가르치려 들지 않고,

오직 아이랑 오순도순 소꿉놀이를 하면서

살림짓기를 상냥하게 나긋느긋 들려주는

아름다운 그림책을 여미는 그림님 가운데

‘프레야 블랙우드’가 있다.


프레야 블랙우드 그림책을

한글판으로 내놓아 주니 고맙지만,

이 따위라면 안타깝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대단히 아름다운 그림책이지만,

책이름 탓에

별점 만점을 안 매긴다.


영어 그림책으로 사십시오!


숲노래 씨가 왜 부아를 터뜨리는지

몰라보는 분이 있을까 싶어

한 마디 덧붙인다.

“아이와 코끼리”라는 책이름은

‘아이’가 스스로 짓고 펴는 길이라면,

“비밀의 숲과 코끼리 나무”라는 책이름은

‘아이’가 ‘주인공 아닌 주변부’가 되고 만다.

이렇게 보태어도 못 알아들으면

할 수 없는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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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시간 하늘콩 그림책 시리즈 7
이자벨 심레르 지음, 박혜정 옮김 / 하늘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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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0.21.

그림책시렁 1075


《푸른 시간》

 이자벨 심레르

 박혜정 옮김

 하늘콩

 2018.10.12.



  척 보아도 ‘파랑’으로 물들인 그림책 《Heure Bleue》를 《푸른 시간》으로 옮겼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말로 옮긴 분이나 펴낸 곳에서는 ‘파랑’하고 ‘풀빛(푸름)’을 못 가리는가요? 프랑스말 ‘Bleue’는 틀림없이 ‘파랑’입니다. ‘Bleue’는 ‘풀빛(푸름)’일 수 없습니다. 우리말 ‘파랗다·푸르다’는 틀림없이 다릅니다. 제대로 가려서 쓸 빛깔말입니다. 들빛은 푸릅니다. 하늘빛은 파랗습니다. 바다빛은 하늘빛을 받아서 파랗습니다. 왜냐하면, 물빛은 모든 빛결을 받아들이거든요. 그래서 파란하늘 밑에서 파란바다입니다. 바닷속에 풀(바닷말)이 낀다면, 이때에는 푸른바다가 될 수 있으나, 바다는 언제나 ‘쪽빛’이라 가리킬 만큼 새파랗습니다. 파랑을 파랑이라 말하지 못 한다면, 풀빛을 풀빛이라 말하지 못 할 테지요. 오늘날 이 나라 사람들은 푸른들을 ‘파란들’처럼 엉뚱하게 말할 뿐 아니라, 우리말 ‘풀빛’을 잊은 채 ‘초록·녹색’ 같은 중국한자말하고 일본한자말을 그냥 쓰고, 영어 ‘그린’을 마구 씁니다. 어디에서 푸른 들풀을 만날 수 있을까요? 어디에서 파란하늘을 하얗게 적시는 구름을 만날 만할까요? 하늘빛처럼 마음을 파랗게 물들이는 나날(시간)을 들려주는 그림책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ㅅㄴㄹ

#IsabelleSimler #HeureBleue


덧.

새를 사랑하는 큰아이가

이 그림책을 펴다가

‘새를 너무 못 그렸다!’고

한참 나무랐다.


그러나 나는 ‘새를 못 그린 이야기’까지는

느낌글에 쓰고 싶지 않았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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