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1.20.

오늘말. 팍팍


뒤꼍 감나무에 찾아드는 새를 바라봅니다. 어느 새는 한입에 감을 넙죽 따먹으면서 가르르가르르 노래합니다. 어느 새는 콕콕 부리로 찍으며 살살 맛만 보는 듯하면서 꽁지를 흔듭니다. 어느 새는 이 감 저 감 오가면서 덩달아 노래를 부르고, 어느 새는 팍팍 신나게 쪼면서 아뭇소리가 없어요. 사람들은 나무가 맺은 열매를 한 알도 안 남기고 딸 수 있지만, 겨우내 여름내 찾아올 새를 어림하면서 어느 만큼 남길 수 있습니다. 다함께 누리고 다같이 즐기면서 살아가는 터전이에요. 새가 노래하지 않는다면 벌나비가 춤추지 못 해요. 이곳저곳에서 벌나비가 깨어나서 꽃가루받이를 하기에 열매도 낟알도 무르익어요. 다들 조금씩 나누면서 나란히 살림을 짓습니다. 가만 보면, 스스로 느긋하지 않기에 한몫에 열매를 확확 훑는구나 싶습니다. 아이하고 누리고, 이웃하고 나누듯, 풀벌레도 이웃이요 지렁이도 동무예요. 들풀도 이웃이고, 잠자리도 동무입니다. 우리 별을 두루거리로 마음에 담기를 바라요. 이곳저곳에 푸르게 숲이 일렁이고, 곳곳에서 온갖 숨결이 피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너랑 더불어 내가 있고, 속으로 깊이 아낄 줄 아는 생각이기를 빌어요.


ㅅㄴㄹ


어림·어림값·어림셈·마음·느낌·속·속내·생각 ← 심증(心證)


같이·똑같이·나란히·함께·더불어·같은때·같은철·같은무렵·같은즈음·다같이·다함께·덩달아·김·얼김·냉큼·그때·그리고·그무렵·곧바로·곧장·바로바로·맡·-면서·-자마자·-자·-이자·덮치다·두루거리·싸잡다·새록새록·줄줄이·쪼르르·팍팍·확확·곳곳에서·여기저기·이곳저곳·이쪽저쪽·잇달아·한꺼번에·한눈·한달음·한때·한몫에·한숨에·한입에·한칼에 ← 동시(同時), 동시적, 동시에, 동시다발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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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1.20.

오늘말. 약빠르다


둘레를 보면 약빠른 사람이 어김없이 있는 듯합니다. 잔꾀를 쓰며 살살 빠져나가요. 꾀바르게 달아나는데, 얕게 굴면 다들 아니까 제 발등을 스스로 찍는 셈일 텐데, 약빠리 짓을 못 그치더군요. 그들 스스로 짓궂거나 고약한 짓에 호되게 매운맛을 보아야 깨달을까요. 눈비음으로는 모래집을 올리는 덧없는 시늉일 뿐인 줄 모르는 듯싶어요. 하루하루 살며 돌아보노라면 깍쟁이는 늘 깍쟁이를 만납니다. 잿놈은 잿놈을 만나고, 꽃님은 꽃님을 만난다고 느껴요. 다만, 그들이 약삭빠리로 굴더라도 그쪽을 안 쳐다보면 되어요. 나쁘다고 여기면서 손가락질을 해본들 그쪽이 바뀌는 일이 없거든요. 닳아빠진 짓을 나무라기보다, 스스로 사랑이라는 길을 나아가면서 빛날 노릇이더군요. 씨앗을 심기에 씨앗이 싹터요. 씨앗을 안 심고서 투덜댈 적에는 투덜질만 되풀이해요. 새해머리에 지난걸음을 되새깁니다. 머나먼 길을 걸어왔어도 늘 처음이라는 마음으로 새걸음을 내딛습니다. 씨뿌리기를 하면서 열매를 바라지 않아요. 별빛도 햇빛도 눈빛도 모두 빛꽃처럼 드리우기를 바라면서 고요히 사랑노래를 부릅니다. 아침을 여는 첫마디는 “오늘 하루를 즐겁게!”예요.


ㅅㄴㄹ


깍쟁이·꾀바르다·꾀·닳다·고약하다·나쁘다·궂다·얄궂다·짓궂다·약다·역다·약빠르다·역빠르다·약삭빠르다·약빠리·약삭빠리·잔꾀·눈비음·얕다·잿빛사람·잿빛놈·잿빛바치·잿사람·잿놈·잿바치 ← 간사(奸邪)


열매·보람·빛·빛꽃·사랑·노래·꽃·꽃덤·꽃돈·꽃보람·단물·꿀·돈·기쁘다·즐겁다·드리다·주다·바치다·올리다·내리다 ← 포상(褒賞)


해머리·새해머리·새해·설·설날·첫머리·처음·첫무렵·첫때·첫마당·첫마디 ← 연두(年頭)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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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1.20.

오늘말. 가운몫


가두어서 키우는 집짐승하고 풀어놓아 돌보는 집짐승은 다릅니다. 가두면 누구나 괴롭고, 가두지 않으면 누구나 홀가분해요. 날개가 묶인 새는 슬퍼서 울고, 마음껏 날갯짓을 하는 새는 즐겁게 노래합니다. 아이하고 어른도 매한가지예요. 억지로 누르면 아이어른 모두 고단합니다. 스스럼없이 뜻을 펴며 이야기할 수 있어야 비로소 활짝 웃으며 무엇이든 이뤄요. 눌린 사람은 제 힘을 못 내요. 토막이 난달까요. 동강난 채 기우뚱하지요. 마음을 틔워야 몸을 열고 생각을 풀어냅니다. 꾹꾹 동여매면 어느 날 펑 터지고 말아요. 바깥바람을 가리려고 울타리를 칠 만하고, 안쪽에서 지내는 모습을 구태여 밖에서 구경해야 하지 않으니 가볍게 담을 두를 만해요. 이와 달리, 모두 똑같이 틀에 가두려고 울타리를 친다면 그만 스스로 깎는 짓이 돼요. 얼핏 닮아 보일 수 있지만, 비슷한 모습이란 다른 모습이에요. 저마다 나아가는 길이 다릅니다. 스스로 걸어가는 길이 새로워요. 허물이 없이 바람처럼 마주하기에 빛납니다. 이쪽저쪽으로 가를 까닭은 없어요. 이쪽은 이쪽대로 나래를 펴고, 저쪽은 저쪽대로 날아오르면 돼요. 둘이 가운몫을 나누며 손을 맞잡습니다.


ㅅㄴㄹ


거의·마치·얼마·그저·-다시피·-처럼·-같이·닮다·비슷하다·같다·똑같다·나란히·가르다·나누다·노느다·쪼개다·억지·가볍다·조금·좀·살짝·살며시·작다·적다·가운데·가운몫·가운치·가운토막·도막·토막·동강·조각·깡동·몽당·꽤·제법·퍽·아주·깎다·깎아내리다·보름 ← 반(半)


가두지 않다·묶지 않다·가볍다·거리낌없다·스스럼없다·허물없다·활짝·훨훨·날개·나래·날갯짓·날다·열다·트다·풀다·끄르다·터지다·벌어지다·드티다·마음껏·마음대로·실컷 ← 개방적(開放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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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11.20.

숨은책 784


《‘아이큐 점프’ 1991년 22호 별책부록 1 드래곤볼 제2부 29》

 편집부

 서울문화사

 1991.



  어린날에 손에 쥔 살림돈(용돈)은 많지 않습니다. 살림돈으로 주전부리를 사먹는 일은 아예 없고, 책이나 날개꽃(우표)을 사거나, 돈터(은행)에 맡겼습니다. 사흘마다 마을 앞에 ‘그림꽃(만화)을 가득 실은 짐차’가 왔습니다. 새책으로 살 엄두는 못 내고, 철이 지나 버려야 한다는 그림꽃책을 헐값으로 샀어요. 언니하고 푼푼이 모아 《드래곤볼》을 새책으로 1∼42까지 짝을 다 맞춘 날은 몹시 기뻤는데, 설하고 한가위에 작은집 아이들이 놀러올 적마다 골치를 앓았어요. “빌려가도 돼요?” “언제 돌려주게?” “다음에 가져올게요.” “너, 그러고서 여태 안 가져왔잖아.” 안 빌려주겠노라 해도 작은집 아이들은 슬쩍 빼돌렸고, 다음 설·한가위에 시침을 뗍니다. 작은집은 작은아버지가 모든 ‘그림꽃 달책(만화잡지)’을 다 사주던데, 이 녀석들이 빌려가서 하나도 안 돌려주느라 잃은 그림꽃책이 수두룩합니다. 《‘아이큐 점프’ 별책부록 1 드래곤볼》을 2022년에 헌책집에서 꾸러미로 만났습니다. 어린날이 떠오르더군요. 그때 잃은 책은 여태 짝을 못 맞추지만, 덧책(별책부록) 몇 가지로 시름을 달랬습니다. 1992년부터는 덧책 뒤에 알림그림이 사라졌으나, 이 덧책 뒤쪽에 이레마다 다른 알림그림이 실린 모습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주전부리도 다른 것도 장만하지 못 하던 살림돈이었으나 구경만으로 즐거웠어요.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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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 백
후지모토 타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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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11.20.

만화책시렁 480


《룩 백》

 후지모토 타츠키

 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22.3.25.



  모든 꾸러미(책)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담지 않을 적에는 꾸러미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안 담기는 글·그림·그림꽃(만화)·빛꽃(사진)은 없습니다.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이야기가 흐릅니다. 스스로 짓는 이야기가 흐르기도 하고, 눈치를 보거나 흉내를 낸 이야기가 흐르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스스로 짓는 사람은 처음부터 늘 스스로 새롭게 짓고, 눈치를 보거나 흉내를 내는 사람은 처음부터 언제나 눈치를 보거나 흉내를 내거나 슬그머니 훔칩니다. 스스로 배우기에 스스로 짓는다면, 스스로 안 배우고 베끼기(필사)만 하니 몰래 훔쳐요. 《룩 백》은 두 아이를 둘러싼 발걸음을 들려주면서, 두 아이하고 얽힌 둘레가 어떻게 바뀌는가 하는 발자취를 나란히 선보입니다. 한 아이는 늘 이야기를 스스로 새롭게 짓습니다. 다른 아이는 이야기를 지을 엄두를 못 내지만 붓끝을 갈고닦아 그림결이 빛납니다. 둘은 내내 만날 일 없이 따로 그림길을 가다가, 어느 때부터 한 아이가 “나도 더 잘 그리고 싶다”는 꿈을 키워요. 이야기를 짓지는 못 하고 그림결을 갈고닦던 아이도 “나도 내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꿈을 키우면서 바깥(사회)으로 첫발을 내딛는데, 그만 더는 붓을 못 쥔다지요. 삶길이란,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ㅅㄴㄹ


“이제 그림 그리는 건 슬슬 졸업하는 편이 좋아. 후지노 너, 우리랑 놀아 주지도 않고, 같이 있어도 그림 그리느라 얘기도 안 하잖아.” (17쪽)


“집에서 심심해서, 할 일이 없어서 그림을 그렸는데, 꾸준히 그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후지노, 날 방에서 나오게 해 줘서 고마워.” “보답은 10만 엔이면 돼.” “엑?” (63쪽)


“그래도!” “그래도 뭐?” “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싶은걸.” (7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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