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11.30.

오늘말. 돌아가다


오늘에 머물지 않고 옛날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을 기쁘게 누리고서 되살아난 마음으로 모레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어제하고 오늘하고 모레는 한줄기로 흐릅니다. 서로 다른 듯하면서 닮고, 서로 딴 곳인 듯싶지만 하나입니다. 오래된 살림을 보면서 낡거나 케케묵었다고 여기는 눈이 있고, 예스러운 살림에서 새로 배울 숨결을 읽어내는 눈망울이 있어요. 지나갔기에 고리타분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옛길이라 하더라도 오래오래 흐르는 빛이 있고, 갓 지은 살림이라지만 되레 멋없거나 낡아빠져 보일 수 있습니다. 나이만으로는 해묵었는지 눈부신지 가름하지 못 해요. 언제나 스스로 다시 바라보며 배우려는 마음이기에 빛나고, 이제 막 태어났더라도 스스로 배우려는 마음이 없기에 고립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한 사람한테서 어떤 숨빛이 흐르는지 살펴봐요. 얼핏 보면 또 하는 짓 같고, 그냥 스치면 되풀이하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만, 곰곰이 보면 늘 처음으로 맞이하는 발걸음이기에 환합니다. 옛날길이 더 좋거나 오늘길이 더 낫지 않습니다. 속으로 반짝이기에 새롭고, 겉만 번들거리기에 빛바랩니다. 언제나 다시서요. 첫걸음으로 새로서요.


ㅅㄴㄹ


거꾸로·고리다·고린내·고린짓·고리타분하다·낡다·낡아빠지다·낡은것·낡은길·낡은버릇·낡은넋·낡은물·낡은틀·묵다·해묵다·케케묵다·바래다·빛바래다·한물가다·멋없다·아스라하다·지나가다·예·예전·옛날·예전·예스럽다·옛날스럽다·옛길·옛날길·옛멋·옛맛·옛모습·옛날모습·옛빛·옛날빛·오래되다·오랜·오랜빛·오래되다·다시서다·다시하다·돌리다·돌아가다·되돌리다·되돌아가다·되살다·되살아나다·되일어나다·되풀이·또·또다시·또또·새로·새로서다·새로하다·새로열다 ← 복고(復古), 복고적, 복고주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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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거리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2
사사키 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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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11.30.

만화책시렁 478


《해변의 거리》

 사사키 마키

 김난주 옮김

 북스토리

 2013.12.9.



  겉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하고 테즈카 오사무가 증오한 만화가”라고 큼직하게 박은 《해변의 거리》를 읽었습니다. 이이 그림을 무라카미 하루키 책에 잔뜩 썼으니,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러면 테즈카 오사무는 왜 ‘싫어한다(증오)’고 적을까요? 펴냄터는 “일본 만화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꼽힌다”고 치켜세우는데, ‘만화사’에 이름이 들어갈 수는 있을 테지만, ‘그림꽃(만화)’으로 여길 만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그리건 저렇게 그리건 그림꽃이고, 결이 서툴거나 엉성해도 그림꽃이요, 이야기나 줄거리가 허술해도 그림꽃입니다. 다만, 하나는 있어요. 문학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문학을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과학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과학을 한다면 어떤 일이 터질까요? ‘사랑’하고 ‘눈먼 마음끌림’은 다릅니다. 사랑은 오로지 사랑일 뿐입니다. ‘눈먼 마음끌림’이라는 몸짓으로 만화를 그릴 적에는 “이 ‘글 + 그림’이 참으로 만화라고 여길 만한가?” 하고 되물을 만합니다. 《해변의 거리》는 얼핏 보면 ‘만화 갈래’에 억지로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 없이 붓만 놀리는 길이라면 굳이 만화라는 이름에 얽매이지 않기를 빕니다. 그냥 ‘예술’을 하셔요.


ㅅㄴㄹ


“침묵하는 자의 검은 고독은 무의미하다. 그런데 자리를 잘못 잡은 이 광장에서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뭐가 보여? 찾을 수 있겠어? 왜 이런 곳에 왔는데……. 말해 봐. 어제에 대해.” “어제…… 그것은 약속. 어제 그것은 청춘.” (27쪽)


나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그 사람이 천천히 유연하게 날개를 위아래로 펼럭이며 새하얀 반달 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본 것 같아. 하지만 서치라이트의 빛 속에서 반짝거리는 나방처럼, 빙글빙글 떨어지는 그 사람을 보고서 정신을 잃었는지도 모르겠어. (3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나는

예술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예술이란 이름을 등에 업고서

돈벌이 장사를 하는 사람을

수두룩하게 보았을 뿐이다.


예술이 그저 예술이라면

예술만 하면 된다.

그러나 장사를 하고 싶으면

장사를 하라.

왜 장사에 예술이란 이름을 붙이나.


예술가로 살고 싶다면

예술가란 이름을 쓰면 된다.

애써 예술을 하면서

구태여 ‘만화가’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면

스스로 보기에도 안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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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돼지
고이즈미 요시히로 지음, 김지룡 옮김 / 들녘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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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11.30.

만화책시렁 482


《우리는 모두 돼지》

 고이즈미 요시히로

 김지룡 옮김

 들녘

 2002.5.15.



  돼지를 길잡이로 삼아 이야기를 펴는구나 싶어 《우리는 모두 돼지》를 장만해서 읽었습니다. 이 그림꽃책이 태어난 지 스무 해가 넘어서야 읽은 셈인데, ‘돼지’를 흉내내긴 했되, 그냥 ‘사람’ 이야기요, ‘서울사람(도시인)’ 이야기입니다. 그림님은 ‘사랑’을 다루려 했다고 밝히지만, 찬찬히 읽자니 ‘사랑 아닌 짝짓기’를 다룰 뿐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이란 낱말을 쓰지만, 어느 곳에서도 ‘사랑’이라고 못 느끼겠습니다. 모두 ‘짝’을 찾아나서려는 몸짓이고, ‘짝꿍’한테 안달하는 줄거리입니다. 짝꿍을 찾아나서는 일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 마음 가득 사랑하는 숨결로 피어나지 않은 채 허둥지둥 짝찾기에 나선다면 여기서 채이고 저기서 넘어지면서 아프겠지요. 짝을 찾자면, 짝한테 어울리는 나로 서는 길보다, 스스로 빛나는 홀가분한 눈망울로 거듭날 노릇입니다. 나비로 거듭나고서야 짝찾기를 합니다. 애벌레일 적에는 바지런히 잎을 갉을 노릇이고, 스스로 꿈을 그린 뒤에는 조용히 잠들고서 옛몸을 모두 물로 녹여내어 새몸으로 깨어날 때까지 담금질할 일이에요. 이 길을 천천히 느긋이 아늑히 즐거이 거친다면, 누구나 나비로 피어납니다. 스스로 사랑이어야 짝지도 스스로 사랑입니다.


ㅅㄴㄹ


아이돌 가수인 마리는, 만 명의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단 한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해, 자살했다. (49쪽)


“한심해. 너를 잘 모르는 상대에게 차였는데 왜 그렇게 슬퍼해?” (10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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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병동 1
오키타 밧카 지음, 서현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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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11.30.

만화책시렁 483


《이별의 병동 1》

 오키타 밧카

 서현아 옮김

 문학동네

 2021.11.17.



  삶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돌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켠에서 보자면 ‘끝자락’이요, 맞은켠에서 보면 ‘끝돌봄’입니다. 끝자락에 선 사람 곁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기 일쑤이고, 끝돌봄을 맡는 사람은 그야말로 마지막길을 지켜보면서 매듭짓는다고 할 만합니다. 《이별의 병동 1》는 날마다 새롭게 헤어지고 또 헤어지고서, ‘다시 헤어질 사람’을 자꾸자꾸 맞아들이는 돌봄일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끝돌봄터(호스피스 병동)에 깃든 사람은 이곳에서 튼튼몸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지요. 거의 누워 지내다가 주검이 되어야 나간다고 합니다. 끝돌봄(임종간호)이란 ‘늙음’을 끝으로 보는 길일 수 있으나, 끝이란 꽃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처음부터 피는 꽃이 아닙니다. 아무리 빨리 피는 꽃이라 하더라도 줄기나 가지가 있어야 합니다. 줄기도 가지도 없는 채 꽃이 피지는 않습니다. 일찍 피어 일찍 지는 꽃이 있고, 잎이 숱하게 돋아서 짙푸르도록 꽃망울이 안 맺고서 느즈막이 피는 꽃이 있습니다. ‘끝돌봄’이란 ‘꽃돌봄’이지 싶습니다. 몸을 내려놓고서 이 땅을 떠나기 앞서 ‘씨앗’을 맺으려고 끝길을 걸으니, 이 끝길이란 새로운 꽃길이요, 새로운 꽃길을 마감하는 사람들 곁에서 새살림을 헤아리는 이야기씨앗을 받습니다.


ㅅㄴㄹ


‘그런 내가 죽을 때 누가 지켜봐 줄까? 돌봐주는 가족도 없이 아무도 모르게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는 걸까? 날 사랑하는 사람이 연명치료를 택해서 조금이라도 오래 살게 될까?’ (24쪽)


‘만약 죽음에 의미가 있다면, 그 사람의 죽음을 통해 누군가는 살아가는 의미를 배우기 때문일 것이다. 설령 거짓이라 해도 거기에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면, 새로운 자신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한.’ (4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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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세계사 - 역사를 아는 만큼 미래가 보인다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41
손석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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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숲노래 인문책 2022.11.30.

인문책시렁 254


《10대와 통하는 세계사》

 손석춘

 철수와영희

 2022.4.5.



  《10대와 통하는 세계사》(손석춘, 철수와영희, 2022)를 읽다가 “조선의 세종은 15세기에 독창적인 문자 ‘한글’을 창제하는 획기적 업적을 이뤘습니다(156쪽).” 같은 대목이 걸립니다. ‘세계사’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세종이 지은 글을 ‘훈민정음’으로 올바로 적을 노릇입니다.


  ‘한글’이란 이름은 조선이 무너지고 나서 주시경 님이 처음으로 붙인 이름입니다. 조선 내내 뒷전에 내몰렸던 ‘훈민정음’이란 글을 조선사람 누구나 마음을 담아내어 쓰도록 새롭게 여미고 갈무리하면서 붙인 이름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은, 스스로 살림을 지으면서 스스로 삶을 가꾸는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지은 길입니다. 이른바 ‘사투리’라 하는데, ‘사투리인 말’은 손수짓기(자급자족)를 하던 수수한 사람들이 새롭게 지어낸 살림(발명품)입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스스로 살림을 안 짓고 다른 사람을 부리던 힘꾼·이름꾼·돈꾼이 따로 지어낸 굴레입니다. 우두머리·임금(권력자·왕)은 위아래틀(신분제)을 세우려고 글을 지어서 그들끼리만 쓰려고 했습니다. 온누리 발자취를 돌아보면, 우두머리·임금하고 벼슬아치·글바치 아닌 이들이 글을 넘보거나 구경하거나 배우려 했다가는 목아지가 날아갔습니다. 종살이(노예생활)처럼 억눌린 수수한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지어서 생각을 나눌 수 있었되, 수수한 사람을 억누르던 힘꾼(권력자)는 글을 부리는 높다란 자리를 쌓았어요.


  오늘날 우리나라 열린배움터 글자락(대학교 논문)은 매우 어렵습니다. 숱한 글바치는 우리말을 안 씁니다. 다들 영어나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을 쓰지요. 그들은 왜 우리말을 안 쓸까요? ‘어렵게 쓰며 잘난척하는 영어나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이란 ‘글힘(문자권력)’이거든요. 수수한 사람들이 넘보지 못 하도록 울타리를 쌓아요.


  ‘문학평론·영화평론’을 보면 어렵잖이 알 만합니다. ‘평론가’는 모름지기 “아무나 평론을 못 하도록, 그러니까 아무나 글을 못 쓰도록” 높다랗게 울타리를 쌓아서 끼리질(카르텔)을 일삼습니다.


  그동안 나온 ‘세계사’ 책은 으레 싸움질(전쟁)만 다루었다면, 손석춘 님이 쓴 《10대와 통하는 세계사》는 ‘글’을 제법 다룹니다. 이 대목을 눈여겨보아야지 싶어요. 나라힘을 거머쥔 우두머리는 언제나 ‘글힘’을 앞세우거나 휘둘렀습니다. 총칼힘만으로는 나라를 움켜쥐지 못 해요. 글힘으로 사람들을 길들이고, 글힘으로 우두머리를 치켜세웁니다. ‘교육·문학·종교·역사·철학’ 모두 ‘글’로 합니다.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글’로 다스립니다. 이들은 ‘말’을 돌보지 않습니다.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펴는 들꽃 같은 사람들은 ‘글’을 부리지 않아요. ‘말’을 살찌웁니다. 말을 살찌우는 들꽃사람은 위아래를 안 가르고 동무랑 이웃으로 어우러집니다.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언제나 ‘말이 아닌 글로’ 그들 뜻을 펴려 하고, 늘 위아래를 갈라요. ‘문학상·등단·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 같은 이름도 ‘글잡이가 부리는 글힘’입니다.


  거의 모든 새뜸(신문·방송)이 서울과 큰고장 이야기만 다루는 대목을 알아챌 노릇입니다. 새뜸은 왜 시골을 안 다룰까요? 새뜸으로 ‘글’을 펴는 이들은 왜 들숲바다에서 안 살까요? 우리가 읽는 ‘발자취(한국사·세계사)’는 참말로 발자취가 맞을까요?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 이야기만 발자취로 남기는 그들이지 않나요?


  이제는 발자취를 처음부터 새롭게 쓸 일입니다. 우두머리 이야기를 덜어내야지요. 벼슬아치 꿍꿍이를 털어야지요. 글바치 굽신질을 씻어야지요. 우리 스스로 살아가는 하루를 발자취로 삼아, 서로 삶·살림·사랑을 나누는 오늘을 씨앗으로 적바림할 일입니다.


ㅅㄴㄹ


많은 언어학자들이 지금도 인간의 언어를 연구하면 할수록 신비롭다고 감탄합니다. 이를테면 지능이 발달하지 않았을 유아기에 그것도 짧은 시일에 언어를 습득하는 모습은 인간이 언어 습득의 선천적인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거죠. (37쪽)


신들이 힘든 노동을 맡기 싫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내용에서 우리는 초기 인류의 노동 의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50쪽)


알렉산더로 상징되는 ‘정복 전쟁’이 그 이후로도 세계사에서 이어진 이유를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분제 사회에서 문자를 독점한 지배 계급은 민중들의 생각과 의식이 깨어나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었지요. (62쪽)


일본은 중국과의 전쟁 수행을 위한 원유와 자원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동남아시아를 침략했지요. 태평양으로 세력권을 확장해 가며 이를 ‘대동아 공영권’으로 선전했습니다. (25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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