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3 - 애장판
오자와 마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언제나 포근히 햇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3》

 오자와 마리

 박민아 옮김

 서울문화사

 2005.1.3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3》(오자와 마리/박민아 옮김, 서울문화사, 2005)을 되읽었습니다. 처음 이 그림꽃을 만난 뒤로 곧잘 되읽으면서 마음을 추스릅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고 싶은 날, 어른이란 어떤 길일지 돌아보고 싶은 날, 사람이란 어떤 삶인지 헤아리고 싶은 날, 오자와 마리 님 그림꽃을 곁에 놓으면 언제나 포근히 내려앉는 햇볕을 느낄 만합니다.


  사랑이란, 어렵지 않되 쉽지 않습니다. 사랑은 늘 사랑입니다. 어른은, 높지도 않으나 낮지도 않습니다. 어른은 언제나 어른입니다. 사람은, 똑똑할 까닭도 바보일 까닭도 없습니다. 사람은 그저 사람입니다.


  어렵게 꾸미거나 쉽게 내뱉을 적에는 으레 사랑하고 멀어요. 높이거나 낮출 적에는 노상 어른스러움하고 동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자랑을 하건 깎아내리건 모두 삶을 잊은 모습입니다.


  노래하는 하루이기에 사랑이 흐릅니다. 같이 놀고 같이 쉬고 같이 누리는 살림이기에 아이어른이 함께 즐겁습니다. 기꺼이 배우고 스스럼없이 가르치는 사이인 동무요 이웃이에요.


  햇볕이 있기에 푸른별이 살아숨쉽니다. 햇볕이 없으면 몽땅 얼어죽어요. 이름이 드높건 돈이 넘치건 힘이 세건 다 부질없습니다. 햇볕 한 줌하고 바꿀 수 없어요. 무시무시한 총칼(전쟁무기)을 앞세우더라도 하나같이 덧없습니다. 햇볕 한 줌하고 댈 수조차 없습니다.


  무엇을 보는가요? 어디로 가는가요? 스스로 사랑씨앗을 심으면서, 사람답게 풀꽃나무를 품는, 어질며 참한 살림살이일 적에 비로소 오늘 하루가 반짝입니다.


ㅅㄴㄹ


‘확실히 애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길 바랐다. 10대에 엄마가 됐다든지 편모슬하라든지, 그래서 아이를 맹목적으로 사랑한다, 또 버릇없이 키운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서 강한 척해 보인 거야. 미안. 미안, 농농. 엄만 농농 기분을 생각 못 해줬어.’ (37쪽)


“할아버지한테 부탁받아서도, 일이라서도 그런 거 아냐.” “그럼 왜에?” “농농이랑 농농 엄마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야.” “토요가미 아저씬 농농이랑 엄마 사랑해?” “아…….” …… “아빠랑 엄마는 서로 사랑했어요. 그래서 농농이 태어난 거야. 농농 엄마한테 다 들었어.” (73∼74쪽)


“만약에 나도 일을 하면 엄마가 지금처럼 힘들게 일 안 해도 될 거야. 우리 집도 그렇지만, 만약에 아빠가 있으면, 엄마가 집에 계속 있을 수 있을 거야. 아빠가 없어도 뭐 특별히 슬프지 않지만 우리 엄만 너무 일을 많이 하니까, 이렇게 날씨 좋은 쉬는 날에도 일해야 되고,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진 계속 혼자서 나 키워야 되잖아.” (146쪽)


“그치만, 꼭 돌아올 거야. 게다가 보고 싶어지면 언제든 보러 갈 수 있어.” “비행기로?” “응. 비행기 타고.” ‘조금도 주저하는 마음이 없을 때, 그때는 내가 먼저 만나러 갈 거다.’ (235쪽)


‘어른은 왜 잘난 척할까? 꿈은 어떻게 꾸는 걸까? 귀신은 정말 있을까? 밤은 왜 무서울까?’ (354쪽)


“엄마, 천국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응. 분명히 농농 마음속에 있어.” “나?” “엄마 마음속에도 있어. 눈을 감고 아빠를 생각하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지?” (380∼381쪽)


#世界でいちばん優しい音樂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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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2 - 애장판
오자와 마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사랑으로 가는 사람인 어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2》

 오자와 마리

 박민아 옮김

 서울문화사

 2004.12.3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2》(오자와 마리/박민아 옮김, 서울문화사, 2004)을 읽으면서 온누리를 아름답게 밝히는 노래란 언제나 사랑 하나인 줄 새록새록 생각합니다. 사랑을 그릴 줄 알기에 노래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바라는 마음이기에 웃을 수 있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둘이기에 춤출 수 있습니다.


  거꾸로 보자면, 사랑 하나를 등지기에 온누리를 매캐하게 더럽혀요. 사랑을 안 그리기에 노래가 없이 늙어갑니다. 사랑을 바라지 않으니 꿈이 없이 메마른 마음이에요. 사랑을 나누지 않으면서 혼자 거머쥐려 하니 온통 싸움판입니다.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일’이란 무엇인지 살필 노릇입니다. 돈을 벌려고 몸을 움직이거나 무엇을 하기에 ‘일’이기도 하지만, “오늘 일은 무척 반가워”처럼, 뜻하거나 바라거나 그리거나 일어나거나 맞이하는 모두를 ‘일’이라 합니다. 물결이 일듯, 하루가 일어나듯, 몸을 일으키듯, 어제하고 오늘이 잇듯, 첫밗으로 나아가는 길이 ‘일’입니다.


  돈을 벌건 누구를 돕건, 무엇을 하는 살림을 가리키는 ‘일’을 일로 마주하면서 헤아리는 곳에서 비로소 하루를 바라보고 마음을 느끼리라 생각해요. 스스로 일으키는 바람을 살피면서 함께 살아가는 숨빛을 헤아리기에 찬찬히 싹트는 ‘사랑’일 테고요.


  노래하는 사람이라야 놀이를 합니다. 마음 가득 푸근하면서 홀가분히 놀 적에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어른하고 아이 사이에서 맺는 ‘마음·이야기·일·놀이·살림·삶·하루·오늘·사람’을 언제나 ‘사랑’을 한복판에 놓고서 엮어 나갑니다. 사랑을 스스로 일구면서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보여주고, 사랑을 잊은 채 헤매는 터전을 보여줍니다. 사랑을 스스로 일구면서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누리는 사람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바뀌는 둘레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고요.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따로 가르칠 수 없고, 배우지 않아요. 사랑은 늘 스스로 마음에 심은 작은 씨앗 한 톨을 손수 돌보는 동안 시나브로 자라납니다. 남이 심어 주지 않는 사랑입니다. 스스로 바라보고 느끼고 찾고 가꾸기에 샘솟으면서 피어나는 사랑입니다.


  사랑이 없는 채 돈만 버는 사람은 ‘일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사랑이 없이 돈만 버는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요? 즐거울까요? 빛날까요?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할까요? 하나도 아닐 테지요?


  사랑을 품고 돌보면서 돈을 버는 사람이어야 비로소 ‘일한다’고 말할 만합니다. 사랑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혼자 거머쥐려 할까요? 남을 괴롭힐까요? 둘레를 망가뜨리는 막짓을 할까요? 아닙니다. 사랑으로 돈을 버는 일을 하는 사람은 온누리에 사랑을 심는 길을 갑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배울 길이라면 ‘사랑으로 짓는 일’입니다. ‘돈을 잘 버는 일’은 배우거나 쳐다볼 까닭이 없습니다. ‘돈이 될 만한 일’을 붙잡을 적에는 마음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에요.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짓는 일’을 하기에 스스로 넉넉하고 너그러운 사람으로 서지요. 이때에 비로소 ‘어른’이란 이름을 받습니다.


  나이가 들기에 어른이지 않습니다. 모든 일을 사랑으로 달래면서 펴기에 어른입니다. 나이만 더 먹는 사람은 늙은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에는 ‘사랑으로 가는 사람인 어른’ 한켠에 ‘아직 사랑을 모르거나 생각조차 않은 사람’을 놓습니다. 사랑 곁에서 사랑빛을 받으면서 거듭나는 사람을 보여주고, 사랑빛을 등지거나 손사래치려 들면서 까맣게 타들어가는 사람을 보여주지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을 노릇인가요? 우리가 어른으로 서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바라보고 돌아볼 노릇인가요?


ㅅㄴㄹ


“구슬 같은 거 만져 본 지 40년 만이네.” “하지만 그애 교육상 정말 잘한 걸까요.” “나쁘진 않아. 어렸을 때는 불가사의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나는 법이지.” (43쪽)


“만나지 않으시겠습니까?” “아직 때가 아냐. 집사람이 저 딸아이를 아직 용서할 수 없는 것처럼, 저 아이도 아직 우리들을 용서할 수 없을 거야.” “그럴까요. 저 여자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81쪽)


“전부 할머니 고양이예요?” “원래부터 여기 있던 고양이도 있고, 모여든 고양이도 있어. 하지만 전부 누구의 고양이도 아냐. 고양이 자신의 고양이야.” (148쪽)


“엄마. 엄마, 왜 그래?” “군고구마 아저씨가 엄마 아프게 했어?” “아냐. 아냐, 농농.” “근데 왜?” “엄마 기뻐서 울고 있는 거야.” “기쁠 때도 눈물이 나와?” “응. 정말 기쁠 때엔 그래.” …… “토요가미 씨, 아버님께 전해 주세요. 다음엔 꼭 노조미 보러 오시라고요.” (189쪽)


“처음 하는 건데도 세 마리나 잡다니, 꽤 실력이 좋네.” “이딴 거 실력 좋아 봤자 별 쓸 데 없잖아.” “나중에 아버지가 됐을 때 애들이 좋아할 거야.” “뭐? 촌스러∼.” (217쪽)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꿈을 꾸기 위해, 어쩌면 그 때문에 태어나는 것일지도.’ (299∼300쪽)


“농농한테 아빠 모습이 보였어?”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농농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거야.” ‘그치만 나한테는 확실히 그렇게 보였다. 농농을 양팔로 안은 아키라의 모습이. 혹시 산타클로스는 진짜이고, 농농의 초대장을 그에게 전해 줬을지도 모른다는,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의 보석함에 살며시 간직하고 뚜껑을 닫는다.’ (386쪽)


#世界でいちばん優しい音樂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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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말꽃삶 4 낱말책



  ‘사전’은 한글로 적을 수 있되, 우리말은 아닙니다. 한자를 밝히면, ‘사전(辭典)’은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을 가리킬 적에 붙이고, ‘사전(事典)’은 ‘백과사전’이나 ‘역사사전’을 가리킬 적에 붙입니다.


  한자를 익힌 분이라면 이쯤 대수롭지 않겠으나, 한자를 모르는 분이라면 헷갈리거나 머리가 아플 만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이름을 새롭게 써야 어울리고 즐거울까요? 우리는 앞으로 자라날 아이들한테 어떤 이름을 알려주거나 물려줄 만할까요?


  일본에 우리나라로 쳐들어온 즈음 주시경 님을 비롯한 분들은 ‘말모이’란 이름을 생각했습니다. 훌륭하지요. 말을 모았으니 ‘말모이’입니다. ‘말모음’이라고도 할 만해요. 그러나 조선어학회(한글학회)는 이 이름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조선어사전(우리말 큰사전)’처럼 ‘사전’을 쓰고 말았어요. 북녘도 그냥 ‘사전’을 씁니다.


사전(辭典) : 말을 모으다

사전(事典) : 살림을 모으다


  두 가지 사전은 ‘말’을 모으느냐 ‘살림’을 모으느냐로 가릅니다. 국어사전은 국어를 모은 책입니다. 백과사전은 온갖 살림을 모은 책입니다. 곧, ‘사전(事典)’은 ‘살림모이·살림책’이라 할 만하고, ‘사전(辭典)’은 ‘말모이·말책’이라 할 만해요. 저는 말을 모은 책을 ‘낱말책’이라는 이름으로 가리켜 봅니다.


우리말꽃 . 우리말꾸러미 ← 국어사전

우리삶꽃 . 우리삶꾸러미 ← 백과사전


  어느 어르신이 ‘말꽃’이란 이름을 쓰면 어떻겠느냐고 얘기한 적 있습니다. 말을 그러모아서 꽃처럼 곱게 빛나니 단출하게 ‘말꽃’이라 할 만하다고 하시더군요. 이분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어울려요. 투박하게 가리키자면 ‘낱말책’이 낫고, 싱그럽고 뜻깊게 바라보자면 ‘말꽃’이 낫다고 느껴요.


  그래서 ‘국어사전’은 ‘우리말꽃’이나 ‘우리말꾸러미’라 할 만하다고 봅니다. ‘백과사전’은 살림을 담은 책이니 ‘우리삶꽃’이나 ‘우리삶꾸러미’라 하면 어울려요.


 빛꽃 길꽃 앎꽃 노래꽃


  우리가 쓰는 말을 놓고 ‘말꽃’이라 해보니, 다른 곳에서도 쓰고 싶더군요. 이른바 ‘빛그림’이라고도 하는 사진이라면 ‘빛꽃’이라 할 만하겠더군요. 과학은 삶을 밝히려는 갈래이니 ‘밝꽃’이라 하면 어떠할까 싶고, 철학은 생각을 가꾸어 삶길을 틔우는 실마리를 찾는 갈래이니 ‘길꽃’이라 해볼까 싶어요.


  다만, 혼자 해보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써야 맞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하나하나 ‘꽃’이란 말을 붙여 보면서 길을 찾아보고 싶을 뿐입니다. ‘앎꽃’처럼 써 본다면 ‘지식’이나 ‘인문학’을 가리킬 만하려나 하고도 생각하는데, ‘문학’을 ‘글꽃’으로 나타내거나, ‘시’를 ‘노래꽃’으로 나타내면 어울릴까 하고도 생각합니다.


 꽃아이 꽃어른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시골빛을 누리면서 뛰놉니다. 시골에서는 늘 들꽃을 만나기에,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꽃순이’에 ‘꽃돌이’로 자랐습니다. 아이라면 ‘꽃아이’일 테고, 어른이라면 ‘꽃어른’이나 ‘꽃어버이’일 테지요.


  꽃이란 대단하지요. 열매를 베풀기도 하지만, 열매가 아니어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즐거우며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쓰는 살림에 ‘꽃’이란 이름을 붙일 적에도 해사하게 거듭나요.


비구름이 흘러간 하늘은

바다하고 나란히 파랗고

풀꽃나무 씨앗이 자라고

땅이며 마음은 푸르고


  틈틈이 넉줄꽃을 씁니다. 들레에서는 ‘사행시’라 합니다. 수수하게 ‘넉줄글’이라고도 하는데, 굳이 ‘넉줄꽃’을 쓴다고 말합니다.


벌써


벌써 꽃이 지네

“섭섭하다.”

이제 꽃이 지면

“천천히 열매가 익어.”


벌써 집에 가네

“아쉽다.”

이제 집에 가서

“씻고 먹고 또 놀자.”


벌써 끝이 나네

“허전하다.”

이제 끝을 맺고

“새 이야기를 펴거든.”


벌써 별이 돋아

“눈부시구나.”

이제 밤으로 가며

“반짝반짝 꿈길이야.”


  이웃이나 동무를 만날 적에는 열여섯 줄로 노래꽃(동시)을 씁니다. ‘노래꽃’이라는 낱말을 ‘시’를 가리킬 적뿐 아니라 ‘동시’를 가리킬 적에도 써요. 동시도 시도 그저 노래요 노래꽃이라고 느낍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네 철을 가르듯 넉 줄을 넉 자락으로 맞추어 열여섯 줄인 노래꽃입니다. 이러한 노래꽃은 큰아이가 아버지 곁에서 한글을 배우고 싶다고 하던 무렵 처음 썼어요. 아이가 배울 글은 아이가 지을 살림을 담은 말이기를 바랐고, 아이가 지을 살림은 스스로 푸른 숲에서 자라나는 마음을 물씬 품기를 바랐습니다. 또한 열여섯 줄은 낱말책으로 치면 뜻풀이하고 보기글을 더한 셈입니다. 노래꽃에 붙인 이름(제목)은 낱말책으로 치면 올림말(표제어)입니다.


  큰아이가 글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서 쓴 노래꽃이었으나, 이 노래꽃은 저절로 “어린이가 읽고 누리면서, 어린이 곁에서 어른 누구나 함께 읽고 누릴 이야기꽃인 낱말꾸러미”로 나아간다고 느꼈습니다.


  시골에서 살기에 시골사람인데, 시골사람을 슬쩍 ‘시골꽃’이란 이름으로 가리켜요. 서울에서 사는 이웃은 서울사람일 테지만 슬그머니 ‘서울꽃’이란 이름으로 가리킵니다. 시골꽃하고 서울꽃이 만나서 도란도란 수다꽃을 피운다면, 우리가 저마다 사랑스레 살림을 지피는 마음꽃을 지피는 씨앗을 심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온갖 곳에 꽃을 붙입니다. 꽃아이를 돌보다 보니 저절로 꽃아비가 되는 셈입니다. 말꽃을 짓는 삶길을 걷자니, 제 입이며 손에서 태어나는 말은 늘 꽃말이어야 하겠다고도 느낍니다.


 꽃 꽂다 꼬리 끝 꼬마 꼴찌 곱다


  우리말 ‘꽃’은 ‘꽂다’하고도 얽힙니다. 그리고 ‘꼬리’하고도 얽힙니다. ‘꼬리’란 ‘끝’을 가리키는데, ‘꼬마’하고도 맞물려요. ‘꼴찌’하고도 엮지요. 곧, ‘꽃’이란 ‘꽂’듯 피는 숨결이면서 ‘꼬리’처럼 ‘끝’을 이루는 ‘꼴찌’이자 ‘꼬마’이지만 ‘곱게’ 맺고 ‘곰곰이’ 돋아나는 숨빛이에요.


  씨앗에 싹이 트고 뿌리가 내리고 줄기가 오르고 잎이 돋아야, 비로소 꽃이 피니, ‘끝’에 있습니다. 맨 나중이라 할 ‘꽃’이니 ‘꼬마’요 ‘꼴찌’일 텐데, 얽히고 설키는 우리말 살림을 보노라면 ‘끝’이란 나쁘거나 뒤처지는 곳이 아닌, 언제나 처음을 여는 자리라고도 할 만합니다.


  아직 머나먼 길일 수 있는데, 끄트머리에서 겨우 태어날 낱말책이라 하더라도, 꽃으로 피는 고운 숨결을 말마디마다 살포시 얹으려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가노라면 찬찬히 이루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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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수다 12 우리나라는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를 읽으며 아쉬웠어요. 가르침(훈계·교육)이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지만, 그림책이란 가르침이나 외침(주의주장·사회의식·정치의식)으로는 허전해요. “아이로 태어나 어른으로 자라오는 동안 이 삶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스스로 살림을 사랑으로 짓는 숲빛 하루를 아이들한테 씨앗으로 물려준다는 기쁜 눈물웃음이 바탕인 이야기”일 적에 비로소 빛나는 그림책이라고 느껴요. 이쪽이어야 옳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만, 사랑에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사랑이라면 이쪽도 저쪽도 없고, 사랑은 크거나 작지 않아요. 우리나라 그림책이 제자리걸음뿐 아니라 뒷걸음까지 치면서 한켠에서는 캐릭터 장사를 하고 다른켠에서는 훈계와 계몽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림책이 그림책스럽게 꽃피어나는 즐거운 춤노래라고 하는 숨결을 이켠도 저켠도 다 등돌리는구나 싶어요. 엘사 베스코브, 윌리엄 스타이그, 가브리엘 벵상, 이와사키 치히로, 바바라 쿠니, 이런 이들은 훈계도 계몽도 사회의식도 아닙니다. 그저 사랑이에요. 우리나라는 사랑으로 그림책을 여미는 눈길도 손길도 마음길도 잊은 채, 저마다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서 저마다 옳다고만 외친다고 느껴요. 그러나 이 모든 틀을 벗으려는 이웃님이 곳곳에 있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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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수다 11 어른만 그림책



  어린이한테 안 어울리는 그림책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꽃들의 말》, 《너의 정원》, 《나를 안아줘》, 《할머니의 팡도르》 같은 그림책은 ‘어린이가 아닌 어른’ 눈높이에 따라서 ‘서울살이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 줄거리라고 할 만합니다. 요 몇 해 사이에 ‘그림책’이란 이름은 붙이면서, 또 ‘0살부터 100살까지 읽는 책’이란 덧말까지 달면서, ‘어른만 읽을 그림책’이 꽤 쏟아집니다. 어른만 읽을 그림책이라면 ‘스무 살부터 그림책’이나 ‘마흔 살부터 그림책’처럼 이름을 바꿔야 옳아요. 다만 요즈음 아이들은 배움수렁(입시지옥)에 끔찍하게 시달리느라 어린이조차 밤 열한 시 무렵에 겨우 집에 들어와서 손전화 조금 들여다보다가 곯아떨어진다고 하니, 이런 수렁이야말로 쓸쓸하지요. ‘어른만 그림책’이 나쁘지 않으나, ‘어른이란 자리에서 그림책을 지어서 어린이하고 나누는 밑뜻’이란, ‘맑은 눈빛을 되찾으며 어진 어른으로 살아갈 숨결을 나누는 새길’일 텐데요. 아이들은 ‘억지스레 달라붙는 좋아함·끌림’이 아닌 ‘스스로 빛나는 사랑’입니다. 아이들은 ‘슬픈 죽음’이 아닌 ‘씨앗·열매를 남기는 가을겨울이란 새길’이에요. 들숲바다를 품지 않는 곳에서는 ‘서울내기 그림책’을 쓰고 읽겠지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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