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2.12.30.

곁말 83 책하루



  두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이 아이들이 스스로 하루를 돌아보도록 글을 남기도록 하자고 생각하며 ‘일기’라는 낱말을 되짚었어요. 한자말 ‘일기’를 둘레에서 널리 씁니다만, 아직 ‘일기’라는 낱말을 모르는 아이가 처음 들을 말은 아이 스스로 곧바로 알아차릴 뿐 아니라, 한결 쉽고 부드러이 깨닫는 말빛이기를 바랐습니다. 곁님하고 한참 얘기했지요. “우리는 아이한테 어떤 말을 들려주면서 하루를 쓰자고 하면 어울릴까?” “하루를 쓰니 ‘하루쓰기’이겠네.” “어? 그런가?” “그럼. 그대가 늘 삶쓰기를 말하잖아? 삶쓰기는 삶을 쓰기이니, 하루를 쓰려고 하면 ‘하루쓰기’라 하면 되지.” 넉글씨인 ‘하루쓰기’인데, 석글씨로 ‘하루글’이라 할 만합니다. 둘 다 쓸 만하지요. 이리하여 두 아이하고 날마다 하루글을 씁니다. 오늘을 돌아보고 어제를 되새기면서 모레를 헤아리는 하루쓰기예요. 그리고 저는 날마다 책을 곁에 두면서 읽기에 ‘책하루’를 산다고 할 만해요. ‘책하루쓰기’를 하고, ‘책하루글’을 쓴다고 할 텐데, 단출히 ‘책하루’라고만 읊어 보곤 합니다. 안중근 님이 들려준 “하루라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를 ‘책하루’ 석글씨로 갈무리한 셈입니다. 숲하루요 책하루요 살림하루요 노래하루예요.


책하루 (책 + 하루) : 책을 읽고서 스스로 무엇을 느끼거나 헤아리거나 받아들였는가 하는 이야기를, 읽은 책에 담긴 줄거리를 알맞게 살펴서 적는 하루 또는 글. ‘느낌글’은 한 꼭지나 몇 꼭지로 적고서 끝낸다면, ‘책하루·책하루글’은 ‘느낌글’을 되도록 하루하루 꾸준하게 써서 차곡차곡 모아 놓는다고 할 만하다. (= 읽은하루·책하루쓰기·책하루글. ← 독서일기, 독서기록)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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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영어] 어반 스케치urban sketch



어반 스케치 : x

urban sketch : x

urban : 도시의, 도회지의

sketch : 1. 스케치 2. (텔레비전극장 등에서의) 촌극 3. 스케치하다 4. 개요를 제시하다

ア-バン(urban) : 어번, 도시, 도회풍(風)

スケッチ(sketch) : 1. 스케치 2. 사생. 사생도. 소묘 3. (소설·악곡 등의) 단편. 소품



어느 날부터 불쑥 퍼진 ‘어반 스케치(urban sketch)’는 영어 낱말책에 없고, 일본 낱말책에도 없으나, 일본에서 익히 쓰는 말씨이지 싶습니다. 한자말로 넣자면 “도시를 그린다”나 ‘도시그림’이라 할 텐데, 수수하게 ‘마을그림’이나 ‘골목그림’이나 ‘서울그림’이라 할 만해요. ‘삶그림’이라 해도 어울리고, ‘그림꽃’이나 ‘그림놀이·그림노래’라 해도 됩니다. ㅅㄴㄹ



어반 스케치는 단순히 그림을 그린다는 것 이상으로 여러모로 고마운 존재다

→ 그림꽃은 그저 그림 그리기를 넘어 여러모로 고마운 일이다

→ 마을그림은 그저 그림 그리기뿐 아니라 여러모로 고맙다

《그림을 쓰다》(한정선, 지식과감성#, 2022) 5쪽


어반 스케치를 즐기기 위해서는 의연함이 필요합니다

→ 골목그림을 즐기려면 꿋꿋해야 합니다

→ 서울그림을 즐기자면 굳세어야 합니다

→ 마을그림을 즐길 적에는 스스럼없어야 합니다

《카콜의 어반 스케치 기초》(카콜, 이종문화사, 202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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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12.30.

수다꽃, 내멋대로 31 신문배달



  열여덟 살 푸름이(고등학생)로 지내던 1993년 11월 17일, 푸른배움터 길잡이가 내 머리 한켠에 구멍을 내었어도 꺼리지는 않았다. 고작 0.5센티미터가 ‘학교 규정보다 길다’고 내세우는 길잡이한테 “두발검사를 어떻게 한다는 규정부터 보여주고서 자르시지요?” 하고 대꾸했다. 길잡이는 ‘두발검사 학교 규정’을 보여준 적이 없다. “임마, 내 말이 규정이다, 왜? 떫냐?” 하더라. 이이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그래요? 저는 머리에 구멍이 나도 아깝거나 힘든 일이 없습니다만, 학교에서 후회하실 텐데요?” 하고 얘기했다. 다른 동무는 머리에 난 구멍을 감추려고 박박 밀더라. 나는 머리에 난 구멍을 안 감추고 버젓이 다녔다. 이 꼴을 보다 못한 길잡이는 “넌 돈이 없어서 손질을 안 하냐? 보기 흉하다. 내가 돈 줄까?” 하고 묻기에 “보기 흉한 줄은 알고서 머리에 구멍을 내셨나요? 머리 손질할 돈은 아깝습니다. 책을 사읽을 돈을 주신다면 기꺼이 받지요.” 하고 빙그레 웃으면서 대꾸했다. 긴머리로 살아갈 마음은 없었으나, 얼결에 긴머리를 하는 차림으로 바뀌었다. 긴머리가 되고 보니 둘레에서 “남자가 보기 흉하게 왜 머리를 길러?”라든지 “너 불량배야? 왜 머리를 안 깎아?”라든지 “락가수라도 하게?” 하고 묻더라. 그리고 ‘긴머리 사내’이기 때문에 어떤 곁일(알바) 자리도 얻을 수 없었다. 얼굴보기(면접)를 하는 자리에서 “마음이 아닌 머리카락 길이로 일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를 따질 수 있는가요?” 하고 묻는들 부질없는 노릇이다. 푸른배움터를 마치고서 한 해 동안 곁일을 하나도 못 하면서 지내자니 살림돈이 그야말로 바닥인데, 푸름이로 지내면서 틈틈이 하던 새뜸나름(신문배달)이 떠올랐다. 열린배움터(대학교) 앞 신문사 지국에 찾아갔다. “응? 네가 신문 돌리게? 근데 머리가 왜 이렇게 길어? 뭐, 대학생이니 머리가 길 수도 있지. 그리고 새벽에 신문 돌리는 사람이 머리가 짧든 길든 아무도 안 쳐다보니까 너도 날마다 안 빠지고 나오면 일할 수 있어. 내일부터 나올래?” 1994년에는 아무런 일자리를 못 얻었다면, 1995년 4월에 드디어 곁일을 할 자리를 찾았다. 신문사 지국에서 먹고자면서 새뜸나름이로 일했다. 자전거를 달리는 새뜸나름이로 일하니, 이때부터 일감이 하나씩 풀렸다. 배움책숲(대학도서관)에서도 “신문배달부로 일한다면 근면할 테니 머리카락 길이쯤은 상관없습니다.” 하면서 ‘배움책숲 책 정리 근로장학생’으로 1995년 11월 5일까지 일했다. 왜냐하면 이해 11월 6일에 군대에 끌려가야 했으니 더 일할 수는 없다. 배움책집(대학 구내서점)에서는 “신문배달부에 도서관 근로장학생으로 일한다면 성실할 테니 잘 부탁하네. 군대에 다녀와서도 일해 주면 좋겠는데.” 하더라. 1998년 12월에 〈한겨레신문〉에서 나를 ‘특채(특별채용) 기자’로 뽑아 주겠다고 했지만, “한겨레신문이 언제나 ‘학력제한 없음’을 내거는 만큼, 대학생 아닌 몸인 채 일반시험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토익점수 제출’을 없애고 ‘영어 면접’으로 바꾸어 주시면, 특채 아닌 공채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하고 여쭈었다. 〈한겨레신문〉은 ‘영어면접 아닌 토익점수 제출’이란 틀을 버릴 수 없다며, 그러면 나를 특채로는 못 뽑겠다고 밝혔다. 1999년 6월에 ‘보리출판사’에 얼굴보기(면접)를 하러 갔다. 이곳에서는 ‘학력제한 없음’이라 내걸었기에 ‘대학 자퇴 = 고졸’인 배움끈으로 기꺼이 넣었다. 보리출판사에 전화로 “그런데 어떤 차림으로 가야 하나요?” 하고 여쭈니 “평소 일하는 차림대로 오셔요.” 한다. 그래서 ‘새뜸나름이로 새벽에 일하는 차림’으로 갔더니 출판사 사람들 모두 책상을 치면서 웃더라. 새벽에 새뜸나름이로 일하자면 온통 땀범벅이라 민소매에 깡똥바지 차림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이 차림새로 갔는데 “누가 면접에 이런 차림으로 와? 다들 양복 입고 오지!” 하더라. 가만 보니 그렇다. 01시 30분에 일어나 04시 30분에 일을 마치는 새뜸나름이로 일했으니, 이무렵 깨어서 움직이는 사람은 매우 드물고, ‘새뜸나름이가 어떤 차림새’인지 다들 모르게 마련이다. 그나저나 1993년 가을에 푸른배움터 길잡이가 내 머리에 구멍을 안 냈다면, 나는 이런저런 길을 이러구러 걸었을까? 머리에 구멍이 안 났으면 ‘대학생 과외’라든지 곁일자리를 꽤 쉽게 얻었을 테고, 퍽 다르게 살아왔을는지 모르지만, 다른길을 걸었더라도 마음은 한결같았으리라 본다. 난 그저 내 다리가 이끄는 대로 걷고 달리고 자전거하고 함께살기를 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보리출판사에서 한창 일하던 2000년에

문득 찍힌 모습 (오른쪽이 숲노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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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넋 2022.12.30.

나는 말꽃이다 118 뜻풀이는 뜻풀이



  나라에서 주는 밥을 먹고서 일을 맡는 사람은 누구한테서도 돈이나 살림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하지요. 어려운 말로는 ‘청탁방지법’이 있고, 쉽게 말하자면 “안 받기”입니다. 밥 한 그릇을 사주든, 붓 한 자루를 사주든, 길삯 얼마를 내주든, 주전부리나 빵 한 조각을 사주든, 모두 ‘여쭘(청탁)’이 될 만합니다. 이를 열 살에 처음 깨달았습니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옮긴 동무가 ‘어린배움터 지기뽑기(국민학교 반장선거)’에 나오면서 ‘30센티미터 자’에 이름을 새겨서 돌리더군요. 이 아이는 지기(반장)에 뽑혔습니다. ‘고작 자’ 하나라지만, 가난한 동무들한테 제법 큰 뒷돈(부정청탁)을 한 셈이에요. 책느낌글(서평)을 쓰는 사람한테 책 한 자락도 여쭘(청탁)이 될 만합니다. 책을 보내주니 잘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거든요. 제아무리 이름난 글님이 여쭈는 책이더라도 오직 알맹이·이야기·속내만 읽고서 ‘고르고 바르게 느낌글을 쓴다’면, ‘좋게 봐주기(주례사서평)’를 바란 이는 짜증내거나 싫어할 만합니다. 뜻풀이는 어떨까요? 어느 낱말은 ‘좋게 뜻풀이를 하’고, 어느 낱말은 ‘나쁘게 뜻풀이를 해’도 되겠습니까? 모든 낱말을 그저 ‘사랑으로 보는 눈을 바탕으로 말뜻을 고스란히 풀어’야 뜻풀이다운 뜻풀이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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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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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넋 2022.12.30.

책하루, 책과 사귀다 154 주례사비평



  저는 모름지기 스스로 값을 치러서 산 책이나, 책집·책숲(도서관)에 가서 읽은 책을 놓고만 느낌글을 씁니다. 사든 받든 ‘읽은 책’만 느낌글을 쓰고, 느낌글 한 자락을 쓰려면 적어도 열 벌을 되읽고서 씁니다. ‘갓 나온 책을 바로 느낌글로 쓰는 일은 아예 없’습니다. 되읽고서 삭일 때까지 기다려요. 어느 책은 첫벌읽기부터 열벌읽기에 이르도록 따사로운 숨빛이 깨어난다고 느끼고, 어느 책은 내내 ‘좋게만 봐주시오’ 같은 목소리를 느낍니다. 적잖은 분들은 ‘주례사비평(마냥 좋게만 말하기)’을 바랍니다. 큰 펴냄터는 ‘서평단’을 꾸리고, ‘첫판에 50∼500자락에 이르는 책을 뿌리’기도 합니다. “기껏 책을 보내주었데 왜 악평을 하느냐?” 하고 따지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분한테는 “비평을 바라며 책을 보내셨습니까, 아니면 주례사비평을 바라며 책을 보내셨습니까? 비평을 바란다면 책을 보내시고, 주례사비평을 바란다면 책을 보내지 마십시오.” 하고 점잖게 여쭈었습니다. ‘스스로 일구고 지은 살림빛을 나누려는 뜻’으로 글쓰기·책쓰기를 했다면 저절로 빛납니다. ‘스스로 내세우는 자랑’이 티끌만큼이라도 깃들면 ‘티가 납’니다. 티내려는 글·책이 아닌, 빛씨앗을 나누고 심는 넋으로 글·책을 짓기를 빕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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