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 산하인물이야기 10
고정욱 지음, 허구 그림 / 산하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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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3.1.18.

맑은책시렁 290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

 고정욱 글

 허구 그림

 산하

 2002.4.11.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고정욱·허구, 산하, 2002)을 읽었습니다. 우리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뜻깊은 어른을 다루는 책 가운데 하나로 여길 수 있을 텐데, 장영실 님이 걸어간 길이나 나눈 뜻보다는, ‘나라틀(국가질서)을 바르게 세운 세종대왕’을 기리는 뜻을 오히려 들려주려는 듯한 얼거리 같습니다.


  그런데 세종 임금은 ‘한글 아닌 훈민정음’을 여미었습니다. 세종 임금은 모든 사람이 ‘글’을 쓰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임금·벼슬아치·나리·글바치는 지난날 한 줌(1퍼센트)도 되지 않았으나 글힘(문자권력)을 그들끼리 거머쥐었고, 글힘은 모두 중국글이었습니다. 훈민정음조차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을 우리말로 담아서 옮기는 글’이 아닌 ‘중국말을 조선팔도 사투리가 아닌 서울말씨로 맞추는 틀’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지난날 ‘유교 삼강오륜’이란 위아래(신분·계급)를 가르는 무시무시한 굴레입니다. 세틀닷길(삼강오륜)이 서기에 나라가 아늑(평안)할까요? 힘(권력)을 틀어쥐고서 사람(백성)을 억누르는 이들로서는 걱정없을는지 모르나, 억눌린 들풀이 보기에는 그저 갑갑하고 고약한 굴레일 뿐입니다.


  종(노예)이라는 몸을 입은 장영실이기에 종으로 일하는 어린날이었고, 종이라 하더라도 다부지고 슬기롭게 일매무새를 추스르고 펼 줄 알았기에 나리(관청)가 귀여워했고, 장영실이 품은 솜씨를 나라(정부)에서도 뽑아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아래(신분·계급)가 무시무시할 뿐 아니라, 순이(여성)는 벼슬이나 감투를 얻을 수 없던 메마르고 차가운 지난날, 장영실 같은 사람이 어렵사리 벼슬을 얻었다 하더라도 얼마나 아슬아슬했을까요. 또한 시샘과 미움을 얼마나 한몸에 받아야 했을까요. 나리(양반) 핏줄이 아닌 장영실 님이기에 장영실 님을 둘러싼 글이 남을 턱이 없습니다. 더구나 장영실 님을 둘러싸고서 누가 남긴 글조차 훈민정음이 아닌 한문이지요.


  서슬퍼런 조선이라는 때에 종몸이었어도 솜씨를 조금은 펼 수 있던 장영실 님 이야기를 동화나 위인전으로 다룬다고 할 적에는, 장영실 님이나 장영실 어머님이 겪고 맛보며 받아들여야 했을 멍울과 생채기와 눈물을 나란히 펼치면서, 그무렵 돌이나라(가부장 국가권력)가 어떻게 고약한 민낯이었는가를 차근차근 짚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지난날 종(노예)이라는 몸(신분)인 사람들은 임금·벼슬아치·나리한테 딸린 돈붙이(재산)였습니다. ‘가마에 앉은 분’이 아닌 ‘가마를 메고 나르는 일꾼’을 바라볼 줄 아는 눈썰미로 옛사람을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응, 별은 일 년 내내 살펴야 해. 별자리를 보고 하늘을 살피면 우리가 어떠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지 잘 알 수 있어.” (36쪽)


부자유친·군신유의·부부유별·장유유서·붕우유신의 다섯 가지로, 아버지와 아들,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어른과 아이, 친구 사이의 도리를 밝힌 것입니다. 삼강오륜을 몸에 익혀 새활한다면 나라가 평안하고 질서가 잡힐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어려운 가르침은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어 백성들이 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세종대왕은 자신의 뜻을 백성들에게 널리 펼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습니다. 백성들이 교육을 받고 자신의 뜻을 글로 전할 수 있게 된다면 훨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81쪽)


장영실이 그토록 많은 공로를 세우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발명 덕분에 혜택을 입었지만, 결국 쫓겨나고 만 것입니다. 장영실은 더 이상 발명을 할 수 없었습니다. 목숨을 잃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습니다. 이는 조선 시대 신분 제도의 큰 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1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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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6.


《카이니스의 황금새 1》

 하타 카즈키 글·그림/장혜영 옮김, YNK MEDIA, 2020.10.15.



아이들 이모부가 ‘섣달꽃 달콤이(크리스마스 케익)’를 손전화로 보내었다. 영어로 무어라 하는 듯했는데, ‘기프티콘(Gifticon)’이라지? 처음 받고 처음 쓰느라 읍내에 다녀오는데, 시골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생각해 본다. 손전화에 조그만 무늬로 날아와서 주고받는 덤이라 할 테니, ‘드림꽃’처럼 새말을 지을 만하리라. 바람이 가볍고 볕이 포근하다. 그나저나 아침 일찍 빨래를 담가 놓고서 까맣게 잊었다. 낮에 밥을 지으면서 “밥차림을 마치고서 빨래를 해야지” 하고 생각했으나 그대로 잊었네. 이튿날 헹궈야지. 《카이니스의 황금새 1》를 읽었고 두걸음하고 석걸음도 읽었다. 곧 넉걸음이 한글판으로 나올 테지. 지난날 글순이(여성작가) 삶을 찬찬히 담아낸 아름만화라고 본다. 다만, 끝까지 흔들리잖고 나아가기를 빈다. 그림순이(여성화가) 삶을 담으려 한 《아르테》란 그림꽃(만화)은 그린이가 이야기를 매듭짓지 않고 억지로 늘리면서 길을 잃었다. 《카이니스의 황금새》는 짚고 다루고 들려주면서 우리가 함께 바꾸면서 갈고닦을 아름살림을 노래하는 책으로 아로새길 수 있기를 빈다. ‘만화인 척하는 만화’가 판치는 오늘날, ‘참말로 만화 그대로인 만화’가 적다. 깨어나는 눈빛일 적에 깨뜨리고 녹일 수 있는 굴레이다.


ㅅㄴㄹ


#カイニスの金の鳥 #秦和生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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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5.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된 임금님》

 루이스 데 호르나 글·그림/김영무 옮김, 분도출판사, 1983.5.5.



바람이 조금 가라앉는 듯싶으면서도 이따금 장난을 치듯 빨랫대를 넘어뜨린다. 햇볕은 넉넉하고, 어제보다 한 치쯤 해가 높고, 저녁볕이 길다. 두 아이가 열다섯·열둘을 넘어서는 이즈음 〈아이 캔 스피크〉를 함께 보고서 생각을 나눌 만한 나날이로구나. 사람을 사람이 아닌 노리개로 구르도록 내몬 나라지기에 벼슬아치이다. 지난 자취를 돌아보면, 말썽을 저지른 옆나라뿐 아니라, 이 말썽을 쉬쉬했던 ‘임금’이며 벼슬아치는 언제나 사람을 종(노예)으로 굴렸다. 들꽃이 스스로 깨어날 적에 나라도 푸른별도 거듭나리라. 우두머리를 쳐다볼 삶이 아니요, 세울 일이 아니고, 뽑을 까닭이 없다. 누구나 저마다 살림지기로 보금자리에 서서 하루를 지을 적에 아름누리로 나아간다.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된 임금님》을 오랜만애 되읽는다. 그림님 책은 이 하나만 한글판으로 있다. 1983년 분도그림책인데 용케 아직 살아남았다. 매우 아름답고 사랑스레 이야기가 흐르지만, 알아보지 못 하는 이웃님이 많다. 작고 얇아서 안 보일 수 있겠지. 어리석은 우두머리를 깨우치는 길을 쉽고 상냥히 풀어냈기에 외려 파묻힐 만하리라. 이 나라는 참(진실)을 말하는 책이 날개책(베스트셀러)이 된 적이 거의 없다. 앞으로는 달라지기를 꿈꾼다.


ㅅㄴㄹ


#TheKingWhoLearnedHowtoMakeFriends #LuisDeHor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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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4.


《그릴 수 있다면 어떻게든 그릴 겁니다》

 김정화·빨간모자들·이정인·홍신애·시포네·그림자소녀, tampress, 2021.6.30.



눈이 쌓일 날도 일도 없이 사르르 녹는 고흥. 커피콩을 장만하러 읍내로 나가려는데, 마을 앞에서 시골버스를 타다가 오른무릎을 쿵 찧는다. 이렁저렁 볼일을 마치고 다시 마을 앞에서 시골버스를 내리자니 두 아이가 달려와서 마중을 한다. “아버지 저기 봐! 오리떼가 있어!” 바닷가 아닌 들판이랑 멧자락을 낀 마을에 왠 오리떼인가 하고 고개를 돌리니, 참말로 가창오리떼가 하늘을 까맣게 덮는다. “우리 집 위에서 까맣게 날아서 새똥 잔뜩 떨어지는 줄 알았어!” 하는 말에 웃었다. 그러게, 올해에는 유난히 제비도 까막까치도 물까치도, 여기에 가창오리도 떼지어서 마당 위부터 마을 위를 넓게 춤추며 나는구나. 《그릴 수 있다면 어떻게든 그릴 겁니다》를 돌아본다. 책이름 그대로 대구 한켠에서 그림빛이며 글빛이며 책빛이며 수다빛을 가만히 피우는 ‘아줌마들 이야기’가 냇물처럼 흐른다. 아줌마 수다는 아저씨 말잔치(화려한 언변·인문학 강연)가 아니기에 즐겁다. 수다를 펴면 즐겁되, 말잔치로 가면 물린다. 아저씨들도 두런두런 모여서 그림수다에 글수다에 책수다를 펴고, 살림수다에 삶수다에 사랑수다를 펴기를 빈다. 수더분하게 모여서 수수하게 수다꽃을 피우는 아줌마하고 아저씨가 온누리를 숲빛으로 바꾸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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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3.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

 이보현 글, 소나무, 2022.12.5.



어제 하루는 눈밭. 그렇지만 해가 나면서 다 녹더니, 오늘 하루 새로 눈이 흩날리면서 눈밭을 이룬다. 아침 여덟 시가 조금 지나 면사무소에서 “오늘은 버스가 안 다닌다”고 알린다. 낮도 아닌 아침해만 솟아도 눈이 다 녹는 이 포근한 고장에서 버스가 안 다닌다고? 시골에서 아이가 있는 가난집에 달콤이(케익)를 준다며 아침나절에 면사무소 일꾼이 다녀갔다. 오늘 읍내 우체국을 가려고 했으나, 겨울바람이 매섭게 부는 낮에 자전거를 탄다. 걸을 때보다 조금 빠른 자전거이다. 그런데 낮에 이미 시골버스가 다니네? 면사무소는 왜 ‘시골버스가 다시 다니는’데 마을알림을 안 할까? 벼슬꾼(공무원)이 어쩌겠는가. 저녁을 차려놓고서 등허리를 펴려고 눕는다.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를 돌아본다. 우리말은 ‘말’이다. ‘언어·言·語’는 우리말이 아니다. ‘말 = 마 + ㄹ’이고, ‘ㄹ’은 즐거움이나 노래나 물(또는 물 같은) 결을 나타낼 적에 붙이는 받침이다. “마음을 노래처럼 담”는 ‘말’인 줄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 ‘우리말 아닌 이웃말’은 이웃살림을 마주하고 이웃사람을 사귀려는 자리에서 주고받는 ‘마음’인 줄 누구나 알아차리겠지. 마음을 닦으려면 글이 아닌 말을 익히고, 살림을 보며, 숲을 품을 일이다.


조금 보태면, ‘말씀(말쌈)’은 ‘말 + 암(알)/속’이요, “말에 담는 씨알(씨앗)/속알”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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