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숲이랑 나무랑 메를 담는 (2021.10.31.)

― 진안 〈책방사람〉



  그제 서울로 작은아이랑 함께 가서 바깥일을 보고서 어제 고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서울에서 새로 바깥일을 봐야 하기에 오늘 다시 짐을 꾸렸고 전주를 거쳐 진안으로 건너갑니다. 진안군청 가까이에는 그동안 찻집으로 꾸리던 “공간153” 한켠을 〈책방사람〉으로 꾸며서 여는 분이 있다고 들었어요.


  시외버스는 진안 버스나루에 닿기 앞서 멈춥니다. 여기서 내리는구나 싶어 내렸더니 더 가야 하더군요. 그러나 일찍 내렸기에 진안읍 어귀를 감싸는 가을숲을 만납니다. 시골이라면 읍내보다 읍내 바깥이 포근해요. 모든 시골 읍내가 서울을 닮지만, 모든 시골 ‘읍내 바깥’은 저마다 다른 시골빛으로 영글며 짙푸릅니다.


  가을빛을 오른쪽으로 끼며 걷다가, 시골도 서울도 배움터(학교)를 숲 기스락에 마련하면 어울리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푸름이·어른 모두 집하고 배움터 사이를 두 다리나 자전거로만 오가도록 하면 아름답겠지요. 시청·군청 같은 벼슬집(공공기관)도 부릉이(자동차)가 못 들어서도록 하면서, 누구나 두 다리하고 자전거로만 다니도록 하면 멋스러울 테고요.


  나라에서는 ‘전기자동차’에 목돈을 어마어마하게 들이는데, 푸른길을 살리려면 ‘자동차 아닌 자전거하고 뚜벅이’한테 목돈을 쓸 노릇이에요. 부릉종이(면허증) 없이 걷는 사람이랑 자전거를 타는 사람한테 목돈을 주면 이 나라는 저절로 푸른길로 접어들 만해요. 벼슬꾼은 살림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아직 모릅니다.


  작은책집 〈책방사람〉에 닿아 등짐을 내립니다. 땀을 식히면서 책시렁을 둘러봅니다. 어버이한테 아이란, 또 아이한테 어버이란, 생각을 나누며 함께 걸어가는 즐거운 사이라고 느껴요. 어깨를 겯거나 손을 맞잡으며 걸어가기에 한집안입니다. 핏줄로만 이을 수 없는 사이입니다.


  그림이란, 참말로 마음을 담은 빛살이라고 느낍니다. 붓을 놀려 종이에 담기에 그림이지 않아요. 붓 없이 나뭇가지로 땅바닥에 담아도 그림입니다. 아름책 《플랜더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는 붓도 종이도 없지만 늘 흙바닥에 그림꽃을 피우면서 ‘언젠가 돈을 모아 꼭 종이를 사야지’ 하고 생각해요. 네로가 종이에 처음 담은 그림은 ‘아로아’였고, 아로아네 아버지는 네로 그림을 보고 깜짝 놀라기는 했으나 그림빛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수로울 일이 없어요. 눈감은 이가 알아보지 않는들, 눈뜬 스스로 활갯짓을 하면 언제 어디나 그림누리입니다.


  작은책집을 알아보는 사람이 작은책집을 사랑하고, 작은마을을 사랑하며, 작은사람으로서 함께 어깨동무를 합니다. 작은씨앗이 나무로 자라 숲을 이룹니다.


ㅅㄴㄹ


《나의 프리다》(앤서니 브라운 글·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9.2.2.)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최광진 글, 미술문화, 2016.6.20.)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숲노래·최종규·사름벼리, 스토리닷, 2020.3.10.)

《우리말 글쓰기 사전》(숲노래·최종규, 스토리닷, 2019.7.2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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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자라나고 싶다면 (2021.10.29.)

― 서울 〈숨어있는 책〉



  시키는 일이기에 ‘심부름’입니다. 나라일이란 ‘심부름’이라고 합니다. 나라지기도 벼슬꾼(공무원)도 ‘들풀 같은 사람들이 바라는 길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듣고서 하나하나 할 노릇’이기에 ‘나리’가 아닌 ‘심부름꾼’일 노릇입니다.


  모르는 분이 더 많은 듯싶은데 ‘통령·대통령’은 일본 한자말입니다. 우리는 이 일본말을 여태 그냥 씁니다. 일본에서도 ‘통령’이 일본말인 줄 모르는 사람이 있겠지만, 아는 사람도 많아요. 굳이 일본 눈치를 볼 까닭은 없으나 ‘낡은(군국주의 시대) 일본말’을 제 나라 꼭두지기 이름으로 쓰는 우리나라입니다.


  한자를 안 써야 하지 않습니다만, 쓸 자리를 가려서 쓸 일입니다. 나라일을 맡는 꼭두지기를 우리말로 이름을 새롭게 붙일 줄 모른다면, 우리 스스로 아직 넋을 추스르지 못 한다는 뜻이요, 눈먼 굴레에 갇혔다는 뜻입니다. ‘학교’에서 쓰는 말도 죄다 일본말이지요. 우린 언제쯤 ‘선생·교사·교장·교감·수업·과목·교과서·급식·구령대·조회’ 같은 굴레를 벗을 수 있을까요.


  생각하지 않기에 굴레를 뒤집어쓴 줄 모릅니다. 조금 생각한다면 굴레를 느낍니다. 생각에 날개를 달면 스스로 굴레를 내려놓거나 벗습니다. 하늘빛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생각으로 바다를 품고 바람을 안으면 누구나 홀가분합니다. 누가 시키는 대로 외우면 심부름을 하듯 굴레에 갇히는 마음입니다. 차근차근 말빛을 고르기를 바라요. 몸하고 마음이 자라나는 어린이처럼, 몸짓도 마음빛도 자라날 어른입니다. 반짝반짝 생각을 가꾸어 살림을 짓기에 ‘어른’이라는 이름입니다.


  꿈은 크기가 없습니다. 사랑도 크기가 없습니다. 말도 마음도 크기가 없어요. 오롯이 꿈이고 사랑이고 말이고 마음이에요. 꿈·사랑·말·마음은 깨지지도 부서지지도 망가지지도 더러워지지도 않습니다. 언제나 그대로입니다. 꿈이 있기에 스스로 빛나고, 사랑으로 말하기에 스스로 넉넉하고 너그러운 마음입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까닭을 알까요? 빠져도 새로 나는 줄 늘 보여주거든요. 이가 빠지든 손톱이 빠지든 다시 날 만합니다. 다시 나지 않으면 죽음이거든요.


  가을빛이 깊은 날에 〈숨어있는 책〉에 찾아듭니다. 배우고 싶기에 책집을 찾아갑니다. 새로 나오는 책만으로는 배울 수 없기에, 이미 나왔으나 모르고 살아온 책을 만나려고 헌책집에 깃듭니다. 널리 팔리지 않았어도 속깊이 이야기씨앗을 품은 책을 하나둘 쓰다듬으면서, 한때 널리 팔린 듯싶으나 이내 사라지는 얄팍한 책을 새록새록 만지작거리면서, 새롭게 나눌 길을 그립니다. 눈에 보이는 무엇을 나누어야 나눔이지는 않아요. 하루를 즐거이 한 걸음씩 내딛는 마음으로 나눕니다.


ㅅㄴㄹ


《가버린 부르조아 세계》(나딘 고디머/이상화 옮김, 창작과비평사, 1988.5.25.)

《타는 목마름으로》(김지하, 창작과비평사, 1982.6.5.)

《法 속에서 詩 속에서》(최종고, 교육과학사, 1991.10.20.)

《생명과 희망》(채수명/채승석 옮김, 예찬사, 1986.8.10.)

《日本神話》(박시인, 탐구당, 1977.5.30.)

《マンガ 韓國現代史》(金星煥·植村隆, 角川ソフィア文庫, 2003.2.25.)

《분교마을 아이들》(오승강 글, 인간사, 1984.5.5.첫/1987.7.10.두벌)

《질서속에 민주발전을 이룩하는 해(1989년도 노태우대통령 연두회견 전문)》(노태우 말, 문화공보부, 1989.1.20.)

《朝鮮のこころ》(金思燁, 講談社, 1972.9.28.)

《朝鮮民族を獨み解く》(古田博司, 筑摩書房, 2005.3.10.)

《新朝鮮事情》(Jacques PezeuMassabuau/菊池一雅·北川光兒 옮김, 白水社, 1985.6.25.)

《밥상 아리랑》(김정숙 글/차은정 옮김, 빨간소금, 2020.3.27.)

《1파운드의 복음 1》(타카하시 루미코/권경일 옮김, 서울문화사, 1999.3.30.)

《1파운드의 복음 2》(타카하시 루미코/권경일 옮김, 서울문화사, 1999.4.30.)

《1파운드의 복음 3》(타카하시 루미코/권경일 옮김, 서울문화사, 1999.6.30.)

《황새울 편지》(윤정모, 푸른숲, 1990.1.5.)

《한글을 세계문자로 만들자》(박양춘, 지식산업사, 1994.10.9.)

《流言蜚語論》(원우현 엮음, 청람, 1982.4.20.)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새론기획 대학신서 편집회의, 새론기획, 1980.9.1.)

《군종신부》(정승현, 성바오로출판사, 1981.11.10.)

《咸錫憲 人生論》(함석헌, 정우사, 1978.5.20.)

《航空·宇宙의 世界》(홍성균, 일지사, 1975.6.5.)

《李光洙全集 第十九卷》(이광수, 삼중당, 1963.9.20.)

《黃順元全集 第三卷》(황순원, 창우사, 1964.12.15.)

《民衆時代의 文學》(염무웅, 창작과비평사, 1979.4.25.)

《선택》(새로운인간 기획실 엮음, 한마당, 1987.11.15.)

《강아지풀》(권오삼, 교음사, 1983.5.1.)

《그 빛속의 작은 生命》(김활란,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65.2.25.첫/1983.9.15.5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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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노래꽃 . 스럽다 2022.12.20.



새벽 네 시 무렵이면

벌써 멧새소리 부산스런

하늘 활짝 여는

여름스러운 하루


아침 여덟 시 즈음에

겨우 먼동 천천히 트는

하얗게 고즈넉한

겨울스러운 오늘


제비는 멋스레 곤두박춤

꾀꼬리는 맛깔스레 숲노래

꽃은 발그스레 빛깔잔치

봄스러운 나날


바람은 맑으스레 구름으로

말랑감은 불그스레 입으로

우리는 빙그스레 웃음으로

가을스러운 놀이


ㅅㄴㄹ


‘-스럽다·-스레·-스러이’ 꼴로 어떤 모습이나 숨결이나 느낌이나 티를 담은 듯하거나 닮은 듯하다고 나타냅니다. ‘쑥스럽다’나 ‘게걸스럽다’처럼 쓰고, ‘갑작스럽다’나 ‘어른스럽다’처럼 씁니다. 다 다른 결이나 길을 나타내는 말끝이기에 ‘멋스럽다·맛스럽다’처럼 말할 만하지요. 봄이 봄스럽다면, 낮은 낮스럽습니다. 바다가 바다스럽듯 숲은 숲스럽겠지요. 그 만한 결을 느끼면서 우리 스스로 얼마나 아름스러운(아름다운)가를 문득 돌아보면 어떨까요? 바보스러운 길이 아닌 빛스럽고 사랑스런 꿈을 그립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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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활자중독



 약간 활자중독과 유사한 듯하다 → 좀 글쟁이와 비슷한 듯하다

 활자중독 수준의 증상이다 → 글보처럼 보인다

 급격하게 활자중독 중이다 → 확 글벌레가 되었다


활자중독 : x

활자(活字) : 1. [매체] 네모기둥 모양의 금속 윗면에 문자나 기호를 볼록 튀어나오게 새긴 것 2. 활판이나 워드 프로세서 따위로 찍어 낸 글자

중독(中毒) : 1.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2.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3.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글이라면 다 읽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때에는 ‘글벌레’나 ‘글보’라 할 만합니다. 수수하게 ‘글님·글꾼·글바치·글지기·글잡이·글쟁이’ 같은 말을 쓸 만하고, ‘달려들다·달라붙다·들붙다’나 ‘사로잡히다·빠져들다·사랑’을 알맞게 써도 됩니다. ㅅㄴㄹ



활자 중독자들의 싸구려 자기 현시욕에서 나오는 경박한 문학론을 고통스럽게 여기는

→ 글벌레가 싸구려 자랑처럼 써대는 글꽃 이야기를 괴로워하는

→ 글보가 싸구려로 자랑하는 글꽃 이야기를 괴로워하는

《산 자의 길》(마루야마 겐지/조양욱 옮김, 현대문학북스, 2001)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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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 - 서로 존중하며 일하는 세상을 위해 알아야 할 이야기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5
이수정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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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3.1.18.

맑은책시렁 291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

 이수정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3.1.15.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이수정·홍윤표, 철수와영희, 2023)를 반갑게 읽었습니다. 어린이한테 으뜸길(헌법)을 들려주는 책은 곧잘 나오는데, 막상 속깊이 다가가기보다는 겉에서 가볍게 짚고 지나가기만 한다고 느낍니다. 일살림길(노동법)을 다루는 자그마한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는 우리 터전에 선 틀(법)이 무슨 뜻이나 값어치이며, 이러한 틀을 우리가 어떤 눈으로 바라보면서 헤아리고 가다듬으면서 삶터를 가꿀 만한가 하는 속내를 차분히 밝혀 줍니다.


  어느 틀이 서기에 나라·삶터·마을이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무런 틀이 없더라도 우리 스스로 마음을 아름답고 즐거우면서 사랑스레 다스릴 적에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틀이 없이 누구나 어깨동무하며 아름다울 노릇입니다만, 틀이 없다는 핑계로 말썽을 일으키거나 검은셈을 키우는 무리가 있기에, 차근차근 틀을 세우곤 합니다.


  아직 일본스런 한자말 ‘노동’을 그대로 쓰고, ‘근로·근무’ 같은 한자말을 섞어서 쓰는데, 우리말로 하자면 수수하게 ‘일’이요, 조금 더 살피자면 ‘일살림’입니다. “일하는 살림”이자 “일로 살리는 길”입니다.


  어린이한테 ‘일살림길·일살림틀’을 들려주는 뜻을 생각해 봅니다. 어린이하고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는 누구나 일꾼입니다. 바깥에서 돈을 버는 일꾼이기도 하고, 집에서 집일을 하는 일꾼이기도 합니다. 바깥일이건 집안일이건 모두 살림을 가꾸는 일이니, 어린이는 언제나 어버이 곁에서 ‘일을 바라보고 느낍’니다. 이러한 일은 어떻게 하고, 어떻게 찾고, 어떻게 나눌 적에 서로 아늑한 하루일 만할까요?


  어른이 맡기는 심부름이란 무엇이고, 어린이가 자라나는 길에 곁일(알바)을 한다면, 곁일삯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요? 온누리 모든 틀(법)을 다 알아야 하지는 않습니다. 틀을 세우는 뜻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틀이 어떻게 서는가를 짚을 줄 알아야 하고, 틀이 알맞은가 아닌가를 헤아릴 수 있어야 해요.


  일·일살림·집살림·바깥일·돈·이웃·어버이·사람·나·마을·나라, 이렇게 어우르는 길에 틀(법) 하나를 새삼스레 엮어서 바라봅니다. 어린이로서 가게에서 주전부리 하나를 사먹을 적에 마주하는 어른도 ‘일꾼(노동자)’입니다. 버스나 전철을 모는 어른도 일꾼입니다. 가르치는 어른도, 길에서 스치는 모든 어른도 저마다 일꾼입니다. 글월이나 짐을 나르는 어른도, 밥을 지어서 팔고 빵을 구워서 파는 모든 어른도 일꾼이에요. 일꾼이면서 이웃이고 우리 어버이나 한집사람입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살림살이를 우리가 손수 짓지 않았다면, 둘레에서 이웃 어른들이 일꾼으로 지내면서 마련했습니다. 살림 하나를 누리면서, 떡 한 덩이나 빵 한 조각을 먹으면서, 저마다 일살림꾼으로서 일삯을 알맞게 누리는가를 돌아보면서 보듬는 얼거리가 일살림길(노동법)입니다.


ㅅㄴㄹ


어떤 법이 우리 삶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잘 살피면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고쳐야 해요. (20쪽)


처음 노동법이 만들어진 과정에는 어두운 면이 숨어 있어요. 겉으로는 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포장했지만 사실은 일을 계속 시키려면 일할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안 됐던 거죠. (23쪽)


무엇보다 여러분이 즐겁게 하는 놀이나 활동이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겨지면 안 돼요. (42쪽)


나이가 적든 많든, 여자든 남자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대학을 다녔든 아니든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있으니까요. (60쪽)


아쉬운 점은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가 아직 큰 회사에만 의무라는 거예요. 작은 회사라고 위험이 적지는 않은데도 말이죠. (95쪽)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을 만든다면 새로운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가 생길 때마다 노동법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을 거예요. (12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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