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22 말밑



  나무는 밑이 든든하기에 줄기를 튼튼히 올립니다. 집은 밑이 단단하기에 기둥을 탄탄히 세워 지붕을 올립니다. 사람은 마음이며 몸을 이루는 밑바탕을 어질면서 참하게 가꾸기에 삶을 즐겁게 일구면서 사랑을 곱게 펴고 누립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밑뿌리가 있습니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바닥 없는 집이 없고, 마음 없는 사람이 없듯, 밑이 없는 말은 없어요. 먼 옛날부터 수수한 어버이는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수수한 보금자리에서 수수하게 태어나는 아이들한테 수수하게 말을 들려주면서 삶을 스스로 깨닫도록 북돋았습니다. 수수한 어버이가 살림을 지으면서 쓰던 모든 말은 숲에서 수수하게 태어났어요. 숱한 말은 수수한 눈빛으로 스스로 빚거나 엮은 삶노래라 할 만합니다. 말밑읽기란, 말밑을 이루는 삶·살림이 숲에서 깨어난 사랑으로 어떻게 노래를 이루는가를 헤아리는 길입니다. 말밑을 읽기에 말뜻을 제대로 알아차려요. 말밑을 모르기에 말뜻을 엉뚱히 넘겨짚어요. 말밑을 찾고 살피기에 말결을 곰곰이 짚으면서 말빛을 드러내지요. 말밑을 생각하며 돌보기에 “오늘을 이야기로 짓는 수수께끼를 누구나 스스로 찾아나서는 놀이요 노래인 삶을 즐거이 사랑하며 일으키는 숨결을 밝히고 빛내는 하루”로 나아간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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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451 : 식전 댓바람



식전 댓바람부터

→ 댓바람부터

→ 아침 일찍


식전(食前) 1. 식사하기 전 2. 아침밥을 먹기 전이란 뜻으로, 이른 아침을 이르는 말

댓바람 : 1. 일이나 때를 당하여 서슴지 않고 당장 2. 일이나 때를 당하여 단 한 번 3. 아주 이른 시간



  아주 이른 때를 ‘댓바람’이라 합니다. 아직 아침밥을 안 먹은 이른 때를 한자말로 ‘식전’이라 해요. “식전 댓바람”은 겹말입니다. ‘댓바람’만 쓰거나 “아침 일찍”이라 하면 되어요. ㅅㄴㄹ



식전 댓바람부터 책방 앞에

→ 댓바람부터 책집 앞에

→ 아침 일찍 책집 앞에

《숲속책방 천일야화》(백창화, 남해의봄날, 2021)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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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450 : 물은 액체, 출렁 파도



물은 액체이기 때문에 … 출렁거리면서 파도가 일어나

→ 물은 무르기 때문에 … 출렁거려

→ 물은 말랑하기 때문에 … 출렁거려


물 : 1. 자연계에 강, 호수, 바다, 지하수 따위의 형태로 널리 분포하는 액체

액체(液體) : [전기·전자] 일정한 부피는 가졌으나 일정한 형태를 가지지 못한 물질

출렁거리다 : 1. 물 따위가 큰 물결을 이루며 자꾸 흔들리다. ‘줄렁거리다’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2. 몹시 번화하게 넘쳐 나다 ≒ 출렁대다 3. 가슴이 몹시 설레다

파도(波濤) : 1. 바다에 이는 물결 2. 맹렬한 기세로 일어나는 어떤 사회적 운동이나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강렬한 심리적 충동이나 움직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우리말 ‘물’을 한자로 옮기니 ‘액체’입니다. 우리말 ‘출렁거리다’를 한자로 옮기면 ‘파도’예요. 말뜻하고 말결을 제대로 안 짚기에 뜬금없이 겹말을 쓰고 맙니다. ㅅㄴㄹ



물은 액체이기 때문에 바람이 불거나 충격을 받으면 출렁거리면서 파도가 일어나

→ 물은 무르기 때문에 바람이 불거나 건드리면 출렁거려

→ 물은 말랑하기 때문에 바람이 불거나 건드리면 출렁거려

《세상이 보이는 한자》(장인용, 책과함께어린이, 2020)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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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빵 4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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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숲노래 푸른책 2023.1.18.

새바라기란 사랑바라기



《토리빵 4》

 토리노 난코

 이혁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1.5.25.



  《토리빵 4》(토리노 난코/이혁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1)을 되읽으며 문득 돌아봅니다. 새를 보는 일이라면 ‘새보기·새바라기’이지만, 막상 이 나라에서는 ‘탐조·버드워칭’처럼 바깥말을 즐겨씁니다. 새를 살피는 길을 걸으면 ‘새길’일 테지만 ‘조류학’이 되고, 새를 담은 책은 ‘새책’일 테지만 ‘조류도감’으로 바뀝니다.


  곰곰이 보면, ‘새’가 왜 ‘새’인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요, 생각하지 않으니 우리말 ‘새’를 쓸 줄 모릅니다. ‘새록새록·새롭다’하고 맞물리는 ‘새’요, ‘생각’입니다. ‘새 = 사이’입니다. 사이란, 하늘하고 땅 사이요, 숲하고 마을 사이입니다. 새가 다니면서 살아가는 곳은 ‘사이’입니다.


  새는 ‘날개’가 있지요. ‘날다·날개’하고 ‘나·너’하고 ‘나무·너머’는 말밑이 같아요. 내가 나답게 살아가기에 ‘홀가분(홀로 가볍다)’입니다. 홀가분할 적에는 훨훨 날아가는 듯한 마음이자 몸입니다. 곧 ‘홀가분(자유) = 나다움 = 새(새롭다)’입니다.


  우리가 우리말을 제대로 알 뿐 아니라, 삶과 살림과 숲을 바탕으로 사람이라는 길을 생각하는 숨결이라면, ‘새바라기·새길·새책’이라는 이름을 즐겁게 쓰리라 여겨요. 새가 왜 새인 줄 살피지 않기에 그만 ‘조류·탐조·버드워칭’이란 수렁에 잠깁니다.


  토리노 난코 님은 어느덧 2022년까지 《とりぱん》을 서른 자락째 내놓지만, 한글판 《토리빵》은 더 안 나올 뿐 아니라, 새롭게 옮기려는 몸짓도 안 보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새바라기를 다루는 그림책·그림꽃책·얘기책·꾸러미가 잔뜩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몇 가지 없기도 하고, 부드럽고 쉬우면서 즐겁게 여미는 아름다운 책조차 없다고 할 만해요.


  왜 새를 새대로 바라보지 못 하고, 새 이야기를 못 담을까 하고 돌아보노라면, 먼저 우리말부터 우리말답게 쓰는 이웃이 드뭅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하나같이 시골에서 안 삽니다. 새바라기를 하더라도 서울(도시)에서 합니다. 시골은 어쩌다 마실을 하는 고장으로 여깁니다. 이른바 ‘마을새보기(도시탐조)’는 하되 ‘시골새보기·숲새보기’로는 잇지 못 하기 일쑤예요.


  생각해 봐요. 새는 사람한테 삶터를 엄청나게 빼앗겼습니다. 서울(도시)은 둥지도 빼앗지만, 사람 사이에서 상냥하게 어우러지는 숨길도 빼앗습니다. 어린이·푸름이는 부릉이(자동차)를 몰지 않는데, 부릉길(찻길)만 너무 넓어요. 어른들은 부릉이를 아무 데나 세우고 골목을 쇳덩이로 채우지만, 어린이·푸름이는 느긋이 쉴 데마저 없다시피 합니다.


  새를 바라보려면 먼저 시골하고 숲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노릇입니다. 새를 알려면 먼저 풀꽃나무를 사귀면서 알 노릇입니다. 새가 속삭이는 노래를 들으려면 먼저 바람노래랑 구름노래랑 비노래랑 바다노래랑 흙노래랑 풀노래를 들을 노릇입니다. 새를 글로 옮기거나 그림으로 담으려면 먼저 사랑빛을 마음으로 가꾸어 가만히 우리말로 나긋나긋 들려주는 숨결로 피어날 노릇입니다.


  그림꽃 《토리빵》은 이 여러 가지를 느긋느긋 일구면서 담아내는 아름책입니다. 그림꽃님인 토리노 난코 님은 ‘새가 가르는 하늘빛’을 그림으로 담고, ‘새가 내려앉는 풀꽃나무’를 그림으로 옮기고 ‘새가 들려주는 노래’에 휘파람으로 맞가락을 부르다가 문득 그림에 실어냅니다.


  새바라기란 숲바라기입니다. 새보기란 사랑보기입니다. 새찾기란 살림찾기입니다. 새하고 어깨동무를 하고 싶다면, 어린이·푸름이하고 맑고 밝게 말을 섞을 줄 알 만큼 눈높이를 가다듬고서 이 땅에 두 다리로 튼튼히 서기를 바라요. 부릉부릉 몰지 않는 몸짓이어야 새를 만날 수 있습니다.


ㅅㄴㄹ


지금 특별히 갖고 싶은 것은 없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느긋하게 산다는 꿈도 이뤘고, 대부분의 것은 없어도 별문제 없는 것이고. 그러니까 이제 좋은 아이가 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산타가 머리 위를 그냥 지나쳐 버려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에게 행복 있으라. (8쪽)


오래되고 사랑받지 못하는 그릇에 어느샌가 맛있는 추억이 가득 담겼다. (44쪽)


3월 초 해뜰 무렵 백조들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철새들의 이동시기가 다가오자 오리조차 빵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막 자라기 시작한 물가 수초를 먹느라 정신없다. 빵이니 우지니 바나나 같은 자연에서 구할 수 없는 물품이 갖춰진 모이터는 편의점 같은 존재. 먹이를 구하기 힘들 때는 편리하지만 제철이 돌아오면 자연스레 발길이 뜸해진다. (60쪽)


지난봄엔 벚꽃을 보고 눈이 흩날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건만, 꽃을 보며 눈을 아쉬워하고 눈을 보며 꽃을 그리워한다. (76쪽)


5월 하늘에 제비가 날고 있다는 걸 몰랐다 … 기억을 사진에 맡긴 채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마저 잊어버린다. 그림으로 옮김으로써 사물에 대한 신선한 시선을 유지한 화가의 눈이, ‘보는’ 행위의 무한함을 가르쳐 준다. (80쪽)


나무 밑에서는 봄이 되면 이 숲에서 가장 큰 꽃을 피우는 풀이 잠에서 깨어납니다. 세찬 비나 여름의 강렬한 햇살이 닿지 않도록 나무는 가지를 뻗어 가려 줍니다. 그러면 여름이 끝날 무렵 꽃봉오리가 맺히고, 동틀녘의 하늘빛을 닮은 보라색 꽃이 피어납니다. 이윽고 가을이 되면 꽃은 솜털로 변합니다. (1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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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그리고 1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정은서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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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3.1.18.

만화책시렁 505


《그리고, 또 그리고 1》

 히가시무라 아키코

 정은서 옮김

 애니북스

 2014.11.12.



  붓을 쥐면 누구나 붓님입니다. 붓을 쥐더라도 다 붓님이지는 않습니다. 글을 쓰면 누구나 글님입니다. 글을 쓰더라도 다 글님이라 하지 않아요. 얼핏 보면 두동진 듯하지만 곰곰이 보면 ‘붓’ 때문에 붓님일 수 없고, ‘글’은 누구나 쓰되 아무나 못 씁니다. 《그리고, 또 그리고》는 그림꽃님이 그림길을 걷는 나날을 다섯걸음으로 간추려서 보여줍니다. 철없는 푸름이로 노닥거리다가 얼결에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붙고, 다시 노닥거리다가 조금씩 철이 들면서 ‘그림을 왜 누가 어떻게 담는가’를 시나브로 익히는 길을 들려주어요. 마음이 없이 움직인다면 틀에 박혀요. ‘틀’이란 뜀틀이나 빨래틀처럼 뻣뻣하거나 딱딱한 것일 수 있고,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몸짓일 수 있습니다. 마음이 있으면 누가 틀에 가두려 해도 갇힐 일이 없어요. ‘마음으로’ 그리기에 ‘마음대로’ 나아갑니다. ‘마음껏’ 그리기에 ‘마음빛’이 환하게 퍼집니다. 오늘날 우리 둘레를 보면 미술대학·문학대학(문예창작)뿐 아니라 갖은 대학교가 판칩니다. 그곳을 나오기에 꾼(전문가)일 수 있지 않습니다. 그저 종잇쪽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마음에 사랑을 담기에 어버이요, 마음에 꿈을 담기에 어른이요, 마음에 놀이를 담아 아이입니다. 그림은 뭘까요?


ㅅㄴㄹ


“선생님은 어느 미대를 나오셨어요?” “난 대학 안 나왔다.” (54쪽)


“넌! 이것도 그림이라고 그렸어? 종이가 아깝다! 종이에게 사과해라! ‘더럽혀서 죄송하다’고 사과해!” (103쪽)


“전 못 해요!” “못 하긴 뭘 못 해? 무조건 해라! 인물화란 모델의 인간성까지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법! 네가 성의 없이 포즈를 취하니까 그림도 맥없는 시시한 그림이 되는 거다!” (1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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