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르투스 1 - 소환
시나노가와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만화책 2023.1.31.

책으로 삶읽기 786


《비르투스 1》

 기본 글

 시나노가와 히데오 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0.8.15.



《비르투스 1》(기본·시나노가와 히데오/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0)를 읽었다. 《산과 식욕과 나》를 그린 분이 빚은 다른 그림꽃이라서 읽기는 했는데, 어쩜 이렇게 확 갈리는 그림결인가 싶으면서도, 가만 보면 아주 다르지는 않구나 싶기도 하다. 《비르투스》는 그저 죽은 몸뚱이가 나뒹구는 모습을 거침없이 담아내어 놀래키려 할 뿐이요, 《산과 식욕과 나》는 그냥 언제 어디에서나 혼자서 맛밥을 바람 맑고 호젓한 데에서 누리려는 얼거리를 보여줄 뿐이다. 그림님이 무언가 생각해 보며 그림꽃을 여민다면 ‘밥맛(식욕)’이 아닌 풀내음이나 바람빛이나 새노래를 바탕으로 줄거리를 엮는 《산과 식욕과 나》이지 않았을까?


ㅅㄴㄹ


“맙소사, 모든 국민의 모범이 되어야 할 로마 시민이 이토록 타락했다니.” (18쪽)


“내 말대로 하면 규율 위반은 없던 일로 해주지. 거역한다면 용서는 없다. 평생 감옥에서 썩게 될지도 몰라.” (39쪽)


“잡초라는 이름의 풀은 없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는 뭔가 의미가 있을 거야, 뭔가.” (53쪽)


“이제 달아날 곳은 없다. 싸워야 해.” (11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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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교실 3
우메즈 카즈오 글 그림, 장성주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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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3.1.31.

책으로 삶읽기 804


《표류교실 3》

 우메즈 카즈오

 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12.12.28.



《표류교실 3》(우메즈 카즈오/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12)을 읽었다. 기나긴 줄거리가 드디어 맺는구나 싶어 한숨을 돌렸다. 어린이하고 어른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판을 보여주었으나, 눈먼 바보로 뒹굴면 스스로 삶을 잊고 살림을 버리고 사랑을 짓뭉개려는 마구잡이로 뒤바뀌는 대목을 무섭게 담아내었구나 싶다. 서울살림(도시문명)을 이룬 모든 곳이 이와 같지 않은가? 죽이느냐 죽느냐 하는 겨룸판(생존경쟁)이다. 밟히느냐 밟느냐로 갈린다. 죽임짓도 밟힘질도 아닌 따사로이 어루만지는 품을 헤아리지 않는 곳에서는 오직 돈·이름·힘 세 가지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투다가 나란히 골로 가게 마련이다.


ㅅㄴㄹ


“도쿄가 사막이 돼? 크하하하! 도쿄에 무슨 사막이 있다고. 툰드라나 하마마쓰에 있는 사구하고 착각한 거겠지.” “웃지 마세요! 봐요! 지금도 사막이잖아요, 안 그래요?” (138쪽)


“한 명뿐이었던 어른이 먹을 걸 전부 챙겨서 달아나버렸어! 학교에 있는 아이들도 잘 들어! 우리 아이들한텐 먹을 게 하나도 안 남았어! 우린 이제 굶어죽는 수밖에 없어! 잘 들어, 우린 그냥 둬도 굶어서 죽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 이런 식으로 죽이는 것만은 제발 그만둬! 너희도 인간이라면 제발 내 말을 들어줘!” (232∼23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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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미디어 - 손석춘 선생님이 들려주는 나를 찾는 미디어 여행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7
손석춘 지음, 김용민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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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인문책 2023.1.31.

인문책시렁 276


《10대와 통하는 미디어》

 손석춘 글

 김용민 그림

 철수와영희

 2012.7.12.첫/2023.1.1.고침



  《10대와 통하는 미디어》(손석춘, 철수와영희, 2023)를 새롭게 읽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새뜸(언론)에 맞추어 2012년 이야기를 2023년에 새록새록 풀어내는 얼거리입니다. 열두 해 앞서 이 책을 읽을 적에도 ‘신문사·방송사·출판사’는 하나같이 서울·큰고장에만 있으면서 서울·큰고장 이야기만 다룬다고 느꼈습니다. 열두 해가 지난 오늘날에는 시골로 옮긴 작은 펴냄터가 여럿 있습니다만, 아직도 거의 모두라 할 ‘신문사·방송사·출판사’는 서울·큰고장에 우르르 몰렸습니다. 그래서 다들 서울·큰고장 이야기로 채우기 일쑤입니다.


  예전에 가난하게 살아 본 적이 있더라도 오늘 가난살림이 아니라면 가난을 모를 뿐 아니라, 굳이 가난살림 이야기를 다룰 마음이 없게 마련입니다. 예전에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더라도 오늘 시골에서 안 살 적에는 시골을 잊을 뿐 아니라, 구태여 시골 이야기를 쓸 마음이 없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글바치(신문기자·방송피디)만 시골에서 안 살고 서울에서 살지 않아요. 글바치가 아닌 사람들도 으레 서울에서 살고,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리길(인스타·유투브)을 가득 채우지요. 서울이라면 으레 서울 이야기를 쓰고 읽는다면, 시골이어도 시골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우니 못 읽게 마련이면서, 어느새 서울바라기에 젖어들어 ‘시골사람도 서울 이야기를 읽고 쓰는 판’입니다.


  오늘날 새뜸(언론) 가운데 ‘참(진실)’을 그리는 글바치는 드뭅니다. 거의 모두 ‘겉(사실)’을 그리면서 돈(광고비·홍보비)을 받습니다. ‘광고 없는 신문·방송’이 있나요? 없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광고주 눈치’를 보는데, 요즈음 ‘광고주’ 가운데 큰손은 나라(정부)이기까지 합니다. 몇몇 새뜸은 큰일터(대기업)를 나무라는 글을 다루지만, 으레 ‘큰일터에서 만들어서 파는 살림을 알리’면서 광고비·홍보비를 받습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눈길을 차근차근 틔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뭇목소리를 다 다르면서 고르게 다룰 줄 아는 책도 곁에 두되, 먼저 마음을 활짝 틔우고서 풀꽃나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펴기를 바라요. 해바람비하고도, 별님·해님·들숲바다하고도 마음으로 이야기를 펼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잘 보셔요. 오늘날 어느 새뜸도 ‘멧새가 바라는 길’을 글로 담은 적이 없습니다. ‘나비가 꿈꾸는 삶’이나 ‘풀벌레가 노래하는 숲’이나 ‘개구리가 사랑하는 마을’을 글그림으로 담는 새뜸이 있을까요? ‘바람이 알려주는 날씨’라든지 ‘빗물이 일깨우는 푸른별’을 마음으로 듣고서 글그림으로 여미는 새뜸조차 없습니다. ‘새뜸(언론·미디어)’은 ‘신문·방송·인터넷·블로그·유투브’가 끝이 아닙니다. 바람도 별빛도 빗물도 바다도 숲도 들꽃도 풀벌레도 벌나비도 ‘새뜸’입니다. 머리와 마음과 눈길과 숨결과 넋을 고루고루 틔우고 가꾸는 새뜸길을 함께 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문제는 모든 언론이 진실을 보도한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실제로 진실이 보도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81쪽)


사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단순히 중산층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니라 이미 고소득층이거나 그에 가깝습니다. 빈곤층의 이야기를 담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지요. (137쪽)


우리가 여러 미디어를 통해 날마다 만나는 광고에 따르면 행복은 돈과 곧장 이어집니다. (171쪽)


프로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오늘의 시점에선 ‘3S’라는 말이 선뜻 다가오기 어려울 터입니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끼리 직접 야구장을 찾거나 텔레비전 생중계로 프로야구를 즐기는 일 또한 여가생활이지요. 다만 스포츠와 섹스, 스크린이 적잖은 사람들에게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오고 주권 의식을 흐리게 한다는 사실 또한 염두에 둘 필요는 있겠지요. (212쪽)


문제는 미래에 신문이 살아남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좋은 신문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있겠지요. (251쪽)


마지막으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271쪽)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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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넋 2023.1.31.

책하루, 책과 사귀다 164 김연경 남진 사진


2023년 1월 30일, 난데없는 글(신문기사)이 떴습니다. ‘배구선수 김연경’하고 ‘노래하는 남진’ 두 사람이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김기현’하고 꽃다발을 든 채 함께 찰칵 찍은 탓이라는데, 오늘날은 지난날하고 달라 고작 하루가 지나지 않아 민낯이 환하게 드러납니다. 지난날이라면 며칠 아닌 몇 달이나 몇 해 동안 거짓글에 속아 ‘김연경·남진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지요. 김연경 님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누리 으뜸별(최고선수)입니다. 누리집(인스타) 벗만 160만이 훌쩍 넘지만, 길에서 문득 스치는 사랑이(팬)가 있어도 기꺼이 찰칵 찍히면서 ‘엄지척’을 해준다고 널리 알려졌습니다. 김연경 님은 지난 스무 해 동안 따로 ‘벼슬길(정치색)’을 밝힌 적이 없이 오롯이 배구만 판 삶입니다. 왼오른이 없이 한길을 파는 사람한테 “이쪽이냐 저쪽이냐 갈라치기”를 하려 든다면, 시커먼 꿍꿍이를 노리는 무리이거나, 시컴둥이한테서 뒷돈을 받은 놈일 테지요. 글꾼(작가)도 읽님(독자)이 책에 손글씨(사인)를 적어 달라면 누구라도 다 적어 주고 함께 찰칵 찍습니다. 읽님이 왼오른이든 따질 일이 없어요. 우리는 모두 다른 숨빛인 사람이거든요. 허울은 눈가림·거짓말로 터지고, 참빛은 살림·나눔으로 피어납니다.

.

ㅅㄴㄹ

.

숲노래 씨는 ‘이름글꾼(유명작가)’은 아니나

책하고 사전을 몇 써낸 사람으로서

숲노래 책과 사전을 사읽은 분이 누구이든

다 손글씨랑 동시를 적어서 건네고

사진도 함께 찍는다.


‘김연경·남진 사진’은

김기현이란 놈팡이가 거짓장난을 친

민낯이 드러나기는 했되,


정치성향이 이러하든 저러하든

어느 쪽을 밀든 말든

그저 ‘다 다른 사람’으로 바라보면서

우리 스스로 ‘다 다른 한길’을

즐겁게 걸어가면서

이 푸른별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온마음과 온사랑을 쏟을 노릇 아닐까?


‘다음 사이트 덧글’을 보고서

이렇게 깜깜이가 많나 싶어

조금 놀랐으나

우리 눈높이를 고스란히 드러냈을 뿐이라고

느낀다.


그래도

민낯이 다 드러난 1월 31일 저녁부터는

깜깜이로 김연경 선수를 깎아내리던 덧글이

모조리 사라진 듯싶다.


김연경 선수는

소속구단 흥국생명이 막질을 벌였어도

학교폭력 칼둥이 자매가 막짓을 일삼았어도

모든 민낯이 드러날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고 연습·운동만 하면서

꽃등이라는 자리를 가꾸어 왔다.


2004년부터 2023년 오늘까지

김연경 선수 경기를 거의 다 본 사람으로서

글 한 조각 남긴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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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濟州島 - 1935~1965 일본 문화인류학자의 30년에 걸친 제주도 보고서
이즈미 세이치 지음, 김종철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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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숲책 / 숲노래 책읽기 2023.1.31.

숲책 읽기 188


《제주도》

 이즈미 세이치

 김종철 옮김

 여름언덕

 2014.5.25.



  《제주도 1935∼1965》(이즈미 세이치/김종철 옮김, 여름언덕, 2014)는 일본이웃이 우리나라 제주섬을 살핀 발자취를 서른 해를 틈을 두고서 갈무리하고서 여민 꾸러미입니다. 이제는 우리 손으로 우리 삶자취를 차곡차곡 여미는 사람이 부쩍 늘었으나, 아직도 우리 삶길보다는 이웃나라 삶길에 더 마음을 쏟는 얼개입니다. 지난날에도 우리 살림새를 우리 눈으로 바라보면서 우리 손으로 품는 일이 드물었고, 오늘날에도 우리 살림빛을 우리 숨결로 읽고 헤아리면서 우리 넋으로 다독이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틀림없이 늘어납니다.


  이웃나라에서 먼저 세우거나 마련한 틀에 맞추면, 이모저모 읽거나 헤아리기에 수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웃나라 틀(이론·학문)은 이웃나라 삶·살림·사람을 살펴서 세운 틀이에요. 모든 나라는 다르기에 모든 나라는 저마다 저희 틀을 차근차근 세울 노릇이에요.


  지난날에는 총칼을 앞세운 무리가 억지로 짓밟았기에 ‘우리 눈·넋·숨·말글’을 스스로 뒷전으로 내몰았다면, 오늘날에는 ‘우리 눈·넋·숨·말글’을 뜬금없이 ‘민족주의·보수·차별’로 내몰곤 하더군요. 그러나 인도는 인도 눈빛으로 읽고 보아야 인도를 알 수 있고, 네팔은 네팔 넋으로 읽고 보아야 네팔을 알 수 있어요. 일본은 일본 숨길로 읽고 보아야 일본을 알 테며, 이 나라는 한겨레 말글로 읽고 보아야 비로소 이 나라 이 땅을 알 수 있습니다.


  제주사람 말글하고 삶결하고 살림새를 안 살피면서 제주를 알 턱이 없습니다. 우리말·우리글을 안 살피면서 우리 옛자취하고 오늘살림을 알 턱이 없어요. 이런 여러 가지를 헤아려 보면, 《제주도 1935∼1965》는 이웃 일본사람이 한겨레하고 제주섬을 찬찬히 사랑하려는 마음을 기울여서 여민 값진 꾸러미라고 여길 만합니다.


  제주에서 나고자랐기에 제주를 알지 않습니다. 한겨레(한국)란 이름을 달고서 살아가기에 한겨레를 알지 않아요. 말 한 마디를 차근차근 돌아보고, 살림살이 한 가지를 찬찬히 보살필 적에 비로소 우리 속빛을 읽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우리사랑(나사랑)’하고 등져요.


  작은 낱말 ‘우리’는 ‘너 + 나(나 + 너)’입니다. 혼자를 제대로 느끼고 바라보기에 ‘우리’입니다. 둘레에 다른 사람이 없어도 ‘나 + 나무’나 ‘나 + 새’이기에 ‘우리’입니다. ‘나 + 흙’이나 ‘나 + 풀벌레’나 ‘나 + 구름’이나 ‘나 + 바람’이나 ‘나 + 바다’이기에 ‘우리’예요.


  그저 뭉뚱그리는 자리에서도 ‘우리’를 쓰기에 “우리에 가둔다”도 있으나, 이런 말씨는 ‘말이 잘못’이 아닌, ‘말을 다루는 마음이 일그러진 모습’일 뿐입니다. 마음을 슬기롭게 다스리고 어질게 펴는 말로 생각을 심어야 비로소 한겨레도 제주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고, 우리 스스로 태어나거나 살아가는 자리를 사랑으로 바라보는 살림을 짓습니다.


ㅅㄴㄹ


밭갈이가 바쁜 계절이 끝나면 섬 날씨는 맑아 바다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올라오고 파도가 하얗게 부서진다. 그리하여 비 많은 달로 접어든다. 밭에는 잡초가 자라기 시작한다. 칠월절 전후는 이른바 ‘검질매기(김매기)’가 바쁜 철이다. (110쪽)


그들은 사락눈 또는 방울눈이 내린 직후엔 사냥감을 사로잡긴 쉬우나 급경사면에서는 ‘어름시러짐(눈사태)’이 많으니 깊은 골 바닥엔 들어가지 말라든가 엄의 사면은 잘 미끄러진다든가, 밑에 물이 흐르고 있는 엄믜 눈다리는 위험하니 피하라 …… (117쪽)


일본 해녀는 잠수 때 속치마를 입는데 비해 제주도 잠녀는 이와는 다른, 더구나 한복과도 계통이 다른 마름질인 소중의를 입는다는 것, 어획 대상물은 일본에서는 식용의 패류, 해조류가 주인데 비해 섬의 잠녀는 우선 밭거름으로서의 듬북이 죽이고 식용 해조류와 패류가 버금이라는 점이다. (147쪽)


(1933년) 일본 재주 한국인에 대해서 보면 전혀 그 양상을 달리해 특히 오사카·도쿄 등 대도시 거주자의 반수 가까이가 제주도 출신자다. (265쪽)


여자의 86.9퍼센트는 한복을 가지고 있는 반면 남자는 84.2퍼센트가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구나 한복을 소유한 남자들 중 8인은 한 사람당 한 벌씩, 나머지 2인만이 각각 세 벌, 다섯 벌을 소유하고 있다. (292쪽)


(1944년) 인구 25만 명 정도인 섬에 전체 인구의 거의 반수에 해당하는 일본군이 들어와서 전도의 요새화를 위해 해안에서 한라산 기슭에 걸쳐 토치카를 만들고 도로를 고치고 혹은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진지에는 무기가 모여 쌓여갔다. 그것은 1년도 안 되는 기간이었으나, 뒤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섬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 (3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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