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열폭 劣暴


 자세히 보면 너의 주장은 열폭이다 → 가만 보면 네 말은 투정이다

 열폭하는 사회 분위기 → 토라지는 나라 모습

 그 이후로는 열폭할 일은 없게 되었다 → 그 뒤로는 들끓을 일은 없다


  ‘열폭(劣暴)’이라는 한자말은 낱말책에 없습니다. 작은 일에 펑 터지는 마음을 가리키는 일본스런 한자말이지 싶습니다. “열등감 폭발(劣等感 爆發)”을 줄인 얼개일 테지요. ‘뿔나다·골나다·부아나다·불나다’나 ‘터지다·발칵·벌컥·불끈·왈칵’으로 풀어낼 만합니다. ‘부글부글·바글바글·뾰로통’이나 ‘끓다·들끓다·붓다·펄떡·펄쩍’이나 ‘배아프다·몽니·울뚝밸·핏대 세우다’로 풀어낼 수 있고, ‘삐지다·샐쭉거리다·언짢다·흥흥’이나 ‘토라지다·투덜대다·투정’으로 풀어내어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위에 있으면 지시만 하면 되니까 좋겠다고 열폭했었죠

→ 위에 있으면 시키기만 하면 되니까 좋겠다고 뿔냈죠

→ 위에 있으면 말만 하면 되니까 좋겠다고 샐쭉거렸죠

《니시오기쿠보 런스루 1》(유키 링고/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0)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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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자취(간기)에 “윤미향 편집”이라 적힌 대목을 보고는 ‘정의연 윤미향’인 줄 잘못 알았습니다. 말썽을 일으킨 그분이 아닌 ‘책마을 엮음이로 일하는 윤미향’ 님이 따로 있습니다. 이름이 같을 뿐인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살피지 못 하고서 쓴 느낌글은 지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느낌글을 새로 갈무리해서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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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5.


《할머니, 우리 할머니》

 한성원 글·그림, 소동, 2020.12.5.



어제 담가 놓은 빨래를 아침에 한다. 뿌옇던 하늘이 차츰 밝다. 아침이 제법 일찍 찾아오고, 저녁이 꽤 길다. 열일곱 시 즈음이면 어둡던 날이 지나고, 열여덟 시에도 아직 환하다. 봄이 코앞이로구나. 옷하고 이불은 해바람에 말리면 보송보송하다. 햇내음·바람내음은 집살림을 푸르게 북돋운다. 우리 몸도 풀꽃나무도 해바람을 머금기에 튼튼하고, 빗물·샘물을 받아들이기에 싱그럽다. 《할머니, 우리 할머니》를 읽고서 한참 한숨을 쉬었다. 얼핏 익살스레 보이거나 덜 무겁게 줄거리를 이끌려고 그림꽃(만화)으로 담은 듯싶으나, 그린이 얼굴이 너무 자주 나오고, 자꾸 샛길로 빠진다. 또한, 일본이 총칼(전쟁무기)을 앞세워 사람들을 짓밟고 죽이면서 ‘피는꽃’을 나란히 들볶고 죽이던 일을 잊지 않았다면, 군국주의 일본이 퍼뜨린 한자말·말씨를 이제는 털어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늘 쓰는 말에 우리 숨결을 담지 않고서, ‘총칼냄새 자욱한 일본말씨’를 그대로 둔다면, 놈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 삶을 갉는 굴레이다. ‘국민·국어’도 일본말이지만 못 느끼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아니, 안 느낀다고 해야 옳겠지. 꽃할매 눈물꽃은 “총칼을 녹여서 없애는 사랑”을 온몸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씨앗을 남기는 빛줄기라고 생각한다.


ㅅㄴㄹ


텃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는 게 즐거운 강일출 할머니가 더욱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텃밭을 일구며 즐거운 강일출 할머니다 더욱 즐겁게 살면 좋겠습니다


온화한 미소를 가진 참 고우신 할머니입니다

→ 따뜻하게 웃는 할머니가 참 곱습니다

→ 포근하게 웃는 할머니가 참 곱습니다


기림의 날로 제정하였습니다

→ 기림날로 삼았습니다

→ 기리는 날로 두었습니다


‘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꽃’이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 ‘노리개’가 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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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우리 할머니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기억합니다
한성원 지음 / 소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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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자취(간기)에 “윤미향 편집”이라 적힌 대목을 보고는 ‘정의연 윤미향’인 줄 잘못 알았습니다. 말썽을 일으킨 그분이 아닌 ‘책마을 엮음이로 일하는 윤미향’ 님이 따로 있습니다. 이름이 같을 뿐인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살피지 못 하고서 쓴 느낌글은 지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느낌글을 새로 갈무리해서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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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472


《할머니, 우리 할머니》

 한성원

 소동

 2020.12.5.



  꽃할머니 이야기를 ‘기억과 기록’으로 묶었다고 하는 《할머니, 우리 할머니》를 장만하고서 한 해를 묵혔습니다. 이 책을 보면 그린이가 자꾸자꾸 “귀여운 할머니”라든지 “배우 하셔도 될 만큼 고우십니다”처럼 겉모습을 따지는데, 아주 거북합니다. ‘할머니를 기억하고 기록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그린이 모습을 자주 집어넣습니다. 구태여 ‘그린이 얼굴 자랑(?)’을 해야 할까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46쪽)” 하고 적습니다만, 이옥선 님이 외친 말을 옮겼듯 사람들은 ‘할머니’라 할 뿐입니다. 1993∼1998년에 할머니들은 손수 그림을 그리면서 멍울을 달래었고, 이때 김순덕 할머니 〈못 다 핀 꽃〉을 비롯해 숱한 꽃그림은 ‘덧없는 총칼(전쟁무기)’로는 아무런 사랑도 꿈도 살릴 수 없다는 숨결을 보여주었습니다. 《꽃할머니》라는 이름을 붙인 그림책도 있습니다. 이분들뿐 아니라 모든 할머니를 수수하게 ‘꽃’으로 가리키기도 하는데, ‘꽃잎’이란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일본 벼슬아치를 마주한 자리에서는 “너희가 사람을 ‘노리개’로 짓밟지 않았느냐!” 하고 따질 만하겠지요. ‘기림의 날’은 일본말씨입니다. ‘-의 존재’도, ‘제정·사용·용어·미소’도 일본말씨입니다. 책을 얼른 덮었습니다. ‘기억·기록’ 말고 ‘생각’을 하길 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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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미마을 느티나무 아래서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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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읽는 하루

― 죽살이 고갯길에서



《무너미마을 느티나무 아래서》

 이오덕

 한길사

 2005.8.24.



  《무너미마을 느티나무 아래서》는 이오덕 어른이 죽살이 고갯길에 쓴 노래(시)를 갈무리한 두 가지 꾸러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오덕 어른은 마지막으로 이 땅에서 하루하루 누리는 동안 우리말·우리글을 갈닦는 눈빛을 추스르려 하면서, 어린글꽃(어린이문학)이 슬기롭고 참하게 서는 밑틀을 들려주려 하면서, 그동안 다른 일을 먼저 하느라 뒷전으로 놓던 노래쓰기를 바지런히 했습니다.


  이오덕 어른은 이원수 님이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서 오래도록 글꽃쓰기(문학창작)를 멈추고 글꽃보기(문학비평)에 마음을 쏟았습니다. 이원수 님은 우리나라 어린글판(어린이문학판)에서 글을 바르게 보고서 말을 바르게 하는 사람이 너무 적은 탓에 글꽃을 여밀 사람들이 눈빛이 흐리고 글빛마저 흐리다고 안타깝게 여겼어요. 이원수 님이 지켜보기로 이오덕 어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곧바르게 글을 보고 말을 옮길 줄 안다고 생각했다지요. 1977년에 나온 《시정신과 유희정신》을 비롯하여 2002년 《어린이책 이야기》까지 쉬잖고 글꽃보기를 남겨 놓았습니다.


  곰곰이 보면, 이오덕 어른은 멧골에 깃들어 어린이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던 무렵에 노래쓰기하고 글꽃쓰기에 힘을 쏟았습니다. 큰고장으로 나와서 말글을 살리고 어린글꽃을 북돋우는 길을 걸을 적에는 멧골도 멧꽃도 멧새도 멧숲도 곁에 둘 겨를이 없었어요. 더는 큰고장에서 지낼 기운이 없다고 여겨 멧골을 품은 시골로 옮기고서야 다시금 글꽃쓰기를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보면, 멧골이나 시골에서 살며 글꽃(문학)을 여미는 분이 매우 적습니다. 들숲바다는커녕 흙빛이나 풀내음조차 모르는 채 글쓰기만 한다고 볼 만합니다. 여름짓기가 아닌 ‘농업·농사’는 온통 ‘비닐·농기계·풀죽임물(농약)·죽음거름(화학비료)’으로 물들었어요. 흙과 풀과 해바람비를 등진 채 ‘농업 ·농사’만 하는 길이라면 시골에서 살더라도 노래를 잊거나 등지게 마련입니다.


  비닐을 치는 일꾼은 노래를 안 부릅니다. 풀죽음물을 뿌리는 데에서는 입조차 벙긋할 수 없습니다. 죽음거름은 냄새가 고약하니 더더욱 입을 다뭅니다. 농기계가 시끄러운 데에서는 아무도 북이나 장구나 꽹과리를 치지 않습니다.


  또한 부릉거리는 쇳덩이(자동차)를 모는 이들도 노래하지 않아요. 쇳덩이가 가득한 시커먼 길을 내달리는 이들은 다른 쇳덩이를 쳐다보느라 마음을 기울여야 하니 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스스로 노래하지 않고, 들노래도 숲노래도 바닷노래도 온통 잊어버리고 등지는 오늘날입니다. 이제는 들숲바다에 해바람비에 풀꽃나무를 모조리 잊고서 글만 쏟아내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판입니다.


  생각해 봐요. 들숲바다에 해바람비에 풀꽃나무를 잊은 이들은 아이들도 잊게 마련입니다. 아이들이 느긋이 놀다가 낮잠도 들고 나무타기를 하면서 하루를 소꿉잔치로 누빌 짬을 빼앗은 이들이 어떤 글을 쓰는가요?


  《무너미마을 느티나무 아래서》는 《고든박골 가는 길》하고 나란히 나오기로 했으나, 《고든박골 가는 길》이 2005년 4월 15일에 나오고, 《무너미마을 느티나무 아래서》가 2005년 8월 24일에 나옵니다. 처음에는 실천문학사 한 곳에서만 이오덕 어른 노래를 ‘유고 시집’으로 내려 했는데, 한길사 쪽에서 굳이 나눠서 같이 내자고 떼를 쓴 탓에 두 곳에서 따로 나왔는데, 한길사는 나눠서 ‘같은 날’에 내자는 다짐조차 어겼습니다.


  한길사는 2003년 11월 5일에 《살구꽃 봉오리를 보면 눈물이 납니다》를 함부로 냈습니다. 이오덕 어른이 한길사 김언호 씨한테 ‘이오덕·권정생이 주고받은 글월’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책으로 내라고는 안 했는데, 몰래 챙겨서 때를 기다렸다지요.


  막짓을 일삼은 한길사였는데, 작가회의에 이름을 건 여러 글꾼이 한길사 쪽에서 부린 떼를 받아들여서 이오덕 노래책을 2005년에 두 곳에서 나란히 냈고, 이제는 판이 끊어졌습니다.


  책은 왜 쓰고 왜 읽어야 할까요? 노래는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부르는가요? 왜 이오덕 어른 책을 굳이 펴내어 그들 이름값을 높이는 길에 써먹으려고 잔꾀를 부려야 할까요?


  이오덕 어른이 피맺힌 목소리로 한 줄 두 줄 적은 〈죽어야 한다〉를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죽음은 안 나쁩니다. 죽음은 늘 삶하고 맞물립니다. 우리말은 ‘죽살이’라 합니다. 죽음을 앞에 놓고 삶을 뒤세웁니다. 떠나기에 찾아들고, 내려놓기에 일어섭니다. 잠들기에 깨어나고, 스러지기에 거듭납니다.


  모든 허울을 걷어치워야 아이들이 살아날 새터를 열 수 있습니다. 모든 껍데기를 쓸어내야 아이들이 꿈꾸고 노래할 숲누리를 이룰 수 있습니다. 모든 겉치레를 벗어던져야 아이들이 마음껏 생각날개를 펴면서 온누리에 아름다이 웃음노래가 퍼질 수 있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낮이 따뜻합니다. 밤새 고요히 몸을 쉬면서 꿈을 그려야 한낮에 환하게 하루를 일구면서 즐거이 땀흘립니다. 밤은 밤빛이고 낮은 낮빛이에요. 밤은 밝은꿈으로 나아가는 밝은씨앗입니다.


  죽음터이자 잿터인 서울을 스스로 웃으면서 떠날 줄 아는 마음이라면 어른스럽습니다. 멧새가 노래하는 곁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면서 웃는 숨결이라면 어른답습니다. 차디찬 서울에서 쇳덩이를 몰아내고서 나무 한 그루랑 풀꽃씨 한 톨을 심으면서 푸르게 바꿀 하루를 그리는 손길이라면 어른입니다.


ㅅㄴㄹ


아침마다 감나무 밑에 간다 / 감나무 밑에 깔려 있는 단풍잎은 /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감나무 단풍잎은 / 하느님이 땅 위에 수놓은 고운 보자기 (감나무 단풍잎/15쪽 1999.10.)


설날은 떡국 먹고 술 마시는 날인가? / 윷놀이 화투놀이로 즐기는 날인가? 세배하고 인사하고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 좋아하는 날인가? / 아니다 / 그런 날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설날은 지난해 지난 날 돌아보고 / 앞날 생각하고 앞길 바라보고 / 올해는 부디 잘 할 수 있기를 비는 날인가? (설날에 거는 전화―아이들에게/74쪽 1998.1.28.)


벼랑 끝까지 와서도 / 사람들은 미친 춤을 추고 있구나 / 춤을 추면서 외치는 소리가 하늘과 땅에 차고 / 넘쳐서 어지럽구나 멀미가 나는구나 / 더 빨리 달리는 차들! / 더 넓고 쭉 곧은 길을! / 더 높은 빌딩을! / 더 많은 구경거리를! / 더 맛좋은 먹을거리를! 더 달콤하고 / 향기 넘치는 마실거리를! / 그리고 아이들을 하루바삐 어른으로 / 만드는 교육을! (예언/88쪽 1998.11.5.)


농업이 죽어야 한다 / 축산도 죽어야 한다 / 담배도 인삼도 다 죽어야 한다 // 공장도 망하고 / 기업도 쓰러지고 / 학교도 문을 닫야 한다. // 방송과 신문―그 언론이란 것 / 싹 없어져야 돼. / 문학과 철학, 과학, / 또 무슨 무슨 온갖 학문도 / 종교와 예술 따위도 어디 부딪혀 박살이 나 버려라 / 벼락을 맞아라 … 소설, 시, 동화고, 에세이고 뭐고 / 무슨 주의 무슨 운동 / 다 망해라 망해. / 모조리 예자리 다 뻗어 버려라 // 그래야 사람이 살아나지 / 그래야 땅이 살고 하늘이 살고 / 아이들이 살아나지. (죽어야 한다/168∼169쪽 2001.1.6.아침)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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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2.6.

오늘말. 가다


바람이 부는 곳을 보며 제가 있는 자리를 헤아립니다. 때로는 맞바람으로 자전거를 달리고, 때로는 등바람을 받으며 걷습니다. 바람길은 늘 바뀝니다. 바람결대로 휘둘리자면 이리도 못 가고 저리도 못 가요. 이 바람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되 스스로 그리는 마음길을 찬찬히 바라보면서 한 걸음씩 옮깁니다. 혼자 그만 힘쓰고 그늘에 들어오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으나 어디에도 휩쓸릴 마음이 없습니다. 무리에 매이면 바람빛을 잊어요. 물결을 타면 별빛을 등지지요. 새치기를 하는 이들은 누가 틈새치기를 하면 탓하더군요. 이녁부터 끼어들며 옥죄인 굴레인 줄 못 느껴요. 우르르 몰려드는 물살은 그저 보내 주기로 해요. 길들이려는 무리한테 손길을 뻗을 까닭이 없어요. 길들이려는 오지랖에 끌려갈 일이 없습니다. 슬그머니 파고들어 흔들려는 그들은 스스로 꿈도 사랑도 하루도 안 그리는 듯해요. 기어드는 그들을 쳐다보기보다는, 천천히 싹트는 우리 마음빛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아침햇살이 부드러이 스밉니다. 저녁별빛이 고즈넉이 번집니다. 억지로 쓰는 힘으로는 아무것도 못 짓습니다. 사랑으로 물드는 마음에 새롭게 퍼지는 맑은 기운입니다. 


ㅅㄴㄹ


가다·미치다·맞다·받다·맞아들이다·받아들이다·배우다·바꾸다·바뀌다·물·물결·물들다·흔하다·힘·심·손·손아귀·손힘·번지다·스미다·잠기다·적시다·절다·절이다·보다·바라보다·쳐다보다·들여다보다·그늘·그림자·오지랖·기운·기어들다·길들다·끼다·끼어들다·끼치다·탓·탓하다·파고들다·퍼뜨리다·퍼지다·끄달리다·끌려가다·끌려다니다·쓸려가다·쓸리다·흔들다·휩싸다·휩싸이다·휩쓸다·휩쓸리다·휘두르다·휘둘리다·휘말다·휘말리다·휘젓다·너울타기·물결타기·새치기·옆치기·틈새치기·밀려들다·밀려오다·밀물·밀물결·매다·매이다·동이다·동여매다·얽매다·얽매이다·옥죄다·옭다·옭매다·옭아매다·옮다·옮기다·바람·바람꽃·보내다·뻗다·뿌리뻗다 ← 영향(影響), 영향권, 영향력, 영향을 받다, 영향을 끼치다, 영향이 미치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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