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직업 잔혹사 - 문명을 만든 밑바닥 직업의 역사
토니 로빈슨.데이비드 윌콕 지음, 신두석 옮김 / 한숲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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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인문책 2023.2.18.

인문책시렁 279


《불량직업 잔혹사》

 토니 로빈슨·데이비드 윌콕

 신두석 옮김

 한숲

 2005.10.7.



  《불량직업 잔혹사》(토니 로빈슨·데이비드 윌콕/신두석 옮김, 한숲, 2005)는 “The Worst Jobs In History”를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애써 옮기기는 했으나 ““The Worst Jobs”이라고만 했을 뿐 ‘잔혹’이란 한자말이 끼어들 틈은 없습니다. “The Worst”를 ‘불량’이란 한자말로 옮겨도 될는지 아리송하고요. 줄거리를 돌아본다면 “끔찍했던 일”쯤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모질던 일”이나 “사납던 일”로 풀어도 어울립니다.


  윗자리라는 곳에 있던 임금·벼슬아치·돈바치·글바치는 다른 사람을 ‘사람’으로 안 여겨 왔습니다. 하늬녘(서양)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매한가지요, 중국하고 일본도 똑같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조선 발자취를 더듬으면서 몇몇 임금을 ‘뛰어나거나 훌륭한 분’으로 치켜세우곤 하는데, 참말로 ‘임금을 섬겨’도 될까요? 그들 임금이 하루라도 여느 흙일꾼을 ‘사람’으로 여긴 적이 있을까요? 그들 임금·벼슬아치·돈바치·글바치는 나라를 위아래로 갈라서 ‘백성·양민’이라는 목숨을 한낱 부스러기나 톱니바퀴쯤으로 여기지 않았나요?


  하늬녘이건 우리나라이건 종(노예)이 있습니다. 지난날이건 오늘날이건 종(노예)은 버젓이 있습니다. 더구나 스스로 ‘사람’이란 자리를 생각하지 않는 이들은 몇몇 우두머리를 끔찍하게 섬기는 나머지 ‘허수아비·꼭두각시(친위대·홍위병)’ 노릇에 발벗고 나서기까지 합니다. 그들 힘꾼(권력자)은 바로 사람들이 스스로 ‘사람’인 줄 잊고서 ‘그들바라기(임금바라기)’를 할 적에 기운(에너지)을 빼앗는데, 바로 우리 스스로 이 얼거리를 못 깨닫기 일쑤입니다.


  이제라도 깨달아야 합니다. 왜 묻기(설문조사·인기투표)를 자꾸 자주 할까요? 묻기(설문조사·인기투표)를 하는 까닭은 아주 쉽게 알 만해요. 우리가 우리 스스로 ‘사람’인 줄 잊고 ‘그들바라기(임금바라기)’를 하도록 내몰아요. 누가 더 낫거나 나쁜가를 가르도록 내몰면서 싸움씨앗을 우리 마음에 심고, 우리가 낫다고 여기는 우두머리를 저쪽에서 나쁘다고 여기면 “저놈은 바보 아냐?” 하면서 짜증을 일으켜 끼리끼리(우리끼리) 싸우도록 부추기고, 그들(임금·권력자)은 윗자리에 팔짱을 끼면서 이 다툼판을 키들거리면서 내려다봅니다.


  《불량직업 잔혹사》는 그들(임금·권력자)이 윗자리에 서서 사람들을 어떻게 짓밟고 괴롭히면서 사람들 스스로 마음을 잊거나 잃도록 내몰아서 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끔찍하고 사납게 발자취(역사)를 더럽혀 왔는가를 차근차근 짚는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가 ‘발자취 익히기(역사 공부)’를 하겠다고 말하려면, 그들(임금·권력자)이 일삼은 굴레질을 꿰뚫어볼 노릇입니다. 그들(임금·권력자)이 일삼고 벌이고 꾀하면서 홀리는 모든 굴레질을 꿰뚫지 않고서 그들섬기기(임금섬기기·권력자 추앙)에 얽매인다면, 바로 우리가 스스로 ‘사람’이라는 숨결인 줄 잊고서 우리 기운을 그들한테 몽땅 바치는 꼴입니다. 이름을 잊으면 사람이 아닌 종이자 톱니바퀴로 나뒹굴다가 죽습니다.


ㅅㄴㄹ


노예들이 하는 일을 ‘직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일의 종류와 일할 장소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16쪽)


로마제국의 부유한 시민들의 멋진 장신구에 쓰일 금을 캐다 돌라우코티에서 죽은 광부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27쪽)


바이킹이 강인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사실 그들은 그래야만 했다. 습격을 하자면 으레 엄청난 고통을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그들은 차가운 북해에 떠 있는 지붕 없는 배 안에서 여러 밤을 지새웠다. (60쪽)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림 그리는 데 열중하느라 모델을 팔다리와 근육의 흥미로운 배치 외의 어떤 대상으로 보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여성 모델이 서는 날이면 미성년 학생을 포함해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이 몰래 들어오는 사건이 많았다. 심지어 황태자조차도 나체의 여인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땐 입장료를 지불하고 왕립미술원의 미술 교실에 들어가 앉아 있곤 했다. (253쪽)


차 밀수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체의 불법 거래를 막은 것은 법령 개정이었다. 1832년 해부법은 구빈원에서 사망한 빈민자의 시신을 해부실습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빅토리아 시대 구빈원은 항상 만원이었기에 구빈이 외과의사가 필요로 한 시체를 모두 공급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259쪽)


#TheWorstJobsInHistory #TonyRobinson #DavidWillcock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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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2.17. 탄광 침수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날마다 몇 낱말을 놓고서 새롭게 풀어내다가 가늘게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바라기를 하고 나무바라기를 합니다. 오늘은 새벽부터 ‘몸’하고 얽힌 수수께끼를 거의 풀 듯하다가 ‘모두·다’ 두 낱말이 얽힌 실타래를 풀려다가 멈추었습니다. 그냥 밀어붙여도 되지만, 마음에서 김이 몽글몽글 피어나면 모든 일을 멈춥니다. 더 돌아보고서 배울 대목이 있기에 마음에서 김이 나거든요.


  뒤꼍에 올라 푸릇푸릇 올라오는 풀을 살피다가 여린쑥을 보았고, 한 포기를 톡 뜯어서 혀에 얹으니 사르르 녹는 겨울맛에 봄내음입니다. 모든 나물은 늘 그곳에서 바로 훑어서 날로 누릴 적에 가장 싱그러운 빛이에요. 오래 두려고 말려서 묵나물로 삼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해바람빛을 물씬 담아놓습니다. 묵나물을 건사할 수 있는 나날이란, 해바람빛을 담아낸 동안이라고 할 테지요.


  저녁에 문득 한자말 ‘침수’를 갈무리하다가, 두 가지 ‘침수(沈水·浸水)’가 있는데 자칫 하나로 뭉뚱그릴 뻔했다고 느낍니다. 헐레벌떡 둘을 갈라놓다가 ‘침범·범람’을 갈라놓고, 이윽고 ‘탄광·광산’이란 한자말을 그냥 쓸는지, 새말을 지을는지 생각하다가 잠자리에 들기로 합니다. 등허리를 펴고 한동안 누웠더니 ‘돌’이란 낱말을 “그저 단단히 뭉친 것”으로뿐 아니라 ‘광물·광석’을 가리킬 적에도 예부터 으레 쓴 줄 깨닫습니다.


  ‘돌밭’이라고 하면 돌이 많아서 쓰기 어려운 땅을 흔히 가리키지만, 새롭게 살려쓰는 돌이 많이 나는 곳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돌밭 ㄱ = 돌무더기·자갈밭’으로, ‘돌밭 ㄴ = 돌기름밭’으로 가를 만해요. 다른 곳에 붙이는 ‘-밭’은 넉넉히 가꾸어 누리는 곳을 가리키는데, ‘돌밭’만 “돌이 많아 못 쓰는 땅”으로만 쓰기에는 아쉬워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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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신 유희정신 - 어린이문학의 길 이오덕의 문학 1
이오덕 지음 / 양철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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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읽는 하루

― 서울을 버리고 숲을 품기



《詩精神과 遊戱精神》

 이오덕

 창작과비평사

 1977.4.25.



  《시정신과 유희정신》(이오덕, 창작과비평사, 1977)이 어렵다고 얘기하는 분이 제법 많습니다. 1977년에 처음 나온 책은 “詩精神과 遊戱精神”처럼 한자로 적었기에, 이 한자를 못 읽느라 선뜻 손이 안 갔다는 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펴면 ‘한자를 드러낸 대목’은 없다시피 합니다.


  이오덕 님은 뒷날 《우리글 바로쓰기》를 펴냈지만, 전두환이 이오덕 님을 어린배움터에서 솎아내며 괴롭히던 때까지 글에 곧잘 한자를 썼습니다. 어린배움터에서 마지막까지 아이 곁에 있지 못 하고 떠나야 하고 나서, 열린배움터(대학교)에서 이태 동안 가르친 적이 있는데, 이무렵 우리나라 젊은이가 글을 너무 못 쓰고 말을 너무 모르는 줄 깨달았다지요. 우리 젊은이가 왜 이토록 말글을 모르는가 하는 뿌리를 파헤치면서 ‘우리말 우리글’부터 제대로 들려주고 배우지 않으면 이 나라가 통째로 썩고 뒤틀리고 흔들릴 수밖에 없겠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1990년 앞뒤로 몹시 바쁘게 하루를 보내었고, 부르는 곳이 있으면 어디라도 이야기꽃을 피우려고 달려가다 보니, 어느새 여린 몸이 더 지치고 말아 끝내 드러눕다가 권정생 님보다 먼저 흙으로 돌아간 이오덕 님입니다. 그동안 써낸 책 가운데 《시정신과 유희정신》만큼은 쉬운 우리말로 고쳐쓰고픈 마음이었지만, 옛글을 고쳐쓰기보다는 새글을 쓰는 일에 더 힘을 쏟느라 《시정신과 유희정신》은 1977년에 나온 판 그대로 남았습니다.


  총칼을 휘두르는 우두머리가 춤추던 1977년 무렵, 이 나라 앞길을 헤아리면서 꿈씨앗처럼 남긴 두 마디인 ‘시정신’하고 ‘유희정신’을 오늘 우리 어린이한테 들려줄 쉬운말로 옮기자면 ‘노래얼’하고 ‘놀이넋’입니다. “시정신과 유희정신 → 노래얼이랑 놀이넋”입니다. 한자말 ‘정신’을 앞뒤에서 다르게 풀었는데, 노래를 부르고 나누는 숨결은 ‘얼’을 차리면서 스스로 ‘알아’가는 길입니다. 놀이를 하고 노느는 숨빛은 ‘넋’을 깨우면서 ‘너나’없이 하나로 가는 살림입니다.


  우리말 ‘노래·놀이’는 말밑이 같습니다. ‘노’는 ‘높다·노을’하고도 맞물리고, ‘노을’을 줄인 ‘놀’은 ‘너울’을 가리키기도 하고, ‘노느다·나누다’로도 잇닿아요. ‘놀·너울’이란 ‘널리’ 뻗는 길이자, ‘너머’로 가는 다릿길입니다. 노래하고 놀이를 하기에 ‘넉넉’히 마음을 가꾸고, 누구하고나 ‘나눌’ 줄 아는 착하고 참한 숨소리로 퍼져요. 높이높이 오르는 노랫가락은 어느새 하늘에 닿아 파랗게 물드는 바람으로 번지고, 이 바람은 휘파람으로 감기고, 바다로 물결치고, 바닥(땅)으로 내려와서 마음밭(마음바탕)을 이룹니다.


  노래하고 놀 줄 알기에, 나비처럼 날개돋이를 하면서 홀가분하게 날아오르는 ‘나’를 만나요. 노래를 잊거나 빼앗긴다면 놀지 못 할 뿐 아니라, 날개가 꺾이고 ‘나’를 잃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린이가 노래하고 놀지 못 하도록 틀어쥐거나 억누르거나 짓밟으면서 셈겨룸(시험)으로 내모는 오늘날 배움터란, 어린이를 죽이는 수렁입니다. 모든 어린이가 시골에서든 서울에서든 마음껏 노래하고 놀도록 울타리를 걷어내고서 하늘빛으로 어울리는 ‘우리다움’을 찾을 적에 비로소 홀가분(자유)히 나래를 펼 수 있어요.


  《시정신과 유희정신》을 보면, ‘구경(완상玩賞)’이란 무척 무시무시한 짓이라는 대목을 낱낱이 밝힙니다. 구경꾼 어른이 어린이를 꼭두각시로 내모는 짓이 ‘동심천사주의’이고, 이 동심천사주의는 ‘윤석중·박목월·유경환’이 이끌었는데, 어느새 ‘동심천사주의 윤석중·박목월·유경환’ 같은 이들이 어린글밭(아동문학계)을 집어삼켰습니다. ‘구경 아닌 삶짓기’를 글(시·동화)로 담아내어야 어른일 텐데, 막상 우리나라에는 어른스레 글을 여미는 손길이 얕았고, 하나같이 돈(상업주의)에 팔려 ‘구경(완상)’하는 겉치레만 쏟아내었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나마 《시정신과 유희정신》이 처음 나온 1977년 무렵만 해도 아직 시골에서 살림을 짓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 뒤 쉰 해 가까이 흐르는 동안 시골은 아작났습니다. 이제 거의 모두 서울(도시)에서 살고, 서울에서도 잿집(아파트)에서 삽니다. 큰고장에서 골목집 살림을 잇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손바닥만 한 텃밭이나 마당을 누리면서 풀꽃나무를 흙에 묻고 돌보는 손길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어느 풀꽃나무도 꽃그릇을 안 반깁니다. 꽃그릇은 나쁘지 않되, 풀꽃나무한테는 사슬터(감옥)입니다. 그릇 크기를 넘게 자라거나 뻗을 수 없으니, 풀꽃나무로서는 그릇에 심기면 ‘갇혀’ 버리는 꼴입니다.


  우리는 언제쯤 모든 꽃그릇을 걷어치우고서 맨땅에 풀씨랑 꽃씨랑 나무씨를 심을 터전으로 가꾸려나요? 우리는 언제쯤 높다란 잿집을 걷어내고서 누구나 ‘마당·텃밭을 누릴 조촐한 집’을 보금자리로 삼으려나요? 우리는 언제쯤 어린이를 ‘배움터(학교)란 이름인 사슬터(감옥)’에서 풀어놓을 수 있을까요?


  스스로 ‘서울에 갇혀’서 ‘풀꽃나무를 꽃그릇에 가두’는 손길이기에, ‘어린이를 울타리(학교·학원)에 가두어’ 놓고도 ‘가르침(교육)’을 시킨다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맙니다. 둘레를 봐요. 시골에도 서울에도 빈터랑 풀밭이 사라졌습니다. 어린이가 뛰놀거나 쉬거나 깃들 데가 사라졌습니다. 서울에서는 쇳덩이(자동차)가 모든 곳을 차지하고, 시골에서는 죽음물(농약)하고 비닐이 몽땅 뒤덮습니다.


  갇힌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짓’이라고는 고작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는 손전화 빼고 무엇이 있을까요? 뛰놀 수도 쉴 수도 없도록 갑갑한 ‘꽃그릇 수렁(보기좋은 감옥)’에 갇힌 어린이를 알아보지 못 하는 눈길이니, 예나 이제나 숱한 글(동시·동화)은 ‘동심천사주의’에서 못 헤어나옵니다. 이뿐 아니라 ‘사실적 표현’을 한다는 글조차 ‘학교·학원생활 울타리’에서 못 벗어납니다.


  2020년을 넘어선 뒤로는 ‘이웃빛(동물권)’을 담는 글이 하나둘 나오고 배움책(교과서)에도 실린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숲에서 안 살고, 시골을 떠났고, 서울 높다란 잿집에서 쇳덩이를 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웃빛 글(동물권 문학)’을 쓸 수 있을까요? 흙을 밟지도 만지지도 않으면서, 풀꽃나무가 흙에 뿌리를 내리면서 해바람비를 마시는 터전에서 함께 살아가지도 않으면서, 참말 어떻게 ‘이웃숨결을 헤아리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모두 겉발린 허울이지 않나요?


  오늘날처럼 온통 잿더미에 먼지투성이로 매캐한 판에서는 ‘그냥그냥 녹색·초록·그린·친환경·자연·생태’를 들먹이는 글이 아닌, ‘수수하게 숲을 품고 스스로 푸르게 하루를 노래하는’ 글을 쓰고 읽고 나눌 노릇입니다. 이제는 글을 쓰려면 서울(도시)을 떠나야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어른’이란 이름을 밝히고 싶다면 모든 허울을 떨치고서 쇳덩이(자동차)를 버리고 잿집(아파트)에서 나와야 합니다. 맨몸으로 해바람을 쐬고, 맨손으로 빗물을 받고, 맨발로 풀밭에 서서 우리를 둘러싼 이 별빛을 오롯이 누리고 살림을 짓는 사랑을 일굴 노릇입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마당·텃밭이 있는 조촐한 보금자리’를 어린이랑 오순도순 열 해이고 스무 해이고 서른 해이고 가꾼 뒤에 붓을 들어야지요. ‘농사·농업’이 아닌 ‘여름지이·열매짓기·흙살림·들살이’를 해야지요. 돈바라기에 갇히는 ‘농사·농업’이 아닌 ‘손수 살림을 짓는 숨결로 손수 들숲바다를 맞아들이는 작은길’을 갈 적에라야 붓을 쥐어 글을 쓸 만한 사람인 어른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이오덕 님이 한숨을 쉬면서 나무란 ‘훔침글(표절작가)’ 이야기라든지 ‘겉치레글(위선·허례허식·가식적 문장)’은 우리 스스로 ‘어른 아닌 늙은이’인 몸으로 돈·이름·힘에 얽매였기에 불거집니다. 철이 들면서 어질고 참하고 착하면서 고운 사람이기에 ‘어른’입니다. 나이만 먹고서 나이를 앞세워 그저 윽박지르며 높낮이(위계질서)를 가르기에 ‘늙은이’입니다. 이른바 ‘선생·원로·기성세대’는 모조리 늙은이입니다. 우리가 어린이 곁에 서려면 ‘선생·원로·기성세대’ 같은 고리타분한 허물을 싹 털어내고서 수수하게 ‘어른’ 하나를 돌아볼 줄 아는 눈빛일 노릇입니다.


  《시정신과 유희정신》을 그냥 읽으면 그냥 못 알아봅니다. 《시정신과 유희정신》을 읽고 싶다면, 먼저 서울·쇳덩이·잿집을 버려야 할 뿐 아니라, 종잇조각(졸업장·자격증)도 버려야 하고, 이름값(선생·원로·기성세대)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쥐고서 들숲바다 가운데 한 곳으로 가기를 바랍니다. 멧골에 올라도 즐겁습니다. 풀벌레하고 새가 노래하는 곳에서 책을 펼칠 일입니다. 바다가 물결치고 바람이 일렁이는 곳에서 빗물수다를 들으면서 책을 넘길 일입니다.


  집안일을 하던 손으로 읽을 《시정신과 유희정신》입니다. 비질에 걸레질을 하던 손으로, 천기저귀를 갈고 빨래하던 손으로,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리던 손으로, 아이한테 자장자장 노래를 들려주는 눈망울로, 밤마다 별빛을 보고 낮마다 햇빛을 보는 눈짓으로,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달리는 몸으로, 껍데기를 버리고서 이웃이랑 어깨동무하는 매무새로, 천천히 읽고 새기면서 스스로 노래얼이랑 놀이넋을 밝힐 책 한 자락입니다. 같이 노래해요. 함께 놀아요. 나란히 이야기를 펴고, 새롭게 오늘을 써 봐요.


ㅅㄴㄹ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이나 영국 같은 부유한 나라 사람들보다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큰 집을 지어 살려고 하는가? (9쪽)


아동문학이 아동을 위한 문학이라면 그것은 당연히 아동의 건전한 성장과 그들의 미래가 밝고 빛나는 세계가 되기를 염원하는 작가의 철학을 기반으로 창조되어야 한다. 따라서 작가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사회적 현실을 양심으로 파악하고 아동의 생활을 정직한 눈으로 보고 거기서 진실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24쪽)


그런 ‘인간적’인 것을 찾아내는 노력, 그런 인간적인 것이 짓밟혀 시들어지는 것을 애통히 여기고 그것을 지키고 키워가는 작업, 이것이 교육이고 문학임을 확인하자. (66쪽)


아동이란 존재를 사회와 역사 속에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 주인공으로서 작가의 온 인생관과 문학관으로 이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작품에 좀더 절실하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104쪽)


동심주의 동요가 가져온 해독은 아이들이 참된 시의 세계로 찾아가는 것을 완고하게 방해하고 있는 일뿐만 아니다. 그것은 또 아이들의 정신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113쪽)


우리가 창조하는 아동문학, 그것은 미국의 것도 일본의 것도 중국의 것도 그밖의 어떤 나라의 것도 될 수 없는 바로 우리 한국의 것이다. 한국이란 땅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주는 문학이요, 한국이란 특수한 풍토에서 피어난 문학이다. (136쪽)


아동문학의 간판을 내걸어 놓고는 아동을 멸시하고 아동과 상관없는 글을 쓰는 작가들도 문제지만, 얕은 손재주를 팔고 있는 상업주의의 유행도 문제고, 위선과 호언장담을 유일한 문단 처세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사람도 있어, 이들은 항시 정직한 작가의 발언을 봉쇄하기에 광분하고 이 땅의 아동과 민족의 앞날을 염원하는 양심적 작가들을 해치려고 하고 있다. (163쪽)


그토록 아이들을 사회와 절연된 세계에서 아무 생각 없이 귀엽게만 바라보는 것으로 작품을 쓸 수 있는 시인이 있었던가. (178쪽)


아이들은 철저하게 생활인인 것이고, 생활 속에서만 시를 느끼고 시를 생활하고 있는 것이 아동이다. (224쪽)


결국 동시는 시인의 세계와 아동의 세계가 하나로 일치되는 자리에서 비로소 참되게 씌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226쪽)


신현득의 동시는 사물을 달콤하고 아름답게만 보이려고 하는 순응주의로 하여 그 뜻한 바 교화적 의도조차 달성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물 미화의 작기 방법은 근본적으로 그가 동심주의적 아동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라고 본다. (252쪽)


글짓기 교육을 예술작품 창작교육으로 오해하고 있다. (334쪽)


우리 자신을 찾아 가지는 일이야말로 민족의 역사적 과제요 아동문학의 나아갈 길이다. (35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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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상관없다 相關-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 너와는 먼 일이니까 마음쓸 까닭이 없다

 그 두 가지 문제는 서로 상관없다 → 그 두 가지는 동떨어졌다

 계절에 상관없는 업종을 선택하다 → 철을 안 가리는 일을 고르다

 비가 오더라도 상관없다 → 비가 오더라도 된다 / 비가 오더라도 좋다


  ‘상관없다(相關-)’는 “1.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 관계없다 2. 문제 될 것이 없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되다·좋다’나 ‘멀다·멀리하다·벌어지다’나 ‘동떨어지다·떨어지다’로 고쳐씁니다. ‘다르다·또다르다’나 ‘딴전·딴짓·딴청·딴판·한눈팔다’나 ‘아니다·아랑곳하지 않다·아무렇지 않다’로 고쳐쓰고, “안 나쁘다·안 따지다·안 보다·안 아프다”나 ‘모르다·모르쇠·알못·새침·시침·새카맣다’나 “힘쓰지 않다·애쓰지 않다”로 고쳐쓸 만해요. ‘남·남남·남일·애꿎다·엉뚱하다’나 “못 듣다·안 들리다·들은 적 없다”로 고쳐쓸 수 있고, “가리지 않다·대수롭지 않다·마음쓰지 않다”나 ‘걱정없다·근심없다·잘살다·잘 있다·할만하다·멀쩡하다’로 고쳐씁니다. ‘떠돌다·겉돌다·맴돌다·뜨내기·뜨악하다’나 ‘나몰라·곁눈질·뒷짐·시들다·시큰둥·심드렁’이나 ‘고개돌리다·등돌리다·눈돌리다·얼굴돌리다’로 고쳐써도 되지요. ㅅㄴㄹ



오늘도 숙직이니 상관없긴 하지만

→ 오늘도 지기이니 걱정없긴 하지만

→ 오늘도 별빛지기이니 되긴 하지만

《Q.E.D. 1》(카토 모토히로/최윤희 옮김, 학산문화사, 1999) 5쪽


아이디어를 스스로 생각해 봐. 장난감이든 생필품이든 상관 없어

→ 길을 스스로 생각해 봐. 장난감이든 늘살림이든 좋아

→ 꾀를 스스로 생각해 봐. 장난감이든 살림이든 되니까

《천재 유교수의 생활 21》(야마시타 카즈미/신현숙 옮김, 학산문화사, 2003) 77쪽


별 상관이 없을 거란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 대수롭지 않으리란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 그리 알 바 없으리란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 썩 나쁘지 않으리란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우리 집 하수도에 악어가 산다》(크리스티앙 레만·베로니크 데이스/이정주 옮김, 시공주니어, 2008) 14쪽


새발의 피라도 상관없다

→ 새발에서 피라도 좋다

→ 새발에 맺힌 피라도 된다

→ 아주 하찮아도 걱정없다

《강철의 연금술사 26》(아라카와 히로무/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0) 143쪽


그거랑은 상관없지만

→ 그거랑은 다르지만

→ 그거랑은 다르지만

→ 그거랑은 딴판이지만

→ 그거랑은 아니지만

《치하야후루 16》(스에츠구 유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2) 17쪽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딴 거

→ 아무래도 좋아. 그딴 거

→ 아무래도 됐어. 그딴 거

→ 아무래도 어때. 그딴 거

→ 아무래도 돼. 그딴 거

《악의 꽃 11》(오시미 수조/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4)  28쪽


“이시다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상관있어.” “뭔 상관이 있는데?” “상관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 “이시다랑은 다른 일이야.” “안 달라.” “뭐가 안 다른데?” “안 다르다고 생각하고 싶어.”

→ “이시다는 몰라도 돼.” “알아야 해.” “뭘 알아야 하는데?”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싶어.”

《목소리의 형태 4》(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5) 142쪽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 너와 얽히지 않은 일이야

→ 너와 동떨어진 일이야

→ 넌 몰라도 될 일이야

→ 넌 끼어들지 말 일이야

《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1》(토우메 케이/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16) 57쪽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단 거고

→ 내가 아니어도 괜찮단 거고

→ 내가 아니어도 된단 거고

→ 내가 아니어도 아무렇지 않단 거고

《푸르게 물드는 눈 2》(우니타 유미/김진희 옮김, 애니북스, 2016) 103쪽


나도 죽는 것은 상관없지만 할 일이 조금 남아 있으니

→ 나도 죽음은 대수롭지 않지만 할 일이 조금 남았으니

→ 나도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할 일이 조금 남았으니

《플랜던 농업학교의 돼지》(미야자와 겐지/차주연 옮김, 달팽이, 2016) 23쪽


일상의 말과는 상관없는 언어

→ 흔히 쓰지 않는 말

→ 거의 안 쓰는 말

→ 삶하고 동떨어진 말

→ 삶이 없는 말

→ 삶이 안 흐르는 말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정모, 바틀비, 2018) 105쪽


게다가 연락책 정도라면 딱히 상관없겠지

→ 게다가 알림이쯤이라면 딱히 안 나쁘겠지

→ 게다가 심부름꾼쯤이라면 나쁘지 않겠지

→ 게다가 곁일꾼쯤이라면 되겠지

《책벌레의 하극상 1부 7》(카즈키 미야·스즈카·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 122쪽


꽃집에서 파는 꽃은 아름답지만 품종개량을 거쳐 계절에 상관없이

→ 꽃집에서 파는 꽃은 아름답지만 씨를 바꿔 철을 아랑곳않고

→ 꽃집에서 파는 꽃은 아름답지만 씨를 고쳐 철이 없이

《우리는 군겐도에 삽니다》(마츠바 토미/김민정 옮김, 단추, 2019) 56쪽


주관적이네. 뭐, 거기 들르는 건 상관없지만

→ 맘대로네. 뭐, 거기 들러도 되지만

→ 멋대로네. 뭐, 거기 들러도 좋지만

《천국대마경 3》(이시구로 마사카즈/천선필 옮김, 소미미디어, 2020) 56쪽


귀신이나 그딴 부류만 아니라면 상관없다

→ 깨비나 그딴 갈래만 아니라면 된다

→ 놈이나 그딴 녀석만 아니라면 걱정없다

《노부나가의 셰프 22》(니시무라 미츠루·카지카와 타쿠로/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 75쪽


식칼은 상관도 없는데

→ 부엌칼도 아닌데

→ 부엌칼하고 먼데

《극주부도 1》(오노 코스케/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20) 30쪽


두 분, 절차탁마하는 건 상관없지만, 과신은 금물입니다

→ 두 분, 담금질은 좋지만, 너무 믿지 마세요

→ 두 분, 몸을 닦더라도, 가볍게 보지 마세요

→ 두 분, 땀빼기는 되지만, 우쭐대지 마세요

《드래곤볼 슈퍼 16》(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1)

 129쪽


공소시효 폐지와 상관없이 나는 나의 가해자들을 굳이

→ 마감을 없애든 말든 나는 나를 괴롭힌 이를 굳이

→ 끝날을 없애거나 말거나 나를 짓밟은 놈을 굳이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장화와 열 사람, 글항아리, 2021)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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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상관 相關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 → 나와는 얽히지 않는 일 / 나와는 딴판인 일

 상관을 하지 않겠다 → 마음쓰지 않겠다 / 끼어들지 않겠다

 밀접히 상관되어 있을 것으로 → 가까이 얽혔다고

 모두에게 상관되는 일 → 모두한테 얽힌 일

 아무나 상관할 수 없는 일 → 아무나 끼어들 수 없는 일


  ‘상관(相關)’은 “1. 서로 관련을 가짐 2. 남의 일에 간섭함 3. 남자와 여자가 육체관계를 맺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관련(關聯/關連)’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계를 맺어 매여 있음”을 가리킨다 하고, ‘관계(關係)’는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을 가리킨다 해요. 그러니까 ‘상관 = 관련 있음 = 관계 맺음 = 관련 있음’인 셈입니다. 뜻풀이가 빙글빙글 돌아요. 우리말로 치자면 ‘얽힌다’고 할 적에 ‘상관·관계·관련’ 같은 한자말을 쓴다고 할 만합니다. ‘얽다·얼크러지다·얽히고설키다·얽매다’나 ‘맞닿다·맞물다·물리다·물고물리다’나 ‘맺다·만나다·선·동이다·매다·매듭’으로 손질합니다. ‘잇닿다·이어가다·이음·잇다·있다’나 ‘고리·이음고리’나 ‘닿다·대다·다가가다·다가서다’로 손질하고, ‘들어가다·따라가다·따르다’나 ‘사로잡다·끌리다·끄달리다·파고들다·같이하다·함께하다’로 손질합니다. ‘거들다·곁들다·도와주다·돕다·오지랖·아랑곳하다’나 ‘보다·바라보다·쳐다보다’나 ‘기웃거리다·기어들다·넘겨보다·들여다보다’로 손질하면 되고, ‘넝쿨·넝쿨지다·넌출·넌출지다·덩굴·덩굴지다’나 ‘살다·사이·새·수레바퀴·톱니바퀴·지내다’나 ‘생각·알다·섞다·엮다·잡다’로 손질할 만해요. ‘끼다·끼어들다·틈새치기·사이치기·새치기·옆치기’나 ‘듣다·들어주다·마음쓰다·마음두다·속깊다·속있다’로 손질해도 어울리고, ‘뜻·끈·바·빔·섶·실·옷섶·줄’이나 ‘갇히다·붙들다·붙잡다’로 손질해 보기도 합니다. ㅅㄴㄹ



범죄의 소굴이건 아비규환의 생지옥이건 상관 않고

→ 시커먼 바닥이건 끔찍나라 불구덩이건 아랑곳않고

→ 더럼굴이건 막다른 불바다이건 아랑곳않고

《사상의 거처》(김남주, 창작과비평사, 1991) 104쪽


우리하곤 아무 상관도 없지 뭐

→ 우리하곤 얽힌 것도 없지 뭐

→ 우리야 아무 알 바도 없지 뭐

《핑크트헨과 안톤》(에리히 캐스트너/이희재 옮김, 시공주니어, 1995) 28쪽


나와 의형제 관계일 뿐 그들과 아무 상관이 없는데

→ 나와 마음지기일 뿐 그들과 안 얽혔는데

→ 나와 너나들이일 뿐 그들하고 먼데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3》(허영만, 월드김영사, 2012) 9쪽


이런저런 상관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 이런저런 곁말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 이런저런 말을 해 주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 이래저래 끼어들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양해남, 눈빛, 2016) 58쪽


동물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 짐승이 우리와 어떻게 얽히는지

→ 짐승이 우리와 어떤 사이인지

《선생님, 동물 권리가 뭐예요?》(이유미, 철수와영희, 2019) 12쪽


우리 가족과 뭔가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 우리 집안과 뭔가 얽혔을까요

→ 우리 집과 뭔가 잇닿을까요

《마로니에 왕국의 7인의 기사 3》(이와모토 나오/박소현 옮김, 소미미디어, 2022)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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