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곁말 97 검흙



  사람은 흙을 일구어 논밭을 누릴 수 있지만, 사람 손힘으로 ‘검흙’을 짓지 못 합니다. 풀벌레가 잎을 갉으면서 똥을 누어야 하고, 지렁이랑 쥐며느리를 비롯한 작은목숨이 부스러기나 찌쩌기나 주검을 조각조각 갉아서 똥을 누어야, 시나브로 ‘깜흙’이 태어납니다. 사람이 심은 푸성귀만 있는 밭이라면 흙빛이 누렇거나 허옇게 마련입니다. 푸성귀 곁에 온갖 들풀이 어우러지면, 이때에는 풀벌레나 잎벌레도 딱정벌레도 노린재도 깃들 수 있고, 벌나비가 찾아들 만하고, 지렁이가 숨쉴 만하면서, 매미로 깨어나기 앞서 기나긴 해를 꿈꾸는 굼벵이도 함께 살아갈 만하니, 이러한 자리에서는 흙빛이 까무잡잡합니다. ‘까만흙’은 싱그럽습니다. 살아숨쉬는 흙빛은 검어요. 햇볕에 살갗이 타면서 까무잡잡한 아이들은 언제나 튼튼하면서 밝게 웃고 뛰놉니다. 햇볕을 온몸으로 머금으며 일하느라 살깣이 까만 어른들은 늘 어질고 참하게 살림을 건사하면서 기쁘고 새롭게 아이를 마주합니다. 어느덧 ‘검정흙’인 밭이 사라지고, 잿빛이 가득하면서 부릉부릉 시끄럽고 매캐한 나라로 바뀌는데, 이제부터 새삼스레 ‘검은흙’인 숲누리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요. 구수하면서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흙은 까맣습니다. 모두 살아가는 땅은 넉넉합니다.


ㅅㄴㄹ


검흙 (검다 + 흙) : 검거나 까무잡잡한 빛깔로 살아숨쉬는 흙. 주검·부스러기·찌꺼기·풀잎·나뭇잎·가랑잎·열매를 비롯한 숨결이 몸을 내려놓고서 흩어질 적에 지렁이·쥐며느리·작은목숨이 갉거나 걸러서 새롭게 태어나면서 검거나 까무잡잡한 빛깔이 되는 흙. (= 검은흙·검정흙·까만흙·깜흙. ← 부엽토)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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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 시 쓰기 이오덕의 글쓰기 교육 3
이오덕 지음 / 양철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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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읽는 하루

― 너나없이 날아오를 노래님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이오덕

 지식산업사

 1988.10.5.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이오덕, 지식산업사, 1988)라는 책을 처음 만나던 날 온몸으로 번쩍 하고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어린이여야 하늘나라로 간다”는 말을 다르면서 새롭게 들려주는 말이 “어린이는 모두 노래님(시인)이다”라고 느꼈어요. 어린이 마음을 잊거나 잃으면 ‘어른 아닌 늙은이’요, 어린이 마음을 고이 건사하면서 즐겁고 아름답게 설 줄 알기에 ‘철든 사람’으로서 사랑꽃을 피우는 숨결이 되리라 느껴요.


  어린이를 가르칠 까닭이 없습니다. 어린이한테서 배우면 됩니다. 어른은 가르칠 몫이나 자리가 아닌, 배우고 사랑할 몫이자 자리입니다. 어린이는 배우는 사람이 아닌, 어버이를 가르쳐 어른으로 거듭나도록 북돋우는 빛살입니다.


  오늘날 배움터를 보면 하나같이 ‘어린이를 가르치려 듭’니다. 이른바 ‘교육·학습·훈육·양육·훈련·양성·육성’ 따위 일본스런 한자말을 함부로 들먹이잖아요? 이 모든 일본스런 한자말로 밀어대는 짓은 어린이 숨결을 짓밟고 어린이 마음을 망가뜨리고 어린이 넋을 들볶는 사나운 칼부림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어린이는 스스로 살림을 짓는 어버이 곁에서 모든 삶을 받아들입니다. 스스럼없이 지켜보고 꾸밈없이 바라보면서 나비처럼 날고 나무처럼 서지요. 어린이는 ‘어른 아닌 늙은이’처럼 ‘돈·이름·힘’ 앞에서 굽실거리지 않습니다. 어린이 마음을 잊다가 잃은 ‘어른 아닌 늙은이’가 언제나 ‘돈·이름·힘’ 앞에서 굽실거려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허울뿐인 늙은이가 참말로 슬기롭고 어질고 참하며 착하고 사랑스레 밝은 어른이라면, 어린이를 안 가르칩니다. 어린이를 돌아보면서 사랑하는 하루를 지을 뿐입니다. 우리가 어른이 아니기에, 자꾸 어린이를 가르치려 듭니다. 어른이 아닌 늙은이인 탓에 철이 안 든 채 자꾸자꾸 어린이를 길들이려 하지요.


  철든 숨결이자 눈빛이라면 아무도 안 가르칩니다. 보셔요. ‘스승’은 가르치는 자리나 몫이 아니에요. 스승은 스스로 살림을 짓는 삶을 누리면서 사랑을 길어올려서 펴는 사람입니다. 스승도 스님도 안 가르쳐요. 그저 곁에서 빙그레 웃고 노래하면서 기쁘게 북돋아 ‘어린이가 놀도록 자리를 내어줄’ 뿐입니다. 어린이가 마음껏 놀도록 마음을 쓰고 보금자리를 가꾸기에 ‘어버이에서 어른이란 이름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어린이를 가르치려고 닦달하면서 배움터(학교·학원)로 몰아세우기에 ‘어른 아닌 늙은이’예요.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는 어린이한테 노래짓기(시쓰기)를 안 가르칩니다. 어린이가 저마다 하늘빛으로 노래하는 사랑어린 마음이 어떻게 드러나는가 하고 차근차근 보여줄 뿐입니다. 그리고 ‘어른 아닌 늙은이’한테 들볶인 나머지 빛살을 잃고 말아 ‘낡은 굴레에 갇힌 딱한 아이들’이 ‘틀박이(기계)처럼 만들어내는 겉발림 동시’가 무엇인지 가만히 보여줍니다.


  노래하기에 어린이입니다. 놀기에 아이예요. 노래하며 놀기에 어린이요, 노래하며 노는 마음을 고스란히 건사하면서 사랑으로 돌보는 어진 숨빛을 밝혀서 든든하게 자라난 사람이기에 비로소 ‘어른’입니다. 이리하여, 어린이 마음을 고이 잇는 사람인 어른이라면 ‘일하며 안 지쳐’요. 즐겁게 놀이를 하듯 즐겁게 일할 줄 아는 어른은 ‘지치는 일’이 없고 ‘고단한 일’이 없습니다. ‘일 아닌 돈벌이’만 하기에 ‘어른 아닌 늙은이’일 뿐 아니라, 언제나 힘겹고 지치고 나른하고 괴로운 굴레에 스스로 갇혀서 못 헤어나오고 말아요.


  놀이하는 아이가 일하는 어른으로 피어납니다. 노래하는 아이가 사랑하는 어른으로 깨어납니다. 놀며 노래하는 아이가 살림을 짓고 숲을 품는 어른으로 눈뜹니다.


  놀지 못 한 아이는 그만 늙은이로 시들시들합니다. 노래를 못 부른 아이는 어느새 팍삭 늙어서 아프고 맙니다. 놀지 못 하고 노래하지 못 했으니 사랑이 아닌 ‘짝짓기’만 하려고 눈먼 몸짓에 허덕입니다.


  어린이는 누구나 노래님입니다. 어린이가 입으로 읊는 모든 말은 노래입니다. 어린이가 읊는 즐겁거나 슬픈 모든 말을 글로 옮기니 저절로 노래(시)를 이룹니다. 따로 글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입으로 읊는 말씨를 글씨로 담아내면 됩니다. 구태여 종이에 글을 얹어야 하지 않습니다. 도란도란 주고받는 말을 잇고 살려서 이야기로 여미니 어느새 글자락으로 태어날 뿐입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노래하는 아이 곁에서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낳은 아이’뿐 아니라 ‘이웃 아이’를 모두 상냥하게 마주하면서 하루를 짓는 빛나는 살림꽃을 도란도란 이야기로 들려주면서 환하게 웃을 테지요.


  아이들은 ‘직업훈련’이 아닌 ‘살림짓기’를 보고 듣고 함께하면서 자랄 적에 어른으로 섭니다. 우리는 아이들한테 일자리(직업)를 알려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놀이판을 마련하고, 노래판을 갖추어서, 마당이 넉넉한 보금자리를 가꾸면 됩니다. 나무를 심을 마당이 있어야 어른이라 할 살림입니다. 풀꽃을 곁에 두고 벌나비를 부르는 오늘을 지어야 어른스럽다고 할 삶입니다. 풀벌레랑 개구리하고 동무하면서 같이 노래하고 춤추기에 바야흐로 어른답게 빛나는 눈망울입니다.


  노래는 숲에서 흐릅니다. 살림은 숲에서 얻습니다. 말은 숲에서 태어납니다. 마음은 숲을 품으면서 푸릅니다. 생각은 숲하고 한동아리로 흐르면서 빛납니다. 사랑은 숲하고 사람이 한몸에 한마음인 줄 깨닫는 자리에서 씨앗 한 톨로 돋아납니다.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쓰고, 노래를 읽기로 해요. ‘시·동시·문학’이 아닌 ‘노래’를 함께 부르고 나누기로 해요.


ㅅㄴㄹ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줄 모르는 사람은 참기쁨도 모릅니다. 그리고 시를 쓸 수 없읍니다. 어른들은 생명을 짓밟고 죽이기를 예사로 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차츰 나이 많을수록 사람은 이상하게 되어 갑니다. (4쪽)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연 속에 살면서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벌레소리들가 함게 개구리소리도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로 느끼고 들었읍니다. 그런데 요즘 어린이들은 자연을 모르고 자연에서 떠나, 사람이 만들어 낸 기계적인 환경에서 기계들이 내는 소리만 들으면서 살지요. (12쪽)


“여자 놓든 남자 놓든 / 엄마 마음대로 놔,”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차라리 태어나지 말지” 하고 한탄하다가도 결연한 말로 “설움만 받고 크는 아기 / 어째서라도 나는 / 아기를 키우고야 말겠다.” 이처럼 맺고 있는 이 아이의 용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74쪽)


만약 어른들이 아이들을 자연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하여 삭막한 콘크리트 집 안에 가둬 놓고는, 온갖 잡동사니 지식을 공부라고 하여 머리에 쑤셔넣고, 점수따기 경쟁을 채찍질로 시켜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모조리 병들게 하지만 않는다면, 어린이는 모두 시인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이치를 저절로 느껴 아는 놀라운 시인이 된다고 나는 확신합니다. (137쪽)


생활을 얘기하는데 자연이 저절로 나타나 있고, 자연을 얘기하는데 삶이 그 속에 저절로 표현되어 있는 상태가 가장 좋다고 할 수 있지요. (159쪽)


머리로 시를 만들어 내어서는 안 되고, 사실과 진실을 정직하게, 즉 가슴으로 온몸으로 써야 하지만, 아직도 어른들은 머리로 글재주를 부리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199쪽)


여기에는 시 같은 것을 써 보이려고 어떤 몸짓을 하거나 말재주를 부린 흔적이 없읍니다. 시는 이런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정직한 마음, 이것이 시의 마음입니다. 시의 길이 곧 사람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20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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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수단방법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자 → 가지가지 가리지 말자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하였다 → 모든 길을 끌어모았다

 목적을 위하여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 앞만 보며 물불을 안 가리고


수단방법 : x

수단(手段) : 1.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 또는 그 도구 2. 일을 처리하여 나가는 솜씨와 꾀

방법(方法) : 어떤 일을 해 나가거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취하는 수단이나 방식



  무엇을 하겠다면서 살피는 모든 길을 나타내려 할 적에는 ‘-로 2·-로써·-으로’를 붙일 수 있고, ‘물불·뭇길·온길’ 같은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온갖·갖가지·가지가지’나 ‘손목·손회목·팔목·팔회목’이나 ‘재주·솜씨’ 같은 낱말을 쓸 만해요. “수단방법 가리지 않다” 꼴이라면 ‘마구·함부로·아무렇게나·서슴없이·닥치는 대로·덮어놓고’로 풀어낼 만합니다. ㅅㄴㄹ



나, 먹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단방법도 안 가려

→ 나, 먹으려면 가지가지 안 가려

→ 나, 먹으려면 그 어떤 길도 안 가려

《원조! 괴짜가족 1》(하마오카 켄지/최현미 옮김, 서울문화사, 2003) 124쪽


그는 결국 돈 때문에 떠나간 사랑을 돈으로 찾겠다는 단세포적 발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으로 재산을 축적한 불법축재자였으며

→ 그는 곧 돈 때문에 떠나간 사랑을 돈으로 찾겠다는 철없는 생각으로 마구잡이로 돈을 긁어모았으며

→ 그는 돈 때문에 떠나간 사랑을 돈으로 찾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마구마구 돈을 긁어모았으며

→ 그는 곧 돈 때문에 떠나간 사랑을 돈으로 찾겠다는 답답한 생각으로 지저분하게 돈을 긁어모았으며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 샘터, 2005) 63쪽


그를 끌어내리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 그를 끌어내리려고 서슴지 않고

→ 그를 끌어내리려고 마구잡이로 굴고

→ 그를 끌어내리려고 뭇길을 가리지 않고

→ 그를 끌어내리려고 가지가지로

《나쁜 감독, 김기덕 바이오그래피 1996-2009》(마르타 쿠를랏/조영학 옮김, 가쎄, 2009) 42쪽


이름을 널리 떨치고 싶소.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 이름을 널리 떨치고 싶소. 물불 가리지 않고

→ 이름을 널리 떨치고 싶소. 뭐든 가리지 않고

→ 이름을 널리 떨치고 싶소. 어떻게 해서든

→ 이름을 널리 떨치고 싶소. 모든 길을 써서

→ 이름을 널리 떨치고 싶소. 갖은 애를 써서

《후타가시라 1》(오노 나츠메/정은서 옮김, 애니북스, 2013) 31쪽


자애에 가득 찬 무한 포용의 체계가 아니라 이단 배제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포학한 것이며

→ 사랑에 가득 차 가없이 품는 길이 아니라 다르다며 마구 쳐내는 굴레이며

→ 사랑이 가득하여 널리 품는 길이 아니라 나쁘다며 함부로 자르는 틀이며

《메이지의 문화》(이로카와 다이키치/박진우 옮김, 삼천리, 2015) 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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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고명 高明


 고명하심을 흠모하오 → 높으시니 기리오

 학문이 고명하옵신 전하로서 → 배움빛이 밝은 임금으로서


  ‘고명(高明)’은 “1. 고상하고 현명함 2. 식견이 높고 사물에 밝음 3. 식견이 높고 사물에 밝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높다·멋스럽다·바르다·반듯하다’나 ‘그림같다·빛나다·아름답다·밝다’나 ‘알 만하다·이름나다’로 고쳐씁니다. ‘의젓하다·잘나다·점잖다·좋다’나 ‘대단하다·훌륭하다·빼어나다’나 ‘참하다·칠칠하다·함함하다·함초롬하다·해사하다’로 고쳐써도 돼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고명’을 여덟 가지 더 싣는데 싹 털어냅니다. 옛날 이름은 ‘옛이름’이라 하면 되고, 알려졌으면 ‘알려지다·이름나다’라 하면 됩니다. ㅅㄴㄹ



고명(古名) : 옛 이름

고명(告明) : [가톨릭] ‘고백’의 전 용어

고명(告命) : 임명, 해임 따위의 인사에 관한 명령을 적어 본인에게 주는 문서.=사령장

고명(沽名) : 명예를 구함

고명(高名) : 1. 남의 이름을 높여 이르는 말 ≒ 고화 2. 높이 알려진 이름이나 높은 명예

고명(高明) : [인명] 중국 원나라 말에서 명나라 초의 시인·극작가(1310∼1380)

고명(誥命) : [역사] 중국의 황제가 제후나 오품 이상의 벼슬아치에게 주던 임명장

고명(顧命) : 임금이 유언으로 세자나 종친, 신하 등에게 나라의 뒷일을 부탁함. 또는 그런 부탁



그렇게까지 고명한 소설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 그렇게까지 이름난 글바치가 아니었기 때문에

→ 그렇게까지 알 만한 글꾼이 아니었기 때문에

《작업실 탐닉》(세노 갓파/송수진 옮김, 씨네북스, 2010) 33쪽


하얀 가운 입은 걸 보니 고명하신 학자님이네

→ 하얀옷 입은 꼴을 보니 잘난 먹물님이네

《아사 이야기 3》(우라사와 나오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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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곰의 케이크 가게 3 - SL Comic
카멘토츠 지음, 박정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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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2023.2.22.

달달하게 나누는 마음



《꼬마곰의 케이크 가게 3》

 카멘토츠

 박정원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9.10.20.



  《꼬마곰의 케이크 가게 3》(카멘토츠/박정원 옮김, 디앤씨미디어, 2019)을 아이들하고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곰손’으로 어떻게 달달이(케익)를 굽느냐고 여길 수 있으나, 곰손이기에 땀흘리고 갈고닦아 달달이를 구워서 이웃하고 오순도순 나누는 살림을 지을 수 있습니다.


  곰은 숲을 푸르게 돌보는 어질며 듬직한 이웃입니다. 숲은 곰이 있기에 푸르면서 눈부시고 아름답습니다. 숲에서 곰이 사라지면 그만 푸른빛이 시들시들하면서 아름빛도 사그라들게 마련입니다.


  오늘 우리나라 숲에는 곰이 깃들기 어렵습니다. 사람 발길이 안 닿을 멧골은 자꾸 줄거나 사라질 뿐 아니라, 부릉부릉 매캐하게 가로지르려고 멧자락에 구멍을 내고 시커멓게 부릉길을 내곤 하지요. 얼마나 더 빨리 서울하고 이곳저곳을 이어야 하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얼마나 더 많이 부릉부릉 달려야 하는지 이제는 제발 멈춰서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만 우글거리는 곳에서는 사람끼리 치고받습니다. 사람 곁에 새가 깃드는 곳에서는 아이어른이 어깨동무하면서 오붓하게 노래를 부릅니다. 사람만 바글거리는 곳에서는 풀벌레가 나물을 조금 갉는대서 끔찍하게 미워합니다. 벌나비가 나긋나긋 날개짓하는 곳에서는 아이어른이 조촐하게 살림을 지으면서 넉넉하게 나눕니다.


  콩 석 알을 사람·벌레·새가 나눈다는 옛이야기를 늘 되새길 노릇입니다. 사람 혼자 거머쥐려 하니 사람끼리 싸워요. 콩 석 알을 사람 혼자 움켜쥐려 하니 사람 사이에 위아래가 갈려 그만 배부른 놈하고 가난한 님이 나타납니다.


  《꼬마곰의 케이크 가게》에 나오는 꼬마곰은 아주 쉽게 달달이를 굽습니다. 달달이를 어떻게 굽는지 누구한테나 알려주고, 누구보다 어린배움터(초등학교) 아이들한테 나긋나긋 노래를 부르면서 가르치면서 함께 굽지요. 처음에는 ‘곰이 굽는 달달이’를 사람들이 안 쳐다보았다지만, 한두 사람 맛을 보고는 깜짝 놀라 입에서 입으로 퍼지며 어느새 널리 사랑받는 ‘꼬마곰 달달집’을 이루는데, 꼬마곰은 떼돈을 벌어들일 마음이 없어요. 스스로 맛보면서 즐겁게 사랑으로 녹아드는 달달이를 이웃 누구하고나 나누고픈 마음 하나입니다.


  우리가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서울을 걷어치울 일입니다. 높다란 잿더미를 싹둑 끊어낼 일입니다. 부릉부릉 빨리 달리는 길을 모두 걷어낼 일입니다. 두 다리로 걷고 자전거로 달리면서, 서울부터 숲으로 돌려놓을 일입니다. 논밭을 가꾸는 시골에서는 비닐을 모두 걷어내고서 흙틀(농기계)도 죄다 치울 일입니다.


  숲에서 범이며 곰이며 늑대이며 여우가 한동아리로 살아갈 터전으로 돌려놓아야 비로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어진 마음을 되찾으리라 생각합니다. 벌나비를 동무로 여기고, 풀벌레를 이웃으로 아는 눈썰미를 키워야 비로소 사람은 사람으로서 빛나겠지요.


  새가 들려주고 가르치는 노래입니다. 벌나비가 보여주고 가르치는 일(벌이)입니다. 풀벌레가 살려주고 가르치는 살림살이입니다. 사람은 숲으로 나아가야 ‘나다움’을 깨달아 ‘나무’를 품는 ‘나’로 살며 ‘나비’로 ‘날갯짓’을 할 수 있습니다.


ㅅㄴㄹ


“서점에 가도 될까요?” “네, 들렀다 가요.” “서점에 오면 왠지 설렙니다.” “맞아요. 책 구경만 해도 즐겁지요.” “으음, 이 책 읽어 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케이크 레시피 책인가요?” “이겁니다! 《갓파의 오이가게》 내용이 궁금합니다!”


“키위 타르트입니다! 한번 드셔 보세요!” “훌쩍. 훌쩍.” “왜, 왜 우세요?” “오이가 아니라 키위지만 그 마음에 감동했습니다.” (48쪽)


“별똥별이다! 별똥별을 같이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어 두었습니다.” (98쪽)


“헌데 얼마인고?” “도, 돈은 안 주셔도 돼요!” “멍청한 놈! 상품에 값을 치르는 건 장인에 대한 예의이지 않느냐.” “아, 알겠습니다.” (107쪽)


“자네 같은 청년이 옆에 있어 준 덕분에 따뜻하고 정직한 케이크가 됐더군. 이 늙은이는 기쁘다네.” (110쪽)


##カメントツ #こぐまのケーキ屋さ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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