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핵무기 2023.2.16.나무.



너한테 총칼이 있으면, 이 총칼은 ‘너(나)를 지키는 길’에 쓰지 않아. 모든 총칼은 ‘나(너)를 죽이는 굴레’로 쓴단다. 네가 총칼을 거머쥐고서 ‘둘레에서 너를 노리는 놈’이 있다고 여기면서 물리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넌 너를 못 지킬 뿐 아니라 ‘죽음수렁’에 너 스스로 가둔단다. 네가 너를 지키고 싶으면, 모든 총칼을 녹여서 호미·낫·쟁기·붓으로 바꿀 노릇이야. 이러면서 네 모든 몸·마음에 ‘사랑빛’을 씨앗으로 심어서 언제나 새롭게 돌보고 가꾸면 돼. 네가 너를 지키는 길은 ‘스스로 마음에 심고 품는 사랑빛씨앗’ 한 톨이란다. 열 톨 백 톨 즈믄 톨조차 아니야. 딱 한 톨이면 돼. 그저 ‘사랑빛씨앗’ 한 톨일 뿐이야. 그러나 네가 마음에 ‘사랑으로 빛나는 씨앗’이 아닌 ‘두렵거나 무서워하는 굴레’를 심거나 ‘미워하거나 좋아하거나 등돌리거나 따르는(따라가는) 마음’을 심는다면, 넌 스스로 모든 총칼(전쟁무기)을 끌어들여서 너도 죽고 남도 죽여 다같이 죽는 수렁으로 갈 테지. 생각을 하지 않고 느낌(감정)에 따라서 움직이고 길들기에 싸우고 싸우려 하고 싸움이라는 마음을 자꾸 부추기지. 왜 이겨야 하지? 왜 져야 하지? 왜 없애야 하지? 왜 있으면 안 되지? 이쪽이냐 저쪽이냐 하고 가르는 마음이 모두 싸움(전쟁)이야. ‘나눔’은 좋거나 나쁘거나 옳거나 그르지 않아. 나도 너도 누리는 노래·놀이를 사랑으로 심기에 ‘사랑나눔’이요, 너(나)부터 스스로 이기거나 져야 한다는 느낌(감정)을 심기에 ‘쪽나눔’, 곧 ‘편가르기(편파)’란다. 핵무기란 늘 ‘쪽나눔’인, 같이 죽자는 길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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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옆에서 2023.2.18.흙.



옆에서 누가 떠드니? 떠드는 소리는 왜 들릴까? 옆에서 누가 쓰레기를 버리니? 쓰레기 버리는 모습은 왜 보일까? 옆에서 누가 장난을 거니? 장난 거는 짓을 왜 느낄까? 옆에서 새가 노래하니? 새노래를 느꼈어? 아니면, 새를 못 느끼거나 못 볼 만큼 다른 곳에 마음이 있니? ‘옆에서’ 무엇이 어쩌건 말건 네가 왜 보고 느끼고 마음을 기울여야 하니? 옆에서 춤추건 떠들건 왜 네 숨결이 아닌 딴곳을 쳐다보아야 하니? 네가 걸어가는 곳에 꽃이 피었니? 왜 네 옆에 꽃이 피고, 너는 그 꽃을 알아볼까? 네가 있는 옆으로 새가 내려앉아 노래하니? 왜 네 옆에 새가 내려앉고, 노래까지 할까? 옆에서 일어나는 모습은 무엇일까? 너는 어느 모습을 흘려보내고, 어느 모습은 못 흘려보낼까? 너는 어느 모습에 마음이 가고, 어느 모습은 못 느끼거나 안 쳐다볼까? 옆을 느끼거나 보기에 나쁠 일은 없어. 그저 네가 옆을 볼 적마다 너를 잊고 놓칠 뿐이야. 옆에서 누가 지나가거나 소리를 내든, 너는 네 발걸음이랑 몸짓으로 살아내고, 네 목소리로 네 이야기를 들려주면 돼. 옆에서 쿡쿡 찌르기에 알아볼 수 있겠지. 옆에서 시키니 문득 쳐다볼 수 있겠지. 그리고 네가 지은 마음을 옆에 얹거나 심을 수 있어. 누가 네 씨앗(마음씨·말씨·글씨·솜씨·맵시)을 이러쿵저러쿵 하거나 말거나 너는 네 씨앗을 웃고 노래하면서 심을 만해. 네가 걸어가는 길을 따라서, 네 보금자리 둘레에, 네가 그리는 꿈씨를 한 톨씩 심으면서 네가 모두 바꾸어낼 만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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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카드 2023.2.19.해.



네가 버스를 타거나 전철을 탈 적에 ‘카드’를 대지. 조그마한 판 하나를 대고서 무엇이든 타고다닐 수 있어. ‘카드’란 무엇일까? ‘교통카드·신용카드·체크카드’가 있고, ‘크리스마스카드·생일카드’가 있어. 돈처럼 다루는 카드에 글·그림을 담는 카드는 다 작아. 작으면서 가벼워. 그런데 이 작으면서 가벼운 카드에 ‘네가 쓰고 싶은 돈’을 넉넉히 담고, ‘네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즐겁게 담는단다. 넌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카드’를 챙기지. 그래, 그러면 “네 몸에 이바지하는 살림”을 ‘카드(신용카드)’에 담는다면 “네 마음을 이루는 살림”을 ‘카드(그림카드)’에 담을 수 있겠지? 네 꿈을, 네 사랑을, 네 뜻을, 네 앞길과 오늘을 ‘카드(그림카드)’에 담을 만해. 다시 말해서 ‘꿈그림’을 아주 조그마한 종이에 글이나 그림으로 가볍게 담고서 늘 품고 다닐 만하지. 알 수 있을까? 네가 깃든 집에는 네가 눈으로 보고 다시 마음에 담도록, ‘꿈그림(그림카드)’을 붙여 보렴. 네가 바라보는 ‘꿈그림 카드’를 언제 어디에서나 떠올릴 수 있도록 마음에 담으렴. ‘카드는 작고 가볍다’는 대목을 되새기기를 바라. 네가 스스로 이루는 꿈은 ‘카드’처럼 언제나 작고 가볍게 그려서 늘 거뜬하고 넉넉하게 품기를 바라. 꿈이 작고 가볍기에 삶을 얼마든지 마음껏 펼치면서 누리지. 꿈그림을 작고 가벼운 ‘쪽(카드)’에 담아서 늘 품을 수 있도록 ‘씨앗’으로 쥐고서 심으렴. 그래, ‘카드 = 꿈그림 = 작고 가벼운 것 = 날개(자유) = 씨앗’이야. ‘말씨·마음씨·글씨’ 같은 ‘씨앗’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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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시론 - 굴렁쇠 생각 3
이오덕 지음 / 도서출판 굴렁쇠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오덕 읽는 하루

― 헌책집에서 만난 이슬


《兒童詩論》

 이오덕 글

 세종문화사

 1973.1.30.



  《兒童詩論》(이오덕, 세종문화사, 1973)은 아주 잊힌 책이었습니다. ‘내가 이오덕을 잘 아는 제자요!’ 하고 내세우는 분들 가운데 이 책을 읽었거나 건사한 사람을 아예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오덕 제자’라고 내세우는 분들이 《아동시론》을 읽은 적도 구경한 적도 없나 아리송했습니다. 그런데 《아동시론》뿐 아니라 《까만 새》라는 이오덕 어른 노래책(동시집)을 까맣게 모르는 분도 수두룩했습니다. 《별들의 합창》 같은 조금 묵은 노래책은 더더구나 모르더군요.


  말로는 스승이라 여기고 우러른다고 하면서, 정작 ‘스승이 쓴 책’을 곁에 놓지 않을 뿐 아니라 읽지도 않는다면, ‘스승이 펴는 뜻’을 헤아리지 못 하거나 모를 테지요. 스승이 쓴 책조차 사지도 읽지도 않고서 스승 꽁무니만 좇는다면 그야말로 허술하고 엉성하며 뜬구름잡는 셈일 테고요.


  저는 《아동시론》을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자주 만났습니다. 저한테는 한 자락만 있으면 되니, 제 몫으로 한 자락을 놓고, 이웃이며 동무이며 동생한테 한 자락씩 사주었습니다. 1999년에 들어가서 일한 보리출판사 편집부에도 사주었고, 2001년부터 들어가서 일한 토박이출판사(《보리 국어사전》을 내놓은 곳)에도 사놓았습니다.


  헌책집을 다니면서 《아동시론》을 척척 찾아내어 건네니 둘레에서는 화들짝 놀랍니다. “아니? 어떻게 이 귀한 책을 그렇게 쉽게 찾아요?” “쉽게 찾는다고요? ○○님이 헌책집을 안 다니니까 안 보일 뿐이에요. 헌책집을 다니면서 스스로 한나절씩 눌러앉아 이 책 저 책 골고루 읽고 누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만날 수 있습니다. 틈이 없어서 헌책집을 못 간다는 핑계는 그만 대셔요. 저녁에 술 좀 그만 마시고 틈을 내어 이틀이나 사흘마다 헌책집에 가서 한나절씩 책을 읽고 누리다 보면 누구라도 다 만날 수 있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마음이 있을 적에 만납니다. 마음이 없을 적에 안 만납니다. 마음이 있으면 어느 책이라도 곧 만납니다. 마음이 없기에 못 만날 뿐 아니라, 판이 예전에 끊긴 아름책을 찾아내려고 헌책집을 찾아다니는 발걸음이 없어요.


  2023년에 문득 헤아리니 오랜 《아동시론》을 30만 원 값에 파는 헌책집이 있습니다. 이 값은 비쌀까요, 안 비쌀까요? 1999년에 헌책집에서 《아동시론》을 5000원이나 1만 원에 사서 둘레에 건네었는데 “이렇게 낡은 책이 5000원이나 한다고?” 하면서 비싸다고 손사래친 분을 꽤 보았습니다. 이분을 빤히 보다가 “○○님, 이 책에 5만 원 값을 붙이면 헌책집지기를 아주 미친놈으로 여기시겠네요?”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1974년에 나오고서 첫판조차 안 팔리고 사라진 《까만 새》는 값이 얼마여야 안 비싸다고 여기려나요? 1966년에 나온 《별들의 합창》하고 1969년에 나온 《탱자나무 울타리》는 헌책집에서 얼마로 팔아 주어야 안 비싸다고 여길 만한가요? 저는 이오덕 어른이 남긴 책 가운데 아직 《별들의 합창》만 만나지 못 했습니다. 1994년부터 헌책집에서 하나둘 만났습니다.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도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볼에 눈물자국을 내면서 읽었습니다. 때로는 이오덕 어른이 누구한테 건네면서 남긴 손글씨가 깃든 판을 헌책집에서 보았고, 어른 손글씨가 있는 책을 이웃한테도 스스럼없이 건넸어요.


  책이란 무엇일까요? 헌책이란 무엇일까요? ‘헌’은 “손길을 거친”을 뜻합니다. ‘새’이기에 좋지 않고 ‘헌’이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아직 손길을 안 거친” 살림이니 ‘새’일 뿐이고, “손길을 거치면서 손빛이 흐르”는 살림이기에 ‘헌’입니다.


  ‘새책 = 처음으로 읽힐 책’입니다. ‘헌책 = 새롭게 읽힐 책’입니다. ‘새책 = 낯선책’입니다. ‘헌책 = 손길책·손빛책’입니다.


  ‘새 = 사이’를 가리키고, ‘새 = 멧새’이기도 합니다. 하늘하고 땅 사이에 있기에 ‘새’요, 내가 나로서 나답게 나를 바라보고 사랑할 줄 알아서 날개를 달고서 하늘로 날아오르기에 ‘새’입니다.


  ‘헌 = 한’하고 맞닿습니다. ‘허’라는 말밑은 ‘허허바다’로 잇거든요. ‘허허바다’란 ‘하늘’처럼 가없이 잇는 ‘크고 하나’를 나타내요. 그래서 ‘헌책 = 한책 = 허허바다책 = 하늘책’이기도 합니다.


  겉보기로 허름한 책이기에 꾀죄죄하거나 나쁠 수 없습니다. 겉보기로 가난하거나 글을 모르는 멧골아이라서 모자라거나 나쁠 수 없습니다. 이오덕 어른은 서울아이도 대구아이도 아닌 멧골아이 곁에서 멧새가 되어 노래하는 하루를 짓고픈 꿈으로 배움길을 걸었습니다. 이 대목을 좀 헤아려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오덕 어른은 스스로 멧사람이기를 바랐고, 마지막숨을 한 줄기 쉬고 눈을 감을 적에 “나는 멧새로 돌아간다”는 마음을 남겼습니다.


  새로 나오기에 값지지 않습니다. 오래되었기에 낡지 않습니다. 철이 들지 않을 적에만 낡거나 늙습니다. 철이 들 적에는 늙음도 낡음도 아닌 어질거나 슬기로운 눈빛입니다. ‘헌책 = 철빛을 읽는 철든 책’이라고 느낍니다. ‘하늘빛을 담기에 헌책’이요, ‘멧새가 노래하는 숨결을 담기에 새책’이로구나 싶습니다. ‘새책 = 아이다운 눈망울로 하나씩 배우려는 책’이고, ‘헌책 = 어른스런 눈빛으로 하나씩 나누려는 책’이라고도 하겠습니다.


  또한 헌책집은 모든 갈래 온갖 책을 두루 품습니다. 새책집은 갓 나온 ‘낯선책’을 건사하는 책터라면, 헌책집은 손길을 거친 모든 ‘새로배움책’을 아우르는 책바다요 책누리요 책잔치요 책숲입니다. 헌책집을 마실하면서 이오덕 어른 예전 책을 찾아나설 뿐 아니라, 사람들 손길을 덜 타거나 새록새록 되읽힐 아름책을 만나는 이웃님이 늘기를 바랍니다. 헌책은 값싼 책이 아니라, 되읽힐 아름책입니다. 새책만 쳐다보다가는 그만 책이 왜 책인가를 잊고 맙니다.


  왼손에 새책을 놓는다면, 오른손에는 헌책을 놓아요. 오늘은 새책을 읽었으면, 모레에는 헌책을 읽어요. 이오덕 어른이 왜 멧골아이 곁에서 노래하는 멧새가 되기를 바랐는가 하는 마음을 읽으면서 헤아리고픈 이웃님이라면, 아무쪼록 자그마한 마을새책집하고 마을헌책집을 나란히 나들이하면서 ‘책숲마실’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책은 헌책입니다. 모든 책은 새책입니다. 모든 책은 숲입니다. 모든 책은 사랑입니다. 모든 책은 바다요 하늘이요 땅이요 풀꽃나무이면서, 모든 책은 살림이고, 모든 책은 사람입니다.


ㅅㄴㄹ


우리의 아동들에게는 시가 없다. 그들의 일상의 말과 행동과 마음속에 충만해 있는 참된 시의 세계는 그릇된 어른들에 의해 철저히 짓밟히고 봉쇄당하여, 대신 시와는 얼토당토 않는 기묘한 흉내내기 놀이를 하고 있으니, 이런 사람답지 못한 원숭이 흉내가 곧 아동들이 쓰고 있는 동시라는 것이다. (9쪽)


윤석중 씨의 동요 세계는 그 후 20여 년 동안 전국의 아동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고, 동요란 이름이 거의 없어진 지금에도 여전히 그 동요적 세계는 판을 치고 있어서 참된 아동시의 발아를 저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아동들에게 그들 스스로의 생활의 노래를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머리속에서 나온 ‘재미’와 ‘웃음’의 동심이라는 것을 강요할 때, 그것은 골계(滑稽)에 가까운 말재주로밖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17∼18쪽)


만일 아동들이 자기 자신의 생활과 마음을 자기의 말로 쓰게 된다면, 거기 유사 모조품이란 거의 있을 수 없다. 천 명의 아이가 쓴 천 편의 시는 천의 얼굴처럼 다 다를 것이 당연하다. 또한 같은 아이가 쓴 같은 제목의 시라도 어제 쓴 것과 오늘 쓴 것이 달라야 한다. (25쪽)


전국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상을 타기 위해 다투어 이런 바보놀음을 하여 왔던가? 다투어 어린애의 몸짓이나 재롱을 피워서 그런 것을 좋아하는 어른들의 마음에 들도록 하여 온 것인가? (36쪽)


우리는 아동들이 시인이 되기를 원하고 있는가? 시를 쓰는 직업인이 되기를 원하고 있는가? 아니다. 우리는 마음이 정직하고 행동이 순진하고, 용감하고, 인간성이 풍부하고, 개성이 뚜렷한 창조적 인간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74쪽)


아이들이 쓰는 것이라도 시면 시지, 하필 ‘동’ 자를 붙일 필요가 없다. (210쪽)


‘사투리가 들어 있는 시’, ‘사투리로 쓰는 시’를 써 보자고 한다. 몇 번을 이렇게 사투리로 쓰게 하면 어렵지 않게 동시적인 것을 버리고 그들의 신선한 생활의 세계로 돌아지 않을까 한다. (22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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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의 딸 로냐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1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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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숲노래 동화읽기 2023.2.23.

맑은책시렁 288


《산적의 딸 로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이진영 옮김

 시공사

 1999.3.20.



  《산적의 딸 로냐》(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일론 비클란드/이진영 옮김, 시공사, 1999)는 1992년에 ‘일과놀이’에서 처음 우리말로 옮겼고, 1999년에 ‘시공사’에서 새로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일본에서는 그림꽃얘기(애니메이션)로 그리기도 했어요. 숲도둑 딸아이로 태어난 로냐가 아버지하고 다른 길을 가면서 아버지가 멧도둑질을 끝낼 뿐 아니라, 이웃하고 손을 잡는 새길을 내도록 이끄는 줄거리를 차근차근 들려주지요.


  로냐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온누리 어느 아버지라도 곁님뿐 아니라 딸한테 이길 수 없고, 이겨서도 안 되는 줄 알 만합니다. 또한 온누리 어느 어버이라도 딸이건 아들이건 어버이로서 낳은 딸아들이 앞으로 새길을 짓도록 이바지하고 도우면서 스스로 거듭나는 하루로 나아갈 노릇인 줄 알 만해요.


  어버이가 아이를 낳아 돌보는 뜻을 제대로 짚을 수 있을까요? 어버이는 아이를 사랑하려고 낳습니다. 그런데 ‘아이만 사랑’할 수 없어요. 어버이로서 아이를 사랑하려면, 어버이가 먼저 ‘어버이 스스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어버이가 이녁 스스로 사랑할 줄 모르면 아이를 사랑하지 못 해요.


  아이를 괴롭히거나 때리는 모든 철없는 어버이는 아직 ‘스스로 사랑’을 모릅니다. ‘스스로 사랑’을 모를 뿐 아니라, 안 쳐다보았고, 안 생각하고, 안 바라는 탓에 그만 ‘스스로 사랑’도 ‘아이 사랑’도 아닌 바보짓으로 헤매면서 철없는 굴레에 스스로 갇혀요.


  남이 가두는 굴레가 아니라 스스로 갇히는 굴레입니다. 로냐네 아버지도 매한가지예요. 누가 로냐 아버지한테 굴레를 씌우지 않아요. 바로 로냐 아버지가 스스로 굴레를 써요. 딸아이 로냐는 어머니가 미처 바꾸어내지 못 한 아버지를 바꾸어냅니다. 다만, 로냐도 아직 철이 덜 든 탓에 아버지를 억지로 바꾸려 했고, 이를 로냐 어머니는 부드러이 타이르고 달래어 ‘아이가 어버이를 바꾸는 길’이 무엇인지 로냐 스스로 생각해서 로냐 스스로 찾아내도록 돕습니다.


  순이(여성)는 로냐처럼, 또 로냐 어머니처럼, 상냥하면서 부드럽고 따뜻하게 지켜보면서 알려주고 가르치는 몫입니다. 순이는 로냐랑 로냐 어머니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놀이를 하면서 살림빛을 가꾸는 자리입니다.


  돌이(남성)는 로냐 아버지처럼, 짝꿍하고 딸아이한테서 배우는 몫이에요. 온누리 모든 돌이(남성)는 순이한테서 살림길을 배우면서 차근차근 ‘살림꾼’이자 ‘머슴’으로 깨어나서 즐겁게 ‘동무’를 하는 동글동글한 마음으로 새로 태어날 숨결입니다.


  《산적의 딸 로냐》는 ‘멧도둑 아버지’가 ‘멧사람 아버지’로 거듭나는 길을 아름답게 들려주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아이들은 어느 집안에서 태어나더라도 대수롭지 않아요. 아이들은 모든 어버이를 바꾸어내는 길잡이로서 이 땅에 태어나거든요. 오직 아이 눈빛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누구네 아이’인지 따지거나 가릴 까닭이 없어요. 아이가 아이답게 눈망울을 밝힐 적에 이 아이가 바꾸어내려는 새길을 지켜보고 헤아리면서 어깨동무를 하면 넉넉할 뿐입니다.


  아이한테서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산적의 딸 로냐》는 누구보다도 온누리 아버지(돌이)가 아이를 무릎에 앉혀서 천천히 소리내어 읽어 줄 이야기꽃입니다. 잠든 아이 곁에서 가만히 혼자 읽고서 마음으로 사랑을 깨달아 새롭게 일어설 별빛으로 삼을 이야기꽃이에요.


  스웨덴 할머니는 스웨덴 아이들뿐 아니라, 스웨덴 엄마아빠한테 이야기꽃을 사랑으로 남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한테 ‘사랑어린 이야기꽃’을 써서 남길 만한 철든 어른이 있을까요? ‘동화’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동화일 수 없습니다. 아이한테서 배우는 어버이 이야기를 그릴 줄 알아야 비로소 동화입니다.


ㅅㄴㄹ


“아가야, 너는 벌써 그 작은 손으로 이 산적의 마음을 사로잡았구나.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렇단다.” (14쪽)


별들만 웅덩이에 떠 있고, 다른 것들은 모두 깊은 어둠 속에 잠겼다. 로냐는 어둠에 익숙했다. 어둡다고 해서 겁이 나지 않았다. 겨울 밤 마티스 요새에 불이 꺼지면 그 어떤 숲보다도 더 어둡지 않았던가! (28쪽)


“비르크, 네가 내 친구였으면 좋겠어!” “그러지 뭐. 너만 좋다면. 산적의 딸!”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로냐라고 부를 때만이야!” “로냐, 그래. 넌 내 친구야.” (106쪽)


봄날 저녁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비르크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비르크는 저녁 냄새도 맡지 못했고, 새들의 노랫소리도 듣지 못했으며, 땅 위에 나 있는 풀과 꽃들도 보지 못했다. 단지 후회에서 오는 고통만 느낄 뿐이었다. (215쪽)


‘숲은 왜 여름만 계속되지는 않는 걸까? 그리고 왜 난 행복하지만은 않은 걸까?’ 로냐는 숲과 숲 속에 펼쳐진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245쪽)


로냐와 비르크는 곰굴로 들어갔다. 굴 안은 엉망이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편안하고 익숙했다. 세차게 흐르는 강이며, 아침햇살에 빛나는 숲이며, 모든 것이 옛날 그대로였다. “놀라지 마, 비르크. 내가 봄의 함성을 지를 거니까!” 그리고 로냐는 새처럼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314쪽)


#RonjaRovardotter #AstridLindgren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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