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키우는 남자
권귀헌 지음 / 리오북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2023.3.1.

인문책시렁 289


《아이 셋 키우는 남자》

 권귀헌

 리오북스

 2017.1.24.



  《아이 셋 키우는 남자》(권귀헌, 리오북스, 2017)를 읽었으나 마음에 와닿은 대목은 없이 ‘잘나가던 사람으로서 돈도 이름도 버리고 아이를 돌보는 멋진 아버지’로 살아가려 한다는 자랑만 자꾸 느꼈습니다. 비가 오는 날 아이가 비에 안 젖도록 쇳덩이(자동차)를 몰아서 마중을 갔다는데, 그때 아이가 들려준 말을 듣고는 “아이가 느긋이 비랑 놀 틈을 빼앗아서 잘못했다”고 뉘우칠 줄 모르는 채 “아이가 많이 컸다(246쪽)”고 생각했다니 참으로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글쓴이는 틀림없이 ‘좋은 뜻’으로 “우리 부부는 인사상의 불이익과 재산상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한지붕에서 사는 것을 선택했습니다(27쪽)” 하고 밝히지만 더없이 거북하기만 합니다. 높은자리(승진)하고 돈(재산)보다는 아이를 바라보았다는 줄거리인 듯싶지만, ‘아이랑 뛰놀며 어버이란 자리를 새롭게 배우는 길’이 아닌 ‘이름과 돈이 아닌 아이’라고 말해야 하나 아리송해요.


  아이를 바라보려고 아이 곁에 있으니 어버이란 이름입니다. 아이를 낳기에 어버이가 아닙니다. ‘보고·돌보고·돌아보고·바라보고·보살피고’를 비로소 할 줄 아는 마음하고 몸짓을 추스르기에 조금씩 철이 들면서 어버이·어른으로 섭니다.


  뜻(대의명분)만 세우려 하면 겉치레로 그칩니다. 짝꿍이 숱한 집안일을 혼자 해낸 줄 뒤늦게 느끼면서 ‘놀랐다’고 밝히기에 참으로 놀랄 뿐입니다. 곁님에 앞서 어머니랑 할머니가 먼 옛날부터 다 하던 집안일이요, 지난날에는 몽땅 손으로 했습니다. ‘아이키우기를 했다’고 밝히고 싶다면, 아기수레(유모차)가 아닌 처네나 포대기로 아기를 안거나 업으면서 저잣마실을 다닐 노릇이고, 종이기저귀 아닌 천기저귀로 손빨래를 할 노릇이고, 늘 자장노래를 불러 주고, 같이 춤추고, 같이 뛰고 달리고 풀꽃나무 곁에서 나비춤을 보고 풀벌레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하루를 보내기를 바라요. 이런 하루를 안 보내고서 ‘아이키우기’를 했다고 말하는 이들은 한낱 겉치레에 눈가림일 뿐입니다.


ㅅㄴㄹ


나름 화려했던 경력을 뒤로하고 하루 종일 집구석에 앉아 있으니 대한민국의 수많은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5쪽)


가끔씩 아내가 이런 일들을 혼자서 해냈다는 생각이 들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23쪽)


우리 부부는 인사상의 불이익과 재산상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한지붕에서 사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27쪽)


아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어떤 아빠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분명하게 규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37쪽)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만 했지 세상을 배울 기회가 없었잖아요. (67쪽)


아들이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아빠랑 오니까 편하고 좋긴 한데 친구하고 떠들고 나뭇가지 줍기 하면서 걷는 게 더 재밌어. 다른 애들도 그냥 우산 쓰고 와.” 순간 섭섭함보다는 아이가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4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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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내가 쓴다 2022.8.16.불.



남이 쓴 글은 남이 누린 삶이자, 남이 그린 꿈이요, 남이 걷는 길이야. 남이 쓴 글을 기릴 수 있을 테지만, 좋아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넌 너이니까 네 삶을 누리고 보고 느끼고 일구면서 네 살림을 그려서 담으면 돼. 네가 손수 차려서 누리는 밥은 ‘줄거리(내용)가 무엇이든 스스로 살찌우는 빛’이란다. 너는 ‘네가 차린 밥’만 보기를 바란다. ‘남이 차린 밥’하고 네 밥을 견주거나 대지 마. 남을 부러워하지도 비웃지도 마. 너는 네가 누릴 밥이 반짝거릴 수 있도록 가만히 보면서 빙그레 웃으면 넉넉해. 알겠니? 줄거리(내용)는 대수롭지 않아. ‘줄거리에 담는 알맹이(핵심)’가 대수롭단다. 그러면 알맹이는 뭘까? 알맹이란, 네가 스스로 차린 밥을 오롯이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는 눈망울로 빛살을 담아서 이루는 숨결이란다. 넌 무엇을 먹든 ‘네가 생각하고 말한 숨결’을 먹는 셈이지. 넌 무엇을 쓰거나 읽든 ‘네가 생각하고 말하려는 숨결이 흐르는 이야기’를 받아들인단다. 잔칫밥을 짓고 차리고 먹어도 자꾸 모자라거나 아쉽다고 느끼는 까닭을 스스로 알아차리기를 바란다. 넌 자꾸 ‘줄거리’를 너무 따지거나 높이 여기더구나. 그래, 오줌말이나 똥물을 먹기는 아직 힘들겠지. 그러나 겉모습에 휘둘리지 마. 옷도 글도 밥도 책도 이름도 돈도, 겉모습이 아닌 속내에 흐르는 빛을 볼 노릇이야. 네 이야기는 네가 쓰렴. 네 삶이야. 밉지도 곱지도 않은, 그저 네가 사랑할 삶이란다. 그러고 보니 너희는 ‘똥오줌’을 거름으로 삼은 푸성귀로 차린 밥을 ‘유기농’이라고 좋아하더라. 돌고도는 살림을 반긴다면서, 글은 왜 너희 삶을 스스로 돌고돌리는 길에 쓰지 못 할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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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줄이는데 2022.8.11.나무.



너는 언제나 애쓰지. 누가 모르겠니? 다 안단다. 네 땀방울이 얼마나 값지다고 누가 말로 나타내지 않아도 네 땀방울은 늘 값지단다. 네가 애쓰는 줄 잘 알아보지 않거나 치켜세우지 않아서 섭섭하니? 너는 틀림없이 조금씩 줄이면서 바꾸어 나가는데, 네가 조금씩 줄이느라 애쓰는 땀방울을 둘레에서 안 알아보니 서운하니? 그런데 보렴. 네 둘레에서는 ‘네가 그냥 하루아침에 가볍게 싹 갈아엎을 수 있는 줄 아는데, 네가 미적미적하듯 부러 빙그르르 돌아가기만 한다’고 느낄 만해. 조금씩 줄이면서 바꾸어도 대단하지. 그런데 너는 ‘대단하구나’라든지 ‘잘하는구나’라든지 ‘훌륭하구나’ 같은 소리를 오래오래 들으려고 조금씩 바꾸니? 아닐 테지? 누가 너더러 “아직 안 하네?”라든지 “아직 멀었어?” 하고 묻거나 따진다면 “잘못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마음을 추슬러서 새로 하겠습니다.” 하고 고개숙이며 말하렴. 넌 늘 처음부터 새마음으로 할 노릇이야. 그저 그대로 가다가는 끝이 안 나고, 둘레에서도 힘들기에, 비로소 너한테 말을 건단다. 너는 이 목소리를 기쁘면서 고맙게 들으렴. 누가 말하든 반가이 절하렴. 어떻게 말하든 “곰곰이 짚으면서 고치겠습니다.” 하고 수그리렴. 수그리지 않는 나락은 알맹이가 못 여물어. 수그리는 나락이어야 알맹이를 넉넉히 열어. 넌 늘 한단다. 봄에 꽃이 피듯, 여름에 잎이 푸르듯, 가을에 열매가 익듯, 겨울에 씨앗이 꿈꾸듯, 네 하루를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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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신 5
호카조노 마사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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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만화책 2023.2.28.

만화책시렁 513


《견신 5》

 호카조나 마사야

 정재옥 옮김

 서울문화사

 1999.12.25.



  집을 짓는 개미도 대단하고, 마을을 가꾸는 사람도 대단합니다. 꿀을 모으는 벌도 대단하고, 벌한테서 꿀을 슬쩍하는 사람도 대단합니다. 꽃가루받이를 하면서 나는 나비도 대단하고, 나비가 깨어날 겨를이 없이 온통 풀죽임물로 뒤덮는 사람도 대단합니다. 살림을 스스로 짓는 길을 찬찬히 갈무리해서 이야기로 남기는 사람도 대단하고, 거짓말을 꾸며서 아이들을 길들이며 배움수렁(입시지옥)에 몰아넣는 사람도 대단합니다. 《견신》을 읽으면서 ‘대단한 두 가지’를 함께 돌아봅니다. 놀랄 만하니 놀랍고, 대단할 만하니 대단한데, ‘놀라움·대단함’은 좋고 나쁨이 아닌, 그저 겉으로 드러난 모습입니다. 어쩜 사람들은 돈을 엄청나게 쏟아부어서 그토록 끔찍한 총칼(전쟁무기)을 자꾸자꾸 만들 수 있을까요? 어쩜 사람들은 총칼을 이웃나라에 비싸게 팔았다면서 자랑할 수 있을까요? 어쩜 사람들은 이웃사람을 죽이는 짓이 ‘평화·안보’일 수 있다고 여길까요? 이야기를 짓고 책을 남길 줄 아는 사람은 틀림없이 대단합니다만, 온누리에 가득한 책은 참말로 슬기롭거나 어질거나 아름다울까요? 장삿속이 판칠 뿐 아니라, 거짓으로 홀리거나 꾀는 줄거리가 매우 많지 않나요? ‘개님(견신)’은 사람이 하는 짓을 그대로 돌려줄 뿐입니다.


ㅅㄴㄹ


‘인간은 도시도 만들고, 책도 만드는 대단한 존재구나. 후미키도 멋진 시를 짓지. 미카도 상냥하게 대해 주고 … 그런데,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긴 걸까.’ (78∼79쪽)


“23과 나는 같이 있고 싶을 뿐이라구!” (153쪽)


#犬神 #いぬがみ #外薗昌也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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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쓰레기는 왜 생기나요? - 나부터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트’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6
최원형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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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숲노래 책읽기 2023.2.28.

맑은책시렁 293


《선생님, 쓰레기는 왜 생기나요?》

 최원형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3.2.19.



  《선생님, 쓰레기는 왜 생기나요?》(최원형·홍윤표, 철수와영희, 2023)를 읽었습니다. 쓰레기가 왜 생기는지는 아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손수짓기(자급자족)를 하는 사람은 아무런 쓰레기를 안 내놓습니다. 손수짓기를 안 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쓰레기입니다.


  손수짓기를 하면 얼핏 느린 듯 여기지만, ‘느림’이 아닌 ‘제철’입니다. 여름에는 더위를 먹고, 겨울에는 추위를 머금으면서 철빛을 누리지요. 삼월에 천천히 덩굴이 퍼지면서 잎이 푸르게 빛나고, 사월에 흰꽃이 흐드러지면서 오월에 빨간알을 누리는 딸기입니다. 손수짓기로 제철살림을 한다면 딸기를 오월에 들숲밭에서 누릴 테니, 딸기를 비닐에 씌울 까닭이 없어요. 더구나 제철딸기라면 꼭지도 고스란히 먹겠지요.


  한겨울에 비닐집에서 기름을 때어 거두는 비닐밭딸기는 온통 쓰레기판입니다. 가게에서도 쓰레기일 뿐 아니라, 비닐집을 세우는 논밭집에서도 쓰레기투성이예요. 해바람비를 머금는 살림살이를 지을 적에는 쓰레기가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흙하고 돌하고 나무로 짓는 집에 무슨 쓰레기가 있을까요? 그러나 잿더미(시멘트)로 올리는 서울살이는 몽땅 쓰레기입니다. 우리는 ‘아파트’라는 쓰레기밭을 비싼값으로 사고팔면서 언제나 쓰레기 품에 있는 얼거리입니다.


  ‘돌흙나무’로 지은 시골집은 허물 적에 고스란히 땅으로 돌아가지만, ‘시멘트·플라스틱’으로 때려박은 아파트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이 엄청난 쓰레기더미를 어떡해야 하나요? 부릉부릉 달리는 쇳덩이도 온통 쓰레기입니다. 서울(도시)은 하나부터 열까지 온통 쓰레기예요. 우리 스스로 시골을 버리고 서울로 몰리면서 스스로 쓰레기터를 세웠으니, ‘쓰레기터 = 도시’인 얼개입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는지 어른스러이 처음부터 다시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울에서 살더라도 잿집(아파트)에서 살지 않을 수 있을 노릇이고, 쇳덩이(자동차)를 안 거느릴 노릇이며, 손빨래를 하고, 스스로 밥을 지어서 누리면 그럭저럭 쓰레기를 적게 내놓을 만합니다.


  요 몇 해 사이에는 ‘돌림앓이 쓰레기’가 엄청나게 나왔습니다. 입가리개 쓰레기뿐 아니라 미리맞기(예방주사) 쓰레기가 끔찍합니다. 여기도 비닐 저기도 비닐로 씌우니 쓰레기밭인데, ‘손소독제’라는 것도 허벌난 쓰레기입니다. 손소독제가 흘러드는 냇물이나 바다는 끙끙 앓지만, 이를 얼마나 살피는 마음일까요? 얼굴을 하얗게 바르는 꽃물(화장품)도 고스란히 쓰레기입니다. 빗물을 멀리하고 햇볕을 등지고 바람을 막으니 온통 쓰레기가 날립니다.


  어느덧 꼭짓물(수돗물)이 아닌 먹는샘물(플라스틱에 담은 땅밑물)을 널리 마시는 판으로 바뀌는데, 나라 곳곳 정갈한 시골에서 땅밑물을 뽑아내어 왜 플라스틱에 담아야 할는지 궁금한 이웃이 매우 드문 듯해요. 모든 집이 땅밑물을 마시면 될 일 아닐까요? 땅밑물을 그대로 안 마시고서 플라스틱에 담아 ‘플라스틱 기운이 스민 쓰레기’를 마시는 요즈음 모습이에요. 이러고서 ‘플라스틱 빈 껍데기’는 고스란히 쓰레기를 이룹니다.


  물살림도 밥살림도 집살림도 옷살림도 ‘살림’이란 말이 부끄러운 서울살이입니다. 그래서 요새는 ‘살림’이란 우리말을 안 쓰고 ‘문화·생활·문명’처럼 일본스런 한자말을 쓰는 듯싶어요. 모든 ‘도시 문화·생활·문명’가 쓰레기인 줄 깨닫지 않는다면, 이 쓰레기판은 어찌할 길이 없으리라 느껴요. 서울을 시골이나 숲으로 바꾸어야겠고, 앞으로 아이들이 온나라를 시골빛에 숲빛으로 바꾸어낼 길을 들려주어야 비로소 어른이라고 할 만합니다.


ㅅㄴㄹ


언젠가는 쓰레기를 매립하는 일은 한계에 다다를 거예요. 여러분이 어른이 되고 나이가 몇 살쯤 되었을 때일까요? (22쪽)


숲을 없애는 건 산불만이 아니에요.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어떤 점에서 도끼를 든 나무꾼이라 할 수 있어요. (62쪽)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82%는 일회용 플라스틱이라고 해요. (67쪽)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의료 쓰레기를 최대 10배나 증가시켰다고 해요.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팬데믹 상황이 된 이후로 2022년 2월까지 코로나19 백신 약 80억 회분이 접종되었다고 해요. 이때 사용된 주사기와 바늘 등은 일회용이다 보니 쓰레기가 14만 4000톤쯤 되었을 걸로 추정하고 있어요. 진단 키트는 1억 4000만 개가 사용되었고 이를 만드는 데 쓰인 플라스틱이 약 2600톤 정도 쓰레기로 배출되었을 거라고 (7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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