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9.


《니 얼굴》

 정은혜 글·그림, 보리, 2022.9.20.



아침 07:05에 먼발치부터 퍼지는 땅울림 기운을 느낀다. 며칠 앞서도 있었고, 요 몇 해 사이에 곧잘 땅울림이 퍼진다. 고흥에는 두 가지 사납터가 있으니, 하나는 ‘나로우주센터’란 이름인 ‘미사일발사기지’요, 둘은 ‘경비행기시험장’이란 이름인 ‘무인군사드론시험장’이다. 두 곳에서 무언가 쏘거나 터뜨리면 우르르르 쾅쾅 하는 ‘울림 + 소리’가 우리 마을 우리 집까지 가로지른다. ‘사납터(군부대)’에서 살았거나 이 곁에서 지내야 했던 사람은 ‘슬픈 땅울림’을 알리라. 《니 얼굴》을 가만히 돌아본다. 처음에 ‘장현실’이란 이름으로 선보인 그림부터 ‘장차현실’로 이름을 바꾸며 선보인 그림을 모두 찾아서 읽었기에 이녁 딸아이 삶걸음도 먼발치에서 지켜보았다. 어느새 이렇게 스스로 그림순이란 하루를 짓는구나 싶은데, 어쩐지 정은혜 씨를 둘러싼 사람들이 이이한테 ‘방송·연예인’이나 ‘화가·예술가’라는 이름을 일부러 씌우려고 하는구나. 왜 그래야 하지? 그저 ‘살림순이’에 ‘그림순이’처럼 수수하게 하루를 그리고 짓고 나누고 누리면서 노래하면 넉넉하고 즐겁지 않을까? ‘-인’이나 ‘-가’ 같은 이름을 붙여서 돈을 잘 버는 틀에 맞추어야 하는가? ‘겉’을 붙이면 겉치레이다. 속을 보아야 알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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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8.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김성호 글, 포르체, 2023.1.11.



가볍게 뿌리던 비는 안개로 바뀐다. 하루 내내 고요한 빛으로 흐른다. 비는 먼지를 씻어내고, 안개는 먼지를 녹인다. 해는 먼지를 달래고, 바람은 먼지를 턴다. 사람도 매캐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마음빛을 펴면 먼지를 날릴 수 있으리라. 나쁜 풀꽃나무나 풀벌레나 짐승은 없다. 사람도 이와 매한가지이다. 밥옷집을 손수 지으면서 살림을 스스로 가꿀 적에는 모든 사랑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밥옷집을 손수 안 짓고, 서울에 우르르 몰리고, 잿집(아파트)을 마구 세우고, 쇳덩이(자동차)를 몰아대면 어느새 사람빛을 잃다가 ‘남이 시키는 대로 굴레를 쓰는’ 꼭두각시로 뒤바뀐 채 하루를 보낸다.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를 읽었다. ‘글을 쓴다’는 마음이 아닌 ‘하루를 살아간다’는 마음이라면 줄거리가 사뭇 달랐으리라 본다. ‘글을 쓰는 일을 한다’는 마음이 아닌 ‘하루를 사랑하는 일을 한다’는 마음이라면,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흔들리거나 아프거나 고단할 까닭이 없다고 본다. 자주 부끄럽게 느끼는 일이라면 아예 쳐다보지 않을 노릇이다. 가끔 즐거운 일이라면 그야말로 걷어치울 노릇이다. 늘 맑고 밝게 마음을 가꾸는 일을 해야 스스로 즐겁다. 이 나라 글바치는 ‘삶·사랑’을 으레 잊기에 헤매다 죽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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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7.


《김석범 한글소설집, 혼백》

 김석범 글, 보고사, 2021.9.30.



아침에 새봄쑥 한 포기를 훑어서 누렸다. 싱그러운 겨울맛에 포근한 봄내음이 어우러진다. 곁님이 주민등록증을 새로 내려고 읍내로 간다. 면소재지로 시골버스를 타고 갈 수는 있되, 돌아올 시골버스를 타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면소재지에는 빛꽃을 찍는 데가 없다. 읍내 빛꽃집(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는데 빛꽃집 일꾼이 막 건드려서 ‘젊고 예쁘게 손질’하는 듯싶다. 왜 저럴까? 장난할까? 누가 누구인지 알려면 얼굴빛을 그대로 찍어서 담아야 할 노릇 아닌가. 읍사무소는 ‘종이사진을 스캐너에 넣어서 긁는다’고 하는데, 그럴 바에야 디지털파일을 받으면 될 일이다. 애먼 데에 엉뚱한 돈과 품을 들이도록 하는 나라이다. 더 본다면 ‘주민등록번호·주민등록증’부터 엉터리이다. 온나라 사람을 옭아매려고 박정희가 밀어붙인 이 바보짓을 우리 스스로 털어낼 날이 있을까? 어깨동무(평등·민주)를 열자면 ‘죄수번호’를 없앨 노릇이다. 저녁에 가늘게 비가 뿌린다. 《김석범 한글소설집, 혼백》을 천천히 읽는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하루를 그리며 살아가는 길을, 사람탈을 쓴 감투잡이와 힘꾼이 총칼로 억누른 슬픈 멍울하고 생채기를 김석범 님 글로 헤아릴 만하다. 나라가 나라다우려면 벼슬꾼(공무원)을 1/100로 줄이면 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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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 숲노래 말넋 2023.3.6.

말꽃삶 8 나란꽃 함꽃 여러꽃



  모든 말을 새로 짓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말짓기가 어려울 수 없습니다. 다 다른 삶을 다 다른 말에 담을 뿐입니다. 말짓기는 안 어려운데, 나라(정부)라든지 배움터(학교)라든지 말글지기(언어학자·국어학자)는 아무나 함부로 새말을 엮거나 지으면 안 된다는 듯 밝히거나 따지거나 얽어매거나 짓누르곤 합니다.


  새말짓기란, ‘새마음으로 가는 길’입니다. 새말엮기란, ‘새넋으로 스스로 피어나는 꽃’입니다. 새말 한 마디를 지을 적에는, 낡거나 늙은 마음을 내려놓고서 반짝반짝 새롭게 빛나는 마음으로 나아갑니다. 새말 한 자락을 엮을 적에는, 고리타분하거나 갑갑하거나 추레하거나 허름한 모든 허물을 내려놓고서 스스로 싱그러이 피어나는 꽃다운 넋으로 거듭납니다.


  나라(정부)에서는 사람들이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요. 사람들이 깨어나면 사람들은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안 하거든요.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가꾸고 살림을 짓고 사랑을 나눌 적에는, 온누리 어디에서나 총칼(전쟁무기)이 사라지고 어깨동무를 널리 펼 뿐 아니라, 아이어른이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짓고, 순이돌이(남녀)가 더는 서로를 괴롭히거나 다투는 짓을 안 할 뿐 아니라, 위아래(위계질서)를 모두 허물어 아름터로 달라져요.


  아름터·사랑터·노래터·꽃터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바로 ‘새말짓기·새말엮기’입니다. 말 한 마디를 새로 짓는 일이 왜 새나라 첫걸음일까요? 아주 자그마한 말 한 마디부터 우리가 스스로 생각해서 바꾸어 낼 줄 알 적에 모든 삶·살림·사랑을 스스로 짓는 길을 바로 우리 스스로 깨닫거든요. 이와 달리, 우리가 배움터(학교)를 오래오래 다니거나 책만 오래오래 읽거나 새뜸(신문·방송)에 오래오래 기댈 적에는 ‘나라(정부)에서 내려보내는 부스러기(지식·정보)만 받아들여서 외우게 마련’입니다. 이때에는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기운이 사그라들어요. 삶길을 이루는 말을 나라(정부)에서 내려보내는 대로 받아들여서 외울 적에는 얼핏 ‘성가시거나 귀찮거나 번거로운 일이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 보면 ‘스스로 삶을 짓는 마음이 모두 가로막히거나 사그라드는 끔찍한 수렁에 갇히는 모습’입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

혼혈(混血) : 1. 서로 인종이 다른 혈통이 섞임. 또는 그 혈통 ≒ 잡혈 2. 혈통이 다른 종족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 = 혼혈인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혼혈’이라는 낱말을 두 가지로 풀이합니다. 둘레(사회)에서 이 한자말을 널리 씁니다. 우리말로 ‘섞다·섞이다’를 쓰면 마치 따돌림(차별)이라도 되는 듯 여깁니다. ‘튀기’ 같은 우리말은 아예 깎음말로 여기지요.


  그러면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한자말 ‘혼혈 = 혼 + 혈 = 섞음 + 피’예요. 나라에서는 이 한자말을 써야 ‘차별이 아님’으로 여기지만, 가만히 보면 ‘혼혈 = 섞음 = 튀기’인 얼개입니다. 그러니까 이 나라는 ‘어느 말을 쓰면 따돌림이다’ 하고 못을 박는 시늉을 하지만, 정작 ‘우리말을 쓰면 따돌림이다’ 하고 뜬금없는 굴레를 씌우는 모습입니다.


[숲노래 낱말책]

함둥이 (함께 + 둥이) : 씨줄·핏줄·집안·갈래·씨가름이 다른 사이에서 태어난 숨결. 씨줄·핏줄·집안·갈래·씨가름을 여럿 받아서 태어난 숨결. 여러 씨줄·핏줄·집안·갈래·씨가름이 나란히 있거나 어우러지거나 섞인 몸으로 태어난 숨결. (= 함피·함꽃·여러피·여러꽃·나란둥이·나란피·나란꽃·섞다·어우러지다. ← 혼혈, 혼혈인, 혼혈아, 다인종多人種)


  한자말이기 때문에 ‘혼혈’이란 낱말을 안 써야 하지 않습니다. 나라가 시키는 대로 쓸 적에는 이래저래 모두 따돌림일 뿐 아니라, 참살림하고 동떨어지게 마련이라, 새말을 짓고 뜻풀이를 새로 붙일 노릇입니다. 그래서 ‘함둥이·함께둥이’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 봅니다.


  ‘함둥이 = 함(함께) + 둥이’입니다. ‘둥이’는 어떤 결을 품은 사람을 가리킬 적에 붙이는 말끝입니다. ‘함둥이 = (무엇이) 함께 있는 둥이’란 얼개예요.


  따로 ‘함피’처럼 새말을 지어도 됩니다. 때로는 ‘함피’를 쓸 만합니다. 여느 자리나 때라면 ‘함둥이’라는 새말로 “여러 씨줄이나 핏줄이나 갈래가 함께 있는 숨결”이라는 뜻을 나타낼 만합니다. ‘섞이다’는 나쁜 낱말이 아닙니다. 수수하게 쓸 적에는 ‘섞이다’를 쓰면 되고, 밑뜻을 새롭게 살리려는 마음을 얹어 ‘어울리다·어우러지다’라는 낱말을 뜻풀이에 보탤 만합니다.


 함꽃 함풀

 나란꽃 나란풀

 여러꽃 여러풀


  사람을 가리키든 사람 아닌 숨결을 가리키든 꼭 ‘-사람’이나 ‘-이’나 ‘-둥이’를 붙여야 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가리킬 적에도 ‘-꽃’이나 ‘-풀’을 붙일 만합니다. 수수한 사람들을 ‘들꽃·들풀’처럼 가리킬 만해요. 구태여 ‘민중·민초·시민·인민·국민·백성·백인’ 같은 한자말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단출히 ‘꽃·풀’이라는 낱말로 ‘민중·민초·시민·인민·국민·백성·백인’ 같은 사람들을 나타내어도 어울립니다.


  이리하여 ‘함둥이 = 함꽃·함풀’이라 여길 만합니다. ‘나란꽃·나란풀’이나 ‘여러꽃·여러풀’처럼 새말을 더 여미어도 어울려요.


  새롭게 가리키는 이름을 꼭 하나만 지어야 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를 헤아려 여러 낱말을 지을 만합니다. 그때그때 새롭게 여러 낱말을 섞어서 쓸 만합니다. 꽃 한 송이를 가리키는 사투리가 여럿이듯, 어떠한 결이나 모습을 나타내는 낱말을 여러 가지로 두면, 우리 스스로 생각을 한껏 북돋우며 넓히고 지필 만하지요.


 나란둥이


  “피가 섞였다”라는 말씨는 안 나쁩니다. 다만 이 나라(사회·정부)가 이런 말씨를 자꾸 나쁘게 여기거나 낮게 바라볼 뿐입니다. 그래서 이런 굴레를 조금 더 헤아리면서 ‘함둥이’나 ‘나란둥이’ 같은 새말을 짓습니다. “여러 피가 함께 있다”라는 뜻을 수수하면서 쉽게 드러냅니다. “여러 피가 나란히 있다”는 마음을 부드러우면서 상냥하게 나타냅니다.


  말짓기는 매우 쉽습니다. 어린이도 어른도 즐겁게 쓸 수 있는 결을 살펴서 지으면 더없이 쉽습니다. 꾸며내려면 어려울 테지만, 살려내려면 수월하면서 즐거워요. 억지로 짜내려면 까다롭거나 힘들 테지만, 사랑하려는 마음을 담을 적에는 가뿐하면서 새삼스럽고 기쁩니다.


  이웃을 사랑으로 바라보려 하면 새말은 누구나 새록새록 짓습니다. 스스로 속빛을 사랑으로 가꾸려 하면 새말은 언제 어디에서나 문득 꽃송이처럼 피어납니다. 마음을 가꾸면서 보금자리를 일구는 첫걸음으로 말 한 마디를 지어 보기를 바랍니다. 생각을 빛내면서 아이어른이 한동아리로 보금자리를 돌보는 숨빛으로 말 한 마디를 마음에 고이 심어 보기를 바라요.


  쉬운 말이 사랑입니다. 작은 말이 살립니다. 쉬운 말로 사랑을 나눕니다. 작은 말로 온누리에 꿈씨앗을 심습니다.


  우리 손으로 하루를 가꾸고, 우리 눈으로 하루를 바라봅니다. 우리 손길로 말글을 가다듬고, 우리 숨결로 이야기꽃을 두루두루 퍼뜨립니다. 아침을 열면서 햇빛을 담은 말빛을 틔우고, 저녁을 여미면서 별빛을 실은 말결을 토닥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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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애장판 5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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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2023.3.6.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랑



《기생수 5》

 이와아키 히토시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3.10.25.



  《기생수 5》(이와아키 히토시/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3)에 흐르는 이야기를 곱씹어 봅니다. 우리한테 ‘목숨이 걸린 일’이나 ‘목숨을 거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일자리를 붙잡거나 거머쥐고서 그곳에서 물러나는 날까지 이럭저럭 일삯을 받아서 늘그막에 돈걱정이 없는 길에 목숨을 바치지는 않는가요?


  아이를 낳은 어버이는 아이를 누구한테 맡겨서 가르쳐야 어울릴까요? 이른바 ‘교육대학교’를 마친 ‘교원자격증’이 있는 사람한테 맡기면 아이들은 어련히 잘 자라서 ‘앞으로 돈을 잘 버는 일자리를 어렵잖이 따낼’ 만할는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이 드뭅니다. 글그림을 담아 종이에 묶었기에 ‘책’일 수 없습니다. 무늬가 책 같아 보이지만 ‘책 시늉’이나 ‘책 흉내’인 꾸러미가 수두룩합니다. ‘곁배움책(참고서)’에 ‘책’이라는 말끝을 붙이기는 하지만, 참말로 책으로 여겨도 될까요? ‘배움책(교과서)’에도 ‘책’이라는 말끝을 달기는 하는데, 참으로 책으로 삼아도 되나요?


  모름지기 ‘책’이라 할 적에는 셈겨룸(시험)에 쓰려는 연모가 아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곁에 놓고서 늘 틈틈이 돌아보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가꾸는 징검다리로 삼는 이야기꾸러미일 노릇입니다. 한때 슥 훑다가 내버리는 종이꾸러미는 책일 수 없어요. ‘책인 척’입니다.


  오늘날 이 나라 배움터(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는 모두 아무런 ‘책’이 없습니다. 책다운 책이 아닌 ‘책 시늉’을 손에 쥐고서 ‘배움 시늉’을 하는 판입니다. 그래서 열두 해 동안 배움터를 다녔든, 서울에 있는 배움터를 마쳤든, 나라밖으로 배움마실을 다녀왔든, ‘사람다운 숨빛’이 아닌 ‘사람 시늉’이나 ‘사람 척’을 하는 얼뜨기가 흘러넘쳐요.


  작은 그림꽃 《기생수》는 그야말로 작은 푸름이하고 ‘오른손이(기생수)’가 주고받는 말이며 둘이 부대껴야 하는 하루를 찬찬히 보여주면서 “너희(사람)는 날마다 무엇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니?” 하고 묻습니다. “너희가 사람이라면 왜 사랑을 안 하니?” 하고 묻습니다. “너희가 참으로 사람이라면 너희는 왜 숲을 짓밟고, 같은 사람끼리 괴롭히거나 따돌리거나 들볶거나 짓밟거나 죽이기까지 하니?” 하고 묻습니다.


  이제는 좀 생각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남이나 나라가 시키는 대로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똑같은 하루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가꾸고 지으면서 스스로 노래하고 꿈꾸고 춤출 줄 아는 ‘사랑을 알고 살림을 펴는 참한 사람빛’을 찾아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참다운 나를 잊은 자리에는 삶이 없습니다. 참다이 나를 바라보지 않는 하루라면 살림이 아닌 굴레나 수렁입니다. 참답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고 돌보지 않을 적에는 늘 싸우고 다투고 겨루는 쳇바퀴에서 허덕입니다. 이제부터 바보짓을 끝내고 사람길을 걸을 수 있기를 바라요. 오늘부터 죽임질을 치우고 살림빛을 밝힐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어떻게 할래, 신이치? 문제는 그 남자가 너 하나만을 노리고 접근한 듯하다는 점이다. 그놈은 우리를 잘 알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는 그놈에 대해 전혀 모른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어?” (8쪽)


“잘 들으세요. 우리는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67쪽)


“그런 어린애가 어머니를 잃고 시체의 산을 넘고, 온갖 참혹한 지경을 당하고서도 꿋꿋이 살아가려 애쓰고 있어. 가엾지도 않아?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라. 너 같으면 견딜 수 있겠어?” (73쪽)


“앞으로는 어떤 의미에서든 인간들과의 공존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어. 그러니까 ‘동족’들끼리 서로 협력할 필요를 느낀 것뿐이라고 생각해 둬.” “웃기지 마. 공존이라니! 식인 괴물들과 무슨 공존?” “다른 생물을 예로 들어 봐야 허사겠지만, 인간과 가축들도 공존하고 있잖아! 물론 대등하진 않지. 돼지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일방적으로 자기들을 잡아먹는 괴물일 뿐이야.” (97쪽)


“인간들 자신도 거창하게 떠들어대고 있잖아? ‘지구의 모든 생물은 공존해야 한다.’ 개중에는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 같은, 말도 안 되는 슬로건도 있고.” (98쪽)


“힘없는 인간인 나는! 나 하나를 지킬 힘도, 무기도 없고, 용기도 없어. 괴물들을 탐지할 안테나도 없어. 너와 같은 수준으로 여기지 말아 줘.” (163쪽)


“오, 오른쪽아. 뭐야? 이놈. 말도 많은데다 징그럽기도 하고.” “방심하지 마. 저러면서 우릴 탐색하는 거다. 아무리 표정이 풍부하고 말이 많아도 인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잊으면 안 돼.” (221쪽)


#寄生獣 #岩明均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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