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적' 없애야 말 된다

 사적


 사적 경험 → 내 경험 / 내가 겪은 일 / 몸소 겪은 일

 사적 원한 → 내 앙갚음 / 나한테 맺힌 아픔

 사적인 대화 → 내 이야기 / 딴 이야기

 사적인 일에 → 내 일에 / 딴 사람 일에 / 집안일에

 사적으로 만나는 → 따로 만나는 / 살며시 만나는

 사적으로 조용히 → 조용히 / 따로 조용히


  ‘사적(私的)’은 “개인에 관계된”을 가리키고, ‘개인(個人)’은 “국가나 사회, 단체 등을 구성하는 낱낱의 사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낱낱인 사람이란 “한 사람”입니다. 이리하여 “한 사람”으로 손볼 만하고, 이제는 ‘한사람’을 따로 한 낱말로 쓸 만하지 싶습니다. 흐름을 살펴 ‘나·내·저·제’로 손보거나, ‘혼자·홀로’나 ‘따로’로 손볼 만합니다. ‘몇몇’이나 “몇 사람”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살며시·슬며시·조용히·몰래·소리없이’나 ‘가만히·넌지시·숨다·숨기다’나 ‘따로·안 드러내다·이름을 안 밝히다’나 ‘깊이·도탑다·두텁다’로 손볼 자리도 있어요. ㅅㄴㄹ



공해로 인한 피해는 불특정다수에게 가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 먼지는 누구한테나 고약하기 일쑤이기 때문에 홀로 이 일을 풀기가 매우 어렵다

→ 매캐하면 누구나 괴롭히기 때문에 혼자서 이 일을 풀기가 매우 어렵다

→ 더럼길은 모든 사람을 괴롭히니 한 사람 힘으로 풀어내기가 매우 어렵다

→ 더럼판은 누구나 괴롭히기에 몇 사람 힘으로 풀어내기가 매우 어렵다

《공해문제와 공해대책》(환경과공해연구회, 한길사, 1991) 227쪽


어디까지나 사적인 행차야

→ 어디까지나 내 일로 왔어

→ 어디까지나 조용히 찾았어

《피아노의 숲 5》(이시키 마코토/유은영 옮김, 삼양출판사, 2000) 37쪽


평등주의적 혈족 집단이 사회 조직의 중심이었고, 사적인 토지 소유도 없었다

→ 고르게 씨붙이가 마을을 이루는 바탕이었고, 따로 땅을 가지지도 않았다

→ 고른 씨붙이 무리로 삶터를 이루었고, 몇몇이 땅을 차지하지도 않았다

《민중의 세계사》(크리스 하먼/천경록 옮김, 책갈피, 2004) 43쪽


내면의 힘을 기를 만큼 사적인 자유를 누린 적이 없으니까요

→ 마음에 힘을 기를 만큼 홀가분하게 지낸 적이 없으니까요

→ 마음힘을 기를 만큼 홀로 느긋하게 지낸 적이 없으니까요

→ 마음에 힘을 기를 만큼 혼자 넉넉히 지낸 적이 없으니까요

→ 마음힘을 기를 만큼 따로 조용히 지낸 적이 없으니까요

《교실의 고백》(존 테일러 개토/이수영 옮김, 민들레, 2006) 29쪽


많은 연예인들이 사적인 공간에서 휴식하고 자기 시간을 갖게 된다

→ 여러 멋바치가 저만 있는 곳에서 쉬고 홀가분하게 지낸다

→ 숱한 꽃낯이 혼자 있는 곳에서 쉬고 제 하루를 누린다

→ 숱한 꽃님이 사람들이 없는 데에서 쉬고 제 삶을 누린다

→ 여러 멋잡이가 조용한 데에서 쉬고 제 말미를 누린다

《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김세환, 헤르메스미디어, 2007) 31쪽


감사합니다만, 근무 중에 사적인 대화는 못하게 되어 있거든요

→ 고맙습니다만, 일할 때에 딴 이야기는 못하거든요

→ 고맙습니다만, 일하는 동안에 수다를 떨지는 못하거든요

→ 고맙습니다만, 일하면서 다른 말은 할 수 없거든요

→ 고맙습니다만, 일하면서 일 아닌 얘기는 할 수 없거든요

《민들레 솜털 1》(오자와 마리/hiyoko 옮김, 북박스, 2008) 111쪽


사적으로 정을 나누면 정신력이 약해지게 돼 있다

→ 몰래 마음을 나누면 마음힘이 빠지게 마련이다

→ 뒤에서 곰살가우면 마음이 여리게 마련이다

→ 따로 도타우면 여릿여릿하기 일쑤이다

《김성근이다》(김성근, 다산라이프, 2011) 24쪽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이 책에 실을 수 있게 허락해 준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 제 이야기를 이 책에 실을 수 있게 받아들여 준 분들한테 고맙단 말씀을 올린다

→ 제가 겪은 이야기를 이 책에 실을 수 있게 받아들여 준 분들이 모두 고맙다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원마루 옮김, 포이에마, 2014) 195쪽


작가는 사적 경험을 맹목적으로 숭배해서는 안 됩니다

→ 지은이는 제 삶을 마구 높여서는 안 됩니다

→ 글쓴이는 제 하루를 함부로 추켜서는 안 됩니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테리 이글턴/이미애 옮김, 책읽는수요일, 2016) 254쪽


사적으로 둘이서 만났다는 거야?

→ 따로 둘이서 만났다는 소리야?

→ 조용히 둘이서 만났다고?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5》(니노미야 토모코/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8) 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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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이다 - 감독으로 말할 수 없었던 못다한 인생 이야기
김성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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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3.23.

인문책시렁 299


《김성근이다》

 김성근

 다산라이프

 2011.12.5.



  《김성근이다》(김성근, 다산라이프, 2011)를 읽고 보니, 이처럼 애쓰는 지기도 있으나 이처럼 애쓰지 않는 지기가 꽤 많겠구나 싶더군요. 공놀이(야구)를 하는 지기(감독)하고 일꾼(선수) 사이에서뿐 아니라, 어버이랑 아이 사이에서도 매한가지입니다. 둘은 틀림없이 마음(정)을 나누는 사이입니다만, 틀렸을 적에는 틀린 줄 밝히고 알려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서도록 이끄는 몫을 해야 지기(감독)이자 어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기·일꾼’하고 ‘어버이·아이’ 사이뿐 아닙니다. 모든 곳에서 같아요. 치킴글(주례사비평)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글을 놓고도, 빛꽃(사진)을 놓고도, 이야기(강의)나 모든 일을 놓고도 다를 까닭이 없어요. 여느 자리에서는 도란도란 어울리거나 지내되, ‘일’을 바라볼 적에는 오직 ‘일’로 마주하면서 다스릴 노릇입니다.


  우리 아이가 쓴 글이나 빚은 그림이어도 틀렸으면 ‘틀렸다’고 짚을 노릇입니다. 어느 때에는 부드럽거나 상냥하게 짚겠지요. 어느 때에는 따갑거나 아프게 짚겠지요. 어느 때에는 매몰차거나 거칠어 보이겠지요. ‘오나오냐(주례사비평)’는 서로 망가지는 지름길입니다.


  《김성근이다》을 여민 글님은 쇳덩이를 안 몰고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삶을 누린다고 합니다. 오직 스스로 그릴 하루만 바라보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다가도 곧잘 꽃밭으로 뛰어들어 엎어진다지요. 어느 하루만 이러지 않았으리라 느껴요. 걷다가 거리나무나 전봇대에도 부딪혔을 테고, 숱하게 넘어졌겠지요.


  저는 글을 쓰고 낱말책을 여미는 일을 하기에, 쇳덩이(자가용)를 안 몰 뿐더러, 자전거를 달리면서 곧잘 ‘딴생각(낱말을 어떻게 풀이하고 여미느냐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 거리나무에도 박고, 자칫 냇물이나 도랑에 빠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걷거나 버스·전철을 타다가 그만 엉뚱한 데에서 내린다든지, 내릴 곳을 지나치기 일쑤예요.


  간추려 보자면, 한길을 오롯이 가고 싶다면 쇳덩이를 버리면 즐겁습니다. 글을 쓰려는 분이라면 제발 쇳덩이부터 버릴 노릇입니다. 쇳덩이를 모느라 글을 못 써요. 책을 읽으려는 분도 부디 쇳덩이부터 치울 노릇입니다. 쇳덩이를 건사하느라 책을 못 사요.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사람은, 버스·전철이 아무리 밀리거나 막혀도 걱정하지 않아요. 밀리거나 막히는 동안 조용히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든요.


  공놀이 지기(야구 감독)뿐 아니라, 길잡이(교사·교수)도 쇳덩이를 버릴 노릇입니다. 아니, 처음부터 종잇조각(면허증)이 없을 노릇입니다. 쇳덩이를 거느리는 바로 그때부터 글이랑 책하고 등지는 셈입니다. 걷지 않으면 마을을 못 보고, 바람을 못 느끼고, 별빛을 못 봅니다.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길을 못 보고, 둘레를 모르며, 철바뀜을 못 알아챕니다.


  글이나 책하고 얽힌 삶길을 나아가고 싶다면, 치킴글(주례사비평)이란 굴레를 버릴 노릇이요, 쇳덩이를 치울 노릇이며, 걸어다닐 노릇입니다. 그리고 어버이로 살아가며 아이를 사랑하려는 보금자리에서도 치킴말을 버리고 사랑말만 들려줄 수 있으면 됩니다. 아이 손을 잡고서 걸어다녀야 아이가 사랑을 물려받습니다. 아이를 쇳덩이에 앉히는 사람이라면, 바로 이때부터 스스로 ‘어버이를 등지는 굴레’에 갇히는 셈입니다.


ㅅㄴㄹ


프로 감독이 되고 나서 선수들과 사적인 정을 끊은 이유는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어서다. 선수를 최고로 성장시키려면 힘든 연습을 이겨내야 하는데, 감독과 선수가 사적으로 정을 나누면 정신력이 약해지게 돼 있다. (24쪽)


나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다. 야구에만 빠져 살아서 어느 순간 생각에 몰두하면 잘못 하다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SK에 있을 때 시합에서 진 날,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다가 길가 화단으로 고꾸라진 일이 있었다. 야구 생각하다가 눈앞에 길도 제대로 못 본 것이다. 나이든 남자가 갑자기 화단을 들이받았으니 사람들이 쳐다볼까 봐 얼른 일어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빨리빨리 걸었다. (47쪽)


누가 나한테 휴식 시간에는 뭘 하냐고 하면, 나는 휴식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1년 내내, 365일 야구 한다. 하루도 안 쉰다. 내 머릿속은 분리하는 게 불가능하다. (49쪽)


그 선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생각이 바뀔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선수에게는 아무리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 입만 아플 뿐이다. (98쪽)


내가 캠프 때마다 꼭 챙겨가는 게 책이다. 두세 박스씩 담아간다. 미팅 때 선수들한테 들려주기 위해서다. 내가 읽고 좋은 내용을 다 기록해 놓았다가, 미팅 때 이야기해 준다. (145쪽)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사는 게 다르다. 정말 절실하게 원하면 뛰게 돼 있다. 그만큼 달리게 돼 있다.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힘들고 고달퍼도 그렇게 절실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야지 싶다. (2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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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페미야? - 젠더 갈등과 세대 갈등의 소통을 위하여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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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3.23.

인문책시렁 298


《엄마도 페미야?》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22.8.12.



  《엄마도 페미야?》(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22)를 읽었습니다. 강준만 님은 ‘후벼파기·까기’가 아니라 ‘되새기기·돌아보기·깨닫기’를 하기를 바라면서 ‘이야기’를 펴자는 뜻으로 이 책을 여미었구나 싶습니다. 다만 ‘페미’ 이야기하고 동떨어진 뜬금없는 글 몇 꼭지를 끝자락에 끼워넣은 대목은 아쉽습니다. 책 한 자락을 오롯이 ‘페미’ 이야기로 안 엮은 뜻이 알쏭합니다.


  《엄마도 페미야?》를 읽으면 뒤쪽에 ‘문재인 실패 + 광주 정신’을 짚는 꼭지가 있습니다. 강준만 님은 전북 전주에서 살아가기에 ‘전라도 민낯’을 여러모로 느끼고 지켜보았으며, 이 엇가락(모순)을 고스란히 글로 담아냅니다. 그런데 전라도에서 살아가는 글꾼 가운데 이런 ‘전라도 엇가락 민낯’을 글로 옮기거나 말로 펴는 이는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저는 전남 고흥에서 살아가며 전남·북과 광주 민낯을 요모조모 들여다봅니다. 전남과 광주는 언제나 ‘허수아비(거수기·손뼉부대)’를 바라더군요. 들꽃으로 살아가는 작은이가 말할 틈을 내주지 않습니다. 힘·이름·돈을 거머쥔 이들끼리 잔치판을 벌여 스스로 치켜세울 뿐이고, 이런 자리에 ‘들꽃(시민·농어민)’은 손뼉만 쳐야 합니다. 언제나 90% 안팎으로 ‘한놈밀기’만 하는 이 고장에는 참빛(자유·민주)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새길(대안)이 없어요. 그저 ‘한놈밀기’일 뿐이고, ‘한놈밀기’만 있다 보니, 그 ‘한놈 무리’에 들어가서 ‘돌라먹기’를 하려는 떼거리가 득실거립니다.


  《엄마도 페미야?》라는 책이 짚으려는 ‘엇가락 민낯’이란, ‘참빛(자유·민주)’을 이루고자 땀흘리던 이들이 어느새 힘꾼(권력자)으로 바뀌면서 외려 참빛을 억누르거나 주리를 트는 굴레요, 이 굴레(엇가락 민낯)를 털어내지 않거나 바로보려 하지 않을 적에는 바로 우리 스스로 엉뚱하거나 뜬금없는 ‘다른 힘꾼’이 싹트는 빌미가 될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페미니즘은 ‘순이 혼자 살아야 한다’는 길은 아닐 테지요? 페미니즘은 ‘모든 돌이를 짓밟아 죽이자’는 목청은 아닐 테지요? 꼰대·고린틀(가부장권력)을 걷어내자는 길일 테지요? 총칼(전쟁무기)을 걷어내고, 모든 돌이가 싸움터(군대)에 얽매이지 않도록 아름길(평화)을 바라는 목소리일 테지요?


  이 땅은, 돌이만 살아남을 수도 없고, 순이만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돌이만 있거나 순이만 있으면 그냥 다 죽음길입니다. 순이돌이는 어깨동무를 할 노릇입니다. 높낮이(신분·계급·위계·질서)를 모조리 걷어치우고서, 손을 잡고 노래하면서, 오롯이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보금자리를 이룰 노릇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일나눔(가사분담)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함께 놀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쉬고 함께 사랑을 속삭여 함께 빛나는 길’일 적에 비로소 아름답고 즐겁게 마련입니다. 사랑은, 살섞기가 아닙니다. 사랑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좋아함이 아니고, 마음끌림도 아닙니다. 사랑은, 한결같이 햇빛이자 숲빛이자 꽃빛인 마음빛으로 함께 살림을 지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지피는 즐거운 길입니다.


  아이들은 ‘페미니즘’이 아닌 ‘사랑’을 듣고 배우면서 품을 줄 알아야 합니다. 어른들은 ‘페미니즘’이 아닌 ‘사랑’을 속삭이고 보여주고 나누면서 물려줄 줄 알아야 합니다. ‘페미니즘’은 안 나쁩니다. 그리고 좋지도 않습니다. 나쁨과 좋음이 아닌, 모든 꼰대·고린틀을 걷어내려고 땀흘린 길이 페미니즘일 뿐입니다.


  꼰대랑 고린틀을 걷어낸 자리에 사랑을 심지 않으면, 그만 또다른 꼰대랑 고린틀이 들어앉고 맙니다. 우리가 스스로 어진 넋이라면 민낯을 들여다보고 말하고 가다듬고 녹여내고 바로잡을 줄 알겠지요. 외곬은 죽음구렁입니다. 새가 왜 두 날개로 날까요? 나비도 벌도 왜 두 날개로 날까요? 암컷과 수컷이 나란히 있는 까닭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말은 ‘암수·어버이·가시버시’처럼 언제나 순이를 앞에 놓고 돌이를 뒤에 놓습니다. 우리 스스로 먼먼 옛날부터 어질게 일구던 어깨동무와 사랑을 되새기면서, 오늘 이곳부터 참빛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ㅅㄴㄹ


변호사 김재련은 중2 아들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털어놓는다. “엄마 페미니스트야? 페미들은 왜 남자를 조롱하고 미워해? 심지어 길에 쓰러진 여자를 도와줘도 성희롱 했다고 고소한다잖아. 엄마도 남자들 싫어해?” (27쪽)


일부 초등학생들은 자기들 사이에서도 “너 페미야?”라는 말을 자주 쓴다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페미’의 의미는 자기가 좋은 것만 하겠다는 ‘얌체’나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어쩌다 ‘페미’의 의미가 이렇게까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게 된 걸까? 개탄과 분노만 할 게 아니라 이에 대한 성찰부터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9쪽)


물론 조남주의 선의는 이해한다.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그 약자를 비참하게 보이게 하려고 애를 쓰는 법이니까 말이다. 나 역시도 그런 식의 글을 많이 써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피해 서사’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었다. (80쪽)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발언도 마찬가지다. 일단 남자는 말하지 않는 게 좋다. 비판도 안 되고 제언도 안 된다. 무슨 말을 하건 몹쓸 ‘맨스플레인’이 되니까 말이다. 그냥 지지의 뜻만 밝히거나 박수만 쳐야 한다. (84쪽)


나는 그분들께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다. “광주에서 성역이 없는 내부 비판의 자유는 보장되고 있나요? 다른 의견에 대한 관용의 문화가 살아 있나요? 지난 대선에서 특정 정당 후보에게 84.4퍼센트의 표를 몰아준 ‘몰표의 전통’을 계속 지켜나가는 게 ‘광주 정신’일까요? 문재인 정권이 어이없는 실정을 저질렀을 때엔 여론조사를 통해서나마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 성찰과 자기 교정을 압박했어야 하지 않나요? 어떤 일이 벌어지건 문재인 정권에 맹목적 지지를 보낸 게 정녕 잘한 일이었을까요?” (16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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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
이난영 지음 / 소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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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3.23.

인문책시렁 297


《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

 이난영

 소동

 2023.3.8.



  《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이난영, 소동, 2023)를 읽었습니다. 나무라는 숨결한테 ‘어두움’이 있는지 아리송합니다. 풀이건 꽃이건 나무이건 언제나 풀이나 꽃이나 나무입니다. 사람도 그저 사람으로 있을 뿐, 밝거나 어둡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그저 스스로 마음에 어둠을 심으니 어둠으로 하루를 맞이할 뿐입니다.


  모든 씨앗은 어디에서나 싹틉니다. 다만, 사람들이 죽임물(농약)을 뿌리는 데에서는 타죽습니다. 쇳덩이를 몰아대는 길바닥에서는 깔려죽거나 밟혀죽습니다. 잿더미를 쌓는 데에서는 눌려죽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아무리 잿더미나 길바닥으로 오래도록 짓뭉갠 터라 하더라도 그곳에서 잿더미를 걷어내면 달포는커녕 며칠만 지나도 싹이 터요. 오래오래 짓눌린 땅이라 하더라도 풀싹이며 나무싹은 고요히 기다립니다.


  우리는 풀꽃나무 숨결에 흐르는 ‘고요’를 얼핏 ‘어둠·캄캄(암흑)’으로 잘못 바라보곤 합니다. 우리 스스로 어릴 적에 입은 멍울이나 생채기나 고름을 나이가 들어서도 고스란히 짊어지면서 스스로 어둡게 살아가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 배부르게 살거나 넉넉한 살림집을 누렸다면 아무런 멍울이나 생채기나 고름이 없을까요? 삶을 좋음·나쁨으로 갈라도 될까요? 어느 풀씨나 나무씨도 ‘좋은터’를 가리지 않습니다. 모든 풀씨나 나무씨는 스스로 깃드는 어느 곳이나 푸르게 가꾸려는 꿈 하나를 그릴 뿐입니다.


  ‘어둠이란 마음’을 품은 씨앗이라면 서울 한복판 길가에 누가 심어 놓으면 “사람을 미워하”겠지요? 그런데 어떤 풀꽃나무도 서울 한복판 길가에서 자라더라도 사람을 안 미워합니다. 그저 피어나고 돋아나고 자라납니다. 사람들이 끔찍하게 가지치기를 해대거나 아예 밑동을 베어내더라도 풀꽃나무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아요. 오직 사람만 서로서로 미워하고 손가락질하고 등돌리고 따돌립니다.


  풀꽃나무는 이런 ‘밉사람’ 기운을 받아들여서 스스로 죽기도 합니다. 풀꽃나무는 ‘죽임사람’ 기운을 달래거나 풀어내려고 이 죽임빛을 모조리 빨아들여서 스스로 죽기도 하지요. 이때에, 풀꽃나무가 우리 마음속 어둠빛을 녹여내거나 풀어내 줄 적에, 사람들은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아, 내가 나무한테 몹쓸짓을 했구나!’ 하고 여기는데, 나무는 아무 걱정을 안 해요. 왜 그럴까요? 왜 나무는 사람들 곁에서 죽임빛을 빨아들여서 죽음길로 가더라도 아무 걱정이 없을까요?


  나무는 겉몸으로는 시들어 흙으로 돌아갈 테지만, 씨앗을 남기거든요. 나무씨는 둘레에 문득 드리워 천천히 싹이 트고 어린나무로 자라서 우람나무에 이릅니다.


  어두운 나무는 없고, 나무에 어둠빛이란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도 배부른 사람도 없습니다. ‘어떤 삶’을 겪을 수는 있되, 어떤 삶을 겪었더라도 이 삶이 ‘우리 이름’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나무 곁에 서기를 바랍니다. 나무를 심고 풀꽃을 지켜볼 수 있는 손바닥만 한 땅뙈기여도 좋으니, ‘마당 있는 집’을 누릴 수 있는 자리에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서울은 땅값이 비싸다면, 서울을 기꺼이 떠나는 이웃님이 되기를 바랍니다. 땅을 사서 집을 누릴 수 있는 데에서 나무를 품고 살아간다면, 나무가 왜 나무이고 나무가 어떻게 사람 곁에서 이바지하는가를 ‘나무빛’으로 받아들이고 배울 만합니다.


ㅅㄴㄹ


왜 뭇 생명들은 강제로 이주를 당하고, 뿌리 뽑히는 삶을 살아야만 할까. (24쪽)


작은 풀벌레 하나가 가느다란 풀잎 뒤에 숨어서 비바람을 피한다. (50쪽)


나무 한 그루가 없어졌을 뿐인데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어두워 보이고 동네는 더 삭막하고 멋이랄 게 없어 보입니다. (74쪽)


내년에는 감자꽃 따지 말아야지. 내년에는 남의 말 듣지 말아야지. (130쪽)


나무 한 그루 없는 곳에서 자란 내가, 나무에 대한 일말의 지식도 추억도 없는 내가, 왜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가 생각해 보았다. (20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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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새 2022.3.26.흙.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면 네 마음이 어떠니? 하늘을 날다가 땅이나 나무에 내려앉는 새를 보면 네 마음이 어떠하니? 새하고 네가 한마음으로 잇닿은 줄 느끼니? 새랑 너는 하나도 안 잇닿았다고 생각하니? 그저 남남이라 딱히 생각이 없니? 새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새는 너를 바위나 나무처럼 여기지. 새를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면 새는 문득 ‘앉아서 노래하기 즐거운’ 바위나 나무가 있다고 여겨 네 머리나 어깨로 옮겨앉아. 이때에 네가 가만히 서거나 앉아서 마음으로 이야기를 띄우면, 새는 동무랑 이웃을 불러서 너를 둘러싼 채 노래잔치에 수다잔치를 벌인단다. 너는 새가 온누리를 날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를 들어 보겠니? 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새기면서 이 모든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를 새한테 풀어서 속삭여 보겠니? 새는 날갯짓으로 바람을 탄단다. 너는 눈빛을 밝히는 싱그럽고 상냥하면서 즐거운 마음빛일 적에 온누리 어디로든 곧장 가로지르면서 마실을 누리지. 때로는 이 땅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싶기에 사뿐사뿐 천천히 거닐면서 온누리를 누리고. 그러니 보렴. 새를 가만히 보렴. 새를 잘 보고 싶다면 볕이 잘 들고 바람이 싱그러이 흐르는 자리를 골라서 즐거이 웃음짓는 낯빛으로 가만히 서서 마음으로 불러 봐. 네 마음빛을 맞이하고 싶은 새는 언제 어디에서나 가볍게 날아앉는단다. 네 따순 기운을 느끼면서 온갖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주고 싶거든. 풀꽃나무하고 바위는 늘 새를 아늑히 맞이하면서 ‘이야기노래’를 듣지. 새가 나무나 바위에 내려앉는 뜻을 헤아리렴. 네가 새를 부드러이 사귀고 느긋하게 만나고 싶을 적에는, 너 스스로 바위가 되고 나무가 되면 넉넉하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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