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4.


《버드홀릭》

 최종수 글·사진, 자연과생태, 2021.1.15.



시골에서 마을삽질을 하는 몸짓을 또 마주한다. 우리나라는 어디에나 삽질판이다. 서울은 서울삽질(도시재개발)이요, 시골은 마을삽질(농어촌토목공사)이다. 우리나라에 ‘돈이 없지 않’은 줄 늘 느낀다. 틀림없이 돈은 넉넉하지만, 이 돈을 사람들이 고르게 나누는 길이 막혔다. 《버드홀릭》을 읽었다. 아이들한테 건네어 보는데, 한 벌을 읽고서 더 읽지는 않는다. ‘새바라기’를 하는 분들은 으레 두 가지 말을 쓴다. 하나는 일본 한자말로 ‘탐조’를 쓰고, 둘은 영어로 ‘버드워칭’을 쓴다. 우리말로 ‘새바라기’를 하는 분은 아주 적다.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하려는가. 하루하루 새롭게 오르는 해를 볼까? 나날이 부푸는 꽃망울·잎망울을 볼까? 별이 돋는 밤하늘빛을 볼까? 하나둘 깨어나는 개구리랑 풀벌레를 볼까? 보려는 마음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진다. 별을 보면서 ‘별바라기’라 안 하고 ‘천체관측’이라고 멋부리는 사람들이다. 글을 읽으면서 ‘글읽기’라 안 하고 ‘독서·문해·탐서·리딩’처럼 잘난척하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수수하게 삶을 사랑하려는 마음눈을 틔우지 않으면, 스스로 숲빛을 품지 못 한다. 숲빛을 못 품는 눈길로 새를 알아보거나 새나 풀꽃나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글쎄.


버드홀릭 → 새사랑 . 새바라기 . 새에 홀리다 . 새가 좋다 . 새가 반갑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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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3.


《세상 모든 유목민 이야기》

 킨츠이 람 글·그림/김미선 옮김, 책과함께어린이, 2022.12.17.



모과잎이 하나둘 나온다. 꽃찔레(장미)나무도 망울이 벌어진다. 앵두나무 꽃망울도 슬슬 올라온다. 아직 찬바람이되 낮에는 햇볕이 더없이 따뜻하다. 나무하고 풀꽃은 언제나 사람 곁에서 사람들 마음을 달래어 주고 씻어 준다. 어린이책 《영리한 공주》나 《산적의 딸 로냐》나 《꽃 피우는 아이 티스투》에 ‘말’이 아이 곁에 나온다. 가만 보면 《삐삐》에서도 늘 말을 탄다. 큰아이하고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곁밥을 차린 뒤에 조용히 앉아서 ‘말’이란 어떤 숨빛인가 생각하면서 노래꽃을 쓴다. 이러고서 곧장 시골버스를 타러 나간다. 우체국을 들르고 커피콩을 장만하고 저잣마실을 조금 하고 돌아오니 졸음이 쏟아져 일찍 눕는다. 《세상 모든 유목민 이야기》를 읽었다. 나그네(유목민)를 돌아보는 책은 반가우면서 아쉽다. 어린이책에 넣을 말씨가 아쉽기도 하지만, 나그네를 ‘나그네’로 바라보기란 어려울까? 어느 모로 보면 ‘들지기’이기도 하다. 마을을 이루며 내내 마을에서만 지낸다면 ‘밭지기’요, 너른들을 헤아리면서 말을 탈 줄 아는 사람이라면 ‘들지기’이다. 논밭지기로 살림을 하는 손길이 들풀을 사랑할 수 있기를 빈다. 들빛지기로 살림을 펴는 발걸음이 별빛을 헤아릴 수 있기를 빈다.



이러한 기후는 점점 더 잦아지고 있는데

→ 자꾸 이런 날씨로 바뀌는데


봄에는 저지대의 초원으로 내려갔다가

→ 봄에는 나즈막한 들판으로 갔다가


게르라 부르는 텐트에서 삽니다

→ 게르라는 천막에서 삽니다

→ 게르라 하는 천막에서 삽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현재와 깊은 관련이 있지요

→ 그 어느 때보다도 오늘과 깊이 얽히지요


지구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 푸른별을 지키는 길에 마음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

→ 푸른별을 지키도록 마음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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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2.


《한글운동의 선구자 주시경 평전》

 김삼웅 글, 꽃자리, 2021.9.23.



활짝 터지는 봄나무꽃을 본다. 몽글몽글 올라오는 봄나무잎을 본다. 따뜻한 볕이되 아직 쌀쌀한 바람이다. 새봄은 모든 하루가 새롭다. 아니, 겨울도 언제나 하루가 새롭지. 여름도 가을도 모든 날은 새롭다. 추위가 걷히면서 햇볕이 새록새록 드리우는 철이라서 봄을 더 새롭게 느낄 수 있다. 겨울철새가 떠나고 봄맞이새가 찾아드는 철갈이인 터라, 하루하루 새롭게 퍼지는 빛살을 맞아들이기에 모든 날이 두근거릴 만하다. 《한글운동의 선구자 주시경 평전》을 읽었다. 이런 책을 써 주니 고맙지만, 주시경 이야기보다는 서재필이나 딴 사람 이야기가 훨씬 길다. 더구나 다른 분이 쓴 글을 이 책에 너무 많이 옮긴다. 무엇보다도 ‘한글’이라는 이름을 짓고 ‘한글사랑’을 편 주시경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지만, 정작 글쓴이 스스로 겉치레 한자말하고 영어를 자꾸 쓴다. “한글운동의 선구자”가 뭔 소리인가? 주시경 님은 ‘한글운동’이 아닌 ‘독립운동’을 했고, 총칼을 앞세운 일본뿐 아니라 중국 사대주의에 사로잡힌 모든 먹물을 쓸어내는 ‘넋살림’을 바랐다. 속빛을 읽지 않는다면 ‘평전·전기·위인전’ 모두 덧없다. 말을 말답게 가꾸지 못 하는 까닭은 넋부터 넋답게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악랄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3쇄까지 찍어내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 모질게 억눌렀어도, 석벌까지 찍어내며 날개돋힌 듯 팔렸다

→ 고약하게 짓밟았어도, 석벌까지 찍어내며 널리 읽혔다


조선만을 위하여 불편부당하고 차별 없는 공정한 보도를 다짐하였다

→ 조선만을 헤아려 고르고 반듯하게 담아내겠다고 다짐하였다

→ 조선만을 생각해 올바르고 나란하게 쓰겠다고 다짐하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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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


《나무처럼 산처럼》

 이오덕 글, 산처럼, 2002.10.10.



아침에 가볍게 빗방울이 듣는데 ‘전남가뭄대책본부 가뭄 마을알림’에 ‘고흥군청 산불예방 마을알림’을 틀어놓는다. 그들(공무원)은 그저 마음도 머리도 생각도 없는 틀(기계)이로구나.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오는 시골버스를 내리니 작은아이가 “아! 버스에서 시끄러웠어!” 하고 한숨을 쉰다. 읍내 버스나루에서도 시골버스에서도 끝없이 재잘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삶을 밝히는 이야기라면 안 시끄럽지만, 손전화로 누리놀이를 하거나 배움터에 뭘 챙겨 가야 하느냐는 잔소리를 자꾸자꾸 하면 시끄럽겠지. 서울에서는 ‘소음공해’를 따지기도 하는데, 시골에서는 ‘소음공해’가 뭔 줄 모를까? 《나무처럼 산처럼》을 오랜만에 되읽었다. 큰아이한테도 건네 보았다. 문득 되읽고 보니, 요즈음 이런 글을 쓸 줄 아는 어른이나 이웃이나 젊은이를 아예 못 보는구나 싶다. 스스로 숲이 되고 시골이 되면서 풀꽃나무 마음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빛꽃(사진)을 담는 분이 아예 없지는 않으리라. ‘친환경·초록·녹색·채식·유기농’ 같은 허울스러운 이름이 아닌, ‘식물·자연·생태·환경’ 같은 멋부리는 이름도 아닌, 그저 ‘숲·시골·풀꽃나무’를 말할 수 있는 이웃을 기다린다. 풀벌레랑 노래하는 길동무를 그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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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는 아이와 아이 없는 엄마와 우리문고 4
쓰보이 사카에 지음, 서혜영 옮김 / 우리교육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어린이책 /어린이문학 비평 2023.3.25.

맑은책시렁 287


《엄마 없는 아이와 아이 없는 엄마와》

 츠보이 사카에

 서혜영 옮김

 우리교육

 2003.3.25.



  《엄마 없는 아이와 아이 없는 엄마와》(츠보이 사카에/서혜영 옮김, 우리교육, 2003)는 일본 우두머리가 저지른 싸움판에서 수수한 어른하고 아이가 어떤 멍울이며 생채기이며 눈물을 품고서 살아남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싸움을 누가 일으키는지 생각해야 하고, 싸움이 터지면 누가 길미를 챙기고 누가 죽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싸움은 아이가 안 일으킵니다. 마땅할 테지요? 모든 싸움은 ‘아이를 사랑으로 낳은 어버이’가 안 일으킵니다. 더없이 마땅하겠지요?


  모든 싸움은 ‘어른스럽지 않은 꼰대와 늙은이’가 일으킵니다. 잘 짚어야 합니다. ‘슬기롭게 빛나는 철이 든 사람 = 어른’입니다. 나이가 들거나 몸뚱이가 크기에 어른이지 않습니다. 싸움을 일으키는 놈이나 무리는 ‘어른이 아닌 꼰대와 늙은이’입니다.


  그래서 이쪽 나라 우두머리이든 저쪽 나라 우두머리이든, 나이가 들거나 몸뚱이는 컸어도 ‘어른스럽지 않은 마음이나 눈망울’이기에 총칼(전쟁무기)을 자꾸자꾸 만들어서 사람들을 종(노예)으로 길들여 놓습니다. 종살이에 길든 사람들은 철없고 바보스런 우두머리가 쥐어 주는 총칼을 받아들고서 한목소리로 ‘충성·애국’을 외칩니다.


  어느 싸움터에서도 우두머리가 앞장서지 않고, 죽지도 않습니다.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는 싸움터 뒷전에서 팔짱을 끼며 구경합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종으로 부리면서 허수아비로 삼아요. 사람들을 ‘말(장기 말)’로 다룹니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싸움을 속으로 파헤쳐서 민낯을 알자면 겉모습(나라이름·국적)이 아닌,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랑 ‘종살이’ 얼거리를 나란히 헤아리면서, 누가 어떤 꿍꿍이와 속셈이고 검은짓인가를 읽고서, 누가 어떻게 시달리고 짓밟히면서 죽음길로 치닫는가를 알아차릴 노릇입니다.


  《엄마 없는 아이와 아이 없는 엄마와》는 ‘역사’를 말하지 않습니다. 글을 쓴 츠보이 사카에 님은 ‘역사 아닌 살림살이’를 가만히 다루고 짚으며 말하려고 합니다. 어리석은 나라가 어진 나라로 거듭나려면 어떠해야 하는가를 차근차근 짚으면서 밝힙니다. 어진 마음인 어른이 참한 마음인 아이들한테 물려줄 사랑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돌아보고 담아내려 합니다.


  모든 아이는 엄마아빠가 있기에 태어납니다. 모든 엄마아빠는 아이를 낳기에 이 이름을 받습니다. 어버이하고 아이는 한마음이자 한몸입니다. 둘은 언제나 사랑이라는 눈빛이기에 보금자리를 일굴 수 있습니다. 작게 짓는 보금자리에는 ‘스스로 짓는 사랑이 푸르게 우거지는 숲’이 깨어나고, 조촐히 어우러지는 보금자리가 모이는 마을에는 ‘두레랑 품앗이로 손을 맞잡는 즐거운 노래’가 흐릅니다.


  엄마아빠(어버이)한테 아이가 없다면, 총칼에 넋나간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가 목숨을 빼앗았다는 뜻입니다. 아이한테 엄마아빠(어버이)가 없다면, 총칼에 얼빠진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한테 사람들이 휘둘렸다는 뜻입니다.


  ‘일본·한국’이라는 나라이름에 숨은 몹쓸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를 읽어야 합니다. ‘한국·일본’이라는 나라이름에 숨긴 고약한 민낯·검은셈·뒷짓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리고 어른스럽게 철들며 깨어나는 눈빛이어야 할 테지요. 여기에 아이답게 뛰놀며 노래하는 마음빛이어야 할 테고요.


  모든 빛은 오직 사랑으로 깨울 수 있습니다. 모든 삶은 오직 살림짓기로 이룰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랑은 오직 숲을 품어 풀꽃나무를 곁에 두는 넉넉한 몸짓으로 일으킬 수 있습니다. 모든 살림은 아이어른이 한마음이자 한사랑으로 나누고 누리는 작은 보금자리에서 저마다 스스로 지을 수 있습니다.


  ‘들보’는 집을 튼튼히 세우는 자리에 놓을 노릇입니다. 눈에 들보를 씌우지 말아요. 돌팔매로는 어떤 싸움도 끝장내지 못 합니다. 돌은 기둥을 받치는 자리에 놓고서 우리 보금자리를 든든히 돌볼 적에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이치로는, 오토라 아줌마가 어제 부친 엽서를 보고 벌써 와 주었구나 하고 기뻐서 활짝 웃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노릇인지 눈물이 먼저 나와, 그 자리에 선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40쪽)


“그럼, 아줌마도 이제 일 좀 할게.”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조금 있자 광 안에서는 재봉틀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습니다. 아기 시로는 갑자기 모두가 욘아, 욘아 하고 불러대자 어리둥절해서 서 있었습니다. 시로는 어리둥절해 하는 아기 시로에게 다가가, “욘은, 너.” 하고 아기 시로의 코를 살짝 건드리고, “시로는, 나.” 하고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82쪽)


전쟁 중에는 나무를 다 뽑아내고 주식으로 먹는 곡식 농사를 지으라고 채근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몸이 약해서 배 타는 것을 그만둔 시로의 아버지가 즐겨 손질하던 자몽밭이었기에, 할아버지는 고집스레 자몽나무를 지켰습니다. 전쟁 때문에 자몽 도둑이 많아져서 자몽이 익기 시작하면 밭의 문은 늘 부서져 있곤 했습니다. (154쪽)


농사를 짓지 않는 집 아이라도 이치로나 기쥬로처럼 각자 잘 아는 집으로 가서 일을 돕고 있을 터입니다. 떨어진 이삭을 줍는다든가, 묶어 놓은 다발을 한 곳에 모은다든가, 일곱 살 먹은 아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마루야마 같은 먼 길에 등짐은 꽤 고생스럽습니다. (213쪽)


“아내가 죽고 없는 남편하고, 남편이 죽고 없는 아내하고, 엄마 없는 아이하고 아이 잃은 엄마하고, 그러니까 전쟁 탓에 쓰라린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 서로 모여서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단다. 치로야, 아줌마가 아버지하고 의논해 봐도 되겠니?” 오토라 아줌마 눈에 눈물이 그득히 고여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이 방울져 있었습니다. 이치로의 눈에도 그만 눈물이 맺혔습니다. (292쪽)


#母のない子と子のない母と #壺井榮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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