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영어] 테라피therapy



테라피 : x

therapy : 치료, 요법

テラピ(독일 Therapie) : 테라피



독일말 ‘테라피’는 한자말로 ‘치료·요법’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곳곳에서 쓰는 결을 헤아리면 ‘달래다·다스리다·다독이다’나 ‘쓰다듬다·비다듬다·어루만지다’로 옮길 만합니다. ‘씻다·헹구다’나 ‘마음씻이·몸씻이·넋씻이·넋풀이’나 ‘감싸다·고치다·녹이다·눅이다’로 옮겨도 어울립니다. 흐름을 살피면서 ‘따스하다·따사롭다·포근하다·푸근하다’나 ‘품다·안다·토닥이다’로 옮길 수 있어요. ㅅㄴㄹ



그림책 테라피는 그림책을 통해서 나를 들여다보고,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 그림책 달래기는 그림책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이웃을 헤아리는 길이다

→ 그림책 보듬기는 그림책을 펴며 나를 들여다보고, 너를 돌아보는 일이다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황진희, 호호아, 2022)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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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네가 들어온다면 (2023.3.10.)

― 서울 〈햇살속으로〉



  아침 일찍 청주에서 서울로 달려갑니다. 이제 나라에서는 버스에 탈 적에만 입가리개를 하면 된다고 밝히지만, 길이나 버스나루에서 입가리개를 하는 사람은 꽤 있습니다. 한동안 이 나라는 ‘밥집·찻집에 들어갈 적에는 입을 가리’되 ‘마시고 먹을 적에만 가리개를 풀라’고 시켰고, 사람들은 고분고분했습니다. 눈가림(조삼모사)은 옛이야기가 아닙니다. 잔나비한테 아침에 능금 넉 알 저녁에 석 알을 주든, 아침에 능금 한 알 저녁에 여섯 알을 주든 매한가지입니다.


  ‘나’를 잊고 ‘나라’에 목매달수록 넋이 사라집니다. ‘나라(정부)’는 ‘나(독립인)’를 바라지 않아요. 홀로서기를 하면서 홀가분히 살림을 짓는 사람은 스스로 삶·살림·사랑을 지으니, 나라가 시키는 일을 안 합니다. 홀로서기를 안 하거나 못 하기에 나라가 베푸는 일자리를 맞아들여서 고분고분 따를밖에 없습니다.


  책이란 무엇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우리나라 책자취(출판역사)를 돌아보면 《용비어천가》를 비롯해 숱한 글바치는 ‘해바라기(임금 섬기기)’에 글힘을 쏟았어요. 남·나라가 시키는 대로 스스로 넋을 무너뜨린 이 나라 글바치입니다. 오늘날 숱한 책도 ‘나 스스로 하기’가 아닌 ‘남·나라가 시키는 대로 하면서 돈을 잘 벌고 이름을 드날리고 힘을 거머쥐기’라는 줄거리로 치우칩니다.


  어제 청주에서 밤을 맞이하면서 “모든 책은 헌책이다”란 이름으로 노래(동시)를 지었습니다. 헌책이지 않은 책은 없고, 새책이지 않은 책은 없습니다. 숲이지 않은 책은 없고, 사랑이지 않은 책은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빛을 잊거나 잃는다면 헌책도 새책도 숲도 사랑도 아닌, ‘돈·이름·힘’에 얽매인 끄나풀입니다.


  〈햇살속으로〉로 찾아갑니다. 길음역 가까이에서 여러 해째 책살림을 이으신다고 했는데, 오늘 알아보았습니다. 천천히 뿌리내리면서 든든히 퍼지는 책빛이 새삼스러운 마을책집입니다.


  책집 골마루를 거닐면서 생각합니다. 말끔이(청소부)가 벼슬(장관·대통령·국회의원)도 맡고, 벼슬꾼이 말끔이를 맡으며, 아이 돌본 아줌마가 벼슬(시장·군수·도지사)을 하고, 벼슬꾼(시장·군수·도지사)이 아이를 돌보면서 조용히 일할 수 있다면, 이런 나라라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손을 쓰면 언제나 스스로 짓고 가꾸어 누립니다. 우리가 스스로 손을 안 쓰면 언제나 남이 시키는 대로 길들어 넋이 나갑니다. 우리 손을 쓰면 살림꾼이라는 길을 가고, 우리 손을 안 쓰면 눈속임꾼(종교 지도자)이 꾀거나 홀리는 대로 길들면서 빛을 잃습니다. 햇살로, 별빛으로, 사랑으로 고스란히 녹아듭니다.


ㅅㄴㄹ


《커피집》(다이보 가쓰지·모리미츠 무네오/윤선해 옮김, 황소자리, 2019.6.25.)

《헌책 낙서 수집광》(윤성근, 이야기장수, 2023.2.8.)

《0원으로 사는 삶》(박정미, 들녘, 2022.10.28.)

《곁말, 내 곁에서 꽃으로 피는 우리말》(숲노래·최종규, 스토리닷, 2022.6.1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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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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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4.12.

그림책시렁 1214


《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창비

 2022.1.24.



  린드그렌 님이 남긴 글에 그림을 새롭게 얹어서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낼 만합니다. 다만, 린드그렌은 이웃나라 사람인 만큼 이녁 책을 우리말로 낼 적에는 옮김말씨를 모조리 뜯어고치거나 알맞게 추스를 노릇입니다. 그런데 린드그렌 님 책을 우리말로 내는 곳 가운데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가다듬는 곳’은 좀처럼 못 봅니다. 우리말씨를 모르는 채 섣불리 자꾸 냅니다. 이미 다른 책에서 읽은 글이기는 하되, 그림책으로 새로 나왔기에 장만해서 되읽다가 얼른 접었습니다. 차마 보아줄 수조차 없는 이런 옮김말을 어떻게 어린이한테 읽히려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그저 린드그렌이기 때문에 훌륭하거나 아름답다고만 여길 수 없습니다. 이웃말을 우리말로 옮길 적에도, 우리말을 이웃말로 옮길 적에도, 모든 나라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릴 노릇일 뿐 아니라, ‘말에 흐르는 삶’과 ‘살림살이랑 사랑을 그리는 말’이 얽히는 자리를 곧게 바라보면서 가꿀 줄 알아야지요. “내 아픈 다리가 엄마를 슬프게 해요”는 무늬만 한글입니다. “엄마는 아주 슬퍼 보일 때가 많아요”도 무늬만 한글입니다. 어린이는 ‘좋은 책’만 읽을 수 없습니다. 어린이는 ‘말’로 삶을 배웁니다. 말로 사랑을 물려주는 넋일 때라야 비로소 어른입니다.


엄마는 아주 슬퍼 보일 때가 많아요

→ 엄마는 자주 아주 슬퍼 보여요

→ 엄마는 슬퍼 보일 때가 잦아요


내 아픈 다리가 엄마를 슬프게 해요

→ 내 다리가 아파 엄마가 슬퍼해요

→ 내 다리가 아파서 엄마가 슬퍼요


그런 이야기는 차라리 안 듣는 게 좋았을 걸 그랬어요

→ 그런 이야기는 차라리 안 들어야 했어요

→ 그런 이야기는 차라리 안 들어야 나아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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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아기 돼지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77
앙드레 풀랭 지음, 마르티나 토넬로 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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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4.12.

그림책시렁 1217


《열세 번째 아기 돼지》

 앙드레 풀랭 글

 마르티나 토넬로 그림

 정경임 옮김

 지양어린이

 2022.8.25.



  아이들은 저마다 빛납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어야 배울 수 있지 않고, 배움터(학교)라는 데를 오가야 마음을 갈고닦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삶을 바라보면서 살림길을 찾고 사랑빛을 깨닫습니다. 어버이는 언제나 아이들 곁에서 느긋이 기다리고 지켜보면서 품는 숨결이요, 어른은 늘 아이하고 하루를 일구는 손길을 다스리는 숨빛입니다. 《열세 번째 아기 돼지》는 열셋째 새끼 돼지로 태어나면서 어미 돼지 젖꼭지를 좀처럼 누리지 못 하는 막둥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미 돼지 젖꼭지가 열둘이라면 열셋째 새끼 돼지는 늘 밀리거나 채일밖에 없습니다. 어미 돼지는 열셋한테 젖을 어떻게 나누어 물릴 수 있을까요? 열셋은 엄마젖을 어떻게 나누어 받을 수 있을까요? 실타래를 쉽게 풀기 어려울 만하지만, 어려운 실타래이기에 더욱 마음을 기울일 만하고, 마음을 더 기울이면서 새길을 찾아내게 마련입니다. 주저앉아 멍하니 있다면 아무도 엄마젖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열두 아이를 밀치거나 밟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내가 배고프듯 동무랑 이웃이랑 언니동생 모두 배고프겠지요. 사랑을 스스로 싹틔울 적에 고우면서 고르게 하루를 짓습니다.


ㅅㄴㄹ


#TheThirteenthPiglet #AndreePoulin #MartinaTonello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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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열린어린이 그림책 16
소르카 닉 리오하스 글, 최순희 옮김, 논니 호그로기안 그림 / 열린어린이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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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4.12.

그림책시렁 1161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

 소르카 닉 리오하스 글

 노니 호그로기안 그림

 최순희 옮김

 열린어린이

 2007.7.13.



  제가 어릴 적 살던 집은 그리 넓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13평’이라지만 아마 ‘9∼11평’이었을 수 있는데, 설·한가위·비나리(제사)를 맞을 적마다 작은집 피붙이가 잔뜩 찾아와서 와글와글했어요. 이 조그마한 집에 어떻게 스물∼서른에 이르는 사람들이 며칠씩 머물며 잠들 수 있었을까요? 그런데 인천 신흥동3가나 숭의4동 기찻길이 지나는 곁에 붙은 ‘한칸집’ 동무는 더 작은 ‘3∼4평’짜리 집에 예닐곱이나 여덟아홉이 다닥다닥 살아가곤 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넓은 집》은 “Always Room for One More”를 우리말로 옮깁니다. “언제나 한 사람 더 깃들 자리”쯤 될 테지요. 처음 이 그림책을 큰아이를 무릎에 앉혀 읽던 즈음에는 “가장 넓은 집”이라는 책이름이 어쩐지 안 어울린다 싶었어요. 이제 와 되읽자니 “한 사람 더 깃들 자리”라는 영어가 새삼스럽고, 누구라도 기쁘게 맞이하면서 즐거이 도란도란 수다꽃에 살림꽃을 피우는 하루를 사랑으로 들려주려는 이야기였다고 깨닫습니다. 우리는 오늘 어떤 곳을 집으로 삼는가요? 한 사람 더 깃들어도 되나요? 새랑 풀벌레랑 개구리랑 뱀이랑 오소리랑 고라니랑 멧돼지랑 꿩이랑 들꽃이랑 나무가 살며시 깃들 수 있나요? 새봄에 제비를 맞이할 처마가 있는 집인가요?


ㅅㄴㄹ


#SorcheNicLeodhas #NonnyHogrogian #AlwaysRoomforOneMor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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