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다문화가정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다 → 다살림집을 돕는 틀이다

 다문화가정은 계속 증가 추세이다 → 무지개집은 꾸준히 늘어난다

 한국어 구사 능력이 낮은 다문화가정에서는 → 한국말을 잘 못 하는 나란집에서는

 다문화가정을 준비하고 있다 → 온살림집을 맞이하려 한다


다문화가정 : x

다문화(多文化) :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이나 여러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는 것을 이르는 말

가정(家庭) : 1. 한 가족이 생활하는 집 2.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 공동체



  여러 겨레나 나라가 한집을 이룬다면, 다(모두) 모여서 살림을 이룬다는 뜻으로 ‘다살림집’이라 할 만합니다. 무지개처럼 어울린다는 뜻으로 ‘무지개집’이라 할 수 있고, 모두(온) 모이는 살림이라는 뜻으로 ‘온살림집’이라 할 수 있어요. 나란히 어울리는 집이기에 ‘나란집’이라 해도 됩니다. ㅅㄴㄹ



다문화 가정이란 말을 만들고

→ 온살림집이란 말을 짓고

→ 다살림집이란 말을 쓰고

《선생님, 더불어 살려면 어떻게 해요?》(정주진, 철수와영희, 2020) 96쪽


다문화가정의 이중언어 교육은

→ 다살림집에서 두말을 가르치면

→ 온살림집에서 배우는 두말은

《가볍게 읽는 한국어 이야기》(남길임과 일곱 사람, 경북대학교출판부, 2022)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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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마쓰이 다다시 지음, 이상금 엮음 / 한림출판사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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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숲노래 동화읽기 2023.5.6.

맑은책시렁 276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마쓰이 다다시

 이상금 옮김

 한림출판사

 1996.7.20.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마쓰이 다다시/이상금 옮김, 한림출판사, 1996)를 1998년에 처음 읽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은 그림책을 펴낸 발자취가 몹시 긴데, 오랜 발자취가 있을 만하구나 싶었고, 우리나라는 1996년을 지나 2000년에 이르는데에도 아직 그림책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모를 뿐더러, 아이 곁에 어떤 그림책을 놓아야 아름다운가를 헤아리지도 못 하는구나 싶었어요.


  마쓰이 다다시 님이 글을 쓰고 책을 낸 지는 꽤 되었습니다. 알고 보면 한글판조차 퍽 늦습니다. 우리 스스로 그림책밭을 일구는 손길이나 눈길도 얕았던 터라, 그림책을 속깊이 바라보는 책을 옮기는 일에서도 늦었다고 해야겠지요.


  그래도 여러 펴냄터가 온누리 아름그림책을 꾸준히 한글판으로 냈고, ‘어린이책을 옮긴 적이 없는 탓에 어린이책을 엉성한 일본말씨로 옮긴 이들이 수두룩’했어도, ‘어린이책을 어린이 눈높이로 옮기자고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조금씩 늘면서 천천히 발돋움하여 2020년을 넘었습니다.


  어린이부터 읽는 책, 어린이랑 함께 읽는 책, 어린이 곁에 앉거나 어린이를 무릎에 앉혀서 어른이 소리를 내어 말빛·말결·말가락에 얹는 마음을 들려주는 책이 ‘어린이책’입니다.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에도 나옵니다만, 어린이책은 어린이가 혼자서 읽는 책이라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말’을 소리와 삶과 몸짓으로 받아들이고 익힙니다. 곁에서 어버이·어른이 어느 낱말을 입으로 소리를 낼 적에 눈여겨보면서 느껴요. 또한, 어느 낱말을 쓰면서 어느 삶자리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지켜보지요.


  소리내어 읽어 주는 책이 ‘어린이책’인 터라, 모름지기 모든 어린이책은, 동시도 동화도 ‘소리를 내어 읽어 주는 글’로 여밀 노릇입니다. ‘글말 아닌 입말’로만 써야 할 어린이책입니다. 또한, 어린이가 말을 귀와 삶과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장 쉽고 수수한 우리말로 가다듬고 손질해서 부드럽게 노래하듯 들려줄 줄 알아야지요.


  어느덧 ‘어린이책 옮김이(번역가)’가 꽤 늘었으나,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돌보거나 건사하는 길을 꾸준히 새롭게 익히면서 이웃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꾼은 뜻밖에 매우 적습니다. 일자리(직업)로 옮김이 노릇을 하는 사람들만 너무 많습니다.


  어린이책을 쓰는(창작하는) 사람도 매한가지예요. 어린이책을 쓰는 일이란, ‘문학인’이 되려는 뜻일 수 없습니다. 어린이가 ‘말 한 마디로 삶을 새롭게 배워서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슬기롭고 참한 어른으로 나아가는 길’에 마음에 씨앗으로 담을 길을 곁에서 동무로 지켜보는 사람이 쓸 어린이문학이고 어린이책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보면, ‘장사하려는 어린이문학과 어린이인문’이 끔찍하게 넘칩니다. ‘어른 인문책’을 조금 추려서 ‘어린이 인문책’으로 꾸미는 큰 펴냄터까지 많습니다. 제발 어린이를 장삿속으로 쳐다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린이를 내세워 돈벌이를 하지 맙시다. 어린이한테 소리내어 들려줄 이야기를 쓰고 옮기고 짓고 엮고 펴내어, 함께 ‘새누리(새터·새길)’를 짓는 ‘어진 어른’으로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그림책은 어린이가 읽는 책이 아닙니다. 그림책은 어른이 아이에게 ‘읽어 주는 책’입니다. (14쪽)


그림책은 지식을 주입하거나, 문자를 가르치거나, 혼자 읽기를 훈련하는 교재가 아닙니다. 과학에 관한 책이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24쪽)


재미있는 것은 엘사의 모델은 언제나 자기 아들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아들들은 각자 ‘자기 그림책’을 가진 셈이고, 그들은 어른이 된 후에도 그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86쪽)


내가 《메리와 양》을 읽어 주던 시절, 우리 집 아이들은 양을 본 일이 없었습니다. 양이나 오리 같은 가축과 우리 집은 인연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도 아이들이 《메리와 양》을 좋아하고 공감하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했습니다. (99쪽)


믿고 소망하고 사랑하는 힘을 잊기 쉬운 우리들에게 스테이크는 당나귀 가족의 마음의 교류를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신들 속에 있는 그 힘을 다시 한 번 상기하세요”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217쪽)


#松居直 #まついただし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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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눈물 산하어린이 9
권정생 지음, 신혜원 그림 / 산하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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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숲노래 동화읽기 2023.5.6.

맑은책시렁 281


《하느님의 눈물》

 권정생

 산하

 1991.1.5.



  《하느님의 눈물》(권정생, 산하, 1991)은 사람 곁에서 하늘빛을 머금고 살아가는 이웃이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그리면서 생각을 가꾸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권정생 님은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나날을 되새기면서 천천히 글을 여미었습니다. 사람들이 다툼질을 멈추고서 어깨동무로 나아가는 새길을 스스로 찾기를 바라면서 다시금 기운을 내어 붓을 쥐었습니다.


  다툼질은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요? 때린이(가해자)더러 “네가 잘못했어. 뉘우치고 값을 치러!” 하고 다그치면 다툼질을 멈출까요? 끝없이 불거진 싸움박질(전쟁)을 ‘역사’란 이름으로 갈무리해서 읽히고 가르쳐서 ‘미움(분노)·밉놈(적군)’을 아이들 마음에 씨앗으로 심으면 멈출까요?


  새끼 토끼는 이슬하고 바람만 머금어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람도 이슬하고 바람이랑 빗물하고 냇물에 햇볕하고 별빛을 머금으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어요. 잘 봐야 합니다. ‘모든 덩이진 밥’은 ‘해바람비’를 머금습니다. 우리는 ‘고기나 낟알이나 열매나 남새’라는 덩이를 이룬 ‘해바람비’를 밥으로 맞아들이기에 목숨을 이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덩이(몸)를 이룬 이웃’인 닭이나 벼나 능금이나 밀이 아니라, 해바람비를 사랑으로 맞아들이는 길을 열면, 아무도 안 굶고 아무도 안 아프고 아무도 눈물이 없이, 늘 웃음꽃으로 피어날 만합니다.


  이 나라(정부)를 봐요. 북녘을 보고, 일본과 중국과 러시아와 미국을 봐요. 다들 총칼(전쟁무기)을 무시무시하게 때려짓습니다. 총칼에 돈을 허벌나게 퍼붓고, 총칼을 다루는 싸울아비(군인)를 거느리려고 또 돈을 허벌나게 들이붓습니다.


  온누리 어느 나라도 안 가난합니다. 모든 총칼과 싸울아비를 없애면, 모든 사람은 쓸데없이 얽매일 까닭이 없이 넉넉하게 살아갈 만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짓고 일구는 열매를 나라(정부)가 총칼·싸울아비에 몽땅 들이부을 뿐 아니라, 싸움판(전쟁)하고 얽혀 뒷돈을 끔찍하게 빼돌리기에, 가난한 이가 끊이지 않고 배부른 이들은 배가 터지려고 합니다.


  《하느님의 눈물》은 어린이부터 읽는 글입니다. 어린이부터 스스로 마음을 달래어 빛나는 숨결로 저마다 깨우치도록 북돋우려는 글입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뭘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찾고 생각해야 합니다. 왜 총칼을 자꾸 만들거나 싸울아비를 왜 잔뜩 두어야 하나요? 누구나 넉넉히 누릴 수 있는 터전을 이루면 훔치려는 이가 없게 마련 아닐까요? 누구나 넉넉한데, 아이들을 배움수렁(입시지옥)이라는 쳇바퀴에 몰아넣을 까닭이 있나요? 누구나 넉넉한데, 쓰잘데기없는 일본 한자말로 뜬구름잡는 부스러기(인문지식·교양·정보)를 외우거나 익히는 데에 하루를 허투로 흘려야 할 까닭이 있나요? 누구나 넉넉한데 구태여 쇳덩이(자동차)를 몰아야 하나요? 누구나 넉넉한테 굳이 매캐한 서울(도시)에서 잿집(아파트)을 사들여서 지내야 하나요?


  사람들이 시골에서 안 살고 서울로 몰리는 까닭을 알기는 참 쉽습니다. 스스로 안 넉넉하다고 여기니, 돈벌이·이름팔이·힘자랑을 하려고 서울로 몰립니다. 나눔돈과 두레와 어깨동무를 하려는 마음이라면, 스스럼없이 서울을 떠나 시골이며 들숲바다에 가만히 안기게 마련이요, 서울에서도 기스락 골목집에 호젓이 머물 테고요.


ㅅㄴㄹ


“어머나! 그럼 하느님, 저도 하느님처럼 보리수나무 이슬이랑, 바람 한 줌, 그리고 아침햇빛을 먹고 살아가게 해주셔요.” (16쪽)


“엄마, 왜 있지도 않은 도깨비들을 있다고 거짓말했어요?” “그 …… 글쎄, 너희 아버지가 그러고, 또 다른 어른들 모두가 그러니까 나도 그런 줄 알았지.” 아기 다람쥐는 엄마 다람쥐를 데리고 고개 너머 쫑쫑이네 엄마 다람쥐에게 놀러갔습니다. 그리고 쫑쫑이네 엄마 다람쥐도 쫑쫑이와 함께 고개 이쪽 똘똘이네 집에 놀러왔습니다. (37쪽)


깽깽이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입고 있던 거치장스런 옷을 훨훨 벗어던져 버렸습니다. 깽깽이는 푸른하늘을 시원하게 날아다니며 모든 아기 까마귀에게 얘기했습니다. “진짜 훌륭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자기 모습 그대로 사는 거야.” (48쪽)


울타리는 많은 풀이 우거져 벌레들이 많았습니다. 자벌레도 기어가고, 여치도 살았습니다. 호박잎에는 청개구리도 파란색으로 변장을 하고 앉아서 놀았습니다. 모두들 뜨거운 여름볕을 싫다 앓고 자라고만 있었습니다. 쬐그만 꼬마벌레들까지, 참으로 신기하게 살고 있는 것입니다. (14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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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5.5. 어린이날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고흥읍 글붓집(문방구)이 버스나루 곁에 둘 있습니다. 고흥동초 옆에도 하나 있으나, 그곳은 너무 시끄럽고 어수선해서 안 갑니다. 버스나루 곁 글붓집 가운데 ‘팬시점’ 같은 곳은 안 가고, 말 그대로 ‘글붓집’으로 보이는 글붓집에만 곧잘 갑니다. 지우개나 글붓이나 종이를 사러 가는데, 이따금 재미난 옛 글살림을 만납니다. 5월 2일에 마실할 적에는 ‘100원·300원’ 값이 적힌 ‘색칠하기 공책’을 보았어요. 제가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닐 적에는 이런 공책이 30원∼80원이었기에, 1995∼2000년 사이에 나온 글살림 같습니다. 재미있구나 싶어 몇 가지 집어 보았어요. 예전 시골 어린이도 이런 공책을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구경은 하되, 돈(100원 또는 300원)이 없어서 차마 사지도 만지지도 못 했을 테지요. 열여섯 살 큰아이가 옆에서 “아버지, 얘네들은 뭐예요?” 하고 묻습니다. “응, 이 아이들은 테두리만 놓은 그림에 빛깔을 넣는 꾸러미인데, 너희 숲노래 씨는 이런 꾸러미를 사 본 적이 없어. 너희 숲노래 씨가 어릴 적에는 아마 30원쯤이었을 텐데, 그 돈조차 없어서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구경만 했단다.” 하고 들려주었습니다. 2023년 어린이날을 맞이해 ‘어린이일 적에 어린이날을 실컷 누린 적이 없는 아저씨 아줌마가 어린이날을 뒤늦게라도 누려 보라는 뜻’으로 이런 ‘색칠하기 공책’을 내놓아 주셨구나 하고 여기면서 고맙게 품었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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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3.5.5.

수다꽃, 내멋대로 41 꾸중돌이



  어릴 적에 내 하루는 꾸중으로 열어 꾸중으로 닫았다. 이른바 나로서는 “하루라도 꾸중을 듣지 않거나, 하루라도 매를 맞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히나?” 하고 돌아보던 나날이라고 여길 만했다. 뭔가 입을 벙긋하면서 말을 할라치면 말을 더듬거나 소리가 새는 혀짤배기였고, 하루 세끼 밥자리에 둘러앉으면 김치를 비롯해 못 먹는 곁밥이 잔뜩 있으니 깨작질을 한다고 꾸지람에 꿀밤을 맞아야 했고,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서 뭔가 줄을 세워서 시킬 적에 ‘이미 다 알거나 할 수 있거나 풀 수 있는 일’이어도 더듬더듬하거나 쭈뼛쭈뼛하면서 그르치거나 미처 못 하거나 틀리기 일쑤라, 하루에 적어도 열∼스물은 꾸중에 꿀밤에 매에 회초리에 주먹질에 깎음말을 흠씬 맞아들이곤 했다. 이런 하루가 고단하고 괴로워 “어떡해야 빨리 죽을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날마다 숱하게 했다. 날마다 하도 여러 사람, 그러니까 어버이랑 길잡이(교사)하고 또래나 언니한테 얻어맞다 보니까 ‘맞을 적에 어떻게 고개를 살짝 돌리거나 엉덩이나 허벅지나 종아리를 씰룩하면 덜 아프거나 견딜 만한가’ 하고 살피기도 했다. 날마다 숱하게 얻어맞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 때에 ‘맞을 적에 숨을 안 쉬면 아픈 줄 못 느끼고 지나간다’고 깨달았다. 저놈(어른이건 언니이건 또래이건)이 나를 때릴 적에 ‘내 몸은 여기에 있을는지 몰라도 내 넋은 다른 데에 있으니, 넋이 없이 빈 몸뚱이를 아무리 두들겨패더라도 난 아픈 줄 못 느껴’ 하고 여기기 일쑤였다. 어릴 적에는 잘 몰랐으나 커서 알았는데, 얻어맞을 적마다 ‘몸벗기(유체이탈)’를 했다. 그들은 날 두들겨패지만, 나는 몸을 밑에 내려놓고 넋은 위로 올라와서 빤히 지켜본다. 얻어맞는 몸을 지켜보는 넋은 혼잣말을 한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지 않아? 저렇게 두들겨패면 사람 죽겠는걸?” 얻어터지는 자리로 살아 본 적이 없는 이는 맞는이(피해자)가 어떤 삶이고 마음인지 하나도 알 수 없다. 아프거나 앓아 본 적이 없는 이들이 어떻게 ‘권정생 할아버지’처럼 아파하거나 아픈 이웃을 알 길이 있겠는가? 하나도 없다. 목숨을 내려놓자는 생각은 하루에도 끝없이 했다. 꾸중을 들으며, 김치도 못 먹고 저 밥도 못 먹어서 “넌 한국사람이 아니야!”란 말을 날마다 적어도 석 판은 들으며 살아도, 스스로죽음(자살)을 그리지는 않았다. 스스로 숨을 끊는 길이 이 수렁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르거나 나은 길일까 하고 날마다 헤아리기는 했으나,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해서 울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겠구나! 아니, 어머니는 하루쯤 울어 주실 수 있겠구나.” 하고 느끼자, 더더욱 스스로죽음(자살)은 안 하기로 다짐했다. 얻어맞으면서 빙그레 웃고, 얻어터지면서 다시 일어서서 “그래, 더 때려 봐?” 하고 눈을 똑바로 마주보면서 한 마디를 얹고서 더 얻어터지는 하루를 보냈다. 덩치도 키도 힘도 훨씬 큰 또래나 언니나 어른이 흠씬 두들겨팰 적에는 그야말로 넋이 나갈 노릇이었지만 악착같이 견디었다. 열다섯 살 즈음 이르러, 우리 언니가 집어넣은 ‘특전무술 도장’에 들어가서 ‘여태 얻어맞은 주먹질보다 더 얻어맞으면’서 버틴 뒤로는, 스물한 살에 들어간 싸움터(군대)에서 얻어맞을 때까지 더 얻어맞을 일은 사라졌다. 그들(어버이·길잡이·또래·언니)은 왜 나를 두들겨패거나 꾸중했을까? 왜 그들은 날마다 그 짓을 되풀이했을까? 나는 왜 날마다 얻어맞으면서 여덟∼열다섯 살을 살아냈고, 싸움터에서 스물하나∼스물두 살에 죽음벼랑에 내몰려야 했을까? 때리고 밟고 막말을 일삼는 그들 눈을 가만히 바라보면 어느 누구한테서도 ‘반짝이는 별빛’이나 ‘따뜻한 사랑’이 안 보였다. 얻어맞거나 꾸중을 들으며 늘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들은 사랑을 받은 적도, 사랑을 배운 적도, 스스로 사랑을 그리거나 생각한 적도 없구나? 그렇다면 나는 어떡해야 하지? 나도 나이를 먹으면 동생을 때려야 하나? 아니면, 나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철이 들면서 참된 어른이 되어 사랑을 느끼고 찾고 배우고 맞아들이고 온몸으로 녹여내어 둘레에 빙그레 웃음짓으로 보여주면 될까? 그나저나 날마다 얻어터지는 내가 사랑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까?” 어느새 쉰 살이란 나이에 이르고서 돌아보자니, 내가 ‘어른’이 되었는지, ‘철이 들었’는지, ‘사랑을 보거나 아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나한테 심은 씨앗은 언제나 하나 ‘사랑’인 줄 안다. 꾸중돌이는 사랑씨앗을 손바닥에 얹고서 품으려고 웅크리면서 모든 발길질과 주먹질과 깎음말을 흠씬 맞아들이는 길을 걸어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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