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대마경 7 - S코믹스 S코믹스
이시구로 마사카즈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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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3.5.10.

만화책시렁 538


《천국대마경 7》

 이시구로 마사카즈

 천선필 옮김

 소미미디어

 2023.2.9.



  하늘나라는 바깥에 없습니다. 아무리 멀리 길을 떠난들 하늘나라를 찾을 수 없습니다. 불수렁도 바깥에 없습니다. 하늘나라가 멀리 있지 않듯 불수렁도 멀리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 다스리는 마음에 따라, 스스로 하늘빛으로 물들기도 하고, 활활 타올라 잿더미가 되기도 합니다. 《천국대마경 7》을 읽으며 가만히 생각합니다. 어느덧 일곱걸음을 이어온 줄거리인데, 뭔가 새길을 찾아 이곳도 가고 저곳도 가는 아이들은 아직 ‘하늘빛·잿빛’ 모두 바깥에서만 쳐다봅니다. 뭘 무찔러야 이곳이 아늑하지 않아요. 저놈한테 매질을 돌려준들 마음에 고요가 찾아들지 않습니다. 나도 너도 스스로 씨앗을 뿌린 대로 맞아들일 뿐입니다. 스스로 어떤 씨앗을 마음에 심고서 하루를 살아내느냐에 따라, 우리 마음밭에서 피어나는 푸나무가 다르고, 푸나무마다 맺는 꽃과 열매가 다릅니다. 이웃을 만나려고 나들이를 하면 즐겁지요. 이웃은 나를 만나면서 새롭고요. 다 다른 몸과 삶이되, 다 같은 마음과 넋인 나랑 너입니다. 나를 잊기에 수렁이고, 나를 보기에 하늘입니다. 나를 등진 채 밖에서 맴도니 헤매고, 나를 품고서 너랑 만나기에 두런두런 이야기가 자라납니다.


ㅅㄴㄹ


“그런데 좀 그렇네. 그냥 길인데. 선을 긋거나 그걸 넘기만 해도 뭐라 해야 하나.” (17쪽)


“다행이야. 생각보다 화력이 세서 죽은 줄 알았네.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느긋하게 맛봐라. 악몽을 뛰어넘은 악몽.” (84쪽)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나아가 주세요. 문은 열려 있습니다.” (108쪽)



더 이상은 경화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더는 굳지 않는 듯합니다

→ 더는 마르지 않는 듯합니다

26쪽


본체에 접속할 수 없게 되는 망할 버그에 이어서

→ 몸통에 들어갈 수 없는 끔찍한 벌레에 이어서

→ 몸에 맞물릴 수 없는 고약한 일에 이어서

36쪽


하나둘씩 잡혀가고 있어

→ 하나둘 잡혀가

→ 하나씩 둘씩 잡혀

130쪽


이렇게 더워지거나 추워지고 그러지 않았는데

→ 이렇게 덥거나 춥지 않았는데

165쪽


완전히 사정거리 밖이라고

→ 아주 겨냥길 밖이라고

→ 그냥 겨눔길 밖이라고

171쪽


《천국대마경 7》(이시구로 마사카즈/천선필 옮김, 소미미디어, 2023)

#天国大魔境 #石黒正数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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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 책담 청소년 문학
변택주 지음, 김옥재 그림 / 책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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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10.

다듬읽기 21


《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

 변택주 글

 김옥재 그림

 책담

 2023.4.7.



《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변택주, 책담, 2023)은 글 한 자락으로 온나라를 바꾸는 물결을 일으킬 수 있는 살림을 들려줍니다. 지난날 ‘훈민정음’이란 이름으로 우리글이 태어났으되, 우리글이 태어난 줄 안 사람은 한 줌조차 안 되었어요. 더구나 우리글이라지만 ‘우리 이름’이 아닌 ‘訓民 + 正音’처럼 중국말입니다. 나라지기와 벼슬아치는 중국말·중국글로 나라일을 보면서 ‘정음(正音)’은 중국말 그대로 ‘소리(발음기호)’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뒷자리에서 이름없이 살아야 한 순이(여성)는 ‘언문(諺文)’을 익혀 글을 남겼고, 웃사내(가부장권력 남성)는 ‘훈민정음·언문’을 ‘암클’이라 여기며 비웃었어요. 곰곰이 생각하면 ‘암클’이란 이름은 놀랍습니다. 그들(권력자)은 놀리거나 깎으려고 ‘암클’이라 일컬었겠지만, 우리가 오늘 쓰는 우리글은 바로 “순이(여성) 힘과 슬기와 넋으로 살려냈다”는 속뜻입니다. 주시경 님은 순이를 높이면서 순이돌이가 어깨동무할 길을 홀로서기(독립)로 이루자면서 ‘한글’이란 이름을 지었습니다.


ㅅㄴㄹ


우리 식구를 지키고 살린다는 뜻도

→ 우리 집을 지키고 살린다는 뜻도

→ 우리 집안을 지키고 살린다는 뜻도

33쪽


흥을 실어 노래를 불렀다

→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 신명나게 노래를 불렀다

33쪽


사대부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없지는 않았다

→ 감투꾼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바라기도 했다

→ 벼슬꾼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도 바랐다

37쪽


한밤중에 왔습니다

→ 한밤에 왔습니다

42쪽


막사 안에는 오밤중인에도 여러 사람이 앉아 있다가

→ 오막에는 밤인데도 여러 사람이 앉았다가

42쪽


오십 보 앞에 있는

→ 쉰 걸음 앞에 있는

→ 쉰 발짝 앞에 있는

46쪽


첩자들이 적잖이 돌아다닐 테니

→ 샛놈이 적잖이 돌아다닐 테니

→ 엳듣개가 적잖이 돌아다닐 테니

48쪽


어떻게 이런 노래를 만들 생각을 다 했누

→ 어떻게 이런 노래를 지을 생각을 다 했누

49쪽


벌건 대낮에 술을 마시고 패악질이라니

→ 벌건 대낮에 술을 마시고 꼴값이라니

→ 벌건 대낮에 술을 마시고 멋질리다니

→ 벌건 대낮에 술을 마시고 몹쓸짓이라니

50쪽


눈에 뵈는 것이 없는 모양이었다

→ 눈에 안 뵈는 듯하였다

→ 버르장머리가 없다

51쪽


그런 맘보라면 방을 왜 붙인데?

→ 그런 맘보라면 글을 왜 붙인데?

60쪽


배는 모두 몇 척이나 떠요?

→ 배는 모두 몇이나 떠요?

→ 배는 얼마나 떠요?

61쪽


보리 쉰 가마니를 얻었으니

→ 보리 쉰 섬을 얻었으니

68쪽


지조와 절개를 나타낸대

→ 참과 곧음을 나타낸대

→ 속대와 바름을 나타낸대

→ 굳센 마음을 나타낸대

→ 대쪽과 믿음을 나타낸대

80쪽


끌고 가서 모진 고문을 했대요

→ 끌고 가서 모질게 팼대요

→ 끌고 가서 모질게 밟았대요

83쪽


말 두 필에 올라타고 한양으로 치달았다

→ 말 두 마리에 올라타고 서울로 치달았다

→ 말 둘에 올라타고 서울로 치달았다

86쪽


야차 같은 모습으로

→ 두억시니 모습으로

→ 도깨비 모습으로

109쪽


주모는 말로 다 하기 어렵다는 듯이

→ 술어멈은 말로 다 하기 어렵다는 듯이

126쪽


우리 겨리도 이제 여성이네

→ 우리 겨리도 이제 각시네

→ 우리 겨리도 이제 아가씨네

134쪽


정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 이어 흐르는 어울림으로

→ 빛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 이어 흐르는 어울림으로

→ 꽃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 이어 흐르는 어울림으로

→ 숨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 이어 흐르는 어울림으로

17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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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기 氣


 기가 죽다 → 풀이 죽다

 기가 나다 → 힘이 나다

 기가 왕성하다 → 기운이 넘치다 / 한창 끓다

 기가 쇠하다 → 기운이 빠지다 / 끓지 않다

 기가 질려서 → 질려서

 기를 꺾었다 → 기운을 꺾었다 / 흐름을 꺾었다


  ‘기(氣)’는 “1. 활동하는 힘 2. 숨 쉴 때 나오는 기운 3. 예전에, 중국에서 15일 동안을 이르던 말. 이것을 셋으로 갈라 그 하나를 후(候)라 하였다 4. [철학] 동양 철학에서 만물 생성의 근원이 되는 힘. 이(理)에 대응되는 것으로 물질적인 바탕을 이른다”처럼 풀이합니다. ‘힘·기운·심’이나 ‘용·악’이나 ‘풀·몸·줄기’로 손질합니다. ‘끓다·불·불길’이나 ‘빛·빛살’로 손질할 만하고, ‘너울·물결·바람·흐름’이나 ‘낌새·눈치·느낌·결’이나 ‘기척·눈빛·몸빛·낯빛’으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젊음을 유지하려고 기를 쓰고

→ 젊음을 지키려고 용을 쓰고

→ 그대로 젊으려고 악을 쓰고

→ 젊고 싶어 온힘을 다 쓰고

→ 젊겠다고 몸부림치고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존 버닝햄/김현우 옮김, 민음사, 2005) 5쪽


기를 쓰고 관리해도

→ 악을 쓰고 다뤄도

→ 용을 쓰고 다뤄도

《꿈결에 시를 베다》(손세실리아, 실천문학사, 2014) 34쪽


젊은 사람하고 기싸움 하는군요

→ 젊은 사람하고 힘싸움 하는군요

→ 젊은 사람하고 기운싸움 하는군요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마스다 미리/권남희 옮김, 이봄, 2015) 47쪽


기를 쓸 필요는 없다는 의미에서도

→ 힘을 쓸 일은 없다는 뜻에서도

→ 용을 쓸 일은 없기도 하니

→ 악을 쓸 일은 없기도 해서

《타인을 안다는 착각》(요로 다케시·나코시 야스후미/지비원 옮김, 휴, 2018) 74쪽


언제까지 기죽어 있을 거야

→ 언제까지 풀죽을 테야

→ 언제까지 처질 테야

《소문난 쿄코짱 1》(야마모토 소이치로/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19) 25쪽


기가 너무 부족한 거야

→ 기운이 너무 모자라

→ 빛이 너무 모자라

《드래곤볼 슈퍼 10》(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19) 65쪽


기죽이는 말씀을 하십니다

→ 풀죽이는 말씀을 하십니다

→ 기운꺾는 말씀을 하십니다

《모두 어디로 갔을까? 1》(김수정, 둘리나라, 2019) 75쪽


너무 기죽지 마

→ 너무 풀죽지 마

→ 너무 처지지 마

《칸무리 씨의 시계공방 1》(히와타리 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 120쪽


땅의 기를 받는 느낌은 알았으니

→ 땅심을 받는 느낌은 알았으니

→ 땅빛을 받는 느낌은 알았으니

→ 땅기운을 받는 느낌은 알았으니

《마오 14》(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3) 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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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10.

오늘말. 능청


재주가 없어 꼼수를 쓴다고 둘러대는데, 솜씨있는 남을 흉내내려는 지질한 마음이 큰 탓에 능청을 떨면서 몰래질을 한다고 느낍니다. 눈가림은 늘 드러납니다. 눈속임은 티가 나요.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을 까닭이 없습니다.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활짝 웃으면서 살살 하면 됩니다. 엉성하면 엉성한 대로 하나하나 배우면서 슬쩍슬쩍 나아가면 돼요. 땜을 하면 터져요. 각다귀나 부라퀴이기에 지분거리지 않습니다. 베끼거나 훔치는 얕은 짓은 언제나 쪼잔하게 마련이라 머잖아 펑 하고 조각조각 흩어집니다. 얼렁뚱땅 지나가도 나쁘지는 않되, 마구잡이로 이래저래 넘어가면 썩고 말아요. 스스로 허름하다고 깎지 말아요. 스스로 추레하다고 낮추지 말아요. 스스로 모자라다고 여기는 바람에 일그러진 속임짓에 눈이 가고 맙니다. 처음에는 슬그머니 뒷길을 갔다지만, 어느새 뒷구멍이 커지니, 이제는 둘러칠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한 몸짓이 늘어나서 능구렁이처럼 넘어가지 못 합니다. 틀을 깨야지요. 남을 쳐다보면서 나를 밀치던 버릇을 허물어야지요. 아이는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익혀요. 서툰 글씨를 천천히 가다듬어요. 우리는 모두 아이입니다. 한 걸음씩 가요.


ㅅㄴㄹ


꼼수·쩨쩨하다·쪼잔하다·능구렁이·구렁이·눈가림·눈속임·능청·몰래·남몰래·몰래질·몰래하다·뒤·뒷길·뒷구멍·숨기다·감추다·베끼다·훔치다·어기다·어긋나다·깨다·허물다·마구·마구잡이·마구하다·막·막나가다·거짓질·거짓스럽다·거짓·거짓말·고약하다·나쁘다·썩다·옳지 않다·더럽다·다랍다·못되다·몹쓸·각다귀·부라퀴·속이다·속임짓·얄궂다·얼룩·어루러기·짓궂다·지분거리다·지저분하다·지질하다·찌질하다·추레하다·허름하다·이지러지다·일그러지다·살살·살며시·살그머니·슬그머니·슬며시·슬쩍·시늉·흉내·어찌저찌·얼렁뚱땅·그럭저럭·이래저래·이럭저럭·넌지시·덧대다·두르다·둘러대다·둘러치다·때우다·땜 ← 야비, 편법(便法)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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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10.

오늘말. 진구렁


어린 날 놀던 마을에는 큰나무가 있어 으레 여러 벌레를 잡습니다. 배움터 울타리에도 우람나무가 있어 나무타기를 하면서 사슴벌레를 찾고 딱정벌레를 살핍니다. 우리는 벌레잡이를 하면서 놀지만, 어른들은 ‘곤충채집’이라는 이름을 씌웠습니다. 열네 살로 접어들자 놀이가 확 사라지고 새벽부터 밤까지 배움터에 붙들려 배움수렁에 갇혀야 했습니다. “여섯 해를 죽은 듯이 살면 돼. 그다음부터 놀면 돼.” 하면서 억눌렀어요. 죽을맛이었습니다. 이 진구렁은 왜 팠을까요? 왜 푸른철을 푸르게 노래하지 말아야 할까요? 둘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쳐다보지 말라고, 오직 셈겨룸(시험)만 파라고 내몰더군요. 꼼짝없이 수렁에 잠겨 벼랑끝에 내몰린 여섯 해를 살아내고서 겨우 늪에서 빠져나온다 싶더니, 이다음에는 돈을 잘 벌어들일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다른 가시밭으로 몰아세워요. 이 나라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내쫓기는 몸입니다. 휘청거리지요. 털썩 주저앉고 폭삭 무너집니다. 어린이랑 푸름이를 무시무시하게 닦달하는 어른도 똑같이 죽음판이지 않을까요? 다같이 와르르 끝장날 구렁 같습니다. 이제는 이 낭떠러지에서 나가야 할 때입니다.


ㅅㄴㄹ


딱정벌레·벌레·버러지·잎벌레·풀벌레 ← 곤충


불구덩이·불밭·불수렁·수렁·벼랑·벼랑끝·서슬·바닥·밑바닥·구렁·낭떠러지·늪·가시·가시밭·고비·굴러떨어지다·가라앉다·끝장나다·막다르다·무섭다·무시무시하다·기울다·끔찍하다·맵다·어렵다·힘들다·와르르·우르르·잠기다·주저앉다·죽을맛·죽음판·죽음터·아찔하다·진구렁·진창·털썩·폭삭·휘청 ← 나락(那落/奈落)


가다·나가다·떠나다·뒤로하다·옮기다·내쫓기다·쫓기다 ← 이주(移住)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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