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5.


《살아남는다는 것》

 구드룬 파우제방 글/박종대 옮김, 봄볕, 2022.1.7.



엊저녁부터 빗줄기가 듣는가 싶더니, 바야흐로 시원스레 빗줄기가 듣는다. 바람도 싱싱 분다. 쏟아지는 비는 콸콸콸 씻고, 퍼붓는 비는 촤르르 털고, 들이붓는 비는 털털털 닦는다. 모든 소리를 잠재울 뿐 아니라, 이 두멧시골에 아무도 돌아다니지 말라면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듣고 맞는다. 함박비도 그때그때 빗살이며 빗소리가 다르다. 늦은낮에 접어들자 멧새노래가 퍼진다. 아하, 빗줄기가 멎으려는구나. 비가 더 오는지 안 오는지는 새가 알려준다. 오늘 하루는 빗소리가 우렁차다 보니 마을알림이 하나도 없다. 이 빗소리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늘 “군수 당선에 이바지하지 않은 사람은 명단을 다 작성해 놓고서 모든 사업에서 배제합니다.” 같은 말을 들었다. 군수 곁에 있는 사람이 들려준 말이다. 그런 줄 익히 알았다. 예전 고흥군수도 다 똑같았다. 《살아남는다는 것》을 읽었다. 우리말로 옮긴 펴냄터가 고맙다. 작은아이부터 읽고, 큰아이도 읽고, 숲노래 씨도 읽었다. 셋이 다 읽은 뒤에 두런두런 책수다를 편다. 저마다 무엇을 느끼고 새기고 생각했는가를 펴고, 서로 미처 못 짚거나 놓친 대목을 보탠다. 스물하나∼스물셋 나이에 싸움터(전쟁)에 끌려가서 겪은 바가 있기에 아이들한테 철든 어버이로 얘기할 수 있구나.


#GudrunPausewang #Uberleben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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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4.


《개구리의 아주 특별한 날》

 맥스 벨튀이스 글·그림/황주연 옮김, 아가월드, 2001.4.30.



열두 시 무렵 책숲에 간다. ‘곁책(참고도서) 꾸러미’를 갈무리한다. 읍내 우체국에 다녀온다. 아침부터 가볍게 어지럽고 몸살이 오르는 듯싶다.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가는 길에 노래꽃을 둘 쓴다. 우체국 앞에 앉아서 노래꽃 한 자락을 더 쓴다. 집으로 돌아와서 한나절을 녹듯이 앓는다. 앓으며 생각한다. ‘고치에 깃든 애벌레가 마지막날 온몸이 녹아내리면서 허물벗기를 하면서 날개돋이를 이루는 그무렵 이렇게 앓는구나!’ 고치에서 나온 나비는 한동안 날개를 말리는데, ‘앓고 난 몸’이기에 아직 날 수 없기도 하고, ‘앓고서 새로 돋은 날개’이기에 건사하고 다루려면 한동안 지켜보아야 하겠구나. 《개구리의 아주 특별한 날》을 이제서야 찾아내어 읽는다. 서울에서 책일꾼(출판사 직원)으로 지낼 적에 얼핏 보았지만 들추지는 않았다. 그땐 왜 안 들췄을까? 가만히 읽는다. 서로서로 마음으로 나눌 눈빛과 사랑을 어떻게 그려내면서 하루를 아름답게 여미는가 하는 줄거리를 상냥하게 들려준다. ‘사랑’을 참하게 들려주는 그림책이기에 일찌감치 판이 끊겨 자취를 감추려나? 저마다 사람빛을 밝혀 어질며 착하게 어우러지는 길인 어깨동무를 사랑으로 노래하는 그림책은 잘 안 팔리더라. 배움수렁(입시지옥) 때문만은 아니다.


#막스벨튀이스 #맥스벨트하우스 #사랑에빠진개구리

#FrogandDuck #FrogandDuckVerySpecialDay #MaxVelthuijs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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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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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3.


《비와 너와 1》

 니카이도 코우 글·그림/박소현 옮김, 시리얼, 2022.7.25.



이제 ‘자리’라는 우리말하고 얽힌 말밑찾기(어원분서)를 마쳤다. 여러 해 끌어 온 꾸러미(원고)를 마쳤구나 하는 느낌은 아주 가볍게 반짝하고 지나간다. 대단한 일도 대단하지 않은 일도 아니다. 그저 너머로 가는 길이다. 봄볕을 누린다. 봄잎에 봄꽃을 맞이한다. 매나무나 수유나무나 앵두나무는 꽃이 졌으나, 모과나무나 동백나무나 초피나무는 이제 꽃이 한창이다. 앞으로 보름이 지나면 다른 꽃이 피고, 또 보름이 지나면 새로운 꽃이 피고, 또 보름이 지나면 새록새록 다른 꽃이 피리라. 모든 풀꽃은 이레∼보름이란 틈을 놓고서 부드러이 갈마든다. 《비와 너와 1》를 읽었고, 두걸음도 읽었다. 석걸음도 곧 읽으리라. 부드럽게 잘 그려낸 그림꽃이라고 느낀다. 글감도 그림감도 언제나 모두 우리 곁에 있다. 엄청난 줄거리를 짜야 글이나 그림을 이루지 않는다. 빛꽃(사진)도 빛그림(영화)도 똑같다. 뭔가 처음으로 선보일 어마어마한 줄거리를 담아야 할 까닭이 없다. 다만 한 가지는 있으니 ‘사랑’이다. 사랑을 ‘꿈’으로 담으면 된다. 사랑을 담는 꿈을 ‘숲’에서 여미면 아름답다. 사랑을 담는 꿈을 숲에서 서로 사람빛을 밝혀 살아내면 넉넉하다. 이동안 새소리를 귀여겨듣고 풀벌레노래에 춤사위를 누린다면 누구나 글꽃을 지핀다.


#雨と君と #二階堂幸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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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2.


《식물학자의 노트》

 신혜우 글·그림, 김영사, 2021.4.27.



범나비 둘을 만난다. 겨울나기를 마친 나비로구나. 초피나무에 옅푸르면서 옅노란 빛이 감도는 꽃이 조물조물 핀다. 마당 한켠에 자리를 깔고 웃통을 벗고 누워서 햇볕을 듬뿍 쬔다. 땀이 몽글몽글 돋는다. 겨울이 저물고서 새봄이 찾아오면 어느새 추위가 누그러질 뿐 아니라, 훅 이른더위에 물들기도 한다. 올해는 어떻게 가려나? 올해로 고흥살이 열세 해인데, 우리 보금자리에서 나무가 우거지고 풀꽃이 차츰 늘어나는 결에 따라서 추위도 더위도 차분히 가라앉는 결을 느낀다. 두고보면 알겠지. 4월과 5월을 눈여겨보자. 《식물학자의 노트》를 읽고서 한동안 자리맡에 쌓아 두었다. 손질할 말씨가 대단히 많아서 어찌해야 할까 하다가 미뤘다. 책더미를 치우자고 생각하며 다시 들추는데, 풀꽃지기(식물학자)라는 길을 걷는 이들 가운데 어린씨를 이웃이나 동무로 바라보는 사람은 너무 드물다. 곰곰이 짚자. 파브르 님이 쓴 글은 프랑스말일 테지만, 파브르 님이 ‘어린씨가 못 알아들을 일본 한자말이나 옮김말씨(번역체)’를 썼을까? 아니겠지? 쉽고 수수한 프랑스말을 썼겠지? 이 나라 글꾼과 솜씨꾼(전문가)은 어떤 말글을 혀에 얹고 손에 담는지 돌아볼 노릇이다. 풀을 보면서 ‘풀’이라 말하지 못 한다면, 풀빛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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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1.


《숲 속의 가게》

 하야시바라 다마에 글·하라다 다케히데 그림/김정화 옮김, 찰리북, 2013.2.8.



구름바다를 본다. 손으로 슥 긁은 듯하다. 바다에서 물결을 바라보면 끝없이 빠르게 흐르는구나 싶고, 마당에서 구름을 올려다보면 천천히 물결빛과 물결무늬를 보여주는구나 싶다. 어느새 거미줄이 곳곳에 나온다. 거미가 집을 짓는다면, 거미한테 잡힐 벌레가 깨어났다는 뜻이요, 풀숲이 싱그러이 흘러가는 철이라는 얘기이다. 모과꽃내음을 흠씬 누린다. 나무 한 그루가 맺는 꽃송이는 해마다 더욱 늘어나 멧새를 더 부르고, 보금자리를 한결 향긋하게 북돋운다. 가볍게 일렁이는 바람과 뜨끈뜨끈 내리쬐는 봄볕을 누린다. 《숲 속의 가게》를 읽었다. 글빛이 곱다. 숲노래 씨가 이따금 손수 쓰는 얘기꽃(동화)도 이처럼 ‘사람 아닌 이웃’이 들려주는 삶인데, 어쩐지 우리나라에서는 ‘사람 아닌 이웃’이 하루를 지으면서 생각을 밝혀서 살림살이를 나누는 줄거리를 짜서 들려줄 수 있는 어른이 확 줄어들었지 싶다. 둘레에서 “이 책(동화·소설) 재미있지 않아요?” 하고 여쭙는 책치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줄거리를 좀처럼 찾을 길이 없다. 서울·큰고장이라는 작은 울타리에서 잿집 사이를 누비는 줄거리에서 멈추는데 무엇이 재미있을까. 거미줄 이야기를 그리지 못 하거나, 박새 노랫가락을 풀어내지 못 한다면, 글(문학)이 아니라고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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