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2023.5.29.

수다꽃, 내멋대로 42 딴청



  어릴 적을 돌아보면, 나로서는 일곱 살까지 신나게 놀던 나날이 있고, 여덟 살에 이르러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 깃든 나날이 있다. 여덟 살에 이르기까지 둘레 어른들이 으레, 거의 날마다, 자주 하던 “그래, 여덟 살 때까지는 내버려 둬. 그때까지는 실컷 놀아야지.” 같은 말이 있다. 더 옛날에는 더 달랐겠지. 더 옛날에는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 ‘딴짓·딴청’이라 여기지 않고 ‘놀이’나 ‘소꿉’이라 여겼다. 그러나 ‘틀’에 가두려 하면 모든 놀이·소꿉은 그만 ‘딴짓·딴청(주의력 결핍)’으로 여기면서 ‘나쁜짓(태도 불량)’으로 못박더라. 아무래도 ‘틀(제도권·학교·군대·감옥·정부·사회)’이라는 눈으로는 이렇게 보겠지. ‘틈(자유·기회·시간·소통·대화)’을 두지 않는 ‘틀·굴레’이기에 ‘단단’하게 ‘틀어막’고 ‘틀어쥔(거머쥔)’다. 사람들 넋(영혼)을 틀어쥐어서 마음대로 부리려 하는 나라이다. ‘틈(자유·기회)’이 없으니, ‘틔울(싹틔울)’ 수 없고, ‘틈(시간·대화)’이 없으니, ‘열(생각을 열·말길을 열)’ 수 없다. 우리가 배움터(학교)를 따로 세워서 겪은 지는 이제 고작 온해(100년)이다. 온해 앞서라 하더라도 누구나 배움터를 다니지 않았고, 가난하거나 종(노예·백성·천민)이라는 자리에 있던 사람은 얼씬조차 못 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잊거나 모르는데, 1400년대에 세종임금이 훈민정음이란 글을 지었다고 하더라도, 이 글을 배우거나 구경할 수 있던 사람은 한줌(1%)조차 안 된다. 한문을 익혀서 쓰던 나리(권력자)가 아니면 훈민정음을 듣거나 배울 길이 없었다. 종살이(노예살이·농부·천민)를 하던 사람들은 언제나 짓밟힌 삶이었고, 종이나 붓은 만질 수 없었고, 종이랑 붓은 너무 비싸기까지 했고, 종(노예·백성·천민)으로 살던 사람들은 나리(양반·사대부·권력자)가 쓰는 글을 어깨너머로 구경하려다가 들키면 볼기(곤장)를 얻어맞거나 목숨까지 잃었다. ‘훈민정음·정음·언문·암클’은 1900년대에 접어들 즈음까지 참말로 ‘아무나 못 배우고 못 쓰던, 숨죽이던 글’이다. 나는 1993년에 푸른배움터(고등학교)를 마쳤는데, 그무렵에는 배움터에서 이 대목을 가르쳐 주었고, 적잖은 책에 이 대목이 나왔지만, 어쩐지 요새에는 이 대목을 안 가르칠 뿐 아니라, 마치 1400년대부터 ‘종(노예·백성·천민)으로 억눌린 숱한 사람들’이 글살이(문자생활)를 할 수 있었다는 듯, 거짓말을 가르치는 분이 부쩍 늘었다. 아무튼, ‘딴짓·딴청’이 무엇인가 하고 헤아려 보면, ‘시키려는 쪽에서 시키는 대로 안 한다’요, ‘심부름을 맡기려는 쪽에서 말하는 대로 안 듣는다’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이제 생각해 보자. 아이들은 왜 딴짓이나 딴청을 할까? 어른이 시키는 일·짓·말이 썩 달갑지 않거나 어렵거나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스스로 생각하고 살필 틈이 있어야 한다. ‘어른들은 다 아는 말’이라지만, ‘아이로서는 다 모르는 말’이기 일쑤이다. 아이 곁에서 ‘한자말이나 영어나 일본말씨’를 손질하거나 걸러야 하는 까닭을 다들 제대로 모르는데, 아이들한테 너무 어려워서 뭔 소리인지 알 길이 없거든. ‘어른들이 교과서나 책으로 적은 글’은 ‘아이한테는 뜬구름잡는 헛소리’이거나 ‘우격다짐으로 외워야 하는 굴레’이곤 하다. ‘숲·숱하다·수북하다·수박·수수하다·수두룩하다·쉽다·쉬다·숨·숨다’는 말밑이 같으며 얽힌다. ‘스스로·스승·스님’도 말밑이 같으며 얽히는데, ‘숲·스스로’는 만난다. 아주 쉬워 흔한 우리말은, 서로 잇닿으면서 생각을 북돋우고 틔우며 연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 곁에서 ‘쉽고 수수한 우리말’을 써야, 어른으로서도 어질게 철이 들고, 아이로서도 즐겁게 소꿉놀이를 하면서 마음틔움·생각열기·사랑나눔으로 뻗게 마련이다. ‘집(보금자리·살림터)’이라면 가두지 않는다. ‘틀(학교·군대·감옥·정부·사회)’이라면 가둔다. ‘집’은 심부름이나 시킴질이 안 흐르는, 함께 짓고 가꾸고 일구어 나누는 ‘날개’이다. ‘틀’은 오직 심부름과 시킴질이 판치면서, 외워야 하고 똑같아야 하고 따라가야 하는 ‘수렁’이다. 아이들은 차림옷(교복)을 입으면 안 된다. 똑같은 옷을 맞춰 입히는 데는 ‘틀’인데, 이런 틀은 ‘학교·군대·감옥·정부’인걸. 옷과 몸짓과 말이 틀에 박히면 ‘날개(자유·민주·평화·평등)’를 못 편다. 마음껏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때라야, 날개를 펴면서 틈을 내어 철빛을 읽는 어른으로 자라날 만하다. 틀로 틀어쥐어 억누르고 똑같이 맞추면, 틀에 박히고 말아 마음도 생각도 사랑도 살림도 집도 없이 ‘학생·회사원·지식인’이라는 굴레에 갇혀서 종살이로 흐른다.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른 몸짓·말짓·눈짓’은 ‘딴짓(다른 짓)’을 해야 맞다. 손가락도 꼬물거리고, 발가락도 꼼지락거리면서 놀아야 아이답다. 아이 아닌 어른도 매한가지이니, 얌전히 앉아서 듣기만 하거나 외우기만 해서는 둘 다 갇힌다. 이른바 ‘수업·강의’에서도 왁자지껄 떠들고 수다를 펴면서 생각과 마음을 주고받아야 ‘교사(강사)·학생’ 모두 날개를 펴며 신나게 새길을 배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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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자 삶창시선 35
윤재철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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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 숲노래 문학비평 2023.5.30.

노래책시렁 337


《거꾸로 가자》

 윤재철

 삶창

 2012.11.23.



  남들처럼 가야 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안 가기에 가야 하지 않습니다. 남이야 가건 말건,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나아갈 길을 바라보면서 가면 됩니다. 내가 가는 길에 이웃이 갈 수 있어요. 내가 가는 길이되 이웃이 안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숨결을 입고서 살아가기에, 때로는 만나고 때로는 헤어집니다. 어느 길이건 배웁니다. 나쁘거나 낫지 않습니다. 어느 길이건 삶입니다. 이쪽에 서야 좋지 않고, 저쪽에 서니 나쁘지 않아요. 금을 긋지 말아요. 새도 나비도 나무도 풀도 금을 안 긋습니다. 바다에 고래만 살지 않고, 새우나 거북만 살지 않아요. 다 다른 숨결은 서로 다르게 어우러집니다. 《거꾸로 가자》를 읽다가 “미루나무 이파리 오르가슴” 같은 글줄을 읽으며, 이런 ‘다른 길’이 아니라 ‘궂은 길’일 텐데 싶더군요. 궂은 눈길을 걷어낼 적에 금긋기가 사라집니다. 궂은 손길을 치울 적에 끼리끼리 뭉치지 않습니다. 궂은 발길을 멈출 적에 쪼개거나 가르지 않습니다. 누구나 “길을 가면” 됩니다. 스스로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을 바라보면서, 궂긴 굴레를 스스로 느껴서 털면 됩니다. 천천히 걷고, 비를 맞고, 꽃내음을 맡고, 개미하고 동무하고, 참새하고 속삭일 적에, 비로소 모든 길은 거꾸로 아닌 노래로 갑니다.


ㅅㄴㄹ


나는 거꾸로 가자 / 예측 불가능하게 가자 / 벌거벗은 몸뚱이로 가자 / 저 강변 항하사 같은 금모래밭 / 남풍에 반짝이며 팔랑이는 미루나무 이파리 / 그 오르가슴을 나는 잊지 못한다 (거꾸로 가자/39쪽)


아하 아하 우리 어릴 적 흔히 먹던 것 / 우린 그냥 호박 나물이라 했는데 / 눈썹 자 붙이니 이름이 참 이쁘구만 / 호박 눈썹 나물이라 / 근데 요즘 아이들은 / 왜 그렇게 호박을 싫어하는지 / 밋밋하대나 어쩌대나 (호박 눈썹 나물/51쪽)



《거꾸로 가자》(윤재철, 삶창, 2012)


창의는 눈물에서 나오는 것

→ 새빛은 눈물에서 나온다

→ 새물결은 눈물에서 나온다

18쪽


삶은 단지 노역이 아니러니

→ 삶은 그저 고되지 않으니

→ 삶은 한낱 막일이 아니러니

27쪽


그녀는 알레고리에 익숙하다 판타지에 익숙하다

→ 이이는 돌림말에 익숙하다 꿈길에 익숙하다

→ 이녁은 견주어야 익숙하다 꿈누리에 익숙하다

38쪽


참고서대로 남녀 간 잠자리의 즐거움을 넉자배기로 말하라 했더니 야단법석이다

→ 도움책대로 즐거운 순이돌이 잠자리를 넉배기로 말하라 했더니 왁자지껄이다

52쪽


대추나무 묘목 한 그루

→ 어린 대추나무 한 그루

71쪽


내가 옥에서 나왔을 때

→ 내가 멍에를 나왔을 때

→ 내가 굴레를 나왔을 때

10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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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지적 指摘


 지적을 받았다 → 손가락질을 받았다 / 화살을 받았다

 이렇다 할 지적이 없다 → 이렇다 할 말이 없다

 불필요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쓸데없었다고 나무란다


  ‘지적(指摘)’은 “1. 꼭 집어서 가리킴 2. 허물 따위를 드러내어 폭로함”을 가리킨다지요. ‘가라사대·가로다·말하다·말씀·밝히다’나 ‘가르치다·가리키다·건드리다·집다·짚다·콕·찌르다’나 ‘깨우다·깨우치다·일깨우다·키잡이’로 손질합니다. ‘꼬집다·따지다·따갑다·따끔하다·따따부따·뜨끔하다’나 ‘꾸중·꾸지람·꾸짖다·나무라다·핀잔·호통’으로 손질하고, ‘높소리·높은소리·다그치다·큰소리·화살’로 손질하면 돼요. ‘드러내다·여쭈다’나 ‘삿대질·손가락질·타박·트집·흉보다’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지적’을 넷 더 싣는데 다 털어냅니다. ㅅㄴㄹ



지적(知的) : 지식이나 지성에 관한 것

지적(地積) : 땅의 넓이

지적(地籍) : [행정] 토지에 관한 여러 가지 사항을 등록하여 놓은 기록. 토지의 위치, 형질, 소유 관계, 넓이, 지목(地目), 지번(地番), 경계 따위가 기록되어 있다

지적(指笛) : 손가락으로 부는 피리. 또는 손가락으로 부는 휘파람.전체 보기



더욱이 그 기분의 원인을 확실히 알고 있으면, “또 부부싸움을 했군.” 하면서 구체적으로 원인을 지적할 수도 있을 테고, 역으로 기분을 감잡아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 두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 더욱이 그렇게 느끼는 까닭을 잘 알면, “또 둘이 싸웠군.” 하면서 콕 집어서 무엇 때문인지 말할 수도 있을 테고, 거꾸로 어림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때도 있다

→ 더욱이 그런 마음을 깊이 알면, “또 둘이 싸웠군.” 하면서 무엇 때문인지 낱낱이 말할 수도 있을 테고, 오히려 어림해서 그대로 놓아 두는 때도 있다

《일본인의 집단(나카마) 의식》(요네야마 도시나오/김필동 옮김, 소화, 1997) 13쪽


선한 인간성을 파괴하는 것은 반성적 사고의 상실과 획일적인 전체주의라고 지적했다

→ 뉘우칠 줄 모르고 틀에 가두면 착한 마음이 무너진다고 짚었다

→ 돌아볼 줄 모르고 짓누를 적에는 착한 숨결이 망가진다고 했다

《교양인을 위한 세계사》(김윤태, 책과함께, 2007) 172쪽


네 단점들을 지적할 수 있게 해줘

→ 네 흉을 꼬집고 싶어

→ 네 허물을 까고 싶어

→ 네 바보짓을 긁고 싶어

《심술쟁이가 뭐 어때?》(찰스 M.슐츠/김철균 옮김, 종이책, 2007) 82쪽


감독 자체가 형식적이라는 점도 지적해야 합니다

→ 겉치레로 살피는 대목도 따져야 합니다

→ 시늉으로 살피는 대목도 짚어야 합니다

→ 아무렇게나 살피는 대목도 나무라야 합니다

→ 하는 척하며 살피는 대목도 꾸짖어야 합니다

《10대와 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이수정, 철수와영희, 2015) 39쪽


초등학생이냐? 라고 지적하고 싶었지만

→ 어린이냐? 하고 따지고 싶지만

→ 아이냐? 하고 짚어 주고 싶지만

《카나타 달리다 5》(타카하시 신/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19) 56쪽


말이 유창해져 스트레이트로 지적하다 보니

→ 말을 잘하며 바로바로 짚다 보니

→ 말을 술술 하며 곧바로 따지다 보니

《나를 조금 바꾼다》(나카가와 히데코, 마음산책, 2019) 34쪽


이런 지적도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 이렇게 짚어도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 이리 가리켜도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 이리 알려줘도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행복한 타카코 씨 4》(신큐 치에/조아라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0)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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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절세 絶世


 절세의 영웅 → 빼어난 꼭두

 절세의 재주를 얻었다고 → 꽃재주를 얻었다고

 절세한 재주 → 뛰어난 재주

 용모가 절세하다 → 잘생겼다


  ‘절세(絶世)’는 “세상에 견줄 데가 없을 정도로 아주 뛰어남”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빼어나다·뛰어나다·대단하다·훌륭하다’로 손볼 만합니다. ‘아름님·별님·반짝님·멋님’이나 ‘고운이·고운순이·고운돌이·고운님’으로 손봐도 어울립니다. ‘멋스럽다·간드러지다·산드러지다’나 ‘매끄럽다·매끈하다’나 ‘꽃같다·꽃낯·꽃·사랑꽃·사랑빛’으로 손볼 만하고, ‘눈부시다·반짝이다·아름답다·예쁘다’나 ‘곱다·새꽃·새별·샛별·하늘꽃·한꽃’으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절세’를 셋 더 싣는데, 중국말은 털고, 끊는다면 ‘끊다’라 하고, 덜 낸다면 ‘아끼다’라 하면 되어요. ㅅㄴㄹ



절세(折稅) : [역사] 중국에서, 세금을 물품으로 대신 납부하던 일

절세(絶世) : 세상과 인연을 끊음

절세(節稅) : 세금을 덜 냄



누나가 절세의 미인이 아닌 건 확실하잖아

→ 누나가 대단히 예쁘진 않잖아

→ 누나가 아름순이는 아니잖아

→ 누나가 꽃낯이지는 않잖아

→ 누나가 반짝이지는 않잖아

《심술쟁이가 뭐 어때?》(찰스 M.슐츠/김철균 옮김, 종이책, 2007) 17쪽


절세까진 아니지만 미인을 죽이다니 무슨 짓이냐

→ 빼어나진 않지만 꽃순이를 죽이다니 무슨 짓이냐

→ 대단하진 않지만 꽃아이를 죽이다니 무슨 짓이냐

《아르슬란 전기 2》(다나카 요시키·아라카와 히로무/김완 옮김, 학산문화사, 2014) 114쪽


어떤 절세미인인가 했더니 저 정도면

→ 얼마나 아리땁나 했더니 저쯤이면

→ 얼마나 어여쁜가 했더니 저만하면

→ 얼마나 고운가 했더니 저러하면

《꿈의 물방울, 황금의 새장 2》(시노하라 치에/이지혜 옮김, 학산문화사, 2015) 99쪽


A나라에서 온 절세미인 신부가 바로 오돈치메그예요

→ ㄱ나라에서 온 아름순이가 바로 오돈치메그예요

→ ㄱ나라에서 온 고운순이가 바로 오돈치메그예요

→ ㄱ나라에서 온 아름이가 바로 오돈치메그예요

《금의 나라 물의 나라》(이와모토 나오/김진희 옮김, 애니북스, 2017) 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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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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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 숲노래 문학비평 2023.5.30.

노래책시렁 336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열림원

 1998.6.30.



  우리말 ‘아름답다’에서 ‘아름’은 “안는 품”이요, ‘내가 스스로 팔을 한껏 뻗어서 가득 받아들이는 너비’입니다. ‘아름’이라는 낱말은 ‘아·알’로 말밑을 이으니, ‘알 = 알다 = 깨닫다 = 안다 = 품다 = 아름 = 나’이기도 합니다. ‘내가 나로서 태어나는(알에서 깨는)’ 길을 스스로 보고 느껴서 받아들일 적에 비로소 ‘알다·깨달음’이요, 이러한 결을 풀어내면서 ‘한 아름’을 품는 몸짓이 ‘아름답다’예요. 그러니, 누구나 ‘혼자(하나)인 줄 알’면 누구나 스스로 ‘아름답’습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를 다시 읽어 보면서, 이 꾸러미가 얼마나 허울스러운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누구나 혼자이기에 아름답습니다. 혼자 스스로 저마다 아름답기에, 다 다르게 아름다운 둘이 만나서 사랑을 새롭게 꽃피워 아기(알)를 낳아 돌볼 수 있어요. ‘혼자는 안 아름답다’고 읊는 사람이 있다면, 이이는 거짓말을 퍼뜨린다고 할 만합니다. 누구나 혼자(홀로·하나)이기에 아름답습니다. 사랑은, 두 아름(혼자)이 새길을 깨달으면서 둘레에 새빛을 퍼뜨리고 샘물을 길어올리는 보금자리를 짓는 길에서 눈부시게 자라곤 합니다. 하나(혼자)로 태어나는 아기가 안 아름다울까요? ‘허울’을 벗어냐 ‘하늘(하나)’을 참답게 봅니다.


ㅅㄴㄹ


당신을 처음 만나고 나서 비로소 /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다는 걸 알았지요 / 사랑한다는 것이 아름다운 것인 줄 알았지요 (리기다소나무/21쪽)


그날부터 나는 삶은 밤은 먹지 않았다 / 누가 이 지구를 밤처럼 삶아 먹는다면 / 내가 한 마리 밤벌레처럼 죽을 것 같아서 / 등잔불을 올리고 밤에게 용서를 빌었다 (밤벌레/53쪽)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정호승, 열림원, 1998)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 파란 바다가 고래를 헤아려 파란 줄

→ 파란 바다가 고래 때문에 파란 줄

20쪽


보다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 바다 쪽으로 더 뻗어나간

→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21쪽


똥을 눈다는 것이 그 얼마나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 똥을 눠서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를

→ 똥을 누니 이 얼마나 고마운가를

67쪽


눈물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

→ 고마운 눈물을 알았다

→ 눈물이 고마운 줄 알았다

6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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