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슈퍼 20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토요타로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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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6.12.

책으로 삶읽기 824


《드래곤볼 슈퍼 20》

 토요타로 그림

 토리야마 아키라 글

 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4.20.



《드래곤볼 슈퍼 20》(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3)을 읽었다. 이제 그야말로 다 끝낼 때일 텐데 싶다. 더 그려야 할 이야기란 무엇일까? ‘툭탁질(격투신)’을 그리고 싶은가? ‘새얼굴(새 캐릭터)’을 집어넣고 싶은가? 어쩌면 ‘손오공 엄마’ 이야기까지 꾹꾹 채울 이야기를 잔뜩 그리면서 늘어뜨리고 싶을는지 모르리라. 이러면서 ‘손오공 할아버지에 할머니’까지 끼워넣을 수 있겠지. 누가 나와도 매한가지이다. 힘으로 윽박지르려 하면 스스로 힘(몸)이 닳아서 빨리 늙고 곧바로 죽는다. 힘이 아닌 기운을 끌어낼 적에는 마음으로 새롭게 깨어나기에 스스로 빛나면서 죽음이 아닌 살림이라는 숨결이 되게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온누리(우주)는 싸움이 아닌 사랑이 바탕인데, ‘드래곤볼 슈퍼’처럼 ‘슈퍼’란 이름을 붙이는 줄거리조차 쌈박질에서 헤매는 판이다. 아무튼 1990년부터 2023년까지 다 사서 읽기는 했는데, ‘무의식의 극의’처럼 자꾸 말장난으로 가려는 짓은 멈추고 ‘끝나지 않는 끝’이 아니라 ‘끝맺음’을 할 줄 알기를 빌 뿐이다.



“네놈의 무의식의 극의는 어떻지? 변한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어서 답을 내라.” (15쪽)


“그쪽 무의식은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해야 하지만, 이쪽은 내가 가진 있는 그대로의 감정으로도 쓸 수 있거든. 지금의 내 마음은, 평온하지 않아서 말이지.” (31쪽)



오공 씨의 친구 분인 듯하여, 이번만 특별히입니다

→ 오공 씨 동무 분인 듯하여, 오늘만입니다

→ 오공 씨 아는 분인 듯하여, 딱 하루만입니다

139쪽


오늘 하려던 사업 미팅은 취소하지. 작은 착오가 있어서

→ 오늘 하려던 일 얘기는 그만두지. 조금 잘못이 있어서

127쪽


이 나이가 돼서 능력이 개화할 줄이야

→ 이 나이가 돼서 힘을 열 줄이야

→ 이 나이가 돼서 눈을 뜰 줄이야

103쪽


난 이제 누구에게도 복수하지 않아

→ 난 이제 누구한테도 되갚지 않아

→ 난 이제 누구도 받아치지 않아

96쪽


그렇게 계속 농성하고 있을 셈인가

→ 그렇게 버티기만 할 셈인가

→ 그렇게 뻗대기만 할 셈인가

27쪽


하하하하, 자멸했나

→ 하하하하, 내던졌나

→ 하하하하, 던졌는가

→ 하하하하, 바보인가

23쪽


자, 곤란하지? 내게 대미지는 전투를 위한 연료다

→ 자, 어렵지? 내 생채기는 싸우는 기름이다

→ 자, 까다롭지? 나는 다치면 불타올라 싸운다

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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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6.12. 돌아와서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바라고, 바라는 사람은 하늘을 바라보고,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은 바람을 마시고, 바람을 마시니 바다에서 피어난 구름을 받아들이고, 구름이 뿌리는 빗물을 받아들이니 배가 든든하면서 반기고, 반가이 일어나는 마음은 새삼스레 오늘을 바꾸는 바탕을 이룹니다.


  멀리 있는 땅은 ‘밭’이 아닙니다. 요새는 ‘먼밭’도 일군다지만, ‘밭다·바투’라는 낱말처럼, 보금자리 곁에 붙은 땅만 ‘밭’이라 했습니다. 바탕을 이루는 삶이란 먼발치에서 찾는 길이 아닌, 언제나 스스로 ‘내가 나를 바라보는 마음(바람)’에서 일어나는데, ‘바라다·바람’이란 ‘파랑·하늘바람’하고 맞물립니다.


  이런저런 ‘흔하고 쉬워 수수한 우리말’을 혀에 얹고 생각을 기울이면 모두 스스로 저마다 다르기에 즐겁게 이룹니다. 부산에서 이틀을 묵고 고흥으로 돌아온 엊저녁부터 꽤 길게 드러누웠어요. 온몸을 펴야 살아나거든요. 다가오는 흙날(6.17.)에는 서울로 가고, 어쩌면 해날(6.18.)에는 인천으로 건너가서 “우리말 말밑수다”를 이을 듯싶습니다.


  보름에 걸쳐 ‘길나무(가로수)’ 이야기를 “그림책 밑글”이자 ‘짧은 동화’로 썼습니다. 곁님이 곰곰이 읽고서 한 마디 들려줍니다. 살을 확 붙여 ‘소설’로 바꾸든지 ‘이야기’를 더 처내어 단출히 하라고 얘기합니다. 마당에 빨래를 널며 생각해 보는데, 둘 다 해야겠구나 싶어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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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왕 수바: 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50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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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6.12.

그림책시렁 1246


《태양왕 수바, 수박의 전설》

 이지은

 웅진주니어

 2023.5.15.



  길들면 버릇으로 가기에 몸이 뻣뻣합니다. ‘길듦·버릇·굳음’은 ‘스스로 새롭게 움직이려는 마음’하고 멀어요. 오늘 우리가 쓰는 말은 아직 ‘우리말’이 아닌, ‘일제강점기에 쳐들어온 굴레’입니다. 시골사람이 예전에 ‘태양·왕·전설’ 같은 한자말을 썼을까요? 시골말은 ‘해·임금·이야기’입니다. 재미난 줄거리를 재미나게 즐기려 한다면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재미’란 ‘재(잿더미)’가 말밑이요, ‘가볍게 날렸다가 부질없이 사라지는 허울’을 나타냅니다. 재미는 잿더미나 ‘장난’에 머물다가 사라지기에, ‘즐거움’이 아닌 ‘재미’로 기울면 ‘생각하지 않아 길들어, 참빛과 속마음을 잊는 굴레’로 나아가요. 《태양왕 수바, 수박의 전설》을 읽으면, 할머니가 수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송합니다. ‘수박’을 다들 진작부터 심었다면 알 테고, 끝맺음에 나오듯 ‘골골샅샅 수박씨가 퍼졌다’란 얼거리는 엉뚱합니다. 빈틈없이 틀을 짜야 하지는 않겠으나 ‘수바·수박’으로 벌이는 말장난을 하려면 ‘삶자취’를 제대로 보아야 할 노릇입니다. ‘수박’은 ‘슈룹·수북·숲·수수하다’하고 얽힌 이름입니다. 그림님이 ‘수박’ 말밑을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수’가 붙은 오랜 우리말은 ‘돌봄’을 나타냅니다. ‘핏빛’을 닮은 살점으로 우리를 돌봐 주는 열매가 ‘수박’입니다.


ㅅㄴㄹ


《태양왕 수바》(이지은, 웅진주니어, 2023)


태양 왕 수바입니다

→ 해임금 수바입니다

13쪽


일단 제 얘기를

→ 먼저 제 얘기를

13쪽


아까부터 잘 듣고 있었다

→ 아까부터 잘 듣는다

13쪽


하늘나라의 생명을 보살피는 용입니다

→ 하늘나라 숨결을 보살피는 미르입니다

13쪽


큰 생명부터 작은 생명들까지 고루 잘 보살필 수 있지요

→ 큰 숨결부터 작은 숨결까지 보살필 수 있지요

→ 큰 숨빛부터 작은 숨빛까지 고루 볼 수 있지요

14쪽


그러려면 큰 제사상이 필요해요

→ 그러려면 비나리판을 해야 해요

20쪽


제 기도가 부족했습니다

→ 제 비손이 모자랐습니다

→ 제대로 못 빌었습니다

26쪽


배를 한 척 구해 주십시오

→ 배를 하나 빌려 주십시오

27쪽


이 은혜는 보물로 꼭 갚겠습니다

→ 이 사랑은 빛으로 꼭 갚겠습니다

→ 고마우니 돈으로 꼭 갚겠습니다

27쪽


바다의 신께서 응답을 주시고 계십니다

→ 바다님이 메아리를 해주십니다

→ 바다님이 말씀해 주십니다

28쪽


이 안에 있습니다

→ 여기 있습니다

→ 이곳에 있습니다

40쪽


혼자 수박을 꿀꺽하려는 건 아닐까요

→ 혼자 수박을 꿀꺽하려는 셈 아닐까요

→ 혼자 수박을 꿀꺽하지 않을까요

45쪽


약속대로 용의 보물을 드리겠습니다

→ 말씀대로 미르빛을 드리겠습니다

51쪽


수박 안에 씨가 얼마나 많던지

→ 수박에 씨가 얼마나 많던지

60쪽


팔도강산이 수박으로 넘쳤지 뭐야

→ 온나라가 수박으로 넘쳤지 뭐야

→ 나라가 수박으로 넘쳤지 뭐야

→ 골골샅샅 수박으로 넘쳤지 뭐야

60쪽


이것은 수박의 전설이여

→ 이렇게 수박 이야기여

→ 수박 옛이야기여

6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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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놀틈 (2023.6.9.)

― 부산 〈오래서점〉



  모든 길은 ‘첫걸음 + 두걸음’이라고 느낍니다. 왼발이건 오른발이건 첫발을 내딛고서, 다른 발로 새발을 뻗습니다. 두 발을 나란히 디디면서 새길을 나아갑니다. 외발로도 걸을 수 있을 테지만, 왼발·오른발을 나란히 옮기지 않을 적에는 기우뚱하거나 흔들리거나 쓰러지거나 자빠지기 좋습니다.


  새는 왼날개·오른날개를 나란히 펼쳐서 바람을 탑니다. 나비도 두 날개를 팔랑여요. 그런데 우리는 ‘둘’이라는 대목을 자꾸 놓치거나 멀리하거나 싫어하기까지 합니다. 내가 왼쪽에 서면 너는 오른쪽에 섭니다. ‘나’를 마주하는 쪽이기에 ‘너’이거든요. 내가 오른쪽을 걸으면 너는 왼쪽을 걷지요. 마주보는 둘은 ‘선자리’가 달라 보일 뿐, 언제나 같습니다.


  내 마음대로 네가 따라와야 하지 않고, 네 뜻대로 내가 따라가야 하지 않아요. 다만, 둘은 이야기를 할 적에 즐겁습니다. 우리말 ‘이야기 = 말을 잇는 길 = 주고받는·나누는 말’을 나타냅니다. 혼자만 떠들면 이야기일 수 없이 혼잣말입니다. 나도 말하고 너도 말하면서 생각을 이어가는 길을 살리려 하기에 이야기입니다.


  어른이란 사람이 있으려면 반드시 아이란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라는 숨결이 빛나려면 꼭 어른이란 숨빛이 철들어야 합니다. 어른은 아이 곁에 있기에 슬기로이 살림을 짓고, 아이는 어른하고 함께살기에 즐겁게 사랑을 노래합니다.


  부산 〈오래서점〉으로 마실을 갑니다. 부산 사상나루에 내려 길을 어림하자니, 338버스를 타고서 하단나루로 건너갈 만하군요. 하단나루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면 〈오래서점〉 가까이에 내립니다. 책집이 깃든 곳은 새로 터를 닦고서 높이높이 잿집을 올리는 마을이지 싶어요. ‘새마을’에 ‘오래책집’이란 새삼스레 어울립니다. ‘새로 올리는 마을’이니 ‘오래 헤아리는 마음’을 심을 만해요.


  서울(도시)에 깃들어 일자리를 찾건, 시골에 스며들어 논밭을 품든, 우리는 먼저 놀틈을 누릴 노릇입니다. 적어도 세 해를 실컷 놀거나, 열 해쯤 느슨히 놀아 본 사람들은 오래오래 아름다이 일할 만해요. ‘놀틈’을 모르는 사람은 이웃하고 일할 적에 ‘쉴틈’을 내지 않게 마련이라, 서로 지치고 고단해요.


  놀틈을 누리는 어른이기에 아이들도 곁에서 함께 느긋이 놀면서 풀꽃나무랑 해바람비랑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마음을 가꿀 수 있어요. 놀틈을 누리는 어른이라면 이 삶이란 날마다 새롭게 배우면서 꿈을 사랑스레 씨앗으로 마음에 묻어서 서로서로 생각을 밝혀 활짝 웃음짓는 ‘별잔치’인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놀려고 이 별에 태어났습니다. 느긋이 잘 논 사람들이 사랑을 맺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ㅅㄴㄹ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구로카와 유지/안선주 옮김, 글항아리, 2022.3.11.)

《나의 원피스》(니시마키 가야코/손정원 옮김, 한국몬테소리, 2001.1.5.)

《양치기 바바주》(안네트 티종·탈루스 테일러 글·그림/글샘터 옮김, 빛샘, 2012.1.20.)

《바바브라이트의 시계》(안네트 티종·탈루스 테일러 글·그림/글샘터 옮김, 빛샘, 2012.1.20.)

《바바보의 멋진 항아리》(안네트 티종·탈루스 테일러 글·그림/글샘터 옮김, 빛샘, 2012.1.20.)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김종철, 개마고원, 1999.4.5.)

《李庸岳詩全集》(이용악, 창작과비평사, 1988.6.15.)

《달넘세》(신경림, 창작과비평사, 1985.10.10.)

《조국의 하나다》(김남주, 실천문학사, 1987.11.15.첫/1993.12.15.개정판)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윌리엄 스테이그/박향주 옮김, 한국프뢰벨주식회사, 1994.9.첫/2022.4.2.중판)

《우리 정말 친한 단짝 친구!》(로렌 차일드/문상수 옮김, 국민서관, 2010.10.25.)

《걱정 마, 정말 정말 조심할게!》(로렌 차일드/김난령 옮김, 국민서관, 2009.3.20.)

《나 정말 아프단 말이야》(로렌 차일드/김난령 옮김, 국민서관, 2008.2.25.)

《내가 이겼어, 아냐 내가 이겼어!》(로렌 차일드/김난령 옮김, 국민서관, 2008.11.25.)

《진짜야, 내가 안 그랬어》(로렌 차일드/김난령 옮김, 국민서관, 2007.3.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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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살리는 문학 - 일생동안 어린이 문학을 일구고 가꾼 이오덕의 유고 평론집
이오덕 지음 / 청년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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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곁에서 / 이오덕 읽는 하루

― 쓴풀은 마음을 씻고



《삶·문학·교육》

 이오덕 글

 종로서적

 1987.8.20.



  《삶·문학·교육》(이오덕, 종로서적, 1987)은 얼핏 ‘쓴풀’ 같습니다. 그러나 풀을 알고 보면 어디에도 쓴풀은 없습니다. 온누리 모든 풀은 언제나 ‘풀’입니다. 우리 스스로 풀을 풀로 바라보지 않은 탓에 ‘잔풀(잡초)’이라 여기고, ‘몹쓸풀’이라 말하기도 하고, ‘쓴풀’이라고 내치다가 멀리할 뿐입니다.


  풀은 다 다릅니다. 똑같은 풀은 없습니다. 풀은 저마다 온누리를 푸르게 살리면서 품는 노릇입니다. 크고작은 숱한 풀이 돋아서 땅바닥을 덮기에 빗물이 흘러도 흙이 안 쓸려요. 풀이 흙바닥을 푸근히 덮기에 나무씨앗이 움트고 줄기를 올리면서 숲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모든 풀은 그저 풀입니다. 다 다른 풀을 나물로 삼아 보면, 다 다른 터라 다 다른 맛과 내음과 숨결과 기운을 우리한테 베풀어요. 그런데 오늘날 이 나라를 보면, 다 다르게 돋는 풀을 다 다르게 바라보거나 맞아들이지 않기 일쑤예요.


  가게에 놓는 나물이나 남새를 봐요. 모두 똑같이 생긴 ‘공산품’이지 않나요? 다 다른 땅에서 다 다르게 돋으면서 우리 몸에 다 다르게 이바지할 풀이 아닌, 비닐을 씌운 땅에서 풀죽임물(농약)에 죽음거름(화학비료)에 꼭짓물(수돗물)을 머금으면서 ‘똑같은 크기·빛깔·모습’으로 틀에 짜맞추고 맙니다.


  “몸을 살리는 풀은 입에 쓰다” 같은 옛말이 있습니다만, “살림풀이 입에 쓴 까닭”은 오직 하나예요. 여느때에 ‘살림풀’을 멀리한 터라, ‘살림풀맛’을 잊다가 잃었거든요.


  갓 태어나서 당근이나 배춧잎을 입에 물고서 놀던 아기는 어린이로 자라고 어른이 되면 당근이며 배추를 즐겁고 달게 누려요. 갓 태어나서 맨발에 맨손으로 흙바닥을 뒹굴고 풀밭에서 기어다니며 놀던 아이는 무럭무럭 크는 동안 모든 풀내음이 다 다른 풀빛으로 우리 곁에 있는 줄 온몸으로 알아채고 받아들여서 ‘푸른님’으로 노래하는 살림을 일굽니다.


  한때 ‘설탕수박’ 같은 이름으로 ‘더 달아야 맛난 수박’이라고 여기더니, 어느새 ‘꿀수박’처럼 ‘더더욱 달아야 맛나고 좋은 수박’이라고 여깁니다. 이제는 들딸기나 멧딸기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조차 드물어요. 모든 딸기는 첫봄인 3월에 ‘겨울을 난 덩굴줄기’가 새삼스레 옅푸르게 번지면서 한봄인 4월에 천천히 흰꽃을 피운 다음, 늦봄인 5월부터 꽃이 지며 빨갛게 영글어 열매를 맺습니다. 밭딸기도 매한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서울나라(도시문명사회)에서는 비닐집을 억지로 만들고 겨우내 기름을 때어 ‘2∼3월’이나 ‘11∼12월’에도 언제나 커다란 딸기알을 맺어서 사고파는 얼거리로 뒤틀렸어요.


  ‘가게딸기’를 딸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 ‘가게딸기’는 ‘기름 때는 비닐집’에서 ‘기름과 꼭짓물과 죽음거름과 풀죽임물을 옴팡 뒤집어쓴 공산품’일 뿐이라고 느낍니다. 허울은 딸기 같되, 막상 딸기라고 여길 수 없는 ‘죽음덩이’를 과일이나 열매나 낟알이나 남새라고 잘못 알면서 스스로 몸을 망가뜨리고 마음도 무너지는 얼거리인 서울나라예요.


  예부터 ‘살림’은 ‘집밥옷 손수짓기’였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살림’이란 우리말을 안 쓰기 일쑤입니다. 한자말 ‘생활(生活)’이 나쁠 수 없습니다. 우리말 ‘살림 = 살리는 일이자 길이나 뜻이자 하루’를 나타내기에, ‘살림’이란 낱말을 안 쓰는 동안, 누구나 스스로 ‘살리는 나’를 잊다가 잃을 뿐입니다.


  《삶·문학·교육》이라는 책은 ‘삶·글·집’을 하나로 마주하면서 바라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삶을 담아야 글입니다만, 오늘날에는 ‘삶이라고 여길 삶’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에는 ‘딸기 흉내인 공산품’만 넘치듯 ‘삶 시늉인 공산품 사회’인 몰골이지 않을까요? 딸기가 아닌 ‘딸기 흉내’를 아무리 배불리 먹는들 참말로 넉넉하거나 즐겁거나 싱그러울 수 없습니다. ‘흉내’는 삶이 아닌 ‘허울’이요, ‘허물’이거든요.


  한 톨을 머금더라도, 들에서 들빛을 머금으면서 빗물을 마시고 햇볕과 별빛으로 자란 들딸기를 손바닥에 얹고서 바라보는 살림일 적에,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살아날 만합니다. 한 숟가락 밥이든, 한 포기 들나물이든, 숲에서 숲빛으로 어우러진 하루를 살아가는 들꽃과 들풀을 건사하는 살림일 적에, 비로소 누구나 저마다 사랑을 깨달을 만합니다.


  숲을 잊은 사람들이 쓰는 글에 숲내음이 날 턱이 없습니다. 서울나라에 스스로 가둔 사람들이 읽는 글에 숲빛이 흐를 까닭이 없습니다. 겉모습이 사람이기에 사람이지 않습니다. 겉모습이 책이기에 책일 수 없습니다. 겉모습은 언제나 ‘허물·허울’이자 ‘시늉·흉내’인 ‘탈’입니다. 탈바꿈을 아무리 하더라도 바탕인 숨결은 고스란하게 마련입니다. 탈바꿈이나 허물벗기가 아니라, 날개돋이를 하는 살림길일 적에 서로서로 사람빛으로 만나서 환하게 웃을 만해요.


  섣불리 ‘어린이문학’을 안 하기를 바랍니다. 어린이한테 섣불리 ‘명작동화’나 ‘추천동화’를 안 읽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를 사랑하는 어른이라면, 서울에서 일하면서 살거나 시골에서 한갓지게 살거나 ‘살림 짓는 하루’를 펴면서 스스로 글을 써서 어린이하고 함께 읽을 수 있기를 바라요.


  ‘문학교육·동화교육’을 받아야 글을 잘 읽거나 쓰지 않습니다. ‘그림책테라피 자격증’이 있어야 그림책을 잘 읽어내거나 어린이한테 읽힐 수 있지 않습니다. ‘교육·자격증’이 아닌 ‘살림·사랑’을 오직 ‘숲·사람’이라는 넋으로 마주하고 품을 적에, 어린이랑 어른이 노래하고 춤추는 기쁘고 신나는 놀이누리를 이뤄요.


  스스로 삶을 짓는 살림을 모르거나 등지기 때문에 베낍(표절·도용·필사)니다. 스스로 사랑을 펴는 숲을 잊거나 멀리하기 때문에 감추고 거짓말을 하고 이웃을 따돌리거나 짓밟습니다. ‘무늬만 딸기인 공산품’을 손사래칠 줄 안다면, ‘무늬만 어린이문학·동화책·그림책인 공산품’을 가볍게 뿌리치면서 아이들하고 이 푸른별을 사랑하는 첫걸음을 내딛겠지요.


ㅅㄴㄹ


아이들이 자연을 몰라도 되는가? 자연을 모르고 자연에서 멀리 떨어져 살 때 사람은 병들고, 도덕적으로 타락한다 … 자연을 등지면 어떤 삶도 원천적으로 뒤틀리게 마련이다 … 우리 겨레가 살아남으려면 그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쳐야 한다. (14쪽)


사람을 기계로 만들고, 사람의 생각을 없애는 세상이 될수록, 이런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생각을 키워 가는 글쓰기 교육을 학교에서고 가정에서고 힘들여 해야겠읍니다. (23쪽)


어린이들에게는 참된 평화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민주적 삶의 세계를 보여주어야 한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삶을 애타게 구하고 찾도록 해야 한다. (86쪽)


어른들이 덮어씌우는 가르침에 병들지 않는다면 어린이의 눈과 마음은 언제나 명확하게 세상의 진리를 바로 보고 깨닫는다. (118쪽)


어떤 사람은 아동문학에서 교훈성을 경계하면서, 교훈적인 얘기는 동화가 될 수 없고, 아이들도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거의 모든 옛이야기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선명하게 드러낸 것이지만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가! (134쪽)


본디 인간의 일은 즐거운 놀이와 같은 것이었다고 본다. (일이 고통스러운 것이 되었다면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린애들이 부모가 하는 일을 따라하고 싶어하는 것을 보면 곧 알 수 있다. 엄마가 빨래를 하는 것을 본 아기는 저도 손수건을 물에 담가 빨고 싶어하고, 아버지가 짐을 져 나르는 것을 보면 저도 지게를 지고 싶어한다. (269쪽)


마을 앞에 높이 달아 놓은 확성기와 일하는 논밭에까지 갖다 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경박한 노래소리가 새소리와 물소리, 벌레소리, 바람소리, 풀잎 흔들리는 소리들을 압도해서 온통 마을을 울리고 골짜기를 뒤흔들고 있으니 도대체 이게 무슨 꼴입니까. (28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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