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당연 當然


 소가 버는 것은 당연히 버는 거고 → 소는 마땅히 벌고

 동생을 근심하는 건 당연하지요 → 동생을 근심하면 옳지요

 겁을 먹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 무서워 할 만도 하다고

 일이 다르면 당연히 몫도 달라야 → 일이 다르면 마땅히 몫도 달라야

 귀띔을 했으면 당연히 무슨 말이 있어야 → 귀띔을 했으면 으레 무슨 말이 있어야


  ‘당연하다(當然-)’는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마땅히 그러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당연하다 = 마땅하다’ 꼴인 뜻풀이입니다. ‘마땅하다’는 “1. 행동이나 대상 따위가 일정한 조건에 어울리게 알맞다 2. 흡족하게 마음에 들다 3. 그렇게 하거나 되는 것이 이치로 보아 옳다”를 가리킨다고 해요. 그래서 ‘당연하다’는 ‘마땅하다·마뜩하다’를 비롯해서 ‘맞다·들어맞다·걸맞다·알맞다’나 ‘꼬박·꼬박꼬박·꼭·꼭꼭·반드시’나 ‘노·노상·늘·언제나·언제라도·으레·한결같이’로 고쳐쓸 만합니다. ‘누구나·누구든지·누구라도·누구도·아무나·아무라도·아무도’나 ‘매우·몹시·무척·아주’로 고쳐쓰고, ‘모두·모조리·몽땅·다·다들’이나 ‘모름지기·뭐·아마·아무래도·어디·음·-이나’로 고쳐써요. ‘보나 마나·다시 말해·따라서·알다시피·알 만하다’나 ‘게다가·가뜩이나·자그마치·참말로·하물며’나 ‘더구나·더더구나·더군다나·더더군다나·더욱이’로 고쳐쓰고, ‘바르다·달다·올바르다·옳다·입바르다·틀림없다’나 ‘곧·그래서·그러니까·그럼·그렇다·그야’로 고쳐써도 어울리지요. ‘이를테면·이런·일쑤·마련’이나 ‘말하자면·더없이·더할 나위 없이·그지없이’로 고쳐써도 되고요, 낱말책은 “≒ 응당하다”처럼 비슷한말을 싣습니다. ‘응당(應當)’을 찾아보면 “1. 행동이나 대상 따위가 일정한 조건이나 가치에 꼭 알맞게 2. 그렇게 하거나 되는 것이 이치로 보아 옳게. ‘마땅히’로 순화”로 풀이해요. 곧 ‘당연하다’뿐 아니라 ‘응당하다’도 ‘마땅하다’로 고쳐쓸 낱말인 셈입니다. 이밖에 낱말책은 네 가지 한자말 ‘당연’을 싣는데 털어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당연(唐硯) : 예전에, 중국에서 만든 벼루를 이르던 말

당연(唐筵) : 예전에, 중국에서 만든 대자리를 이르던 말

당연(?然)하다 :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볼 정도로 놀랍거나 괴이쩍다

당연(?然) : 실망하여 의욕을 잃은 모양



당연히 일손도 배로 들고요

→ 마땅히 일손도 곱이 들고요

→ 그러니 일손도 갑절로 들고요

《내 마음속의 자전거 12》(미야오 가쿠/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04) 193쪽


물총새의 말은 너무도 당연해서, 나는 물총새가 세상사에 밝은 새라고 확신했다

→ 물총새 말은 아주 마땅해서, 나는 물총새가 온누리에 밝다고 믿었다

→ 물총새가 들려준 말은 참말 맞아, 물총새가 온갖 일에 밝다고 여겼다

《그랑빌 우화》(그랑빌/햇살과나무꾼 옮김, 실천문학사, 2005) 148쪽


빈민촌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몸이 호리호리한 것은 당연하다

→ 가난마을에 사는 사람 모두가 몸이 호리호리할밖에 없다

→ 가난하게 사는 사람 모두가 몸이 호리호리할 수밖에 없다

《잉카의 웃음, 잉카의 눈물》(이기식, 작가, 2005) 80쪽


문제는 국가의 시혜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고

→ 그런데 얼마쯤 지나면 나라가 마땅히 도와야 한다고 여기고

→ 그러나 조금 지나면 나라가 마땅히 해줘야 한다고 여기고

→ 그렇지만 어느덧 나라가 으레 해야 한다고 여기고

《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오세훈, 황금가지, 2005) 143쪽


너희들이 한 일은 당연하다

→ 너희들이 한 일은 옳다

→ 너희들이 한 일은 마땅하다

《빙하쥐 털가죽》(미야자와 겐지/이경옥 옮김, 우리교육, 2006) 34쪽


천 명의 아이가 쓴 천 편의 시는 천의 얼굴처럼 다 다를 것이 당연하다

→ 즈믄 아이가 쓴 노래 즈믄 자락은 즈믄 얼굴처럼 마땅히 다 다르다

→ 즈믄 아이가 쓴 즈믄 가지 노래는 즈믄 얼굴처럼 마땅히 다 다르다

《아동시론》(이오덕, 굴렁쇠, 2006) 27쪽


그런 당연한 진리조차 우리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 우리는 그런 마땅한 길조차 잊어버렸다

→ 우리는 그런 쉬운 빛살조차 잊어버렸다

《돼지가 있는 교실》(쿠로다 야스후미/김경인 옮김, 달팽이, 2011) 16쪽


이 마을에서는 당연하고 의례적인 광경이지만 여행자에겐 아기자기한 감동이다

→ 이 마을에서는 마땅하고 흔한 모습이지만 여행자한텐 아기자기한 기쁨이다

→ 이 마을에서는 으레 있고 뻔한 모습이지만 여행자한텐 아기자기한 기쁨이다

《일본의 작은 마을》(서순정, 살림Life, 2009) 110쪽


흙길 위에 말과 마차가 다니는 게 당연한 일이었단다

→ 흙길에 말과 말수레가 다니곤 했단다

→ 흙길에 말과 말수레가 으레 다녔단다

《세상이 자동차로 가득 찬다면》(앨런 드러먼드/유지연 옮김, 고래이야기, 2010) 14쪽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는 말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었다

→ 우리 아이들 앞날이 달라진다는 말은 너무도 마땅한 말이었다

→ 우리 아이들 앞날이 달라진다는 말은 너무도 맞는 말이다

→ 우리 아이들 앞날이 달라진다는 말은 너무도 마땅하다

→ 우리 아이들 앞날이 달라진다는 말은 너무도 옳다

《삶의 마지막 축제》(용서해, 샨티, 2012) 232쪽


저널리즘 콘텐츠를 정부가 통제하는 상황에 대해 당연히 우려가 존재한다

→ 새뜸판 알맹이를 나라가 다스리려 하니 몹시 걱정스럽다

→ 새뜸 이야기를 나라가 다루려 하니 마땅히 근심스럽다

→ 붓판을 나라가 주무르려 하니 참으로 걱정거리이다

→ 글판을 나라가 누르려 하니 더없이 근심거리이다

《디지털 디스커넥트》(로버트 맥체스니/전규찬 옮김, 삼천리, 2014) 356쪽


스하마 씨가 팔고 있는 우유는 시판가격의 5배나 된다. 하지만 팔리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 스하마 씨가 파는 소젖은 여느값보다 다섯 곱이나 된다. 그러나 팔린다. 마땅한 일이다

→ 스하마 씨가 파는 소젖은 저잣값보다 다섯 곱이나 된다. 그러나 팔린다. 그럴 만하다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김영주 옮김, 동아시아, 2015) 200쪽


당연히 엄마 혼자서는 못하지

→ 아무렴 엄마 혼자서는 못하지

→ 그럼 엄마 혼자서는 못하지

《바람의 맛》(김유경, 이야기꽃, 2015) 38쪽


우리와 똑같이 개성 있는 것이 당연하고

→ 우리와 똑같이 마땅히 다 다르고

→ 우리와 똑같이 유난하게 마련이고

→ 우리와 똑같이 저마다 다르기 일쑤이고

《여행하는 채소 가게》(스즈키 뎃페이·야마시로 도오루/문희언 옮김, 하루, 2016) 31쪽


“그럼 여우랑 너구리랑 고양이랑 손을 잡아도 장갑은 한 짝만 있으면 되는 거야?” “당연하지!”

→ “그럼 여우랑 너구리랑 고양이랑 손을 잡아도 싸개는 한 짝만 있으면 돼?” “그렇지!”

→ “그럼 여우랑 너구리랑 고양이랑 손을 잡아도 손싸개는 한 짝만 있으면 돼?” “아무렴!”

《장갑보다 따뜻하네》(이모토 요코/강해령 옮김, 북극곰, 2016) 19쪽


논리적으로는 날개를 단 천사가 하늘을 나는 쪽이 당연하다

→ 이야기로는 날개를 단 하늘님이 하늘을 나는 쪽이 맞다

→ 얼거리로는 날개를 단 빛님이 하늘을 나는 쪽이 옳다

《낙타는 십 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허만하, 최측의농간, 2016) 139쪽


지금과 같은 종류의 자아가 당연시되는 사회적 현실은 여러 문화 중에서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

→ 오늘날 같은 나를 마땅히 여기는 터전은 여러 살림 가운데 퍽 남다르다

→ 오늘날 같은 나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습은 여러 살림 가운데 보기 드물다

《텍스트의 포도밭》(이반 일리치/정영목 옮김, 현암사, 2016) 39쪽


젊은 혈기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건 당연하잖니

→ 젊으니 많고많은 일이 있지 않겠니

→ 피가 끓으니 숱한 일이 있지 않겠니

《하하 HaHa》(오시키리 렌스케/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 98쪽


쇼코 님의 기도가 담겨 있으니 당연하죠

→ 쇼코 님 비손이 담겼으니 그렇죠

→ 쇼코 님이 빌어 주었으니 마땅하죠

《마오 2》(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0) 4쪽


하지만 실리를 취하는 것은 당연

→ 그러나 마땅히 얻어야 한다

→ 그렇지만 제몫은 꼭 챙긴다

《노부나가의 셰프 15》(니시무라 미츠루·카지카와 타쿠로/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 28쪽


나이 들어가는 중년의 어른들을 보면 그게 당연한 일인 줄만 알았고

→ 나이 들어가는 어른을 보면 그러한 줄만 알았고

→ 아저씨를 보면 그렇다고만 알았고

《숲에서 한나절》(남영화, 남해의봄날, 2020) 43쪽


지금 나에게 있어 그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다

→ 오늘 나한테는 아주 수수하고 참 마땅하다

→ 이제 나한테는 더없이 흔하고 매우 마땅하다

《오쿠모의 플래시백 6》(우에시바 리이치/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1) 187쪽


그런 정권이 검열 없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 그런 나라는 가위질 없는 글쓰기를 으레 두려워합니다

→ 그런 놈팡이는 거침없는 글쓰기를 마땅히 두려워합니다

→ 그런 나리는 마음껏 쓰는 글을 다들 두려워합니다

《보이지 않는 잉크》(토니 모리슨/이다희 옮김, 바다출판사, 2021) 14쪽


천품도 당연히 있겠지만 땅과 연결된 어떤 감각이 자연스럽게 나눔과 환대와 보시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죠

→ 품새도 마땅히 있겠지만 땅과 닿은 어떤 숨결로 저절로 나누고 반기고 베풀지 않나 싶기도 했죠

→ 넋도 마땅히 있겠지만 땅과 맞닿은 어떤 빛으로 가만히 나누고 기뻐하고 바라지하는구나 싶죠

→ 마음도 마땅히 있겠지만 땅과 만나는 어떤 눈망울로 고이 나누고 모시고 바라지하는구나 싶죠

《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김해자, 한티재, 2022)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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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묶음표 한자말 510 : 무無 도정道程 무명인無名人



무(無) : ‘그것이 없음’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도정(道程) : 1. 길의 이수(里數) 2. 어떤 장소나 상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무명인(無名人) : 1. 이름 모를 사람 2. 세상에 널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



  없기에 ‘없다’고 합니다. 길을 가기에 ‘길’이라 하지요. 모르는 사람이건 안 알려진 사람이건 ‘아무개’이며, 때로는 ‘누구’라고 합니다. 꾸밈없이 바라보면서 있는지 없는지 살핍니다. 이 길인지 저 거리인지 헤아립니다. 나하고 너 사이를 바라봅니다. ㅅㄴㄹ



무無의 도정道程인가, 무명인無名人의 발자취인가

→ 없는 길인가, 아무개 발자취인가

→ 길이 없는가, 누구 발자취인가

《시간의 목소리》(에두아르도 갈레아노/김현균 옮김, 후마니타스, 20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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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쓴풀 2023.6.7.물.



몸을 살리도록 이바지하는 풀은 ‘쓰다’고들 여기는데, 참말로 ‘살림풀’이 ‘쓴풀’일 수 있을까? 살림풀을 늘 누리고 즐기고 사랑하지 않은 탓에 ‘살림풀’ 맛이나 숨결이나 빛이 ‘쓰다’고 여기거나 잘못 아는 셈 아닐까? 살리는 풀은 그저 살릴 뿐이야. ‘살림빛’은 쓴맛도 단맛도 아니란다. ‘살림빛’이 아닌 ‘죽음’은 ‘빛이 아니’기에 홀린단다. ‘죽음’은 마치 ‘살림빛’인 듯 시늉에 흉내를 하니, 참으로 ‘빛’처럼 보일 텐데, ‘죽음 = 빚’이고, ‘텅빈 허울’이야. 허울뿐인 죽음이기에, ‘죽음’은 ‘텅빈속’을 숨기거나 감추거나 가리려고 ‘달콤한 겉옷’을 씌우지. 달콤발림(사탕발림)이라고 하지. 꾸밈말(미사여구)이라고도 해. ‘살리지 않는’ 줄 사람들이 못 알아보도록 멋지거나 맛나 보이려고 꾸미는 ‘죽음’이란다. ‘죽음수렁 = 홀림’이야. 죽음으로 치달아서 못 빠져나오도록 꾀어낸단다. 제페토 할아버지는 ‘살림빛’을 폈지만, 피노키오는 살살 달콤하게 홀리고 꼬드기는 ‘죽음덫’에 사로잡혔지. 잘 보렴. 죽음이자 거짓이니까 ‘단맛’을 자꾸 입혀서 너희 눈·코·귀·입·몸·마음을 몽땅 길들이고 흔들고 어지럽힌단다. 살림풀은 쓴풀이 아니야. 살림말은 쓴말(쓴소리)일 수 없어. 너희 스스로 길든 수렁·굴레·덫을 느껴서 털어낼 노릇이란다. 이불에 깃든 먼지를 털듯, 너희 몸·마음에 들러붙으려는 죽음(허울)을 털어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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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판단력 2023.6.8.나무.



‘생각’을 하기에 살아가. ‘헤아리’기에 꿈을 그려. ‘살피’기에 오늘 이곳을 알아. ‘가려보기(가리다)’를 하면서 차근차근 짚고, ‘따지’기에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느끼지. 그런데 ‘판단’이란, 여러 길 가운데 ‘가림·따짐’ 사이란다. 가리려는 마음에 따지려는 마음이 섞이는 ‘판단’이기에, 옳은지 그른지 가리거나, 좋거나 나쁜지 따지려는 길인데, 으레 ‘굴레·수렁·덫’이 되어 너희 마음을 사로잡지. “판단하려 들기에 돌을 던지거나 감싸안는”단다. 너희가 ‘생각’한다면 모두 살리는 길을 알아차리고 찾는데, ‘판단(가림·따짐)’을 하려고 드니, ‘살림’이 아닌 ‘금긋기(구분·편파)’를 하고, ‘죽임(파벌·취향)’으로 달리더구나. 알고 싶으면 ‘알아’야지. ‘알아’가려고 한다면, ‘생각’하는 길을 가면서 ‘살림’을 품는단다. 생각이 아니라 ‘따지’거나 ‘가리’려 하면, 자꾸 긋고(금긋고) 재기(높낮이 재기) 때문에 그만 살림을 등지는 길로 치달아. 무엇이 옳거나 그를까? 너희가 보는 쪽에서 왼쪽·오른쪽이라지만, 너희가 마주보는 곳에서는 오른쪽·왼쪽이야. ‘따짐·가림(판단)’은 겉·허울을 이리저리 긋고 재는 길인 터라 ‘겉읽기(사실)’를 하겠어도, ‘속읽기(진실)’하고 멀지. “판단하지 마라 = 긋지 마라/재지 마라”야. 그러니까 “판단하지 마라 = 긋거나 재지 말고 생각하라”는 뜻이야. 생각을 하기에 네가 스스로 살고, 네 둘레를 살려. 긋거나 재기에 너부터 마음·몸이 죽고, 네 둘레를 죽여. 씨(씨앗)를 심어야 ‘알’고 ‘살’지. ‘판단력’이 아닌 ‘생각씨’를 심으렴. ㅅㄴㄹ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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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857 : 바다의 신께서 응답을 주시고 계십



신(神) : 1. 종교의 대상으로 초인간적, 초자연적 위력을 가지고 인간에게 화복을 내린다고 믿어지는 존재 2.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다는 넋 = 귀신

응답(應答) : 1. 부름이나 물음에 응하여 답함 ≒ 답응 2. [심리] 자극에 대하여 유기체가 하는 행동 = 반응 3. [음악] 푸가나 카논에서 먼저 가는 소리에 뒤늦게 같은 가락을 좇아 노래하는 일



하늘에  계신 분은 ‘하느님(하늘님)’이라 합니다. 땅에 계신 분은 ‘땅님’이라 하지요. 해를 보며 ‘해님’으로, 꽃을 보며 ‘꽃님’으로, 바람을 보며 ‘바람님’이라 해요. 그러니 바다에서는 ‘바다님’입니다. 보기글은 “주시고 계십니다”처럼 ‘-시-’를 잇달아 씁니다. 겹말입니다. ‘주십니다’라고만 하면 됩니다. 말을 하면 ‘말’이라 하고, 말씀은 ‘말씀’이라 하고, 대꾸는 ‘대꾸’라 하지요. 돌아오는 말은 ‘메아리’라 할 수 있습니다. ㅅㄴㄹ



바다의 신께서 응답을 주시고 계십니다

→ 바다님이 메아리를 해주십니다

→ 바다님이 말씀해 주십니다

《태양왕 수바》(이지은, 웅진주니어, 2023)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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