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새길 (2021.12.20.)

― 순천 〈형설서점〉



  어떤 분은 “나방(나비)한테는 의지도 의도도 없다”고 말을 합니다. 오직 사람한테만 ‘뜻(의지·의도)’이 있다고 여기는 분이 뜻밖에 참 많습니다. 풀벌레나 모기한테 뜻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모든 숨결한테는 뜻이 있되, 오히려 사람이 스스로 자꾸 뜻을 잃고 길을 헤맵니다. 뜻이 있기에 허울에 속지 않고, 치레를 안 합니다. 뜻이 없기에 허울을 씌우고 치레를 하고 말아요.


  아직 철들지 않아 삶을 바라보는 눈이 없다면, ‘나비(나방)는 어떻게 스스로 뜻을 품으면서 깨어났는가?’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비로소 철들어 삶을 바라보는 눈이 있다면, ‘나비(나방)는 눈코귀 없이 잎갉이만 할 수 있는 토실토실한 애벌레 몸을 스스로 끝내기로 하면서, 제 몸에서 실을 뽑아내어 고치를 틀어, 보름에 걸쳐 깊이 잠드는 꿈나라로 나아가고, 이동안 오롯이 꿈·뜻을 하나로 품고 짓고 그려서 바라보기에, 마침내 애벌레란 몸을 사랑으로 따뜻하게 녹여서, 이제부터 눈코귀 있고 더듬이에 날개까지 있는, 새길로 나아가는 새빛을 스스로 일군 삶뜻(의지·의도)이 있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이쪽에 서건 저쪽에 서건 그쪽에 서건, ‘주의자(이즘·사상)’가 되면 ‘나만 옳고 맞으니, 너는 틀리고 나빠서, 넌 손가락질(욕설·비난)을 받아야 하고, 나한테는 손가락질을 하면 안 돼!’ 같은 마음에 사로잡힙니다. 오늘날 ‘뉴스’란 이름이 붙어서 나오는 모든 부스러기(정보)는 ‘새것(news)’이 아닌 ‘사람들을 낡은틀에 가두어 길들이는 허깨비’라고 느껴요. ‘뉴스를 보면 볼수록 속으로 불길(화)을 쌓도록 북돋아서, 사람들 스스로 삶을 생각하는 마음을 잊도록 넌지시 꾀어낸다’고 할까요? 우리는 ‘새것이 아니면서 새것인 척하는 뉴스’는 몽땅 걷어치우고서, 스스로 우리 삶을 사랑으로 짓는 길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그들이건 저들이건 ‘하는 짓만 다를 뿐’ 다 한통속이에요. 우리 뜻과 길을 봐야지요.


  순천 〈형설서점〉으로 찾아갑니다. 작은아이하고 책집마실을 합니다. 저는 골마루를 거닐며 책을 살피고, 작은아이는 너른터를 달리면서 바람을 마십니다.


  새로 들어오고 나가는 책이 끝없기에 어느 책집이건 책시렁을 찬찬히 다스리기란 만만찮습니다. 모든 책집은 쉬잖고 빛나고 물결치는 바다라 할 만합니다. 책손은 이따금 책바다에 마실을 하면서 가볍게 바람빛에 바다빛을 머금고서 숨을 돌려요.


  오늘 보는 책은 오늘 배우는 새길입니다. 오늘 만지는 책은 오늘부터 틈틈이 새삼스레 들추면서 삶을 되새기는 길동무입니다. 오늘 장만한 책은 오늘까지 걸어온 길을 살포시 내려놓고서 꿈으로 나아가려는 디딤돌입니다.


ㅅㄴㄹ


《周時經傳》(김세한, 정음사, 1974.9.30.)

《의문·해설 한글강좌》(정인승, 신구문화사, 1960.7.1.고침)

《우편번호부》(체성회 엮음, 체신부, 1971.3.1.)

《솔직히 말하자》(김남주, 풀빛, 1989.1.25.)

《마음의 양식 제1·2·3집》(전윤수 엮음, 국방부, 1983.7.)

《情熱의 詩人과 貴婦人》(빠이론/김소영 옮김, 성화문화사, 1958.12.20.)

《무릎 의자》(김동억 글·김천정 그림, 아침마중, 2017.7.1.)

《아 白頭山》(진태하, 교보문고, 1986.2.15.)

《고흥 주교 2호》(임영천 엮음, 개혁 고흥지방주일학교연합회, 1986.7.14.)

《고흥 주교 4호》(김봉배·박형래·임규상 엮음, 개혁 고흥지방주일학교연합회, 1990.7.7.)

《고흥 주교 5호》(김봉배·임규상·정종철 엮음, 개혁 고흥지방주일학교연합회, 1991.7.7.)

《고흥 주교 6호》(임규상·박형래 엮음, 개혁 고흥지방주일학교연합회, 1992.7.13.)

《기독교 교리 예화강해》(W.헛셀포드/박천일 옮김, 크리스찬비젼하우스, 1980.10.15.)

《교회일군 훈련특강》(W.헛셀포드/박천일 옮김, 크리스찬비젼하우스, 1980.10.15.)

《4月革命紀念詩全集》(신경림 엮음, 학민사, 1983.5.15.)

《글쓰기, 이 좋은 공부》(이오덕, 지식산업사, 1986./1990.5.25.3벌)

《강강술래》(최덕원, 전남매일출판국, 1978.5.25.)

《미니건강문고 134 충치예방과 불소》(최유진, 종근당, 1987.5.30.)

《미니건강문고 170 여드름의 예방과 치료》(김중환, 종근당, 1991.6.25.)

《국정 교과서를 따른 漢字한글 펜글씨 공부, 중Ⅲ학년》(김중각, 성문사, 1965.2.20.)

《한국의 하늘》(조지훈, 자유문학사, 1987.10.5.)

《어둠散考》(전재수, 신라출판사, 1976.3.20.)

《빠알간 피이터》(추송웅, 기린원, 1981.4.25.두벌)

《주일학교 교사의 벗 167호》(임승원 엮음, 한국기독교교육연구원, 1980.5.1.)

《주일학교 교사의 벗 191호》(임승원 엮음, 한국기독교교육연구원, 1982.7.1.)

《ヒルテイ叢書 第一篇 我ら何をなすべきか》(ヒルテイ/山田幸三郞 옮김, 向山堂書房, 1936.10.30.)

《빛깔있는 책들 16 전통 상례》(임재해 글, 김수남 사진, 대원사, 1990.8.30.)

《빛깔있는 책들 59 미륵불》(김삼룡 글, 송봉화 사진, 대원사, 1991.2.25.)

《빛깔있는 책들 136 만다라》(홍윤식 글, 홍윤식·윤열수 사진, 대원사, 1992.12.15.)

《빛깔있는 책들 136 석등》(정명호 글, 정명호·안장헌 사진, 대원사, 1992.12.15.)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숲노래 밑틀, 최종규 글, 강우근 그림, 철수와영희, 2017.7.12.)

《인도의 옛이야기》(촤우다리 엮음/하숙희 옮김, 범우사,1988.9.20.)

《베트남 설날 장대 이야기》(쩐 꾸옥 글·응웬 빅 그림/이구용 옮김, 정인출판사,

《빌라도의 報告書》(도날드 N.리드만/구영재 옮김, 미래문화사, 1977.10.15.2벌)

《문법》(삐에르 기로/송정희·한장수 옮김, 탐구당, 1988.7.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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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누가 가난한가 (2023.4.23.)

― 서울 〈옛따책방〉



  가난한 사람이 있다면, 가멸찬 사람이 있습니다. 때리는 사람이 있다면, 맞는 사람이 있어요. 높다란 자리가 있다면, 나즈막한 자리가 있지요.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나쁜 일자리가 있겠지요. 서울이 있으면 시골이 있을 텐데, ‘숲’이 있으면 곁에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새’가 있으면 둘레에 무엇이 있나요? ‘나비’가 있으면 가까이 무엇이 있는가요?


  저는 열아홉 살에 제금을 난 뒤부터 바람이(선풍기)가 없는 살림을 보냈습니다. 바람이는 없되 부채는 건사했고, 미닫이나 가로닫이를 열고서 햇빛·별빛을 머금은 바람을 쐬는 보금자리를 누렸습니다. 두 아이를 낳아 돌볼 적에 여름밤에 아이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으면 밤새 쉬잖고 가벼이 부채질을 했습니다.


  아이를 안고 등짐을 짊어지고서 걸을 적에도 한 손에는 부채를 쥐고서 아이한테 부쳐 주었습니다. 그런데 시골이건 서울이건 나무 곁을 걷거나, 나무 둘레에서 지낸다면, 부채가 없어도 시원해요. 나무랑 부채는 짙푸른 살림길입니다.


  찬바람이 서늘한 쇳더미(지하철)를 갈아타고서 〈옛따책방〉으로 갑니다. 우리는 왜 바람이(에어컨)를 써야 할까요? 부채를 쓰면 될 뿐 아니라, 들바람이며 숲바람을 맞아들이는 곳에서 일하거나 살아갈 노릇이지 않을까요?


  어떤 분은 “최종규 씨네가 가난하니까 에어컨을 안 쓰겠지. 왜 다른 사람들더러 에어컨을 쓰지 말라고 하시오?” 하고 따집니다. 빙그레 웃고서 “바람이를 쓰지 말라고 얘기하지 않아요. 왜 나무를 집과 마을에 그득 두르면서 숲바람을 쐬려는 마음을 쓰지 않느냐고 여쭐 뿐이에요.” 하고 대꾸합니다.


  부채를 쥐는 사람이 읽는 책은 다릅니다. 이 쇳덩이(지하철·버스)도 저 쇳더미(자가용)도 거느리지 않는 사람이 읽는 책은 다릅니다. 아기를 수레에 안 앉히고서 등에 업거나 가슴에 안고서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이 읽는 책은 달라요. 나무 곁에 서는 사람이 읽는 책이 다르고, 멧새노래랑 밤별을 누리는 사람이 읽는 책도 언제나 다르게 마련입니다.


  작게 보면 더없이 작고, 크게 보면 언제나 큽니다. 사랑을 보면 늘 사랑을 심어서 일구고, 사랑을 안 보면 으레 ‘시늉’을 심거나 퍼뜨리더군요.


  언제 보아도 이슬방울 같은 빗방울을 마시면 온몸에 기운이 짜르르 오릅니다. 언제 보아도 눈물방울 같은 빗방울로 온몸을 씻으면 온마음에 새숨이 훅 올라요. 바다방울인 물방울입니다. 눈망울을 담은 꽃망울입니다. 주머니가 가벼워 가난한 사람도 있을 테고, 마음에 숲빛이 없어서 허둥대는 가난벗도 있습니다.


ㅅㄴㄹ


《체벌 거부 선언》(아수나로 엮음, 교육공동체벗, 2019.5.5.)

《가난한 사람들의 선언》(프란시스코 판 더르 호프 보에르스마/박형준 옮김, 마농지, 2020.4.30.첫/2020.7.15.2벌)

《나비》(띳싸니/소대여 옮김, 안녕, 2021.11.15.)

《19672003 구본주를 기억함》(구본주를나르는사람들, 안녕, 2022.11.1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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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 대답해도 듣지 않는 학교를 떠나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민나리.김주연.최훈진 지음 / 오월의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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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3.6.25.

다듬읽기 55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민나리·김주연·최훈진

 오월의봄

 2023.5.8.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민나리·김주연·최훈진, 오월의봄, 2023)를 읽으며 내내 답답했습니다. 우리는 씨(성별)를 굳이 갈라야 하지 않거든요. 태어난 몸이 암이건 수이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키가 크건 작건, 둘레에서 이쁘다고 여기건 못생겼다고 여기건, 따질 일이 없습니다. 누구나 이 땅에서 무언가 스스로 겪고 배워서 새롭게 사랑을 지으려고 얻은 ‘몸’입니다. 그러나 웃사내(남성가부장권력)는 적잖은 나날에 걸쳐 ‘바보나라’로 굴리고 길들이면서 가시내뿐 아니라 사내 스스로도 괴롭히고 죽였어요. ‘사내라서 힘꾼(권력자)’이지 않습니다. ‘힘꾼이 힘꾼’일 뿐입니다. 종은 가시내이건 사내이건 똑같이 ‘종(노예)’이요, 힘꾼도 사내이건 가시내이건 힘꾼입니다. 예전에는 뒷간을 안 갈랐는데, 이제 갓벗(여남)을 갈라요. 이 책은 ‘호르몬제’가 ‘백신’ 못잖게 어린이·푸름이·어른 몸을 망가뜨리는 줄 하나도 안 다룹니다. ‘돈·이름·힘’을 거머쥔 무리가 사람들을 가르면서 우리 스스로 싸우도록 붙이고 북돋우는데, 이 속내를 언제 볼 셈인지요?


ㅅㄴㄹ


하지만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만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 그렇지만 새몸인 푸름이를 만나기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 그러나 몸을 바꾼 푸른씨를 만나기부터가 안 쉬웠습니다

13쪽


자조自助모임 등 오프라인에서 접촉을 시도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 스스로모임 같은 바깥자리는 어려웠습니다

→ 혼넋모임처럼 밖에서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 홀로서기 같은 모임에서 얼굴을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13쪽


어떤 제도적 개선이 가능하고 필요한지를 보다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 어떤 얼개를 갈 만하고 담아야 하는지를 더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 어떤 틀을 고칠 만하고 갖춰야 하는지를 더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14쪽


학교 도서관에 구입을 신청하면 사서 선생님은 대부분을 반려했다

→ 배움책숲에 바라면 책숲지기는 거의 가로저었다

→ 배움책숲에 얘기하면 책지기는 으레 손사래쳤다

27쪽


성소수자인 나도 부적절한 존재일까

→ 무지개사랑인 나도 알맞지 않을까

→ 나란사랑인 나도 볼꼴사나울까

28쪽


가까운 친구까지 희원 씨를 외면하고 아우팅의 주동자가 됐다

→ 가까운 이까지 희원 씨를 등지고 앞장서서 떠벌렸다

→ 동무까지 희원 씨를 등돌리고 앞에서 까밝혔다

29쪽


지정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 겉몸이 같대서

→ 몸뚱이가 같다고

39쪽


나머지 학우들과는 다른 이질적인 존재가 돼버리는 것이다

→ 나머지 배움또래와는 다른 사람이 돼버린다

→ 나머지 배움벗과는 아예 다른 삶이 돼버린다

39쪽


학교에서는 사회엔 다양한 젠더가 있고 이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 배움터에서는 둘레에 여러 길이 있고 이 때문에 따돌려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39쪽


어릴 때 저희 집에 가정폭력이 심했거든요

→ 어릴 때 집주먹질이 대단했거든요

→ 어릴 때 집에서 마구 때렸거든요

59쪽


동아리방에서 노숙을 시작했다

→ 동아리칸에서 잠을 잤다

→ 동아리칸에서 살았다

74쪽


탈가정을 하고 몇 달 동안은 매일같이

→ 집나기를 하고 몇 달 동안은 날마다

→ 새길찾기 하고 몇 달 동안은 노상

75쪽


필요한 돈 때문에 노동시장으로 내몰린 청소년들이

→ 살림돈 때문에 일판으로 내몰린 푸름이가

→ 드는 돈 때문에 밥벌이로 내몰린 푸른씨가

80쪽


성별정정을 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 씨바꿈을 하고 싶어 하지만 삶은 만만하지 않다

→ 씨를 바꾸고 싶어 하지만 이 나라는 쉽지 않다

94쪽


이름을 바꿀 수 있을 만큼 허들이 낮아졌다

→ 이름을 바꿀 수 있을 만큼 담을 낮췄다

→ 이름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울타리가 낮다

101쪽


나의 몸에 대한 선택권을 존중받지 못한다는 건 기본권과 건강권 등을 침해받는 일이다

→ 내 몸을 스스로 다루지 못한다면 밑삶과 튼튼길을 깔아뭉개는 셈이다

→ 내 몸을 내가 다스리지 못한다면 밑살림과 튼튼길을 짓뭉개는 꼴이다

113쪽


커밍아웃과 앨라이, 서로의 용기가 필요한 일

→ 드러내기와 이웃, 서로 기운내야 하는 일

→ 목소리와 어깨동무, 서로 북돋아야 하는 일

→ 빗장열기와 손잡기, 서로 힘내야 하는 일

17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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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지정 指定


 지정 좌석에 앉으시오 → 그곳에 앉으시오 / 이 자리에 앉으시오

 지정된 날짜 → 꼽은 날 / 고른 날

 지정된 장소로 각자 출발하였다 → 그곳으로 저마다 떠났다

 모일 장소를 지정하다 → 모을 곳을 뽑다

 주거 용지로 지정된 곳이라 → 살림터로 둔 곳이라

 문화재 지정 → 살림꽃 삼기

 공휴일로 지정하다 → 쉬는날로 두다 / 쉼날로 삼다


  ‘지정(指定)’은 “1. 가리키어 확실하게 정함 2. 관공서, 학교, 회사, 개인 등이 어떤 것에 특정한 자격을 줌”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가리다·가려내다·가려보다·가려뽑다’나 ‘가리키다·꼽다·뽑다·삼다’로 고쳐씁니다. ‘고르다·골라내다·골라쓰다·골라뽑다’나 ‘두다·맡다·맡기다·얻다’로 고쳐쓰고, ‘세우다·손꼽다·추리다’나 ‘그·이’로 고쳐쓰지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지정’을 열한 가지 더 싣는데 싹 털어냅니다. ㅅㄴㄹ



지정(支定) : 풍년이나 흉년에 관계없이 해마다 일정한 금액으로 정하여진 소작료 = 정도

지정(地丁) : [식물]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 민들레

지정(地釘) : [건설] 집터 따위의 바닥을 단단히 하려고 박는 통나무 토막이나 콘크리트 기둥

지정(地精) : [식물] 두릅나뭇과의 여러해살이풀 = 인삼

지정(池亭) : 못가에 있는 정자

지정(至正) : 더할 나위 없이 바름

지정(至正) : [역사] 중국 원나라 순제 때의 연호(1341∼1370)

지정(至情) : 1. 지극히 두터운 정분 2.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정 3. 아주 가까운 친척

지정(至精) : 더할 나위 없이 정밀함

지정(知情) : 1. 남의 사정을 앎 2. 지성과 감정을 아울러 이르는 말

지정(持正) : 바른 도리를 취하고 지킴



나라가 문화재로 지정한 건

→ 나라가 뽑은 살림꽃은

→ 나라가 꼽은 살림길은

《하루카의 도자기 2》(플라이 디스크 글·니시자키 타이세이 그림/윤지은 옮김, 대원씨아이, 2012) 87쪽


지정 효과가 미미해지고

→ 뽑은 보람이 옅고

→ 두었어도 보람없고

《한자 신기루》(이건범, 피어나, 2016) 210쪽


‘특별히’ 지정되지 못한 우리 동네 나무들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 ‘따로’ 뽑히지 못한 우리 마을 나무한테 절을 합니다

→ ‘콕’ 고르지 못한 우리 마을 나무한테 찾아갑니다

《어서 오세요 베짱이도서관입니다》(박소영, 그물코, 2018) 195쪽


네놈이 일부러 지정했잖아

→ 네놈이 일부러 골랐잖아

→ 네놈이 일부러 찍었잖아

《눈물비와 세레나데 2》(카와치 하루카/심이슬 옮김, 삼양출판사, 2018) 95쪽


회사 지정 식당에 가서 백반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었으므로

→ 일터 밥집에 가서 밥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었으므로

《어느 돌멩이의 외침》(유동우, 철수와영희, 2020) 27쪽


지정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 겉몸이 같대서

→ 몸뚱이가 같다고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민나리·김주연·최훈진, 오월의봄, 2023)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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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회사 會社


 계열 회사 → 갈래터

 제조 회사 → 지음터

 회사에 출근하다 → 일터에 나가다

 회사를 경영하다 → 일판을 꾸리


  ‘회사(會社)’는 “[경제] 상행위 또는 그 밖의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단 법인. 주식회사, 유한 회사, 합자 회사, 합명 회사의 네 가지가 있다 ≒ 사”를 가리킨다는군요. ‘일터·일터전’이나 ‘일집’이나 ‘일판·일마당·일밭’으로 풀이합니다. ‘곳·터’나 ‘두레·모임’으로 풀어낼 수 있고, ‘만듦터·만듦집·만듦자리’나 ‘지음터·지음집·지음자리·짓는곳·짓는터’로 풀어도 어울려요.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회사’를 넷 더 실으나 몽땅 털어냅니다. ㅅㄴㄹ



회사(回謝) : 사례하는 뜻을 표함

회사(悔謝) :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

회사(會士) : [역사] 조선 시대에, 호조에 속하여 회계를 맡아보던 종구품 벼슬

회사(繪史) : [역사] 조선 시대에, 도화서에 속한 종구품 잡직 벼슬



보호법안은 적어도 목재회사가 소유한 토지 안에서는 한낱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 돌봄길은 적어도 나무터가 거느린 땅에서는 한낱 부질없을 뿐이었다

→ 돌봄틀은 적어도 나무터가 거느린 땅에서는 한낱 덧없을 뿐이었다

→ 보살핌틀은 적어도 나무터가 거느린 땅에서는 아무 도움이 안 되었다

《나무 위의 여자》(줄리아 버터플라이 힐/강미경 옮김, 가야넷, 2003) 170쪽


해결방법이 있었다면 나도 회사를 그만둘 필요는 없었지

→ 실마리가 있다면 나도 일터를 그만둘 일은 없었지

→ 열쇠가 있다면 나도 일을 그만두지 않았지

《미궁 속의 벚꽃 下》(고우다 마모라/도영명 옮김, 시리얼, 2012) 99쪽


입사하자마자 빨리 그만두라는 회사는 거기 말고는 없을 거예요

→ 들어가자마자 빨리 그만두라는 일터는 거기 말고는 없어요

→ 들어오자마자 빨리 그만두라는 일터는 거기 말고는 없겠지요

《블랙잭 창작 비화 3》(미야자키 마사루·요시모토 코지/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4) 18쪽


어느 정도 되는 규모의 회사에서 5년 이상 일한 사람에게라면

→ 어느 만큼 큰 일터에서 다섯 해 넘게 일한 사람한테라면

→ 어느 만큼 되는 일터에서 다섯 해 넘게 일한 사람한테라면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미시마 쿠니히로/윤희연 옮김, 갈라파고스, 2016) 28쪽


인터넷 회사에 입사해서 한두 해 일하다 보니 자기규정이 필요했다

→ 누리일터에 들어와서 한두 해 일하다 보니 나를 보아야 했다

→ 누리일판에 들어가서 한두 해 일하다 보니 나를 알아야 했다

→ 누리일집에 와서 한두 해 일하다 보니 나를 또렷이 세워야 했다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정철, 사계절, 2017) 4쪽


회사를 그만두고 그림책방을 전업으로 삼게 되면서 대표이사가 됐어요

→ 일터를 그만두고 그림책집만 꾸리면서 으뜸지기가 됐어요

→ 다른 곳을 그만두고 그림책집만 하면서 꼭두일꾼이 됐어요

《무지개 그림책방》(이시이 아야·고바야시 유키/강수연 옮김, 이매진, 2020) 142쪽


나의 시작은 회사 근처 꽃집에서부터였다

→ 나는 일터 곁 꽃집부터였다

→ 처음은 일터 둘레 꽃집이다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김파카, 카멜북, 2020) 228쪽


회사 지정 식당에 가서 백반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었으므로

→ 일터 밥집에 가서 밥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었으므로

《어느 돌멩이의 외침》(유동우, 철수와영희, 2020) 27쪽


점심식사를 마친 회사원들의 손에는 대부분 커피 한 컵씩이 들려 있는데

→ 낮밥을 마친 일터지기 손에는 거의 커피 그릇이 있는데

→ 낮밥을 마친 일꾼은 거의 커피 그릇을 들었는데

《마음챙김의 인문학》(임자헌, 포르체, 2021) 285쪽


N은 미얀마의 회사에서 일을 얻어 재택근무를 하며

→ ㄴ은 미얀마 일터를 얻어 집에서 일하며

《해외생활들》(이보현, 꿈꾸는인생, 2022) 52쪽


자수성가로 사업을 일군 아버지는 집보다는 회사에 많은 투자를 했다

→ 맨손으로 일터를 일군 아버지는 집보다는 일에 많이 쏟아부었다

《나의 종이들》(유현정, 책과이음, 202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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