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 이오덕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씀
이오덕 지음 / 길(도서출판)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오덕 곁에서 / 이오덕 읽는 하루

― 물결을 일으키는 젊은빛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

 이오덕 글

 길

 2004.4.20.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이오덕, 길, 2004)는 이오덕 어른이 이 땅 젊은이한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온힘을 다하여 여민 꾸러미입니다. 공차기(축구)에는 아무 눈길을 안 두던 이오덕 어른이지만, 2002년에 이 나라 젊은이가 골골샅샅에서 ‘붉은옷’을 입고서 가지런하고 정갈하게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직 우리한테는 앞날이 있구나!’ 하고 느끼셨다지요.


  ‘붉은물결 젊은이’는 공차기가 아닌 ‘공을 바라보는 길’에서 새롭게 밀물결이었습니다. ‘이겨야 한다’가 아니고 ‘이기니 좋다’가 아니에요. ‘처음부터 지고 들어가지 않는 마음’을 펴는 길이고, ‘온마음을 다하여 새롭게 일굴 꿈을 그리면서 나아가는 하루’입니다.


  그때나 더 예전이나 오늘날이나, 새뜸(언론)에서는 ‘이기는 쪽’을 높이 삽니다. 겨룸판(스포츠)이기에 이기느냐 지느냐를 따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 눈길을 온통 ‘이겨야 한다’는 쪽으로 밀어붙이는 새뜸이고 나라(정부)이고 배움터(학교)예요.


  겨룸판에서 이기려고 하다 보니 줄을 세웁니다. 줄을 세워서 솜씨나 재주가 낮으면 뒤로 밀릴 뿐 아니라 잘리는데, 얕은 솜씨나 재주로도 앞줄에 끼려고 몰래 돈을 먹이거나 이름값이나 힘으로 욱여넣기도 합니다. 줄세우기 탓에 밀려나는 사람이 있고, 뒷돈이나 몰래질이나 힘질 탓에 떨려나는 사람이 있어요.


  2002년 그날 공차기를 펴도록 이끈 이는 네덜란드사람입니다. 이 네덜란드사람은 네덜란드에서 나고자라던 때부터 ‘어질고 참하게 아이들을 마주하는 길잡이’ 노릇을 익혔습니다. 겨룸판이니 ‘지지 않는 길’을 찾기도 합니다만, ‘지지 않는 길’을 맨앞에 놓지는 않아요. 이이는 어떤 마음에 몸짓으로 겨룸판에 나서려 하는가를 먼저 봅니다. 배움끈(학력·학벌)으로 슬쩍 밀어넣는 짓을 손사래치지요. 나이를 앞세워 억누리는 굴레를 벗겨요.


  이 나라를 가만히 보노라면, 공을 차거나 치거나 때리는 겨룸판 어디에나 배움끈에 뒷돈이 춤을 춥니다. 모든 배움터하고 일터에서도 매한가지입니다. 잘못(부정부패)이 없는 곳은 아예 없다고 할 만합니다. 글판(문학계)도 똑같고, 시골마을조차 눈먼돈을 빼돌리거나 돌라먹는 짓이 가득합니다.


  어떡하면 이 모든 바보짓을 털어낼 만할까요? 그야말로 누구라 할 것 없이 모조리 썩거나 곪았다면 누가 누구를 다스리거나 나무랄 수 있을까요? 골골샅샅 썩고 곪은 나라에서 스스로서기(지방자치·지방분권)를 제대로 이룰까요? 오히려 골골샅샅이 더 썩거나 곪지 않을까요?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가 나온 해부터 스무 해를 돌아봅니다. 누가 우두머리(대통령·권력자) 자리에 앉든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이놈도 저놈도 뒤가 구려요. 그놈을 끌어내린들 새로 오르는 이도 나란히 뒤가 구립니다. 착하고 바르게 일하여 땀값으로 살림을 짓는 사람은 어쩐지 벼슬도 감투도 못 받는 듯합니다. 아니, 착하고 바르게 일하여 땀값으로 살림을 짓는 사람은 처음부터 벼슬이나 감투는 조금도 안 쳐다보니, 벼슬이나 감투는 ‘안 착하고 안 바르다’ 싶은 이들이, 땀조차 안 흘리면서 나눠먹기를 하는구나 싶습니다.


  온나라가 썩거나 곪았으면, 그야말로 누구한테서 배울 수 있을는지 까마득할 만합니다. 그러나 길은 뜻밖에 쉬워요. 썩지도 곪지도 않은 사람한테서 배우면 넉넉하고 즐겁고 아름답습니다. 바로 ‘아이들’입니다. 아직 배움터(학교)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한테서 배우면 됩니다. 아직 어린이집에 길들지 않은 아이들한테서 배우면 됩니다. 배움터나 어린이집 모두 안 다니면서 숲빛을 품고 노래하는 아이들한테서 배우면 됩니다.


  푸른별 어느 나라이든 돈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푸른별 모든 나라에는 살림돈이 넉넉하고, 먹을거리에 옷밥집이 모두 넉넉합니다. 그렇지만 푸른별 모든 나라에는 가난한 사람과 가멸찬 사람이 따로 있어요. 넉넉한 돈과 옷밥집을 고르게 나누려는 얼거리가 없을 뿐입니다.


  착하고 참하고 곱고 사랑으로 빛나는 사람이 우두머리나 벼슬이나 감투를 맡는다면, ‘넉넉한 돈과 옷밥집’을 누구나 고르게 나누는 길을 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 쳐들어갔습니다. 두 나라가 부딪히는 싸움연모(전쟁무기)는 무시무시합니다. 얄궂은 러시아한테 맞설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로 싸움연모를 대는 나라가 많은데, 싸움연모 하나하나를 보면 값이 무시무시합니다.


  러시아는 왜 그토록 비싼돈을 들여 싸움연모를 만들었을까요? 러시아한테 맞선다는 숱한 나라도 왜 그토록 비싼돈을 들여 그 많은 싸움연모를 만들었을까요?


  펑펑 쏘고 빠르게 날고 꽝꽝 터뜨리는 모든 싸움연모는 ‘똑똑한 과학자·기술자·학자·전문가’들이 힘을 모으고 뜻을 모아서 만들었습니다. ‘똑똑한 평론가·작가·기자’들은 싸움연모를 널리 알리는 데에 이바지합니다. 어찌된 셈일까요? 바보가 아닌 이들이 왜 바보짓을 할까요? 많이 배워서 많이 안다는 이들은 왜 ‘살림연모’가 아닌 ‘싸움연모’를 어마어마하게 돈을 쏟아부어서 끝없이 만들까요?


  그러니 ‘지식인 아닌 아이들’한테서 배울 노릇입니다. 그렇기에 ‘교사·교수·학자·작가·예술가 아닌 아이들’한테서 배울 일입니다.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하면서 일살림을 익힙니다. 아이들은 소꿉노래를 부르면서 일노래를 깨닫습니다. 아이들은 소꿉집을 꾸리면서 살림집을 짓는 슬기를 온몸으로 맞아들입니다.


  지난 2002년 ‘붉은물결 젊은이’는 네덜란드사람이 이끈 사람들(축구선수)이 너나없이 어깨동무하면서 온마음으로 겨룸판에 서는 길을 지켜보면서 온몸이 짜르르 울리는 새빛을 누렸습니다. 덩치가 커야 이기지 않는 줄 알아차리고, 힘이나 돈이나 이름값이 아닌 꿈과 사랑을 마음에 담는 길이어야 즐거운 줄 알아챘어요.


  나라가 아름답게 서려면, 우두머리(대통령)부터 흙지기(농사꾼)까지 고르게 일하고 쉬고 어울리는 길을 열면 됩니다. 잘 봐요. 벼슬꾼(공무원)은 1급이니 9급이니 가르는데, 흙지기는 스무 해나 마흔 해나 예순 해를 일해도 그저 ‘흙지기’입니다. 벼슬꾼 자리(급수)가 올라야 할 까닭이 없이, 똑같이 받으면 됩니다.


  밥지기(요리사)로 일하는 사람은 밥집에서 일삯을 얼마 받나요? 살림도움이(가사도움이)로 일하면 일삯을 얼마 받나요? 그러면 집에서 집안일을 도맡아 온 숱한 할머니 어머니는 일삯을 받은 적이 있나요? ‘살림꾼(가사노동자) 밑일삯(기본소득)’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우리나라에 돈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허튼곳에 새는 돈이 많고, 뒤로 빼돌리는 눈먼돈이 넘칠 뿐입니다. 1급 공무원도 9급 공무원도 일삯을 똑같이 받으면 됩니다. 싸울아비(군인)를 모두 치우면 됩니다. 배움수렁(입시지옥)을 걷어내면 됩니다. 썩고 곪은 데를 다스리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일으킨 엄청난 붉은물결이 있었어도 새물결로 잇지 않아요. 미워하는 물결이 아닌, 살리는 물결로 거듭날 적에 우리나라도 푸른별도 비로소 아름답게 살아가는 터전으로 빛날 만합니다.


ㅅㄴㄹ


여기서 한 차례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일은 앞에서 말한 ‘온 국민’이라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아주 완전한 ‘온 국민’은 아니다. 모두가 열광하고 기뻐하는 이런 잔치판에서도 버림받고 따돌려진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16쪽)


그들은 이런 현상을 반가워하면서도 한편 놀라고 두려워하였고, 온 국민들이 터뜨리는 이 엄청난 힘 앞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저마다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 같다. 입만 떼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마음속에서는 지금까지 언제나 가르치고 계몽하고 이끌어 가려고 하는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던 뭇사람들이 이렇게 놀라운 힘과 슬기를 나타내었으니 그만 그 몸가짐을 다시 고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1쪽)


행정관료와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이들이 삶을 정직하게 쓴 감동이 담긴 글을 두려워하고 꺼리는 경향이 있다 … 문인들의 창작이론을 아이들의 글쓰기 지도에 적용한 것도 교육을 크게 그르친 원인이 되었다. (98쪽)


어째서 노동자 출신이 노동부 장관이 되지는 못하는가? 어째서 농사꾼이 농사 정책을 맡는 장관이 되지 못할까? 어째서 꼭 외국의 유명 대학을 나온 학력이 있어야 국무총리가 되고 대통령이 되는가? 어째서 가장 중요한 기초 교육을 맡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 교육 관계 장관은 될 수 없는가? (216쪽)


지금은 서양말 미국말이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같이 되어 있지만, 사실 이렇게 우리말이 남의 나라 말과 글에 짓밟혀 엉망이 된 근본을 찾으면 그것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문과 한자말이다. 이 한자말은 천 년 동안 우리말을 죽여 왔고, 지금도 우리말을 어지럽게 하고 병들게 하는 원흉이 되어 있다. (254쪽)


정작 가장 큰 장애물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 어른들이 그 길을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너무나 오랫동안 어떤 힘에 억눌려 살아오는 동안 그만 억누르는 그 질서에 길들여져서 참된 것을 볼 줄 모르고 도리어 그 참된 것을 억누르는 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318쪽)


이렇게 해서 학교생활이고 가정생활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삶’으로 보내게 된다면 학교를 졸업한 다음 어른이 되어도 그대로 살아갈 것이니, 정치고 경제고 산업이고 사회의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다. (33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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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7.11. 늘빛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은 ‘비슷한말 = 다른말’이라는 얼거리를 이웃님이 헤아리기를 바라면서 엮은 밑꾸러미(기초어사전)입니다. 이 꾸러미에 ‘늘·노상·언제나’가 어떻게 비슷하되 다른가를 풀이해 놓기도 했는데, 오늘은 ‘늘’이라는 낱말이 어떤 뿌리(어원)인지를 가볍게 밝히는 글자락 하나를 추스릅니다. 이러면서 ‘늘사랑·늘빛·늘살림’이라는 낱말을 새롭게 쓰는 길을 풀어냅니다.


  숲노래 씨 모둠꾸러미(종합사전)는 언제 나올는 지 모릅니다만, 서두르지는 않아요. ‘늘어지게’ 하지는 않으나, ‘늘’ 여미면서 천천히 ‘늘어’가는 살림입니다. 말살림도 숲살림도 노래살림도 하루하루 새롭게 추스르기에 저절로 빛나면서 퍼질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서로서로 생각을 스스로 밝히고 가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놈(권력자)이 퍼뜨리는 말에 휘둘리거나 휩쓸리는 하루가 아닌, 우리 스스로 살림을 지으면서 언제나 사랑으로 빛나는 마음으로 말 한 마디를 여미고 나눌 수 있기를 바라요. ‘사랑’을 하려면 ‘사랑’을 알아야 하고, 사랑을 마음에 몸으로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사랑’이라고 소리를 내는 이 낱말도 무슨 뜻이자 결인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이나 ‘네이버·구글 검색’으로는 ‘사랑’을 알 길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 대목을 알까요? 아마 아직 모르지 않나요? ‘사랑’을 알려면, 스스로 사랑이라는 씨앗을 마음에 심고 품어서 말밭을 가꾸고 살림밭을 일구는 이야기책을, 우리 스스로 차근차근 찾고 챙겨서 읽고 하루를 노래하면 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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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빗소리 2023.6.20.불.



똑같은 빗소리가 없는 줄 느끼니? 길바닥을 구르는 바퀴도 똑같은 소리가 없어. 겉보기로는 얼핏 같을는지 모르나,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마음으로 다 다르게 타고 다 다른 길을 가거든. 그러나 이 ‘다 다른 마음’이 아니라 ‘다 같은 마음’이라거나 ‘다 다른 빛을 죽이거나 길들여서 어슷비슷 틀에 박히는 마음’일 적에는 겉보기로 다른가 싶어도 ‘똑같구나 싶은 소리’를 내지. 너희가 쇳소리(기계문명소음)에 길들었다면 빗소리가 늘 다 다른 줄 못 느껴. 쏟아지는 비도 소리가 다르지만, 내내 내리는 비도 늘 소리가 달라. 처음 땅바닥을 적시는 빗물하고, 한참 젖은 빗물은 다 다른 소리일 테지? 나뭇잎에 듣는 빗소리랑 꽃송이에 듣는 빗소리는 달라. 아침비 낮비 밤비도 소리가 다르지. 개구리가 노래하는 소리에 섞인 빗소리도 달라. 소쩍새나 휘파람새가 노래하는 소리에 섞인 빗소리도 달라. 바다에 내리는 비랑 숲에 내리는 비랑 서울에 내리는 비도 달라. 빗소리 한 가닥에서 숨소리를 느껴 보렴. 빗물을 품고 흐르는 구름이 사근사근 들려주는 소리를 귀기울여 보렴. 솔솔 흐르는 소리에 무엇이 깃드는가를 하나씩 헤아려 봐. 빗물을 받고 마시면서 반가이 웃는 풀과 나무와 풀벌레와 헤엄이를 바라봐. 그리고 너도 손으로 빗물을 받아서 기운을 맞아들여 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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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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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태도 불량 2023.6.27.불.



배우려는 사람은 받아들이려는 마음이기에, 받아들이려면 여태까지 쌓고 닦아서 이룬 길을 녹이려고 하지. 배우지 않으려는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마음이기에, 이제까지 하던 틀을 단단히 지키고 높이 쌓으려고 해. 받아들여서 배우려는 마음일 적에는 여태 하거나 쌓거나 담거나 이룬 모든 것을 바꾸거나 갈거나 고쳐서 새롭게 살아가려는 뜻이야. 안 받아들이고 안 배우려는 마음은 언제나 단단하게 담벼락을 이으려는 뜻이지. 물그릇에 물을 담을 적마다 ‘그릇이라는 몸’이 바뀌면 물을 못 담아. 그릇은 제 몸을 늘 똑같이 지켜주기에 물이나 여러 가지를 담지. 그런데 그릇은 스스로 짓거나 가꾸지는 않아. ‘누가 담아 주어’야 비로소 속에다 놓는데, 그릇은 속에 놓더라도 ‘속에 놓은 것’을 스스로 누리지 않아. 그릇이 물을 마시면 너희가 물을 못 마시겠지? 그릇은 ‘네가 시키는 대로 고스란히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단다. 그러면 보겠니? 너희는 ‘사람이라는 숨결’이니? 너희는 ‘사람이라는 몸’은 입었으나,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모습은 아니니? ‘남이 들려주는 말·이야기’를 고스란히 받아서 똑같이 따라하는 ‘틀’이지는 않니? 배우려 하고, 배울 수 있고, 배우는 삶이기에, 너희 마음에 생각이 솟아나. 너희를 물그릇으로 삼으려는 무리(권력자)는 너희가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버릇없다(태도 불량)’고 여기며 나무란단다. 그러나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몸짓(태도)으로 배우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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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찬국수 2023.7.1.흙.



찬국수(냉면)를 맛있고 즐겁게 먹는 사람이라면, 찬국수를 못 먹을 뿐 아니라 한 가닥조차 안 건드리는 사람이 어떤 몸이고 마음인지 모를 수 있어. 찬국수를 먹든 안 먹든 대수로울 수 없어. 먹을 적에는 ‘먹으면서 즐거우’면 넉넉하고 스스로 빛나. 안 먹을 적에는 ‘안 먹으면서 즐거우’면 넉넉하고 빛나지. ‘먹기’에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면 되고, ‘안 먹기’에 ‘싫어’하지 않을 수 있으면 돼. “어떻게 못 먹니?” 하고 묻거나 따질 까닭이 없어. 거꾸로 물어보렴. “어떻게 먹을 수 있니?” ‘잘못’이라 여길 일이 없고, ‘잘’이라 여길 일이 없어. 모든 일은 ‘늘 다르게 흐르는 하루를 읽고 새겨서 받아들이는 길을 새로 열려’는 뜻으로 여기에 있어. ‘한 일’을 보면 되고 ‘한 일이 무엇인지 돌아보기’를 하면 돼. 다만, ‘한 일’을 옳거나 그르다고 가르거나 다그치지 않을 노릇이야. ‘해야 할 일’하고 ‘안 해야 할 일’을 갈라서 다그치거나 따지거나 나무라면, 이 일은 곧 다시 찾아온단다. ‘스스로 그린 하루’를 처음부터 다시 살피고 ‘스스로 오늘 한 말과 일’이 ‘내 마음에 무엇을 남겼는가’를 고스란히 살피고, ‘앞으로 그리려는 삶’이 무엇인지 새롭게 마음에 담을 노릇이야. 어떤 일이건 그대로 받아들인 다음에, 이튿날 누릴 ‘새그림’을 마음에 담으면, ‘바뀌기’가 아니라 ‘새로 나타나는 삶’으로 나아간단다. ‘버릇 고치기·바꾸기’가 아닌, ‘오늘과 새날 그리기’에 마음을 기울이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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