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2.


《역사의 천사》

 브루노 아르파이아 글/정병선 옮김, 오월의봄, 2017.10.23.



모처럼 해가 난다. 마당에 서서 햇볕을 쬔다. 이내 구름이 덮는다. 비는 더 뿌리지 않는다. 빨래를 해서 넌다. 까마중 곁에 쪼그려앉아 흰꽃이랑 푸른알이 나란히 맺은 모습을 본다. 쇠무릎잎을 조금 훑어서 살살 씹는다. 비날이 길면 풀내음은 오롯이 비내음에 바다내음이다. 풀은 다 다르되, 비날에는 풀맛이라기보다 물맛인데, ‘바다를 떠나 하늘에서 놀다가 비로 찾아온 물맛’을 품는다. 저녁나절 두바퀴를 몰아 들길을 가른다. 비내음이 물씬 흐르는 들길은 싱그럽다. 개구리노래가 온마을을 휘감되 별이 돋지는 않는다. 7월에는 언제 별을 볼까? 밤마다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물어본다. “넌 별을 왜 보고 싶니?” 구름 뒤켠에 숨은 별이 묻는다. “어, 어, 그게 말이지, 그냥 보고 싶어.” 《역사의 천사》를 읽었다. 옮김말이 참 일본스러운 한자말로 가득하다. 우리는 언제쯤 ‘우리말로 옮기는 이웃책’을 읽을 수 있을까? 줄거리를 익히고 싶다면 이웃말로 읽으면 되지만, 이 땅에서 자라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깨동무하는 이웃살림을 헤아린다면, 아름다운 이웃책을 아름다이 우리말로 여미는 일을 누구나 하고 누리고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발터 벤야민’이 쓴 그 나라 말이 ‘일본스러운 한자말’은 아니었겠지. 아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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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3.


《아이들은 나무처럼 자란다》

 김소라·진병찬 글, 비온후, 2023.6.10.



다시 비가 오되, 비가 그친 나절도 길다. 해가 나는 동 마는 동인데, 이따금 해를 본다. 해가 나오면 마당에 서서 빙그르르 해맞이춤으로 반긴다. 구름이나 비를 안 반기지 않는다. 해도 바람도 구름도 비도 별도 반긴다. 해가 드문 날이 이으니, 이 해가 우리를 얼마나 살리는가 하고 새삼스레 되새기면서 바라본다. 조용히 하루를 보내다가 저녁에 두바퀴를 달린다. 들길을 가르면서 구름을 본다. 하루라도 비가 그치면 마을마다 비닐쓰레기를 태우거나 풀죽임물을 뿌리는데, 오늘은 좀 뜸하다. 수박 한 통을 장만한다. 등짐으로 나른다. 《아이들은 나무처럼 자란다》를 읽었다. 부산에서 큰고장살림보다는 숲살림을 펴고 나누려는 분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갈무리했다. 뜻깊은 하루를 아이들하고 펴는 마음이 반갑다. 다만, 어린이 곁에 서는 어른이라면 ‘말(우리말)’을 더 들여다보아야지 싶다. 어른(교사)끼리 쓰는 말씨도 안 쉽고, 책에 드러나는 말씨도 꽤 아쉽고 얄궂다. 마음에 푸른빛을 담는 배움길이라면, 푸른빛을 푸른말로 갈무리할 때라야 비로소 푸른씨앗으로 싹트겠지. 아무것이나 가르치지 않는다면, 아무 낱말이나 쓰지 않도록, ‘마음을 가꾸는 말씨’를 어른(교사)부터 더 깊고 넓게 배워서 ‘숲말’을 쓸 적에 아름답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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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4.


《태양왕 수바, 수박의 전설》

 이지은 글·그림, 웅진주니어, 2023.5.15.



어젯밤에 별을 보나 싶더니 구름이 짙게 가렸다. 오늘은 가랑비가 가끔 뿌리되 더 안 올 듯싶다. 아침부터 고흥읍에 나갈 일이 있다. 작은아이가 “아버지, 우산 챙겨요.” 하고 부른다. “안 올 텐데, 네가 챙기라니 챙길게.” ‘고흥 꿈꾸는예술터 이바구(발표회)’를 ‘문화회관 송순섭실’에서 한다. 꽤 걸어야 한다. 여기 오는 이들 가운데 군내버스를 타고 미리 나간 뒤에, 저잣마실을 한 다음, 걸어서 찾아온 이는 없으리라. 꽤 멀지만 모처럼 읍내 기스락 고샅을 걸으며 시골빛을 헤아린다. 그런데, 군수님은 머리말을 하자마자 ‘기념사진 촬영’부터 한다. 이러고서 ‘다음 일정’이 바쁘다며 군의회 의원들하고 우르르 나간다. 자리(행사)가 끝난 뒤에 ‘찰칵질’을 해야 하지 않나? 찰칵 찍고서 사라지는 이들은 이 고장에 무슨 이바지를 할까? 《태양왕 수바, 수박의 전설》은 수박을 재미나게 즐기도록 이바지하는 그림책이겠지. ‘즐거운 하루’하고 먼 오늘날이기에 ‘재미난 볼거리’를 찾는다고 느낀다. ‘즐거이’ 지내는 사람은 ‘재미·재주’를 안 찾는다. ‘즐겁다·즈믄’은 한동아리이다. ‘온’을 ‘열’ 모을 적에 ‘즈믄(즐거움)’이요 ‘지음(짓다)’라는 살림빛을 읽는 이웃이 늘기를 빈다. 오늘밤은 별을 드디어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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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 숲노래 말넋

말꽃삶 12 밥꽃에 잘 먹이는



  ‘이기적(利己的)’은 우리말이 아닙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저만 아는·나만 아는”이요, ‘나먼저·나부터’이고, ‘제멋대로·멋대로’라 할 만합니다. 이런 우리말을 바탕으로 ‘속좁다·얌체’라든지 ‘좁다·얕다’로 나타낼 만하고, ‘눈멀다·덜먹다’나 ‘어리석다·철없다’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일본스런 한자말 ‘이기적’이나 ‘이기주의’가 이런 여러 우리말 뜻이나 결을 품는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온갖 우리말을 알맞게 쓰는 길을 우리가 스스로 잊으면서 잃었다는 얘기입니다.


  처음부터 대뜸 “넌 어리석어!”나 “그대는 철이 없군요!”라 하면 얼핏 ‘이기·이기적·이기주의’하고 먼 듯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쉽고 바탕이라 할 “저만 아는”부터 차근차근 뜻을 짚으면서 말결을 이어가노라면 ‘어리석다·철없다’뿐 아니라, ‘밉다·샘바르다’로도 나아가고, ‘괘씸하다·건방지다·고약하다’로도 흘러요. 때로는 ‘길미꾼·깍쟁이’ 같은 말이 어울립니다.


  어른이 어른스럽게 아이 곁에서 말을 들려주면서 북돋울 적에는 한꺼번에 다 알려주지 않습니다. 언제나 한 가지를 먼저 들려줍니다. 이다음에는‘이 한 가지 말’하고 비슷하지만 결이나 뜻이 살짝 다른 ‘두어 가지 말’을 들려주고, 차츰 가지를 뻗으면서 말나무를 살찌워요.


  말은 외워서 못 씁니다. 말은 살아가면서 씁니다. 말을 억지로 집어넣을 수 없습니다. 말은 ‘학습도구’가 아닙니다. 말은 서로 생각을 나누는 길에 이바지하는 씨앗입니다. ‘생각씨앗’인 말이요, ‘생각나무’로 뻗는 말입니다.


 영양만점·영양보충


  국립국어원 낱말책에조차 안 실은 일본스런 한자말 ‘영양만점·영양보충’을 짚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이런 말을 먼먼 옛날부터 아예 안 썼습니다. 이 말씨는 일본이 우리나라로 쳐들어와서 다스린 때부터 조금씩 쓰다가 어느새 확 퍼졌어요.


 영양만점 샐러드를 준비했다 → 맛찬 풀무침을 차렸다

 영양만점의 아침식사를 통해 → 맛진 아침을 먹으며

 영양만점의 요리를 만들어 → 맛밥을 차려 / 멋밥을 지어

 영양만점의 식단을 구성한다 → 맛깔진 밥차림을 한다


  “영양(營養)이 만점(滿點)이다”라고 하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몸에 이바지를 한다는 뜻일 텐데, 예부터 쓴 우리말을 돌아본다면, 수수하게 ‘좋다·뛰어나다·빼어나다·훌륭하다’라고 하겠습니다. 앞말 ‘영양’은 군더더기입니다.


  오늘날에는 더 잘게 나누어 나타낼 수 있고, 넓거나 깊게 파고들어 그릴 수 있습니다. 이럴 적에는 새말을 엮습니다. 이를테면 ‘맛꽃·맛밥·멋밥’처럼 엮을 수 있어요. 흔히 쓰는 ‘맛나다·맛있다·맛좋다’에 새뜻을 얹을 수 있고요. ‘맛깔나다·맛깔스럽다·맛깔지다’를 함께 쓸 만하지요. ‘맛지다·맛차다’를 나란히 써도 어울립니다.


  새롭게 나타내고 싶기에 새말을 엮을 수 있고, 예부터 쓰던 말에 새뜻을 보탤 수 있습니다. 또는 이 둘을 다 해보아도 되어요.


 아무래도 영양보충이 필요하다 → 아무래도 잘 먹여야 한다

 청소년기에는 영양보충이 필요하니까 → 푸른철에는 살찌워야 하니까


  우리는 예부터 “영양(營養)을 보충(補充)하다”가 아닌, “잘 먹다”나 “잘 먹이다”라 말했습니다. 흔히 쓰는 말을 널리 쓰면 어울립니다. 잘 먹거나 잘 먹인다고 할 적에는 ‘살린다’는 얘기이기에 ‘살리다·살찌우다·기름지다’를 쓸 만합니다.


  몸에 힘이 나도록 잘 먹이려는 길이니 ‘챙기다·챙겨먹다’나  ‘추스르다·높이다·올리다·끌어올리다’ 같은 낱말로 나타내어도 어울립니다.


내가 너한테 영양만점 메뚜기 수프를 끓여 줄게

→ 내가 너한테 메뚜기국을 맛나게 끓여 줄게

→ 내가 너한테 메뚜기국을 맛깔스레 끓여 줄게


  어떤 밥이든 맛나게 차리면 됩니다. 어떤 국이든 맛깔스레 끓일 만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잊으면 밥을 먹으면서 정작 ‘밥’이라는 낱말을 잊더군요.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영양만점의 음식이다

→ 한 끼로 훌륭하다

→ 끼니로 좋다

→ 맛찬 밥이다


  아침이나 낮이나 저녁에 맞추어 먹는 밥을 ‘끼·끼니’라는 낱말로 가리킵니다. ‘밥’을 한자말로 ‘식사·음식’으로 나타내는 분이 있는데, 보기글처럼 “한 끼 식사”처럼 쓰거나 글자락 끝에 ‘음식’을 보태면 얄궂습니다. 겹말조차 아닌 겹겹말입니다. 한자말을 쓰더라도 ‘식사·음식’이 겹치고, “손색이 없는·영양만점의”가 겹칩니다. 단출히 “한 끼로 훌륭하다”나 “한 끼니로 알차다”라 하면 됩니다. “맛찬 밥이다”나 “맛깔진 밥이다”라 해도 되어요.


  글을 곱게 여미어 나누기에 ‘글꽃’입니다. ‘문학’이란 글꽃입니다. 말을 찬찬히 여미어 담기에 ‘말꽃’입니다. ‘사전’이란 말꽃입니다. 밥을 알차게 지어 누리기에 ‘밥꽃’입니다. ‘요리·식사’뿐 아니라 ‘영양·풍미’나 ‘레시피·조리법’이나 ‘미감·구미·식감’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우리말 ‘밥꽃’으로 품어낼 만합니다.


  어버이로서 아이를 잘 먹이고 싶은 마음이라면, 어른으로서 어린이가 잘 살려서 쓸 말을 가다듬고 추스르고 갈무리하고 북돋우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흔하고 쉬운 말씨 하나부터입니다. 놀랍거나 대단한 말씨가 아닌, 누구나 여느삶에서 단출하게 쓰고 듣고 나누는 말씨에 마음씨를 담아서 꽃씨처럼 고이 심을 수 있기를 바라요. 씨앗일 말 한 마디입니다. 말재주나 글재주를 부리지 않더라도, 차근차근 가꾸고 돌보는 손길을 빛내면, 시나브로 ‘솜씨’를 이룹니다.


 밥나눔터


  둘레를 보면 ‘무료급식소·무상급식소’처럼 한자로 엮어서 이름을 붙이기 일쑤입니다. 누구나 기꺼이 맞아들여서 밥 한 그릇을 나누는 곳이라면, 이러한 뜻이며 결을 그대로 살려서 ‘밥 + 나누다 + 터’ 얼개로 새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다니는 배움터에서는 “밥을 누리는 터”라는 뜻을 담아서 ‘밥누리터’처럼 살짝 다르게 새말을 지을 만합니다.


  많이 먹으려고 하거나, 맛난 밥을 찾는다면 ‘밥샘’처럼 새말을 엮을 수 있습니다. 밥을 먹으려고 찾아온 사람은 ‘밥손’이라 하면 됩니다. 밥을 먹고 옷을 입으며 집을 누리는 길은 ‘의식주’보다는 ‘밥옷집·옷밥집·집밥옷’처럼 수수하고 쉽게 여밀 만합니다. 밥을 먹고 남은 것이라면 ‘음식물쓰레기’보다는 ‘밥쓰레기·밥찌꺼기·밥찌끼’라 하면 한결 나아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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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피뇽의 마녀 2
히구치 타치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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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7.14.

숲아씨랑 버섯



《샹피뇽의 마녀 2》

 히구치 타치바나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2.4.15.



  《샹피뇽의 마녀 2》(히구치 타치바나/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2)은 ‘숲아씨’ 가운데 ‘버섯아씨’가 누리는 삶을 들려줍니다. 숲에서 호젓하게 살아가며 숲빛을 이웃으로 품는 숲아씨로서는 숲살림이 보람차고 즐겁습니다. 숲에서 거둔 살림을 갈무리해서 이따금 마을로 가져가서 나누지요. 마을에서는 숲아씨가 베푼 숲살림이 있기에, 앓거나 아픈 몸을 정갈하게 다스려서 털어낼 수 있습니다만, 어쩐지 겉모습만으로 숲아씨를 꺼리거나 싫어한다지요.


  ‘숲하고 마을’이라는 얼거리를 ‘시골하고 서울’이라는 얼거리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림꽃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 오늘 모습인 줄 느낄 만합니다. 서울에 사람이 많고, 돈이 많고, 일거리가 많고, 집이 많고, 우두머리가 살고, 이런저런 이름팔이가 많다지만, 서울에는 숲이 없고 새가 드물고 비바람이 깃들 데는 없다시피 하고, 무엇보다 어린이가 뛰놀 터전이며 푸름이가 이 삶을 느긋이 돌아볼 빈터가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닥거리기가 아닌 놀이’를 누리지 않고서 나이만 먹으면 ‘어른 아닌 늙은 꼰대’가 되고 맙니다. 노닥거리는 짓은 추근거리는 짓으로 뻗고, 노닥질이나 추근질은 뒷질이나 몰래질로 불거지게 마련이에요. 이른바 ‘나이든 이들(기성세대)’이 세운 나라(정부)를 봐요. 아름다운 구석이 있습니까? 배우는 터전이 아닌 겨루고 싸우고 다투어야 하는 수렁인 ‘학교’입니다. 심부름꾼으로 이바지하는 벼슬자리가 아닌 지 오래인 ‘공공기관’입니다. ‘문화·예술·문학’은 어깨동무로 나아가는 길에 얼마나 아름답게 있을까요? ‘과학·기술’이라는 이름은 으레 ‘최첨단 전쟁무기 개발’에 힘을 쏟는 판입니다.


  푸른별에서 숲이 사라지면 사람이 다 죽습니다. 다들 머리(지식)로는 ‘숲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여기기는 하되, 막상 ‘숲을 살리거나 가꾸거나 돌보거나 품는 길’하고는 한참 먼 하루를 보냅니다. 왜 시골에서 일하지 않을까요? 왜 쇳덩이(자가용)를 안 버릴까요? 왜 잿집(아파트)을 안 떠날까요?


  서울은 작을 적에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종로구 하나만 서울로 머물고, 모든 곳은 숲으로 돌릴 노릇입니다. 모든 구 사이에 적어도 500미터쯤 숲으로 돌려놓을 적에 비로소 이 나라가 숨통을 틔울 만합니다. 배움터(학교)도 돌봄터(병원)도 벼슬터(공공기관)도 확 줄여서 숲으로 돌릴 노릇입니다. 숲이 넓을수록 책을 안 읽어도 되고, 앓거나 아플 일이 없습니다. 숲을 품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이따금 글월을 부치고 날개터(우체국)에 들르기는 하겠지만, 딱히 벼슬터(공공기관)에 갈 일이 없어요.


  사람들은 숲을 안 품기에 지나치게 바쁩니다. 숲을 등지기에 날마다 툭탁거리면서 몫(이익)을 챙기려고 억지를 씁니다. 숲을 품으면 ‘생태환경책’을 안 읽어도 되는데, 숲을 안 품으면서 책만 읽습니다. 숲에 깃들어 풀꽃나무랑 동무하면 저절로 말을 익히고 누구나 스스로 글(문학)을 펴게 마련입니다. 숲하고 등지기에 겉치레를 하고 꾸며내고 뽐내는 허울이 늘어납니다.


  《샹피뇽의 마녀》는 ‘숲에서 자라는 버섯’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버섯이 왜 버섯인지 돌아볼 수 있다면, 우리 스스로 무엇을 잊고 잃으면서 헤매는가를 저마다 천천히 알아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돌고돌면서 풀고 맺는 이음길인 버섯입니다. 돌고돌면서 풀고 맺는 너른터인 숲입니다. 사람은 예부터 숲에서 숲을 노래하고 사랑하고 어깨동무하면서 하늘빛으로 환하게 웃었습니다.


ㅅㄴㄹ


“루나구나. 다 품을 수 없는 독을 받아들인 거니? 그 모습, 그렇군.” (24쪽)


“허황된 소리지만, 애초에 그녀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 자체가 온통 이례적인데, 그거야말로 허황된 일 아닌가?” (90쪽)


‘괴로운 추억, 슬픈 기억, 어두운 감정, 불안의 소용돌이, 얽히고설킨 고통, 충격의 잔상, 그에 연결된 모든 것들. 그렇게 다 가져가면 남은 기억이 거의 없어지게 돼. 그렇구나. 그 정도로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은, 슬픈 색으로 진하게 메워져 있었구나. 예쁘구나. 내게서 멀리 떨어져 흩뿌려지는 슬픔의 색은.’ (136∼137쪽)


“독기 많은 마을엔 머물 수 없는 누군가의 갈 곳 없는 다정함들이 여기로 모여들거든. 여기 버섯은 그 다정함을 먹고 자라. 그런 다정함을 가진 사람만이 가끔 여길 발견할 수가 있어.” (157쪽)


“다정한 맛이 난다. 근데 왠지 쓸쓸해. 고마워, 마녀. 독을 빨아들인 마을의 버섯이랑 이런 멋진 버섯 화원을 만들 수 있는 넌, 누가 뭐라든 아주 멋진 사람일 거야. 마을의 소문은 모두 믿을 게 못 되는구나.” (16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シャンピニオンの魔女 #樋口 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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