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수상해 문학동네 동시집 40
함기석 시, 토끼도둑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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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시읽기. 문학비평 2023.7.23.
노래책시렁 301


《아무래도 수상해》
 함기석
 문학동네
 2015.11.27.


  얼핏 보면, ‘말장난’하고 ‘말놀이’는 ‘한끗’이 다른 듯싶습니다. 곰곰이 보면, ‘허울 = 장난’으로 가고, ‘살림 = 놀이’로 뻗습니다. ‘겉을 보기좋게 꾸미는 하루 = 허울 = 말장난’으로 굳고, ‘속(마음)을 알차게 가꾸는 하루 = 살림 = 말놀이’로 피어납니다. 《아무래도 수상해》에 흐르는 말장난을 어린이한테 들려준다면, 우리는 너무나 철없는 굴레입니다. ‘넝쿨장미’를 “녹색 복면을 한 도둑”이라고 여기는 텅텅 빈 마음으로 어떻게 꽃이며 풀이며 나무를 마주할 수 있을까요? 늘 ‘복면·도둑·전쟁·미움·분노’를 품은 탓에, 어린이하고 함께한다는 글인 동시를 이처럼 어이없는 말장난으로 치레하고야 말아요. 나룻(수염)을 깎을 적에 쓰는 칼(면도기)을 “이상한 곤충”으로 빗대는 철없는 말씨를 어린이한테 함부로 들려주어도 될까요? 어떻게 ‘벌레(곤충)’가 ‘이상’할 수 있나요? 사람은 높고 벌레는 낮다는 마음이 밑바닥에 있으니, 이런 글자락이 저절로 튀어나옵니다. 이러면서 ‘말장난’을 엮습니다. 온누리 모든 풀벌레는 저마다 다른 몸빛에 몸집에 살림으로 이 푸른별에서 저마다 다른 몫을 맡아요. 함부로 깔봐도 될 벌레란 없어요. 철들지 않은 채 읊는 장난글은 모두 털어낼 일입니다.

ㅅㄴㄹ

깊은 밤 / 녹색 복면을 한 도둑이 / 등에도 팔뚝에도 가시가 돋은 도둑이 / 손을 뻗어 담을 넘는다 (넝쿨장미/20쪽)

거울 앞에서 / 아빠가 면도를 한다 // 면도기는 수염을 먹고 사는 / 이상한 곤충 (전기면도기/4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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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시읽기. 문학비평 2023.7.23.
노래책시렁 348


《소란이 새어들지 않는 곳》
 고선영·김금주·박승보·배배·이상오·정세리·허현진
 글을낳는집
 2023.1.16.



  서로 마음을 일으키면 눈을 떠서 만납니다. 서로 마음을 안 일으키면 눈앞에 멀쩡히 있어도 못 알아보기에 못 만납니다. 서로 마음이 없으면 자꾸 허우대를 키우려 들고, 허울만 큼지막하게 반드르하고 말아요. 서로 마음이 있으니 겉모습이 아닌 속내를 헤아리려고 다가서고, 이윽고 환하게 웃음짓는 오늘이란 늘 꽃씨처럼 마음자리에 있은 줄 알아차립니다. 《소란이 새어들지 않는 곳》은 글꽃을 지피고 싶은 일곱 사람이 두런두런 모여서 일군 글씨앗을 나누려고 하는 조촐한 꾸러미입니다. 처음 짓는 밭에서 남부럽지 않게 거두지는 않습니다. 아니, 처음 짓는 밭살림인데 굳이 남(기성작가)이 어떤 글을 왜 쓰는지 들여다볼 까닭이 없어요. 아니, 오래오래 지은 밭살림이어도 구태여 남(전문가·문인·평론가)이 거들어(비평해) 주기를 바랄 까닭이 없습니다. 노래란, 놀이하고 일하며 웃는 사람이 스스럼없이 부르는 숲빛가락입니다. 문학이란, 놀이도 일도 잊고 등진 채 웃음도 눈물도 없이 허울스럽게 꾸미는 굴레입니다. 문학을 하기에 스스로 찌들거나 무너집니다. 노래를 하기에 스스로 눈을 뜨고 마음을 열며 생각을 가꿉니다. ‘문학’이나 ‘시’를 알아야 하지도, 읽어야 하지도 않습니다. ‘글’을 읽고 ‘노래’를 부르니 반짝여요.

ㅅㄴㄹ

태선아 / 우리 집에 가자 / 우리 이제 집에 가자 / 니 어디 가지마래이 / 내랑 같이 이제 집에 가자 (임종-박승보/60쪽)

눈이 내린다 / 언제쯤 오실까 / 서쪽하늘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 눈은 발목 지나 무릎까지 차오르네 (얼굴-이상오/88쪽)

나는 참외를 보면 엄마가 생각나고 / 엄마는 참외를 보면 외할아버지가 생각난다 / 씹을 때 아삭아삭 소리가 좋았을까 / 속내의 달콤함이 좋았을까 / 어릴 적 입속에서 가슬거리는 씨를 미워했지만 / 지금은 한 입씩 먹을 때 참외가 이해가 된다 (참외-허현진/135쪽)


+

《소란이 새어들지 않는 곳》(고선영과 여섯 사람, 글을낳는집, 2023)


시를 탐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 노래를 먹어 본 적 없는 사람이
→ 노래가 안 궁금했던 사람이
82쪽

만남은 짧았으나 그대의 아름다운 모습을
→ 짧게 만났으나 아름다운 그대 모습을
94쪽

모든 일을 맞아들임에 근자감이 있던 나였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 모든 일을 덤비는 나이기에 할 수 있다
→ 모든 일에 달려들기에 해볼 수 있다
→ 까부는 나이기에 해볼 수 있다
→ 나는 모든 일이 신나니 해볼 수 있다
140쪽

지금은 한 입씩 먹을 때 참외가 이해가 된다
→ 이제는 한 입씩 먹을 때 참외를 안다
→ 오늘은 한 입씩 먹을 때 참외를 느낀다
13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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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 씨와 뜨개 모자 쿠네쿠네 씨와 친구들 2
히카스 도모미 지음, 고향옥 옮김 / 길벗스쿨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3.7.23.
그림책시렁 1263


《후와후와 씨와 뜨개 모자》
 히카쓰 도모미
 고향옥 옮김
 길벗스쿨
 2018.10.31.


  손수 옷을 짓고 싶은 사람이 뜨개질에 바느질을 합니다. 뚝딱뚝딱 똑같이 찍어내는 맨드리(기성품)로는 몸이 거북하거나 껄끄러운 사람이 손수 옷살림을 건사합니다. 누구나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밥옷집이라는 세 가지 살림길을 스스로 그리고 짓고 나누고 폈어요. 뚝딱터(공장)에서 맨드리로 찍어내는 밥옷집을 돈으로 사다가 쓴 지는 기껏 온해(100년)는커녕 쉰 해조차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짧은 틈에 손짓기를 잊고 손살림을 잃어요. 얼마 앞서까지 누구나 ‘낱말책(사전) 없이’ 모든 낱말뜻에 말쓰임을 훤히 꿰었으나, 이제는 낱말책뿐 아니라 누리그물(인터넷)을 뒤지더라도 말빛이나 말결이나 말씨를 제대로 모르기 일쑤입니다. 《후와후와 씨와 뜨개 모자》는 뜨개살림으로 하루를 누리고 이웃을 사귀는 ‘후와후와 씨’가 일을 맡는 살림빛을 들려줍니다. 꼼꼼하고 찬찬하게 손빛을 누리고 편다는 후와후와 씨라지만, 그만 뜬금없이 잘못을 저지를 때도 있다지요. 아무렴요, 말꽃지기(사전편찬자)인 숲노래 씨조차 이따금 틀린글씨(오탈자)가 나오고, 밥지기(요리사)인 분들도 가끔 그릇을 떨어뜨려 깨먹습니다. 집살림이 ‘살림’인 밑뜻을 헤아려 봐요. 서로 너그러이 품으며 살리는 하루이기에 ‘살림’이고, 모두 살림님입니다.

ㅅㄴㄹ

#フワフワさんはけいとやさん #樋勝 朋巳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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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달릴 수 있어! - 보스턴마라톤을 달린 최초의 여성, 바비 깁의 위대한 경주 세상을 바꾼 소녀 4
아네트 베이 피멘텔 지음, 미카 아처 그림, 정수진 옮김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2023.7.23.
그림책시렁 1251


《여자도 달릴 수 있어!》
 아네트 베이 피멘텔 글
 미카 아처 그림
 정수진 옮김
 청어람아이
 2018.8.8.



  사내만 우글거리는 곳은 도무지 안 아름답습니다. 가시내만 북적이는 곳도 똑같이 안 아름답습니다. 순이돌이(여남)가 어우러지는 곳이 아름답습니다. 아이들만 있거나 어른들만 있어도 안 아름다워요. 아이어른이 얼크러지면서 속닥속닥 두런두런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곳이 아름답습니다. 《여자도 달릴 수 있어!》는 사내만 우글거리던 ‘잿더미’에 ‘들꽃이 피며 어우러지는 길’을 첫머리로 연 ‘바비 깁’ 님이 어떤 마음이요 하루였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그런데 잘 봐야 합니다. 미국 보스턴에서뿐 아니라 푸른별 곳곳에서 ‘잿더미가 잿더미인 줄 모르거나 등돌린 채’ 참으로 오래도록 굴레를 이었어요. ‘그들’이 억누르고 짓밟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눈을 감거나 등을 돌렸습니다.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닌 발자국입니다. ‘스스로’ 눈을 뜨고 마음을 틔우고 생각을 열어서 깨어날 노릇이고, 몸이며 마음을 일으켜서 활짝 꽃피우는 숲을 이룰 삶입니다. “여자도 달릴 수 있어!”는 자칫 “여자만 달려야 해!”로 치닫습니다. 사내밭 못잖게 가시내밭도 수렁이자 굴레입니다. 우리는 사내밭도 가시내밭도 아닌 ‘사람밭’으로, 아니 ‘사람숲’으로, ‘살림숲’으로, ‘사랑숲’으로 천천히 걸어가야 스스로 빛나요.

#GirlRunning #AnnetteBayPimentel #MichaArcher #바비깁 #RobertaLouiseGibb #BobbiGibb

ㅅㄴㄹ

《여자도 달릴 수 있어!》(아네트 베이 피멘텔·미카 아처/정수진 옮김, 청어람아이, 2018)

규칙은 규칙이라면서요
→ 틀은 틀이라면서요
2쪽

얼어붙은 땅 위를 탁탁 소리 내며 달렸어요
→ 얼어붙은 땅을 탁탁 소리 내며 달렸어요
4쪽

캘리포니아의 시원한 해변에서도 달렸어요
→ 캘리포니아 시원한 바닷가에서도 달렸어요
10쪽

이건 세상에 잘못된 규칙도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야
→ 이 자리에서 둘레에 엉터리도 있다고 보여줄 만해
→ 여기에서 사람들한테 틀린 길을 보여줄 수 있어
1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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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477 : 술에 만취


한밤중에 술에 만취해

→ 한밤에 술에 절어
→ 한밤에 거나하여

만취(漫醉/滿醉) : 술에 잔뜩 취함 ≒ 광취·난취·대취·진취·침취


  한자말 ‘만취’는 술을 잔뜩 마셔서 해롱거리거나 비틀거리는 모습이나 몸짓을 가리켜요. “술에 만취”라 하면 겹말입니다. “술에 절어”나 “술을 잔뜩 마셔서”로 고쳐씁니다. ‘거나하다’나 ‘불콰하다’나 ‘곤드레만드레’나 ‘고주망태’ 같은 우리말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속이 상한 아버지가 한밤중에 술에 만취해

→ 속쓰린 아버지가 한밤에 술에 절어
→ 속타는 아버지가 한밤에 거나하여
《성주가 평화다》(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대구경북작가회의·성주문학회, 한티재, 2017)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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