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886 : 한 문제가 당황스럽게 만든다



문제(問題) : 1.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 2. 논쟁, 논의, 연구 따위의 대상이 되는 것 3. 해결하기 어렵거나 난처한 대상. 또는 그런 일 4. 귀찮은 일이나 말썽 5. 어떤 사물과 관련되는 일

약간(若干) : 얼마 되지 않음

당황(唐慌/唐惶) : 놀라거나 다급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 ≒ 창황



영어라면 얹음씨를 꼭 쓸 테지만, 우리말이라면 “한 문제”처럼 ‘한’을 붙이지 않습니다. 이 보기글은 ‘문제’를 임자말로 삼으면서 얼개가 뒤틀려요. 이러다 보니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다”처럼 ‘만들다’를 끼워넣는데, ‘나는’을 임자말로 삼으면서 ‘어지럽다’나 ‘어리둥절하다’로 맺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다음과 같은 한 문제가 나를 약간 당황스럽게 만든다

→ 나는 다음에 들 보기 때문에 좀 어지럽다

→ 나는 이러한 보기 때문에 적잖이 놀란다

→ 이런 일을 볼 때마다 퍽 어리둥절하다

《사회학적 상상력》(C.라이트 밀즈/강희경·이해찬 옮김, 홍성사, 1978)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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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888 : 상상력은 독자들의 범위까지 발휘되는 것



상상력(想像力) : 1.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힘

자기(自己) : 1. 그 사람 자신

독자(讀者) : 책, 신문, 잡지 따위의 글을 읽는 사람 ≒ 간객

범위(範圍) : 1. 일정하게 한정된 영역 2. 어떤 것이 미치는 한계

발휘(發揮) : 재능, 능력 따위를 떨치어 나타냄



보기글은 ‘상상력(쓰는 이의 상상력)’을 임자말로 삼습니다만, 우리말씨는 ‘상상력’이 아닌 ‘쓰는 이’를 임자말로 삼습니다. ‘쓰는 이’가 아닌 ‘상상력’을 임자말로 삼으니 끝자락에 저절로 ‘-되는’ 꼴이 나타나고, ‘것’까지 군더더기로 붙어요. ‘독자’란 ‘읽는’ 사람인 만큼, “읽어 줄 독자들”은 겹말입니다. 말장난하고 말치레를 걷어낸 우리말씨는 수수합니다. ㅅㄴㄹ



쓰는 이의 상상력은 자기 글을 읽어 줄 독자들의 범위까지 발휘되는 건지도 모른다

→ 쓰는 이는 읽어 줄 이들한테까지 생각날개를 펴는지도 모른다

→ 쓰는 이는 읽어 줄 사람들까지 헤아리는지도 모른다

→ 쓰는 이는 읽어 줄 사람들까지 살피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연필》(김지승, 제철소, 202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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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889 : 휴면을 정의 내렸다 산만함 빠져 있는



휴면(休眠) : 1. 쉬면서 거의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아니함 2. [생물] 동식물이 생활 기능을 활발히 하지 아니하거나 발육을 정지하는 일

흥미(興味) : 흥을 느끼는 재미

정의(定義) : 1.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 또는 그 뜻 ≒ 계설·뜻매김

산만하다(散漫-) : 어수선하여 질서나 통일성이 없다

상태(狀態) : 사물·현상이 놓여 있는 모양이나 형편



‘휴면’이란 낱말을 ‘잠들’지는 않지만 다른 결로 풀이를 한다고 들려주는 보기글은 얼거리부터 얄궂습니다. ‘쉼’이나 ‘잠’을 뜻하는 한자말 ‘휴면’이니까요. 뜻을 풀거나 낱말을 다룰 적에 “정의 내렸다”처럼 ‘내리다’를 붙이기도 하지만 옮김말씨입니다. ‘하다’를 써야 알맞습니다. “어지러움(산만함)에 빠져 있다”도 옮김말씨예요. 우리말씨는 단출히 ‘어지럽다’입니다. ㅅㄴㄹ



휴면을 흥미롭게 정의 내렸다. 잠들어 있지는 않지만 산만함에 빠져 있는 상태라고 말이다

→ 잠을 재미있게 풀이했다. 잠들지 않지만 어지러운 결이라고 말이다

→ 쉼을 재미나게 다뤘다. 잠들지 않지만 뒤죽박죽이라고 말이다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리처드 루브/류한원 옮김, 목수책방, 2016)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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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눈이 돌아가다 2023.8.4.쇠.



숲을 사랑하는 사람은 눈이 돌아가지 않아. 숲을 사랑하니 숲을 돌아보고 둘러본단다. 숲을 안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눈이 돌아가. 풀과 꽃과 나무를 두루 보는 사람은 느긋하고 넉넉하고 너그럽단다. 그래서 허튼말에 안 넘어가고 꼬임말을 물리쳐. 풀꽃나무를 안 보는 사람은 달콤하게 뭔가 얻을 수 있다면 곧장 눈이 돌아가서 허튼말에 넘어갈 뿐 아니라, 그이 스스로 다른 허튼말을 쏟아내지. ‘숲을 사랑하는 사람’한테 “숲을 사랑하라!” 하고 얘기하면 빙그레 웃어. ‘숲을 안 사랑하는 사람’한테 “숲을 안 사랑하는군요!” 하고 말하면 “그깟 숲이 뭐?” 하면서 골을 부려. ‘숲을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돈·이름·힘에도 넘어가지 않지만, ‘숲을 안 사랑하는 사람’은 돈·이름·힘에 늘 눈이 돌아가니까, 스스로 숨결을 갉아서 죽어가는 줄 못 느끼지. ‘눈이 돌아간 사람’한테 무슨 말이 먹힐까? 너부터 알 텐데, 아무 말이 안 먹혀. ‘눈이 돌아간 사람’은 쳐다보지 말고, 말을 섞지 마. 넌 그저 ‘네가 살아가는 숲을 사랑하면서 돌보’면 돼. 어느 풀꽃나무도 사람들한테 “제발 숲을 사랑하라구!” 하면서 다그치거나 울지 않아. 그저 푸르게 춤추고 노래하는 하루를 그리고 짓고 누리고 나눈단다. 숲을 사랑하고 돌아보는 너는, 그저 푸르게 마음을 가꾸렴. 말빛을, 몸빛을, 눈빛을 푸르게 다독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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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비누 2023.8.5.흙.



걸어다니는 사람은 걸으면서 맞이하고 보고 느껴. 집에 머무는 사람은 책을 읽든 안 읽든, 늘 스스로 마주하고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볼 틈을 내. 그런데, 밖에 나가서 돈을 버는 일을 하거나, 쇳덩이(자동차)를 몰면서 오간다면, 돈벌이를 봐야 하고 숱한 쇳덩이 흐름을 보아야 하기에, 마음을 들여다볼 틈이 없고, 마음을 들여다볼 틈을 낼 기운이 사라지지. 너는 오늘 어디에서 어떻게 하루를 여니? 너는 구름을 보고 해를 보니? 들숲바다에서 철마다 어떤 노래가 흐르고 퍼지는가를 느끼거나 아니? 구름이 가득해도 해가 있고 별이 있어. 넌 구름이 낀 하늘이기에 “해가 없다”거나 “별이 없다”고 믿거나 말을 하니? 구름이 짙어도 해랑 별이 있는 줄 똑똑히 알 뿐 아니라, 구름 너머 해랑 별을 알아볼 수 있니? 몸에 때가 끼거나 냄새가 나면 잘못일까? 너는 때랑 냄새를 옷으로 가려서 ‘마치 없다는 듯’ 꾸미니? 아니면, 때랑 냄새가 얼마나 어떻게 있는지 낱낱이 보고 느끼면서 ‘비누’로 씻고 물로 헹구고 바람으로 말리고 해로 북돋우니? 때는 씻어내면 돼. 부끄러울 일이 아니야. 즐겁게 씻고 웃으렴. 비누가 있으니 고맙게 받아들여서 씻으렴. 이 물줄기가 네 모든 때를 기꺼이 씻어 주고서 온누리를 맑게 돌보아 주는구나. ‘때를 벗겨서 가벼운 몸’으로 새롭게 오늘을 보고 하루를 그리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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