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옷장 -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고민
박진영.신하나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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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8.18.

읽었습니다 246



  우리 집 큰아이가 열여섯 살을 지나가는 길목에, 일산 할머니가 옷 여러 벌을 꽃빔으로 보냅니다. 함께 일하는 이웃님한테서 얻었다는데, 큰아이는 옷꾸러미를 열고는 “못 입겠는데요?” 하고 얘기합니다. 알록달록 꾸민 옷이지만, 하나같이 ‘폴리 100’ 또는 ‘폴리 80’입니다. 그나마 ‘솜(면) 60’쯤 되는 옷은 비누로 애벌빨래를 하고서 한참 샘물에 담근 다음에, 잿물(EM발효액)에 다시 담가서 빨지만 죽음냄새(화학약품)는 안 가십니다. 며칠 동안 마당에 내놓아 해바람에 이슬을 먹여도 죽음냄새는 그대로입니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은 오늘날 ‘서울살이(도시생활)’를 하는 분들이 옷을 어떻게 장만하고, 옷칸을 어떻게 다뤄야 한결 나을까 하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그러나, ‘사서 입고 내놓는 옷’이란 얼거리에 머뭅니다. 우리 몸을 살리는 옷이라면 풀이나 누에나 염소한테서 실을 얻습니다. 실부터 알고, 들숲을 읽고, 살림짓기를 하지 않고서야 그저 ‘패스트패션’일 뿐입니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박진영·신하나, 창비, 2022.4.25.)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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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 숲노래 말넋

말꽃삶 15 ‘-의’ 안 쓰려 애쓰다 보면



  어쩐지 갈수록 ‘나의’를 책이름에 넣는 분이 늘어납니다. 이원수 님이 쓴 노래꽃(동시) 가운데 〈고향의 봄〉은 첫머리를 “나의 살던 고향은”으로 엽니다. 이원수 님하고 오랜 글벗인 이오덕 님은 “내가 살던 고향은”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짚었고, 이원수 님도 바꾸어야 맞다고 여기면서도 “사람들이 다 그렇게 익숙하게 쓰는데 어쩌지요?” 할 뿐, 스스로 바꾸지 못 하였습니다.


  잘 쓰든 잘못 쓰든, 입에 붙고 손에 붙은 말씨를 털기는 만만하지 않을 만합니다. 그런데 “익숙하니 못 바꾸겠다”고 여기면 앞으로도 잘못을 고스란히 퍼뜨리겠다는 뜻입니다. 총칼을 앞세워 우리나라로 쳐들어온 일본은 우리말·우리글을 짓밟으면서 일본말·일본글만 쓰도록 억눌렀어요. 때로 치면 1910∼1945년이라지만, 일본 총칼무리는 더 일찍 이 나라에 스며들었기에 마흔∼쉰 해에 걸쳐 일본말·일본글에 길들고 익숙했다고 여길 만합니다.


  이 때문에 1945년 8월 15일 뒤에도 일본말·일본글을 그대로 쓰는 사람이 수두룩했습니다. 우리로서는 1945년 8월 15일이 ‘풀려남(해방)’이지 않아요. 하루아침에 뚝딱 씻거나 털었을까요? 아닙니다. 글바치는 1946년에도 1948년에도 “그동안 익숙하게 쓴 일본말·일본 한자말을 왜 나쁘다고 여기느냐?”고 따졌어요. 1953년에도 1960년에도 1975년에도 1985년에도 1990년에도 1994년에도 “일본 한자말을 굳이 털어내야 하지는 않잖은가?” 하고 되레 따졌지요. 2000년으로 넘어선 오늘날에는 일본말씨인지 일본 한자말인지 아예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그림 속 나의 마을 → 그림으로 남은 마을 . 우리 마을을 그리다 . 우리 마을 그림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 → 나는 바깥말, 그대는 겨레말 . 나는 이웃말, 너는 우리말

나의 두 사람 → 나와 두 사람 . 내 사랑 두 사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내가 디딘 문화유산 . 내가 본 문화유산 . 내가 찾은 문화유산 . 내가 만난 문화유산


  책이름에 스민 ‘나의’는 어떻게 손질하면 어울릴까요? 일본 글바치는 영어 ‘my’를 ‘私の’로 옮겼습니다.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온 뒤로 우리나라 글바치는 ‘私の’를 ‘나의’로 옮겨서 퍼뜨렸습니다.


  아이는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익힙니다. 아이로서는 ‘넘어지기가 익숙하’니까 늘 넘어져야 할까요? 넘어지던 몸짓을 털어내고서 신나게 뛰고 달리고 걷는 새길로 나아가야 할까요?


  일본말씨나 일본 한자말을 그냥 쓰는 말버릇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습니다. 그저 우리말을 등지는 버릇입니다. 우리는 우리말씨하고 우리 낱말이 있으니, 우리말씨를 살피고 우리 낱말을 헤아릴 노릇일 뿐입니다. 우리한테 우리말이 없으면 일본말이건 영어이건 받아들일 만합니다. 그리고 우리한테 아직 없는 말이 있으면, 우리 나름대로 생각을 기울여 처음으로 새로 지을 만합니다.


  모든 말은 마음을 담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이라면 말이 없어도 서로 알아볼 뿐 아니라 즐겁습니다. 마음이 맞든 안 맞든, 무엇을 생각하는지 또렷하게 알 수 있도록 ‘마음을 소리에 얹어 나누면서 태어나는 말’입니다.


  글이란, ‘마음을 소리에 얹어 나누면서 태어난 말을 눈으로도 볼 수 있도록 담은 그림’입니다.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글쓰느냐란, 어떻게 마음을 기울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나의 종이들 → 나와 종이 . 나랑 종이 . 내 곁에 종이 . 나를 스친 종이 . 내가 만진 종이 . 나한테 온 종이 . 내가 읽은 종이

나의 투쟁 → 나는 싸운다 . 나는 싸웠다 . 싸운 길 . 싸우다 . 우리 싸움 . 우리는 싸운다


  아무렇게나 말을 하거나 글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여기는 분은 “되도록 ‘-의’를 안 쓰려고 애쓰”십니다. 애쓰기란 안 나쁩니다. 다만, 안 쓰려고 애쓰면 오히려 자꾸자꾸 ‘안 쓸 말씨’나 ‘안 쓰고 싶은 말씨’를 마음에 둔다는 뜻입니다.


  이런 말씨를 안 쓰겠다고 마음에 두기보다는, 스스로 새롭게 살려내면서 즐겁게 쓸 말씨에 마음을 기울이는 길이 그야말로 우리말·우리글을 북돋우리라 봅니다.


  글을 쓰면서 “‘-의’를 안 넣으려 노력하면” 오히려 자꾸 ‘-의’를 생각하느라 어느새 ‘-의’를 쓰고 맙니다. 그러니 굳이 애쓰지(노력하지) 않으시기를 바라요. 글자락에 ‘-의’가 있느냐 없느냐를 쳐다보느라 정작 글을 글답게 여미지 못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자리에서 어느 글을 쓰든 ‘다섯 살 어린이하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마음이자 눈빛’으로 서 보기를 바랍니다. 일터에서 글(보고서)을 내든, 글꽃(문학)을 여미려고 하든, 언제나 ‘다섯 살 어린이하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마음이자 눈빛’일 적에 그야말로 글결이 살아나면서 빛납니다.


나의 자전거 → 내 자전거 . 자전거 . 우리 자전거 . 짝꿍 자전거

나의 작은 집 → 이 작은 집 . 우리 작은 집 . 작은 집

나의 작은 헌책방 → 작은 헌책집 . 이 작은 헌책집 . 나와 작은 헌책집

나의 작은 화판 → 내 작은 그림판 . 작은 그림판 . 이 작은 그림판


  다섯 살 어린이하고 이야기하려는 마음이라면, 허튼 생각이나 어설픈 길이나 엉성한 마음을 글로 옮기지 않아요. 다섯 살 어린이한테 들려줄 이야기라면, 일부러 어렵게 써야 할 까닭이 없을 뿐 아니라, 글자랑을 부리지 않고, 글멋을 내지도 않습니다.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우리가 글을 어렵거나 딱딱하게 쓴다면, 자꾸 ‘의·적·화’ 같은 일본말씨에 젖어들거나 물들거나 길든다면, 바로 ‘누가 읽을 글’인지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다섯 살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말을 고스란히 글로 옮기려는 마음이라면, 아마 어느 누구도 일본말씨를 함부로 안 쓰겠지요. 더구나 어쭙잖게 치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말장난도 안 할 테고요.


  글을 쓰지만 막상 ‘글’이 아닌 ‘보고서·리포트·논문·서류·양식·질의응답서·회신·PPT·자료……’처럼 자꾸 뭔가 이름을 따로 붙이면서 스스로 ‘높은 글’을 써야 한다고 여기기에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번역체)가 불거집니다. 보고서나 리포트나 논문을 쓸 적에도 다섯 살 어린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인다면, 이 나라 배움길(학문)은 알뜰살뜰 빛나리라 봅니다.


나의 바람 → 나는 바란다 . 내가 바라는 . 내 꿈 . 바란다 . 꿈

나의 사과나무 → 내 능금나무 . 우리 능금나무 . 능금나무

나의 여름 → 여름 . 내가 누린 여름 . 여름을 살다 . 여름에 . 여름날 . 여름 이야기

나의 원피스 → 내 치마 . 내 한벌옷 . 내 꽃치마 . 내가 지은 옷 . 치마


  우리가 쓰는 글에서 ‘의·적·화’만 글에서 털어낸대서 끝나지 않습니다. 숱한 일본 한자말하고 중국 한자말이 넘실거리고, 얄궂게 끌어들인 영어가 너울거립니다. 그러니 ‘다섯 살 어린이가 나한테서 말을 배우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말결을 추스르듯 글결을 다독이면, ‘-의’도 ‘-적’도 ‘-화’도 처음부터 아예 쓸 일이나 까닭이 없습니다.


  ‘의·적·화’를 안 쓰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의·적·화’를 더 생각하는 얼거리입니다. ‘의·적·화’에 마음을 기울이지 말고, ‘우리가 아이들한테 물려주면서 나눌 즐거운 살림빛’에 온마음을 쏟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러면 넉넉하고, 이렇게 하면 말빛이 아름다이 피어납니다.


  우리 여름입니다. 우리 옷입니다. 우리 꿈입니다. 나와 두 사람입니다. 나랑 두 사람입니다. 나하고 두 사람입니다. 내가 지은 옷입니다. 내가 입는 옷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옷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찾으면 됩니다. 나는 ‘나’를 바라보면 됩니다. 서로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마주하면서 즐겁게 나아갈 생각을 스스로 짓고 나누기를 바랍니다. 바라기에 바람을 이루고, 가을바람처럼 봄바람처럼 싱그러이 어루만지는 숨결로 피어납니다.


  덧붙여 ‘바라다·바람’을 ‘바래다·바램’으로 틀리게 쓰는 분이 꽤 있더군요. 꿈을 그리듯 ‘바라다·바람’을 말로 풀어내지 않을 적에는 그만 ‘빛바래다·빛바램’으로 기울고 말아요. 빛바래는 마음이나 말이나 글이 아닌, 빛나는 바람을 담은 말이며 글을 누구나 살려쓰면서 활짝 웃고 노래하기를 바라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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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8.16. 늦여름 가는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늦여름이 가고 첫가을이 다가옵니다. 늦봄이 가듯 첫여름이 왔고, 늦가을이 가듯 첫겨울도 올 테지요. 올여름은 볕날이 썩 안 깁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볕날도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뭅니다. 바람이(선풍기·에어컨)를 안 쓰면서 살림을 하면 올해 볕날하고 비날하고 구름날하고 바람날을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서울 아닌 시골에서 살림을 하면 별날하고 풀날도 새록새록 읽을 테고요.


  2014년에 첫선을 보인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여러모로 고쳐써서 새로 내놓기로 했습니다. 글쓴이하고 엮는이는 품을 들여서 고쳐쓰고 손질합니다만, 이웃님은 ‘어디를 어떻게 고쳤다는 셈이지?’ 하고 못 알아볼 수 있습니다. 눈여겨보려는 마음이라면 알아봅니다. 어느 대목을 어떻게 고쳐쓰는가 하고 헤아리면, 누구나 말빛을 북돋우는 살림글에 글길을 익힐 수 있습니다.


  책으로 태어나는 글꾸러미는 글쓴이하고 엮는이가 얼마나 더 손대고 고치고 추스르느냐에 따라서 글빛이 사뭇 다릅니다. ‘읽기 좋은 글’도 나쁘지는 않으나, 숲노래 씨는 ‘읽기 좋은 글’은 굳이 안 씁니다. 숲노래 씨 글살림은 ‘익히며 즐거운 글’을 쓰는 하루입니다. 말 한 마디를 애쓰고 마음쓰고 힘써서 가다듬는 밑뜻은 늘 하나예요. 말 한 마디가 마음에 생각씨앗 한 톨로 스밀 적에 스스로 새롭게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사랑으로 깨어나도록 북돋웁니다.


  왜 ‘우리말’을 갈무리하고 들려주는가 하면, 수수하고 투박한 여느 우리말이 바로 우리 스스로 일깨우면서 일으키는 씨앗말이거든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2223년 8월 18일 금요일 19시에

인천 배다리 아벨시다락방에서 '우리말 어원 이야기꽃'을 폅니다.

이 자리에 오는 분은 이 '밑말나무 그림'을 종이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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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47 일본말



  일본말씨를 이제 와서 어떻게 바꾸냐고 말하는 분이 제법 있으나 이 핑계가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가 쌓이면 더 못 바꿉니다. 오늘부터 바꾸면 앞으로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를 지나면서 사근사근 녹아들어 눈부시게 피어납니다. 모든 첫걸음은 낯설어요. 아름길을 걷든 고인물로 갇히든 첫발은 새롭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바꿀 일입니다. 한꺼번에 다 바꾸려 하면 벅차서 무너져요. 날마다 차근차근 하나씩 가다듬어 열 해를 살고 스무 해를 지내며 서른 해를 살아가는 동안 새롭게 깨어납니다. 오래 억눌리며 길든 말씨이니 오래오래 천천히 달래고 추스르면 됩니다. 흙일이며 들일도 똑같습니다. 땅을 하루아침에 갈아엎더라도 씨앗은 하루아침에 안 자랍니다. 씨앗은 온날(100일) 즈음 해바람비를 머금으며 천천히 자라서 익어요. 아이돌보기도 이와 같지요. 갓 태어난 아기가 하루 만에 벌떡 서나요? 아이를 몇 해 동안 들볶아 빨리 어른으로 키우나요?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다듬는 길도 흙살림이나 집살림처럼 느긋하게 멀리 바라봅니다. 얄궂게 스민 일본말을 하루아침에 싹 씻으면 훌륭할 수 있겠지만, 이보다는 찬찬히 곰곰이 가만히 살며시 마음을 기울여 털어낼 적에 저마다 즐거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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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8.16.

오늘말. 신물


혼자 잘났다고 여기면서 널뛰는 누가 있으면 신물이 날 만합니다. 너울너울 나불거리는 누구는 참 얄궂어 보입니다. 어쩜 저렇게 얕은 몸집으로 자랑질을 할까요. 오락가락하듯 떠벌이는 누구는 진저리가 날 만합니다. 어울집에서도 곁집에서도 옆사람을 안 헤아리는 거드름이란 참 볼꼴사납습니다. 아무래도 살림빛을 익힌 적이 없나 봐요. 허물벗기도 모르고, 허물씻기뿐 아니라 탈바꿈할 마음은 터럭만큼도 없구나 싶습니다. 고칠 수 없을 만큼 맛간 모습은 언제부터 뿌리내렸을까요. 우리가 아무리 으리으리하게 집을 세우더라도, 푸른별로 보자면 쪽집입니다. 우리가 어떤 우람집을 올리더라도 온누리로 보자면 쪽채예요. 그야말로 누구나 잘못할 수 있습니다. 출렁이는 마음을 다독여 손을 씻으면 됩니다. 얄궂은 모습을 손질하면 이제부터 새롭게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한껏 뛰놀아 땀내음이 밴 옷은 갈아입고서 빨래하면 됩니다. 어제까지 뒤집어쓴 겉치레는 오늘부터 털어요. 그만 망설이고 훌훌 벗어요. 서성이던 걸음을 멈추고 웃음꽃으로 춤출 앞날을 그려요. 추레하게 물든 껍데기를 버리고서, 하나씩 갈고 돌려서 냇물처럼 흐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어울림집·어울집·어울칸·한터집·곁집·곁채·뒷집·뒷채·딴집·딴채·바깥채·밖채·혼집·혼잣집·홑집·홑채·혼살림집·혼살이집·홑살림집·홑살이집·작은집·작은채·작은칸·쪽집·쪽채·쪽칸 ← 빌라(villa)


달라지다·바뀌다­·갈다·고치다·가다·돌리다·돌아서다·널뛰다·서성이다·길틀다·비틀다·기울다·널뛰다·틀다·너울너울·물결치다·출렁이다·춤추다·뒤죽박죽·망설이다·맛가다·물들다·바래다·잘못되다·휘청거리다·흔들리다·불다·되다·발돋움하다·타다·하다·새모습·새옷·새틀·살림꽃·살림빛·삶빛·손대다·손보다·손질·손씻기·잘못털기·엎다·옷갈이·허물벗기·허물씻기·탈바꿈·털갈이·신물·시들시들·지겹다·진저리·질리다·갑자기·엉거주춤·오락가락·오르내리다·흐르다 ← 변하다(變-), 변생(變生)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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