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0.


《저거 봐, 마디타, 눈이 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김서정 옮김, 바람의아이들, 2011.6.20.



작은아이랑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비가 그칠 듯하면서 그치지 않고, 해가 나오다가도 들어가고, 찜통이라는 날씨로 흐른다. 나무 곁에 서면 그늘바람이 감싸지만, 나무 없는 데에서는 후끈거린다. 저녁에 빨래를 해놓는다. 이튿날 해가 나서 말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거 봐, 마디타, 눈이 와!》를 되읽어 본다. 매우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큰아이가 네 살 무렵에, 작은아이가 갓 태어난 해에 만난 이 그림책을 두고두고 아꼈고, 옮김말을 하나하나 손질해서 조곤조곤 읽어 주었다. 참으로 자주 읽은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누리는 철빛놀이를 상냥하면서 즐겁게 담아낸다. 모든 어른이 어릴 적에 하던 놀이요, 모든 아이가 새롭게 누리면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징검돌로 맞이하는 놀이라고 하겠다. 요새 눈놀이를 하는 어린이는 몇이나 될까? 요새 비놀이나 구름놀이를 하는 어린이는 있을까? 나무를 탈 줄 아는 어린이가 있을까? 풀내음과 새노래를 듬뿍 맞아들이면서 스스로 푸르게 피어나는 어린이는 어디 있는가? 이 아름그림책은 열 해조차 못 버티고 사라져야 했다. 우리가 스스로 아름답게 살림을 짓고 일놀이를 펴면서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어른이라면, 이 그림책이 책집에서 사라지도록 모르쇠로 살지 않았으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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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9.


《동네 걷기 동네 계획》

 박소현·최이명·서한림 글, 공간서가, 2015.12.28.



해가 나온다 싶으면 마을 곳곳에서 풀죽임물을 뿌린다. 풀죽임물을 뿌린다 싶으면 어느새 함박비가 와락 쏟아진다. 올해 봄비랑 여름비는 풀죽임물이 마을을 덮으면 이내 찾아든다. 두바퀴를 달려 면소재지 가게에서 수박을 장만한다. 수박덩이를 짊어진 채 멧골을 오른다. 기슭에 두바퀴를 눕히고서 골짝물에 몸을 담근다. 달걀버섯이 잔뜩 돋았다. 말끔한 아이는 딴다. 일고여덟을 누린다. 개미랑 풀벌레도 달걀버섯을 좋아한다. 이맘때 숲에서 꼭 며칠만 누리는 빛나는 숨빛이다. 《동네 걷기 동네 계획》을 읽었다. 마을을 걷고 싶으면 그저 걸으면 된다. 다만, 먼발치에서 구경하러 오듯 안 걷기를 바란다. 비록 잿집(아파트)에서 살더라도 ‘마을걷기 = 마을이웃 만나기’라는 마음으로 걷기를 바란다. 뭔가 대단한 ‘연구·조사·촬영·기획·르포·탐방’ 같은 이름은 쓰지 말자. 조용히 걸으면서 골목길과 골목집과 골목나무 사이로 흐르는 볕살을 함께 누리자. 무엇보다도 ‘멀리서 구경하러 오는 가난한 곳’이 아니라 ‘나 스스로 살림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오래오래 살아갈 터전’이라는 마음으로 살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마을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다면, 적어도 몇 해쯤 조용히 걷고 난 뒤에라야 붓을 쥐기를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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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8.


《잡초는 없다》

 윤구병 글, 보리, 1998.5.15.



새삼스레 내리는 비를 본다. 가늘게 오다가 굵게 온다. 늦은낮에는 비구름이 걷히고 해가 난다. 파랗게 퍼지는 하늘 둘레로 깃털처럼 가볍게 날갯질하는 구름결을 바라본다. 우리 책숲에서 비새는 곳이 늘었다. 얼른 지붕에 덩굴풀이 퍼져서 틈을 막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며칠 앞서부터 마을 여러 곳에 “우리 면은 마을발전기금을 받지 않겠습니다”라 적은 걸개천이 나부낀다. 뭘까? 뭔데? 저 걸개천은 ‘이제부터 안 받’으면서 ‘텃힘’을 안 부리겠다는 뜻인가? ‘이제까지 실컷 받’았으니 굳이 더 안 받아도 배부르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이제까지 받은 돈을 뱉’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여태 받은 돈을 뱉기는 어렵다는 뜻인가? 《잡초는 없다》를 되읽었다. 1998년 여름에 처음 읽을 적에는 ‘이렇게 배움살림을 말하는 분이 있네?’ 싶으면서도, 어딘가 께름했다. 우리 삶터(사회)로 보자면 틀림없이 “잡초는 있다”이다. 오른켠만 그놈(권력자)이지 않다. 왼켠도 그놈(권력집단)이다. 오른켠도 왼켠도 사람을 ‘화초·약초·잡초’로 가른다. 어느 켠에도 안 서면서 어린이를 바라보고 스스로 어른으로 서자면 ‘草’가 아닌 ‘풀’을 볼 노릇이고, “풀이 있다”고 속삭이면 된다. 온누리 모두 풀이다. 우리 스스로 들풀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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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 숲노래 말넋


말꽃삶 17 지지배배 한글날 보금숲

― 어진내와 주시경



  해마다 10월 9일은 ‘한글날’입니다. 한글을 기리고 돌아보면서 우리 말글살림을 헤아리는 하루입니다. 흔히 세종 임금님이 한글을 지었다고 여깁니다만, ‘한글’이란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주시경 님이 처음으로 붙였습니다. 세종 임금님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뜻은 ‘훈민’을 하는 ‘정음’이요, ‘사람들을 가르치’는 ‘바른소리’를 나타냅니다.


 바른소리


  우리가 오늘날 쓰는 글은 처음에는 ‘소리(바른소리)’였습니다. 우리글은 말소리를 비롯해 물소리에 바람소리에 새소리를 고루 담는 얼거리일 뿐 아니라, 웃음짓과 몸짓과 빛결을 두루 담는 얼개입니다. ‘말을 담는 그릇’을 넘어 ‘소리를 옮기는 그릇’인 ‘바른소리(정음)’예요. ‘말’이란, ‘마음’을 귀로 알아듣도록 담아낸 소리입니다. ‘글’이란, ‘말’을 눈으로 알아보도록 옮긴 그림입니다.


  마음을 담고 소리를 옮길 수 있는 놀라운 글(바른소리)인 훈민정음인데, 조선 오백 해 내내 ‘암글’이나 ‘아해글(아이나 쓰는 글)’이었고, 한문은 ‘수글’이었어요. 임금님도 벼슬아치도 글바치도 모두 사내(수)였고, 가시내(암)는 집에서 조용히 집안일을 맡는 몫으로 억눌렸어요. 애써 지은 우리글을 스스로 ‘큰글’이자 ‘한겨레 글씨’로 여겼다면 처음부터 빛났으리라 생각해요. 곰곰이 보면, 암글이란 이름으로 가시내하고 어린이만 쓰는 글로 억눌린 긴 나날이란, “우리글을 지키고 돌보고 가꾼 사람은 바로 가시내(여성)하고 어린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힌샘


  일본이 이 나라를 집어삼키던 무렵, 주시경 님은 〈독립신문〉을 여미는 일을 맡았어요. 펴낸이는 서재필이요, 엮은이는 주시경입니다. 인천 제물포에 있던 ‘이운학교’를 다닌(1895∼1896) 주시경 님은 스스로 말글빛을 깨우치면서 ‘우리말틀(국어문법)’을 처음으로 세웁니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가르치는 첫 길잡이(교사)로 바쁘게 살았습니다. 이런 땀방울이 시나브로 모여, ‘국문·언문’처럼 가리키던 우리글을 ‘한글’로 일컫자고 밝혔고, 스스로 ‘한힌샘’이란 이름을 지었어요. ‘한힌샘’은 “한글을 널리 알리는 맑은(하얀) 샘”이란 뜻입니다.


  우리 겨레는 ‘한겨레’입니다. 서울 한복판을 가르는 냇물은 ‘한가람(한강)’입니다. 한자로는 ‘한국(韓國)’이되, 우리말로는 ‘한나라’입니다. ‘한글’에 붙인 ‘한-’은 ‘하늘(한울)’을 가리키고, ‘크다’와 ‘하나’를 가리키며, ‘해’와 ‘하얗다’를 가리킵니다. 10월 9일 한글날이란, 누구나 마음을 밝히고 생각을 가꾸는 밑씨앗을 말 한 마디와 글 한 줄로 담아서 널리 배우고 나누자는 뜻을 펴자는 꿈을 담은 하루예요.


 어진내


  ‘인천’이라는 이름을 곧잘 ‘어진내’로 풀곤 합니다. ‘어질다’란 ‘어른다운’ 매무새와 마음결을 가리켜요. ‘내(냇물)’란 늘 맑고 밝게 뭇목숨을 살리고 살찌우며 사랑하는 가없는 빛살을 가리킵니다. ‘어진내’란, “스스로 깨닫고 먼저 앞장서는 이슬받이처럼 참하고 아름답게 눈빛을 틔워 이 삶터에 사랑을 펴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룬 고을”을 밑뜻으로 품습니다.


  새길(신학문)을 배우려고 인천으로 걸음을 뗀 주시경 님이 지어서 편 ‘한글’이라는 이름처럼, ‘어진내’ 고을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참하면서 착하고 아름답게 말길을 열고 글길을 틔울 만합니다. 하늘빛으로 함께 하나되면서 해맑게 노래하는 마음으로 한글·한말을 돌아볼 수 있다면, 한마음·한뜻·한넋·한사랑으로 피어나는 한마을을 일굴 만합니다.


 보금말


  봄에 찾아온 제비가 가을 첫머리에 하늘을 까맣게 덮으면서 빙그르르 돌다가 어느새 한덩이를 이루더니 훅 날아갑니다. 예전에는 인천에도 봄제비가 많이 찾아왔지만 이제는 봄을 맞이하는 제비에, 가을에 떠나는 제비를 찾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시골에서도 제비는 퍽 줄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적잖은 제비가 골골샅샅 찾아와서 처마밑에 깃들며 사랑스레 노래해요. 뭇새가 알을 낳아 새끼를 돌보려고 둥그렇게 지어서 보듬는 자리를 ‘둥지’나 ‘보금자리’라 합니다. 마을에 찾아와 노래하는 새를 지켜본 사람들은 ‘집살림’이 포근하거나 아늑할 적에 ‘둥지’나 ‘보금자리’란 이름을 붙입니다. 보금자리처럼 보금마을과 보금숲을 이루고, 보금말을 쓰는 넉넉한 가을이기를 바랍니다.


  집안을 보듬고 보살피듯, 말결을 돌보고 토닥일 수 있기를 바라요. 어른스럽게 살림을 지어 어린이 곁에서 사랑을 물려주듯, 서로서로 따사로이 마주하고 즐겁게 어우러지는 마음을 우리말과 우리글에 어질고 슬기로이 담아내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쓰고 나눌 말이란 “보금자리를 가꾸는 말”인 ‘보금말’입니다. 스스로 마음을 돌보고, 이웃이랑 동무하고 어깨를 겯고 나아갈 줄 아는 보금말입니다. 풀꽃나무를 돌아보면서 들숲바다를 품을 줄 아는 보금말입니다.


 지지배배


  제비나 참새가 잇달아 노래하는 소리를 ‘지지배배’로 담습니다. 말이 많은 사람이나 수다를 떠는 사람한테 으레 ‘지지배배·지지배’ 같은 또이름을 붙이곤 하는데, “새처럼 노래하듯 말을 한다”는 뜻입니다. ‘지지배배·지지배’는 ‘계집·계집아이·계집애’로 가리키는 말씨하고 어울리기도 합니다. ‘지지배’하고 ‘계집’은 말밑이 다르지만, ‘글이 아닌 말로 살림을 짓던 지난날’을 헤아려 봅니다. 집에서 순이가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삶을 가르치고 살림을 물려줄 적에 늘 끊임없이 ‘말을 펴야 하던’ 매무새를 고스란히 담은 자취를 보여주거든요.


  오늘날이야 책을 손쉽게 장만하거나 빌릴 수 있고, 글을 매우 쉽게 만납니다. 꼭 책이 아니어도 손전화로 글을 잔뜩 읽어요. 다시 말하자면, 오늘날은 ‘누구나 글살림’인데, 지난날은 ‘누구나 말살림’이었어요. 지난날에는 보금자리에서 집밥옷이라는 세 가지 살림살이를 돌이보다는 순이가 떠맡았다고 여길 만하고, 살림살이를 돌보면서 ‘글 아닌 말’만 썼으니, ‘지지배배’ 노래하듯 자꾸자꾸 말로 타이르고 알려주고 가르치고 보여주었지요.


 굴레


  훈민정음이 1443년에 태어났어도 돌이는 수글인 한문만 썼습니다. 훈민정음은 조선 오백 해 내내 ‘우리글’ 아닌 ‘순이글·암글·아해글’이었습니다. 이 굴레를 비로소 떨치려고 움직이는 사람이 나타난 때는 총칼굴레(일제강점기)였으니, 곱으로 굴레였던 터전을 그야말로 새롭게 일으키려는 마음이 말글을 바탕으로 샘솟거나 터져나왔다고 여길 만합니다.


  누구나 들숲바다를 누릴 적에 누구나 튼튼합니다. 누구나 넉넉하게 살림을 펼 적에 누구나 즐겁습니다. 몇몇 사람만 푸른들과 파란하늘을 누려야 하지 않아요. 누구나 풀빛과 하늘빛을 즐겁게 머금으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아름나라입니다. 이처럼 누구나 스스로 뜻한 바나 꿈이나 길을 말글에 넉넉히 실어서 나눌 수 있어야 열린터예요.


  억누르거나 가두는 굴레로는 생각에 날개를 못 답니다. 어깨동무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홀가분한 터전일 적에 생각날개를 펴면서 꿈을 이루는 길에 나설 만해요. 말 한 마디는 작고, 글 한 줄은 조그맣지요. 그런에 이 작은 말씨하고 글씨는 풀꽃씨나 나무씨처럼, 앞으로 숲을 푸르게 이룰 바탕이에요. 말씨 하나를 가다듬고, 글씨 하나를 추스르면서 함께 빛나는 한글날로 삼아 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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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약간 若干


 약간의 돈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 돈이 좀 있어야 하는 듯싶다

 약간이나마 제 성의니 → 조금이나마 제 마음이니

 고개를 약간 수그리다 → 고개를 살짝 수그리다

 빵을 약간 베어 물고 → 빵을 가볍게 베어 물고

 약간 불안한 것 같았다 → 못내 두려운 듯했다


  ‘약간(若干)’은 “1. 얼마 되지 않음 2. 얼마 안 되게. 또는 얼마쯤”을 가리킨다고 해요. ‘조금·좀·조금씩’이나 ‘살짝·살며시·살그머니·슬쩍·슬며시·슬그머니’로 고쳐씁니다. ‘설핏·얼핏’이나 ‘가볍다·이럭저럭·적다’나 ‘가끔·더러·사이사이·이따금·푼푼이’로 고쳐쓰고, ‘가만히·넌지시·한동안·한때’나 ‘몇·여러·꽤·어쩐지·웬만큼’로 고쳐쓸 만해요. ‘얼마씩·적이·제법·퍽’이나 ‘문득·못내·자못’으로 고쳐써도 됩니다. ㅅㄴㄹ



다음과 같은 한 문제가 나를 약간 당황스럽게 만든다

→ 나는 다음에 들 보기 때문에 좀 어지럽다

→ 나는 이러한 보기 때문에 적잖이 놀란다

→ 이런 일을 볼 때마다 퍽 어리둥절하다

《사회학적 상상력》(C.라이트 밀즈/강희경·이해찬 옮김, 홍성사, 1978) 44쪽


가정교사는 26살 내지는 약간 그 위였다

→ 집길잡이는 26살이거나 조금 위였다

→ 길잡이는 26살을 조금 넘을까 했다

→ 집안길잡이는 26살쯤이었다

→ 집안길잡이는 26살 안팎이었다

→ 길잡이는 26살쯤 되었다

《러시아의 밤》(베라 피그넬/편집부 옮김, 형성사, 1985) 11쪽


약간의 수정을 할 수 있어도

→ 조금 고칠 수 있어도

→ 조금은 손볼 수 있어도

→ 어느 만큼 다듬을 수 있어도

→ 웬만큼 매만질 수 있어도

→ 살짝살짝 손질할 수 있어도

《섬에 홀려 필름에 미쳐》(김영갑, 하날오름, 1996) 181쪽


이웃과 약간의 공간을 두게 된다

→ 이웃과 조금 틈을 두곤 한다

→ 이웃과 살짝 틈을 두곤 한다

→ 이웃과 조금씩 떨어진다

→ 이웃과 어느 만큼 떨어져 지낸다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조르주 뒤크로/최미경 옮김, 눈빛, 2001) 70쪽


약간의 영어만 할 줄 알았을 뿐

→ 영어만 조금 할 줄 알았을 뿐

→ 영어만 겨우 할 줄 알았을 뿐

→ 영어만 좀 할 줄 알았을 뿐

→ 영어만 살짝 할 줄 알았을 뿐

《국경 없는 마을》(박채란, 서해문집, 2004) 178쪽


심지어 약간의 공격적인 태도까지

→ 게다가 좀 거친 몸짓까지

→ 더욱이 제법 거칠기까지

→ 더구나 살짝 달려들기까지

《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3》(기선, 서울문화사, 2006) 145쪽


약간의 기회도 가져 보지 못한 아이들

→ 자리를 못 누린 아이들

→ 틈도 없던 아이들

→ 자리를 조금도 못 잡은 아이들

→ 작은 틈도 없던 아이들

《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전의우 옮김, 양철북, 2008) 151쪽


조각이 약간 떨어져 나간

→ 조각이 좀 떨어져 나간

《지구를 지키는 쓰레기 전사》(샌디 매케이/전경화 옮김, 책과콩나무, 2010) 51쪽


약간의 오해가 있다

→ 좀 잘못 알려졌다

→ 좀 잘못 안다

→ 좀 잘못 퍼졌다

《허공의 깊이》(한양명, 애지, 2012) 38쪽


약간의 강수가 일기예보 지역에 내릴 확률

→ 비가 날씨를 알린 곳에 살짝 내릴 어림값

→ 비눈이 날씨를 밝힌 곳에 조금 내릴 셈값

《세상을 움직이는 수학 개념 100》(라파엘 로젠/김성훈 옮김, 반니, 2016) 146쪽


이러한 결론이 도출된 데에는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 이런 마무리가 나온 까닭은 몇 마디를 보태야 한다

→ 이렇게 마무리를 지은 까닭을 조금 보태어 본다

→ 이렇게 마무리를 지은 까닭을 덧보태어 보려 한다

→ 이렇게 마무리를 지은 까닭을 덧붙여 밝히려 한다

《내가 사랑한 백제》(이병호, 다산초당, 2017) 85쪽


채용 인원은 약간 명이라고 쓰여 있다

→ 여러 사람을 뽑는다고 쓰였다

→ 몇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

《황야의 헌책방》(모리오카 요시유키/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8) 95쪽


약간의 변침(變針)이 생긴 것이다

→ 살짝 새바늘이 생긴 셈이다

→ 조금 달라진 셈이다

→ 가만히 다른 길이 생긴 셈이다

《동무론》(김영민, 최측의농간, 2018) 7쪽


그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있었다

→ 그 목소리는 살짝 떨었다

→ 목소리를 가볍게 떨었다

《누가 시를 읽는가》(프레드 사사키·돈 셰어/신해경 옮김, 봄날의책, 2019) 100쪽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 조금 보탬말을 해야 할 듯하다

→ 살짝 몇 마디 더 해야 할 듯하다

→ 덧말을 조금 해야 할 듯하다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박유희, 책과함께, 2019) 153쪽


‘두려움’은 분명히 익숙한 것인데, 어딘가 약간 달라졌기 때문에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심리 상태다

→ 틀림없이 익숙하지만 어딘가 조금 달라졌기에 어찌할 바 모르는 ‘두려움’이다

《태도가 작품이 될 때》(박보나, 바다출판사, 2019) 49쪽


약간 달음박질을 할 수 있기까지는 1년

→ 살짝 달음박질을 할 수 있기까지 한 해

→ 가볍게 달릴 수 있기까지 한 해

《시와 산책》(한정원, 시간의흐름, 2020) 91쪽


사실 지금 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고 있다

→ 다만 나는 이제 살짝 거짓말을 한다

→ 그러나 나는 문득 거짓말을 한다

《중급 한국어》(문지혁, 민음사, 2023)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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