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3.


《사과꽃》

 김정배 글·김휘녕 그림, 공출판사, 2023.3.31.



어제그제 제법 걸어다니고 바깥일을 하면서 낮잠을 거른 터라, 새벽에 눈을 뜨면서도 찌뿌둥.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에 빈자리가 없다. 순천을 거쳐서 가기로 한다. 빗줄기가 온나라를 씻어 준다. 이 비란 얼마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가. 푸른별에서는 ‘비’가 흐르고, 우리 몸에서는 ‘피’가 흐른다. ‘비 = 바닷물 = 바탕숨결’이요, ‘피 = 샘물 = 비 = 바닷물’이다. 모두 돌고돌아서 해질녘에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온다. 물도 말도 삶도 꿈도 늘 돌고돈다. 남을 미워할 수 없다. 내가 나를 미워하니 밉말이 온누리를 돌다가 나한테 오고, 내가 나를 사랑하니 사랑말이 온누리를 적시다가 나한테 온다. 구름이 짙다. 고흥에 드디어 닿아 집으로 돌아오는 한밤에, 개구리에 풀벌레에 멧새 노랫소리를 누린다. 《사과꽃》을 읽었다. 어쩐지 아쉽다. 줄거리를 살리도록 ‘우리말’에 더 마음을 쏟을 수 있었고, ‘섣부른 가지치기를 받은 나무’가 아닌, 들빛이며 숲빛대로 가지를 뻗는 나무를 붓끝으로 옮길 수 있었다. 나무는 나무로 살아야 나무이다. 사람은 사람으로 사랑하기에 사람이다. 총칼로 나라를 세우거나 지킨다고 할 적에는 늘 싸움(전쟁)만 불거진다. 우리는 ‘나라(정부)’가 아닌 ‘나’를 바라보고 사랑해야 서로 ‘님’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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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2.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김기찬 사진, 황인숙 글, 샘터, 2005.7.25.



수봉산 기스락 숭의동 골목을 걸어서 나무전봇대를 스친다. 나무전봇대 우듬지에 풀씨가 내려앉아서 자란다. 처음 나무전봇대가 서던 총칼수렁(일제강점기) 무렵에는 흙길이었겠지. 잿돌(시멘트)전봇대로 바뀌고 한참 지나면서 나무전봇대는 뎅겅 잘려나가는데, 바탕이 나무이기에 잿더미로 메마른 곳에 조그마니 풀빛바람을 베풀어 주는구나. 한참 ‘나무전봇대 들풀’을 바라보고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간다. 강서구 발산어린배움터 옆 〈호수책장〉에 닿는다. 오늘은 바깥일이 있는지 늦게 여는 듯하다. 둘레에는 줄줄이 넘치는 학원. 이제 아이들은 마을이나 골목이나 집이 아닌 학원에서 놀아야 하나? 〈악어책방〉에서 어린씨랑 ‘노래꽃수다’를 편다. 늦은낮부터 새삼스레 내리는 비가 서울을 적신다.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을 되새긴다. 2005년에는 왜 ‘골목스럽지 않은 글’에 ‘김기찬 골목 사진’을 섞었는지 한숨이 나왔다. 2023년에 되읽어 보자니 ‘작은 골목집에 골목사람으로 깃들어 글씨앗을 심는 글바치’는 그때에나 이제나 드물게 마련이고, 사람들도 ‘골목 삶글’이 아닌 ‘골목 멋글(추억)’을 바라는구나 싶더라. 골목은 씨앗을 품는다. 골목은 서울(도시)도 멋(문화)도 안 품는다. 골목은 살림지기를 키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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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1.


《오십에 하는 나 공부》

 남혜경 글, 샨티, 2023.6.22.



인천으로 이야기를 펴러 가는 날이다. 읍내로 나와서 서울로 시외버스를 타고, 전철로 갈아타서 인천으로 간다. 길에서 아홉 시간쯤 보낸다. 버스·전철에서 노래꽃(시)을 쓴다. 먼저 구월동 〈책방건짐〉을 찾아간다. 책내음을 헤아리고서 볕이 후끈후끈한 곳을 따라서 주안동으로 걷는다. 얼마 앞서까지만 해도, 인천은 골목나무나 골목밭이나 골목꽃을 보면서 슬슬 거닐 만했지만, 골목을 뚝 잘라서 부릉부릉 매캐한 길이 너무 늘었다. 잿더미(아파트)가 하늘을 가리고 시끄러운 길은 더 걷고 싶지 않아서 시내버스를 타고 배다리로 간다. 〈나비날다〉하고 〈집현전〉하고 〈아벨서점〉에서 책을 장만한다. 다시 책빛을 품으면서 눈을 쉰다. 저녁 19시에 말밑풀이(어원해석) 이야기꽃을 편다. 오늘은 ‘늘·비’하고 ‘빚다’가 얽힌 실타래를 들려준다. 《오십에 하는 나 공부》를 읽었는데 여러모로 아쉽다. “쉰 살에 나를 배운다”고 한다면, ‘쉰·쉼·쉽·숲·수수’라는 ‘수’가 말밑인 우리말을 읽어낼 줄 알 노릇이라고 본다. 쉬어가면서 숲을 수수하게 품고 풀어내는 철빛이 쉰(50)이라는 나이일 테니까. 둘레(사회)에 길든 일본스러운 한자말이나 영어로는 하나도 안 ‘쉽’고 ‘숲’하고도 멀다. 숲을 등지면 누구나 빛을 잃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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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마을 앞에서 택시를 타고서
고흥읍에 나간다.

06:20 첫 여수버스를 탄다.
실비 오는 아침에 여수에 닿아
돌덩이 몇 구르는
여수선사유적공원을 거닐며
지자체가 이렇게 돈을 헤프게 버리네 하고
새삼스레 느꼈다.

아침에 여수 성산초 3학년 어린씨랑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을 폈고
조금 마을길을 걷고서
고흥으로 돌아간다.

배우려는 마음이 스스로 살리고
노래하는 말이 스스로 빛낸다.

낮에 가을볕이 엄청니다.
밤에 가을별도 대단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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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매듭 (2022.11.21.)

― 서울 〈서을책보고〉



  봄부터 서울 〈서을책보고〉에서 ‘우리나라 헌책집’을 다달이 두 곳씩 알리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20분 즈음 들려주는 이야기는 꼬박꼬박 그림(유튜브 영상)으로 올랐다는데, 저는 제가 들려준 이야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제가 쓴 글도 거의 잊어버립니다. 글 한 자락을 마무리해서 셈틀에 건사하고 누리집에 올릴 때까지 웬만하면 스물∼서른 벌쯤 되읽고 손질을 합니다만, 때로는 쉰∼온 벌쯤 되읽고 손질하기까지도 합니다만, 정작 다 쓴 글을 누리집에 올리고 나서는 다시 들여다보지 않아요.


  끝을 볼 때까지는 신나게 마음을 쏟되, 끝을 보았으면 ‘이제는 내 몫이 아니’라고 여깁니다. 품으며 돌볼 적에는 온마음을 담되, 끝을 냈으면 ‘누구나 누리며 즐기는 몫’이라고 여겨요. 날마다 새말을 여미거나 짓지만, 여태껏 어느 낱말을 얼마나 여미거나 지었는지 다 잊어버립니다. 스스로 여미거나 지은 낱말을 안 잊어버리면 새말을 못 여미고 못 지어요.


  다만 문득문득 느껴요. “어, 저 말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꽤 어울리는걸.” “여보셔요. 그대(숲노래)가 지은 말이잖아요.” “어라? 제가 지었던가요? 음, 그러고 보니 좀 낯익네. 제가 지은 말인가 보군요.”


  흙지기는 해마다 씨앗을 심되, 지난해 씨앗에 얽매여 올해 씨앗을 놓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뿐 아니라 지지난해나 열 해 앞서나 쉰 해 앞서 심은 씨앗을 가만히 되새길 수 있습니다. 나무도 풀꽃도 매한가지예요. 모든 숨붙이는 오늘을 바라보고 헤아립니다. 우리가 사람으로서 사랑을 펴고 짓고 나누는 길을 걸어가자면, 늘 오늘을 그리고 품으면서 보살필 일이라고 여겨요.


  나비를 생각해 봅니다. 애벌레를 벗은 나비로 거듭나고서야 짝찾기를 합니다. 애벌레일 적에는 바지런히 잎을 갉을 노릇이고, 스스로 꿈을 그린 뒤에는 조용히 잠들고서 옛몸을 모두 물로 녹여내어 새몸으로 깨어날 때까지 담금질할 일입니다. 이 길을 천천히 느긋이 아늑히 즐거이 거친다면, 누구나 나비로 피어나요. 스스로 사랑이어야 짝지도 스스로 사랑입니다.


  짝꿍을 찾아나서는 일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요. 다만, 스스로 마음 가득 사랑하는 숨결로 피어나지 않은 채 허둥지둥 짝찾기에 나선다면 여기서 채이고 저기서 넘어지면서 아프겠지요. 짝을 찾자면, 짝한테 어울리는 나로 서는 길보다, 스스로 빛나는 홀가분한 눈망울로 거듭날 노릇이라고 봅니다. ‘남 눈에 맞추는 나’가 아닌 ‘나를 사랑하는 나’일 적에, 서로 다르면서 하나인 숨빛으로 매듭을 지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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