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622 : 일필휘지로 단숨에



일필휘지로 단숨에

→ 한숨에

→ 곧장

→ 내리


일필휘지(一筆揮之) : 글씨를 단숨에 죽 내리 씀

내리쓰다 : 위에서 아래쪽으로 글을 쓰다

단숨에(單-) : 쉬지 아니하고 곧장 ≒ 단걸음에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적에 멋을 부리면서 겹말이 불거지기 일쑤입니다. 우리말로 쉽게 하는 말이라면 겹말은 없어요. 우리말을 누구나 쉽게 알아보도록 쓰는 글에도 겹말은 없습니다. 보기글은 “감이 와닿는”부터 겹말이고, “일필휘지로 단숨에”도 겹말입니다. ‘일필휘지’는 ‘내리쓰다 = 한숨에 쓰다’를 가리키는데, ‘원고·완성시키다’라는 한자말도 ‘쓰다’하고 맞물려요. 와닿을 적에는 거침없이 쓴다는 이야기라면, “와닿으면 내리셨지만”이나 “와닿으면 곧장 썼지만”으로 아주 쉽고 가볍게 고쳐쓸 만합니다. ㅅㄴㄹ



감이 와닿는 원고는 일필휘지로 단숨에 완성시켰지만

→ 문득 와닿는 글은 한숨에 마무리했지만

→ 와닿는 글자락은 곧장 써냈지만

→ 와닿는 글은 내리썼지만

→ 와닿으면 내리썼지만

《한 권의 책》(최성일, 연암서가, 201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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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621 : 설문조사



설문 조사의 결과를

→ 알아본 얘기를

→ 살펴보고

→ 이야기를 듣고


설문조사 : x

설문(設問) : 조사를 하거나 통계 자료 따위를 얻기 위하여 어떤 주제에 대하여 문제를 내어 물음. 또는 그 문제

조사하다(調査-) : 사물의 내용을 명확히 알기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거나 찾아보다 ≒ 취감하다

살펴보다 : 1. 두루두루 자세히 보다 2. 무엇을 찾거나 알아보다 3. 자세히 따져서 생각하다



  낱말책에는 없으나 꽤 쓰는 ‘설문조사’는 겹말입니다. 한자를 쓰고 싶다면 ‘설문’이나 ‘조사’만 쓸 노릇입니다. 또는 ‘물어보다·묻다·물음’이나 ‘여쭈다·여쭙다’라 할 노릇입니다. ‘알아보다·살펴보다’나 ‘들여다보다·헤아리다·짚다’나 ‘들어보다·들어주다·듣다’라 해도 되고요. 보기글에서는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라는 대목이 겹겹말입니다. ‘되새기다 = 다시 새기다’입니다. 사시에 넣은 “한 번”은 ‘다시’를 가리키는 꾸밈말이기도 합니다. ㅅㄴㄹ



이러한 설문 조사의 결과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 이렇게 알아본 얘기를 다시 새기면서

→ 이렇게 살펴보고 되새기면서

→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다시 새기면서

《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이케가와 아키라/김경옥 옮김, 샨티, 2003)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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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2620 : 깔아놓은 침목



깔아놓은 침목

→ 깔아놓은 나무

→ 굄나무


침목(枕木) : 1. 길고 큰 물건을 괴는 데 쓰는 나무토막 2. [교통] 선로 아래에 까는 나무나 콘크리트로 된 토막



  깔아놓은 나무를 한자말로 ‘침목’이라 하니, “깔아놓은 침목”은 겹말입니다. 우리말로 ‘굄나무·고임나무·괴다·고이다’나 ‘받침·받침나무·받나무·받이·받치다’로 고쳐씁니다. ‘깔나무·깔판·깔다·깔아놓다’나 ‘발·버팀나무’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조붓한 저 플랫폼 깔아놓은 침목 따라

→ 조붓한 저 타는곳 깔아놓은 나무 따라

→ 조붓한 저 다릿길 굄나무 따라

《첫, 이라는 쓸쓸이 내게도 왔다》(이승은, 시인동네, 2020)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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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1.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

 강성호 글, 오월의봄, 2021.7.29.



바야흐로 눈부신 볕날이다. 볕을 쬐면서 생각한다. 긴낮이 지나갔으니 조금씩 기우는 해로 간다. 오늘 해는 18시 30분 무렵 넘어가고, 20시 즈음까지 밝다.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을 읽는 내내 ‘갈아엎기(혁명)’란 뭘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낡은 말씨를 그대로 써도 갈아엎기일까? 목소리만 내도 갈아엎기일까? 일본이 총칼을 앞세워 퍼뜨린 말씨에 길든 채 살아간다면 뭘까? ‘혁명’이라는 한자말부터 갈아엎을 노릇 아닐까? 중국 한자말은 이 나라 우두머리하고 벼슬아치가 중국 우두머리한테 조아리면서 끌어들인 굴레이다. 일본 한자말은 이 나라 꼰대가 일본 우두머리한테 굽신거리면서 받아들인 고삐이다. 서툰 옮김말씨(번역체)는 이 나라 글바치가 미국을 우러르면서 넙죽넙죽 집어먹은 차꼬이다. ‘혁명’이란 한자말부터 혁명스럽지 않을 뿐더러, ‘독서가’란 한자말은 더더구나 안 혁명스럽다. 스스로 말빛을 안 깨닫는다면, 스스로 일어서거나 떨쳐내지 못 한다. 스스로 말넋을 살릴 적에, 비로소 스스로 눈을 뜬다. ‘눈뜨다’란, 마음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길 뿐 아니라, 나무가 잎눈하고 꽃눈을 틔우듯 새롭게 활짝 피어나려는 속뜻을 품는다. 참으로 갈아엎는 책읽기를 하고 싶다면, 어린이 곁에서 만화책과 그림책부터 읽기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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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31.


《에란디의 생일 선물》

 안토니오 에르난데스 마드리갈 글·토미 드 파올라 그림/엄혜숙 옮김, 문학동네, 2009.5.12.



큰아이하고 11시 시골버스로 읍내에 나간다. 세모김밥을 산 뒤에 커다란 벚나무 곁에 앉는다. 오늘은 고흥읍에서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를 편다. 잎물 한 모금이나 밥 한 그릇을 누리는 곳은 한낮에도 불을 켜놓기 일쑤이고, 이 여름에 나무바람 아닌 틀바람(에어컨)이 가득하다. 여름이니 더울 노릇이고, 더우니 나무 곁에 앉아서 땀을 들인다. 철마다 다른 빛을 스스로 품기에 스스로 철든다. 철마다 새로운 빛을 스스로 등지기에 나이를 먹을 적마다 낡고 늙어서 철이 없다. 《에란디의 생일 선물》은 “Erandi's Braids”를 옮겼다. 우리말로는 “에란디 땋은머리”이다. 빛날(생일)을 둘러싼 이야기이되, 이 그림책은 ‘땋은머리’하고 얽힌 오래고 깊은 사랑을 속삭인다. 책이름은 함부로 바꾸거나 붙이지 않을 노릇이다. 글님하고 그림님이 펴려는 살림빛을 헤아리지 못 하면서 책으로 여민다면, 사람들은 눈뜸길 아닌 눈멂길로 기운다. 책은 돈으로 사고팔지만, 책에 깃든 넋이나 줄거리나 이야기는 돈으로 사고팔지 않는다. 사랑도 살림도 아이도 어버이도 돈으로 사고팔 수 없다. 오늘 우리는 땅이며 집을 돈으로 사고파는데, 이러면서 넋이 나갔으리라. 어떻게 땅을 사고팔지? 땅에 깃든 개미나 새나 풀벌레나 나무한테 물어본 적이 있는가?


#ErandisBraids #TomieDePaola #AntonioHernandezMadrigal #땋은머리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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