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7.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은유 글, 읻다, 2023.6.14.



그야말로 느긋이 쉬면서 볕바라기를 한다. 이따금 이야기꽃(강의)을 하러 바깥마실을 다니기는 했으되, 드문드문 조금만 했다. 올해에는 꽤 여러 곳을 돌기도 하고, 무엇보다 고흥에서는 처음이라 할 만큼 여러 어린이에 푸름이에 어른을 마주하면서 삶노래가 어떻게 태어나고 흐르면서 깨어나는지를 들려주는 자리를 꾸린다. 누구나 삶노래님(시인)이다. 스스로 살림을 짓기에 살림빛이기도 하다. 손수 일구고 가꾸고 돌보기에 어느새 푸르게 사랑을 알아챈다. 우리는 어떤 하루를 그리면서 푸른노래를 누리는가. 네발나비를 맞이한다. 아이들이 묻는다. “네발나비? 왜 네발나비야?” “왜 그럴까? 나비를 보면서 생각해 봐. 그리고 너희가 스스로 나비한테 이름을 붙일 수 있어.”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를 읽었다. 저녁 여섯 시에 넘어가는 해를 느낀다. 여름이 저무는구나. ‘순수한 것’은 뭘까? 따로 있을까? 나는 아이들한테 ‘맑음·깨끗·갬·정갈·고요·티없음·하늘빛·물빛·바다·풀잎·꽃빛’을 말하기는 하되, 또 ‘사랑’하고 ‘숲’하고 ‘새’를 말하기는 하되, ‘순수한 것’은 아예 말조차 않는다. 왜 멋을 부리거나 치레를 할까? 왜 우리 넋을 밝히지는 않을까? ‘마음·말·맑다·많다·마(마녘)’는 말밑이 같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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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6.


《말할 수 없지만 번역하고 있어요》

 소얼 글, 세나북스, 2023.4.20.



큰아이랑 읍내로 간다. 어디에서 다리를 쉴까 어림하다가 나무그늘 곁에 앉는다. 우리 집은 바람이(에어컨·선풍기)를 안 쓴다. 여름을 부채로 난다. 그러나 부채질도 썩 많이 안 한다. 나무 곁에 서고, 자주 씻는다. 커다란 느티나무는 겹겹이 흔들리는 그늘빛을 베푼다. 문득 족제비가 지나가는 모습을 본다. 족제비는 시골에서도 살아가기 만만하지 않을 듯싶다.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를 세 시간 편다.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옛말을 헤아려 본다. 왜 미운 아이한테 떡을 더 줄까? 미운 아이는 제가 떡을 더 받은 줄 느끼거나 알까? 그러나 사랑이란, ‘이쁜 아이’한테 몰아주는 길이 아니다. 이쁘다면서 오나오냐 치켜세우기에 그만 ‘돌라먹기(권력·카르텔·화이트리스트)’가 생긴다. 검은이름(블랙리스트)뿐 아니라 흰이름도 없어야 맞다. 《말할 수 없지만 번역하고 있어요》를 읽었다. 글님이 어깨힘을 폭 뺀다면 한결 빛나리라 느꼈다. 어떤 글이건 글이요, 어떤 일이건 일이다. 스스로 하루를 사랑으로 녹이면서 활짝 웃는 길이라면 아름씨앗을 뿌리는 발걸음으로 잇는다. 말할 노릇이고, 도란도란 수다꽃으로 나아가면 된다. 우리는 이 별에 다 다르게 사랑씨를 심으려고 태어났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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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5.


《삶과 사랑에 빠진 아이처럼》

 디르크 그로서 글/추미란 옮김, 샨티, 2023.5.2.



쉬는 하루이다. 볕바라기를 한다. 바깥마루에 드러눕다가, 씻고서 다시 드러눕다가, 밥을 짓고 집안일을 한다. 기지개를 켠 뒤에 두 아이랑 〈책숲 1005〉를 글월자루에 담는다. 두바퀴를 달려 면소재지 나래터(우체국)를 다녀온다. 얼음을 사서 세 사람한테 건네고서 새삼스레 드러눕는다. 누워서 풀노래를 누린다. 사그락사그락 들리는 풀노래에, 쩌렁쩌렁 퍼지는 풀노래에, 사이사이 섞이는 새노래가 짙푸르다. 《삶과 사랑에 빠진 아이처럼》을 읽었다. “Lass es gut sein”을 우리말로 어떻게 옮길 적에 어울릴까? 참말로 옮긴이한테 묻고 싶다. 책이름을 뜬금없이 붙이려 하지 말고, 이웃말을 우리말로 어질고 참하게 옮기는 길을 헤아리기를 바란다. 아이는 “삶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아이는 그저 ‘오늘’을 사랑한다. 아이한테는 ‘삶’이 아닌 ‘오늘’이다. 천천히 자라서 어른이 되면 이때에 비로소 ‘오늘’하고 ‘하루’가 언제나 ‘삶’인 줄 알아보면서 ‘사랑’을 숲빛으로 품고 풀어서 나누는 줄 깨달을 수 있다. 어른이란, 나이 먹은 꼰대가 아닌, 철들어 어질고 슬기로운 이웃이자 동무이다. 책이름을 멋스럽게 붙이면 오히려 줄거리가 엇나간다. 그저 바람을 지켜보고, 이 하루를 가만히 놓아 주면, 바람빛이 온몸에 스며든다.


#Lassesgutsein #DirkGrosser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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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4.


《지구촌 환경재난》

 박석순 글, 따님, 1994.1.1.



아침 일찍 ‘차상위계층 주택급여’로 집손질을 한다는 분이 왔는데 ‘시골에 맞’거나 ‘볕에 삭지 않을 좋은’ 것(자재)을 안 쓴다고 대놓고 밝힌다. 나라돈을 이렇게 엉터리로 다루면서 마치 ‘가난집을 좋게 고쳐 준다’고 티만 내는구나. 이리하여 올해까지 거의 열 해쯤 우리 집은 ‘집손질’을 안 받는다. 집임자가 스스로 고치도록 하면 되고, ‘줄잡은 돈’에서 깎으면 되는데, 이렇게 하는 일이 없이 으레 집장사꾼이 빼돌리는 길만 수두룩하다. 시골버스를 타고 포두중학교로 간다. 배움터를 코앞에 두고 함박비가 쏟아진다. 길가에 서서 10분쯤 고스란히 맞는다. 오늘은 ‘사이’인 2학년 푸른씨하고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를 편다. 고흥에서 만난 푸름이는 스스로 저희 이야기를 안 쓰거나 못 쓴다. 《지구촌 환경재난》을 되읽는다. 어떻게 이아치는지(환경재난)를 갈무리한 우리나라 첫 책일 텐데, 글쓴이는 나중에 풀꽃두레(환경단체)하고 등돌린다. 풀꽃두레가 셈(통계·자료)을 자꾸 속이기 때문이었다지. 나라가 잘못한 짓은 나라를 나무랄 일이다. 그러나 꽤 오래도록 우리나라 풀꽃두레는 들숲바다를 망가뜨리는 햇볕판(태양광)을 ‘친환경’인 듯 밀어댔다. 어떻게 빠른길(고속도로) 지붕이 아닌 ‘파란바다(해상 국립공원)’에다가 햇볕판과 바람개비(풍력발전)를 때려박고서, 시골부터 큰고장까지 또 전깃줄을 마구 박아서 잇는 짓을, 다른 곳도 아닌 풀꽃두레가 손뼉쳐 줄 수 있는가? 딱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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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만 멈춘대서 환경운동이지 않다.

국립공원에다가 태양광과 풍력을 때려박는 짓을

어떻게 환경단체가 오나오냐 하고 넘어가는가?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만 막으면 되는가?

아니잖은가?

밀양송전탑만 고압송전탑이 아니다.

전남 경남 시골과 들숲바다에 때려박은 태양광과 풍력을

도시로 잇는 송전탑은 특특고압송전탑이다.

그런데 박석순 씨도 목소리가 외곬로 엇나가서

다 똑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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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6.


《아이들의 풀잎노래》

 양정자 글, 창작과비평사, 1993.6.15.



새벽에 하루를 열고서 부산마실을 한다. 길에서 기다리며, 버스나루에서 기다리며, 시외버스를 타며, 마지막으로 부산에서 시내버스로 갈아타며, 곰곰이 하늘을 보고 마을을 보다가 붓을 쥐고서 노래를 쓴다. 보수동 〈보수서점〉에 먼저 들른다. 먼길을 나서면 얼추 열 시간 즈음 입을 다문다. 길에서 이웃이나 동무를 만나지는 않으니, 첫 말소리를 틀 때까지는 조용히 지낸다. 오늘은 느긋이 책마실을 하고서 ‘곳간’에서 앞으로 펴낼 책을 놓고서 한참 이야기를 한다. 누리글이나 목소리로 생각을 나눌 수도 있되, 얼굴을 보며 느긋이 생각을 나누면, 혼자 헤아릴 적에는 놓친 대목을 알아차리거나 느끼기도 한다. 《아이들의 풀잎노래》를 오랜만에 되읽다가, 1993년만 해도 한창 매질을 하던 때이기는 했으나, 아이들을 때리는 이야기도 버젓이 노래(시)로 흘러서 놀랐다. 쓸쓸하다. 1993년에는 이런 글도 ‘문학’으로 쳤을 테지만, 아이들 뺨을 갈기는 손을 그리는 마음이란, 얼마나 안쓰러운가. 스스로 밝히니 대단하다고 할 수도 있으나, 뺨때리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글로 적으면서 부끄럽지 않았을까? 오늘날 숱한 ‘시인’은 멀쩡한 글을 쓴 적이 없을까? 사람들이 흔히 잊는데, 우리는 2002년에 접어든 무렵에도 ‘주먹나라(폭력세계)’였다.


비록 매 맞고 매 때리는 사이지만

그애 뺨과 내 손의 살이 맞닿는 순간

남모를 애틋한 느낌이 잠깐 오간다

내가 잠깐 복잡한 심정으로 망설이는 사이

눈치 빠른 놈들이 여기저기서 소리친다

“선생님, 제발 살살 때려줘요

성호 여드름 터져요.” (여드름/86∼87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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