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혐오 : 우리가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나누면서 이 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이라면, 담벼락을 안 쌓는다. 우리는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나눌 마음이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 새롭게 받아들여서 꽃으로 피어날 마음이 없는 탓에 담벼락을 쌓아서 해바람비를 몽땅 가리려 든다. 오늘날 배움터(학교)를 보자. 아침이고 낮이고 미닫이(창문)를 꽁꽁 싸매고서 형광등을 켠다. 아무리 밝은 낮이어도 햇빛을 누리려 하지 않고, 어린이도 어른도 스스로 잿더미(시멘트 건물)에 갇힌다. 해를 안 바라보는 사람이 무엇을 제대로 볼까? 바람을 제대로 맞이하지 않는 사람이 무엇을 제대로 생각할까? 비를 제대로 마주하지 않는 사람이 무엇을 제대로 느낄까? 머리에 부스러기(지식·정보)는 잔뜩 쌓는 배움터요 나라요 일터요 새뜸(신문·방송·유튜브)이되, 정작 푸른별(지구)이 어떤 들숲바다에 풀꽃나무에 해바람비로 어우러지는지는 살갗으로도 손끝으로도 눈이나 발바닥으로도 안 가까이한다. 그저 멀리한다. 풀을 들여다보지 않고서 식물도감이나 환경책만 읽는들, 어떻게 숲을 돌보나? 나무를 씨앗으로 심지 않고서 나무도감만 읽거나 환경운동에 나선다면, 어떻게 숲빛을 가꾸나? ‘내가 밀거나 뽑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저 놀리거나 비아냥대거나 삿대질하거나 미워해도 된다는, 이런 밉질(혐오)을 ‘표현하는 자유’라고 여긴다면, 이 나라에는 아무런 빛(민주·자유·해방·독립·공유·평화)이 없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토론’이라고 말로는 읊되, ‘내가 안 밀고 안 뽑고 안 좋아하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여겨듣지 않는데다가, ‘막말(욕설·비하·혐오)’이 아닌 상냥한 말씨로 천천히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면, 저놈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얼치기일 뿐이다. 그놈들이 우리를 먼저 미워했을까? 우리가 그놈들을 먼저 미워했을까? 누가 먼저 미워했든 둘 다 미워하는 마음이 똑같다. 닭이냐 달걀이냐를 덧없이 따지기에 싸우고 다투고 겨루고 치고받는다. 사람으로서 사랑을 지을 길을 헤아리지 않으니 그저 싸우고 미워할 뿐이다. 내가 사람이라면, 너도 사람이다. 네가 사람이라면, 나도 사람이다. 이 하나, 서로 사람인 줄 알아보고서, 서로 사람으로서 나눌 사랑을, 둘 사이에서 어깨동무로 지으려 할 적에 비로소 ‘말길’을 트면서 새길을 연다. 2014.11.1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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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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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3.11.13.


다듬읽기 117


《책과 우연들》

 김초엽

 열림원

 2022.9.26.



《책과 우연들》(김초엽, 열림원, 2022)을 읽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예전에는 글발로 이름을 날렸다는 분들이 쓴 글은 ‘잡문’을 쓴다고 할 적에도 정갈하게 가다듬으려는 손길을 느꼈으나, 이제는 글발이며 이름값을 날린다고 하는 분들이 쓰는 ‘수수글(수수하게 삶을 적는 글, 삶글)’이 너무 허울스럽게 글치레에 글멋에 글발림입니다. 빈수레가 시끄럽다는 말처럼, 빈말이요 빈글이로구나 싶어요. 왜 자꾸 멋을 부리면서 꾸밀까요? 글을 꾸미는 사람은 말부터 꾸밉니다. 말을 꾸미는 사람은 겉모습과 옷차림을 꾸밉니다. 매무새(태도)를 번듯하게 꾸미고, 줄을 잘 서더군요. 글로 돈을 벌기에 나쁠 까닭이 터럭만큼도 없습니다. 글로 돈·이름·힘을 몽땅 거머쥐려 하면서 점잖은 척 가난팔이를 하거나 왼팔이(진보팔이)를 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낙엽을 태우며” 따위 글을 쓰던 옛 글바치는 눈속임을 하지 않고, 그들이 얼마나 배불리 잘사는가를 ‘우리말답게’ 추슬러서 다 드러냈습니다.


ㅅㄴㄹ


+


반드시 개봉일에 봐야 할 의무가 있었다

→ 반드시 첫날 봐야 한다

→ 반드시 첫단추에 봐야 한다

→ 반드시 첫맞이에 봐야 한다

7쪽


두 달이나 개봉이 늦은 것도 마음에 안 들었는데

→ 두 달이나 늦게 걸어 마음에 안 드는데

→ 두 달이나 늦게 올려 마음에 안 드는데

7쪽


장난감들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 장난감은 고비를 맞는다

→ 장난감은 아슬하다

→ 장난감은 벼랑길이다

8쪽


거의 자정이었다

→ 거의 밤이다

→ 거의 한밤이다

8쪽


그건 아마 형식조차 분명하지 않은, 추상적인 무언가였을 것이다

→ 아마 겉모습조차 또렷하지 않고 붕뜬 무엇이었다

→ 아마 얼거리조차 똑똑하지 않고 허울뿐이었다

→ 아마 틀조차 제대로 없이 빈껍데기였다

9쪽


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 이야기를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 이야기를 왜 쓸까

→ 이야기를 무엇 때문에 쓸까

9쪽


내일의 피로는 예정되어 있지만 마음은 행복감으로 차 있었다

→ 이튿날은 고단하겠지만 마음은 즐겁다

→ 다음날은 고될 테지만 마음은 기쁘다

9쪽


그 기분, 그것을 재현하고 싶다는 바람이 나의 쓰고 싶다는 마음 중심에 있다

→ 나는 이 마음을 살려서 쓰고 싶다

→ 나는 이런 마음을 글로 살리고 싶다

9쪽


조그만 취향의 원 안에서 빙빙 돌며 좋아하는 것들만 좋아하던 편협한 독자였다

→ 조그만 울타리에서 빙빙 돌며 좋아하는 글만 좋아해 왔다

→ 조그맣게 맴돌며 좋아하는 글만 읽어 왔다

→ 좁게 빙빙 돌며 좋아하는 글만 읽었다

10쪽


처음에는 현실도피처럼 책을 읽었다

→ 처음에는 달아나듯 책을 읽었다

→ 처음에는 눈감듯 책을 읽었다

→ 처음에는 모르는 척 책을 읽었다

→ 처음에는 등지며 책을 읽었다

10쪽


읽기는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나의 쓰고 싶은 마음을 끌어낸다

→ 읽으며 품을 넓히고, 쓰고 싶은 마음을 끌어낸다

→ 읽기에 눈을 키우고, 쓰고 싶은 마음을 끌어낸다

10쪽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었다

→ 예전과 달랐다

→ 지난날과 다르더라

10쪽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했지만 그 앞에서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두려움을 겪어 본 이들에게

→ 일을 새롭게 하지만 미처 추스르지 않았다고 여겨 두려운 이한테

→ 새롭게 나아가지만 아직 덜되었다고 여겨 두려운 이한테

11쪽


순수하지 않은 목적으로 그런 우연한 순간들이 때로는

→ 깨끗하지 않은 뜻으로 그런 때가 문득문득

→ 참하지 않은 그런 자리가 얼핏얼핏

11쪽


그 우연의 순간들을 여기에 조심스레 펼쳐놓는다

→ 뜻밖인 날을 여기에 살짝 펼쳐놓는다

→ 얼핏 스친 하루를 여기에 슬쩍 펼쳐놓는다

→ 갑작스럽던 때를 여기에 가만히 펼쳐놓는다

11쪽


잠들기 전마다 곰팡이에 대한 책을 읽었다

→ 잠들기 앞서 곰팡이 책을 읽었다

→ 잠자리마다 곰팡이 책을 읽었다

17쪽


독서노트를 따로 만들어 문장들을 옮겨 적었다

→ 책하루꽃을 따로 마련해 글을 옮겨적었다

→ 책글담이를 따로 두어 글을 옮겨적었다

17쪽


정해진 출퇴근이 없는 프리랜서에게

→ 따로 다니지 않는 나래일꾼한테

→ 일터를 오가지 않는 바람꽃한테

17쪽


곰팡이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야기를 써 봐야지 마음먹던 차에

→ 곰팡이가 온누리를 쥐는 이야기를 써 봐야지 마음먹었는데

19쪽


모든 소설은 인간에 관한 이야기일까

→ 모든 글은 사람 이야기일까

23쪽


약간은 어렵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 조금은 어렵지만, 그래도 어림할 수 있다

→ 살짝 어렵지만 헤아릴 수 있다

25쪽


주전자 물 끓는 소리로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인간 독자에게도 넌지시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 쟁개비 끓는 소리로 무슨 말을 나누는지 사람한테도 넌지시 알려주고 싶었나 보다

→ 가마 끓는 소리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사람한테도 넌지시 알려주고 싶은 듯싶다

→ 물동이 끓는 소리로 무슨 말을 하는지 사람한테도 넌지시 알려주고 싶은 듯하다

25쪽


그들이 어떤 존재이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 그들은 어떤 빛이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짚을 수 있다

25쪽


그럼에도 우리가 상상하고 지각할 수 있는 세계 바깥에 무수히 많은 세상이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가슴 벅차게 설레는 이들이라면

→ 그러나 우리가 그리고 느끼는 곳 바깥에 숱한 삶이 있어 가슴 벅찬 이라면

→ 다만 우리가 헤아리고 알아보는 누리 너머에 가없는 길이 있어 설레는 이라면

27쪽

.

.

글손질이 끝도 없어

여기에서 멈춘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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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문학동네포에지 45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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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1.13.

노래책시렁 376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허수경

 창작과비평사

 2001.2.15.



  살아가는 ‘길’은 고스란히 살아가는 ‘마음’입니다. 마음은 우리가 가는 길을 그대로 담습니다. 걷는 사람은 걷는 마음으로 나아가고, 쇳덩이(자동차)에 몸을 싣는 사람은 쇳덩이 마음으로 흘러갑니다. 이곳으로 가기에 좋지 않고, 저곳으로 가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그저 다를 뿐입니다. 사람은 스스로 다 바꿀 수 있어요. 늘 쇳덩이를 몰더라도 언제나 반짝반짝 아름눈길일 수 있고, 쇳덩이를 조금 몰거나 탈 뿐이지만 길든 굴레나 수렁에 확 잠길 수 있어요. 언제 어디에서나 반짝이는 별빛이라는 길이라면, 별빛마음이에요. 그러나 둘레에 사로잡히거나 휩쓸리는 길이라면, ‘길들면서 길든 줄 모르는 넋잃는 마음’입니다.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읽으면, 노래님 스스로 얼마나 아픈가를 사뭇 느낄 만합니다. 그러나 아프거나 앓는 일은 안 나쁩니다. 우리는 아프거나 앓기에 알아갑니다. ‘아프다·앓다’하고 ‘알다·알·알차다’는 말밑이 같아요. 아프거나 앓지 않는 이는 알아가지 않아요. 아픈 적 없는 이는 알에서 안 깹니다. 흠씬 앓기에 온누리를 알아보는 눈을 새롭게 뜹니다. 허수경 님이 알에서 스스로 깨어나려고 앓던 길에, 조금씩 가장자리로 걸어갔다면, 모든 끝이란 늘 처음인 줄 알아차렸을 텐데 싶더군요.


ㅅㄴㄹ


장님인 시절 장님의 시절 술 마시는 곳 기웃거리며 술병 깨고 손에 피를 흘리며 여관에서 혼자 잠, 여관 들어선 자리 밑 미나리꽝 맑은 미나리순이 걸어들어와 저의 손으로 내 이마를 만지다. (아픔은 아픔을 몰아내고 기쁨은 기쁨을 밀어내지만/10쪽)


덜 자란 아이들은 언제나 덜 자라 이 거리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아이들의 가슴에 든 지폐는 영혼을 팔아 바다를 사고 적막한 눈을 감고 바다는 오 오 거리에서 팔던 오뎅국물처럼 졸아든다. (여자아이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집을 묻는다/16쪽)


먼 곳에서 벌어진 전쟁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 모깃불을 안고 퍼런 전파를 보다가 진짜 전장으로 가버린 남자들 / 남자들을 따라 전장으로 나간 여자들은 옷을 벗고 춤을 추었다 / 춤을 추다가 가끔 아편을 맞기도 했다 (검은 노래/47쪽)


+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허수경, 창작과비평사, 2001)


어느 날 죽은 이의 결혼식을 보러 갔지요

→ 어느 날 죽은 이 꽃잔치를 보러 갔지요

8쪽


자궁만이 튼튼한 신부는 신랑의 심장자리에 자신을 밀어넣었습니다

→ 아기집만이 튼튼한 각시는 곁님 가슴자리에 저를 밀어넣었습니다

→ 알집만이 튼튼한 꽃짝은 곁짝 마음자리에 저를 밀어넣었습니다

8쪽


새들은 아직 심장을 가지고 있나

→ 새는 아직 가슴이 있나

→ 새는 아직 마음이 있나

12쪽


날아오르는 것들의 존재를 믿을 수 없는 것처럼

→ 날아오르는 모두를 믿을 수 없듯

→ 날아오르는 아이를 믿을 수 없듯

→ 날아오르는 빛을 믿을 수 없듯

12쪽


자전하는 지구에서 태어난 나

→ 맴도는 별에서 태어난 나

→ 쳇바퀴 별에서 태어난 나

→ 스스로도는 별에서 태어난 나

13쪽


늙은 가수는 자선공연을 열고 무대에서

→ 늙은 노래꾼은 나눔잔치 열고 자리에서

22쪽


미라들이 박물관 지하에 있다

→ 덧주검이 살림숲 땅밑에 있다

33쪽


집 앞에 고물상이 있네

→ 집 앞에 넝마집이 있네

→ 집 앞에 마병집이 있네

→ 집 앞에 헌살림집이 있네

41쪽


남자들을 따라 전장으로 나간 여자들은

→ 사내를 따라 싸움터로 나간 가시내는

→ 돌이를 따라 싸움판으로 나간 순이는

47쪽


나의 고아들은 따스한 물이불을 덮고 잠이 들 것이다

→ 울 외톨박이는 따스한 물이불을 덮고 잠이 든다

→ 우리 외톨이는 따스한 물이불을 덮고 잔다

57쪽


해초를 다듬으며 조개를 까며 아이들은 찬송가를 부른다

→ 미역을 다듬으며 조개를 까며 아이들은 기쁨노래 부른다

→ 바다풀을 다듬으며 조개를 까며 아이들은 꽃노래 부른다

6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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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 - 노래 만드는 사람 백창우의 아이들 노래 이야기
백창우 지음 / 보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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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3.11.13.

읽었습니다 264



  말을 엮는 재주만 쳐다보는 이들은 서정주를 기리려 하고, 고은을 높이려 하며, 윤석중에 매달린다. 우리나라에 우리말을 우리말결 그대로 살릴 줄 아는 이가 이 셋뿐일까? 그러나 이 셋이 남긴 글을 보면 썩 우리말을 못 살렸다. 아니, 치레하는 말씨는 있되, 살림이나 집안일을 하면서 샘솟는 말씨는 도무지 없다. 고작 서정주·고은·윤석중한테서 말맛을 찾으려 한다면, 그만큼 책을 안 읽고 글을 못 쓴다는 뜻이라고 느낀다. 숱한 시골 할매 할배가 얼마나 아름다이 하루를 노래하면서 어린이를 돌보아 왔던가? 《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을 스무 해 만에 되읽었다. 백창우 씨가 가락을 붙인 노래가 왜 더는 마음에 안 와닿는지 새삼스레 느낀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입발림으로는 못 한다. 똥기저귀를 갈고, 손수 밥을 차리고, 함께 꿈을 그리고, 들숲바다를 품는 푸른살림으로 나아갈 적에, 저절로 사랑이 샘솟아 글로도 그림으로도 노래로 깨어난다. 말잔치는 힘(권력)하고 맞닿더라.


ㅅㄴㄹ


《노래야, 너도 잠을 깨렴》(백창우, 보리, 2003.9.1.)


+


콧등이 찡해졌습니다

→ 콧등이 찡했습니다

40쪽


마음 안에 엄청나게 깊은 노래 우물을 갖고 있는 모양입니다

→ 마음에 있는 노래 우물이 엄청나게 깊은 듯합니다

→ 마음에 노래 우물이 엄청나게 깊구나 싶습니다

45쪽


아이들 삶의 다른 한쪽을 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아이들 삶에서 다른쪽을 안 보는구나

→ 아이들이 살아가는 다른켠을 안 보는구나

48쪽


낙천적이고 밝은 빛깔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 밝은 빛깔이기는 하지만

→ 밝기는 하지만

49쪽


온갖 풀과 꽃들이 피고 지고

→ 온갖 풀과 꽃이 피고 지고

→ 온갖 풀꽃이 피고 지고

9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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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우연 偶然


 우연의 일치 → 어쩌다 맞음 / 용케 맞음

 붕괴되는 것을 우연으로 볼 수는 없다 → 날벼락으로 무너졌다고 볼 수는 없다

 그가 찾아온 것은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연이었다 → 그는 어쩌다 찾아왔다

 우연 속에 내맡긴 행위라 할지라도 → 그냥 내맡겼다 할지라도


  ‘우연(偶然)’은 “1.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 ≒ 우이 2. [철학] 어떤 사물이 인과율에 근거하지 아니하는 성질 = 우연성”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갑자기·갑작스레·벌떡·발딱·뻘떡·와락’이나 ‘벼락·날벼락’으로 풀어낼 만합니다. ‘그냥·그냥그냥·그냥저냥’이나 ‘그러나·그런데·그렇지만’으로 풀어내거나, ‘더럭·덜컥·때마침·마침·몰록’이나 ‘뜻밖·뜻하지 않다·비록·생각밖·생각지 못하다’으로 풀어도 어울려요. ‘모르는 새·모르는 사이에·문득·문득문득’이나 ‘어쩌다·어쩌다가·어쩌면·용하다·용케’로 풀어낼 만하고, ‘얼결에·얼떨결에·얼핏·얼핏설핏’이나 “여태 없다·여태 처음·이때껏 없다·이제껏 처음”이나 ‘확·확확·훅·훅훅·휙·휙휙·휭·휭휭’으로 풀어도 됩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우연(?淵)’을 “전설에서 해가 지는 곳”으로 풀이하면서 싣지만 털어냅니다. ㅅㄴㄹ



그때 우연히 마법상자를 주웠어

→ 그때 문득 마법상자를 주웠어

→ 그때 뜻밖에 마법상자를 주웠어

→ 그때 어쩌다 마법상자를 주웠어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마법상자》(코키루니카/김은진 옮김, 고래이야기, 2007) 12쪽


범인과 인상착의도 목소리도 비슷한 인물이 우연히 거금을 주웠다

→ 녀석과 옷차림도 목소리도 비슷한 사람이 문득 큰돈을 주웠다

→ 그놈과 차림도 목소리도 비슷한 사람이 얼결에 큰돈을 주웠다

《Q.E.D. 27》(카토 모토히로/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7) 149쪽


피아노는 우연이 아니었다고 믿고 싶지만

→ 피아노는 뜻밖이 아니었다고 믿고 싶지만

→ 피아노는 그냥이 아니었다고 믿고 싶지만

→ 피아노는 얼결이 아니었다고 믿고 싶지만

《피아노의 숲 26》(이시키 마코토/양여명 옮김, 삼양출판사, 2015) 12쪽


이런 추세가 단순히 우연인지

→ 이런 흐름이 그저 일어나는지

→ 이런 길이 문득 나타났는지

→ 어쩌다 이런 흐름인지

→ 때때로 이런 길이 되는지

《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배당》(피터 반스/위대선 옮김, 갈마바람, 2016) 62쪽


세상에 우연은 없다는 말이 실감 났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

→ 이 땅에 문득은 없다는 말을 느꼈다. 문득처럼 꾸민다

→ 온누리에 그냥은 없다는 말을 느꼈다. 그냥인 척 반드시

→ 삶에 뜻하지 않고 생기는 일은 없다는 말을 깊이 느낀다

《개.똥.승.》(진엽, 책공장더불어, 2016) 15쪽


우연한 기회에 새에 관한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 뜻밖에 새를 말하는 책을 펴냅니다

→ 뜻하지 않게 새 책을 펴냅니다

→ 문득 새를 다룬 책을 펴냅니다

《내가 새를 만나는 법》(방윤희, 자연과생태, 2019) 4쪽


우연히 내뱉은 거짓말 덕에 시작된 이 사랑이

→ 얼핏 내뱉은 거짓말 때문에 비롯한 이 사랑이

→ 문득 내뱉은 거짓말로 연 이 사랑이

《위장불륜 4》(히가시무라 아키코/김주영 옮김, 와이랩, 2020) 5쪽


내가 수어를 시작하게 된 것도 우연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나는 얼결에 손말을 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나는 어쩌다 손짓말을 배웠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수어》(이미화, 인디고, 2021) 6쪽


순수하지 않은 목적으로 그런 우연한 순간들이 때로는

→ 깨끗하지 않은 뜻으로 그런 때가 문득문득

→ 참하지 않은 그런 자리가 얼핏얼핏

《책과 우연들》(김초엽, 열림원, 2022) 11쪽


그 우연의 순간들을 여기에 조심스레 펼쳐놓는다

→ 뜻밖인 날을 여기에 살짝 펼쳐놓는다

→ 얼핏 스친 하루를 여기에 슬쩍 펼쳐놓는다

→ 갑작스럽던 때를 여기에 가만히 펼쳐놓는다

《책과 우연들》(김초엽, 열림원, 2022) 11쪽


우연한 기회에 참가하게 된 코칭 워크숍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 뜻밖에 함께한 ‘이끄는 익힘꽃’에서 새롭게 깨달았다

→ 문득 들어간 ‘횃불 익힘숲’에서 새롭게 깨달았다

《오십에 하는 나 공부》(남혜경, 샨티, 202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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